2025. 1. 27. 월요일
2024년도 크리스마스트리를 오늘 해체하기로 맘먹고 시작했다
촘촘히 감아준 전구를 걷어내려니 쉽지 않다
짠딸이 주문한 전선이 부족할 것 같다며 추가주문을 했는데
똑같은 것이 오지 않아 설치방법이 다르다
하나는 지네발 전구라서 척척 얹기만 해도 나무사이로 자리를 잡는데
하나는 일일이 꼼꼼하게 감아야 했다
그러니 걷어낼 때도 꼼꼼히 감은 반대로
또 꼼꼼히 풀러야 해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전선이 엉키지 않게 하려니 아기 다루듯 조심스레 걷어내야 한다
촘촘히 감아준다고 나뭇가지 사이로 깊숙이 전구를 넣기도 하고 돌리면서 되돌아 나오니
그걸 알 길 없이 떼어내려니 무척 손이 많이 간다
이른 저녁을 먹은 터라
이것 얼른 철거하고 커피 마시자 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저기요, 일꾼에게 참도 내오던데 커피참 좀 주시고 하면 안 될까요?"
" 다 하고 드세요"
"짠딸님 악덕업주시네요"
철거를 끝내고 창가로 보냈던 해피트리 원래 자리로 데려왔다
그리고 자잘한 크리스마스 소품들도 모두 깊숙한 팬트리 속으로 들어갔다
이제 11월 말쯤 되어야 다시 화려하게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낮에 놀러 나갔던 남편이 돌아왔다
그런데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그냥 들어간다
짠딸이 눈치를 보낸다
아빠 언제 알아차리나 봐야지
커피 가지러도 나오고
내가 실내운동 할 때도 나와 뭐라 뭐라 말 걸고
눈이 많이 온다며 뒷 베란다 창도 열어보고
(이 길이 모두 안방에서 나와 크리스마스트리가 있던 자리를 지나치는 길)
그렇게 왔다 갔다 했건만
변화를 못 느꼈는지 일언반구 말이 없다
언제 알아보나 끝까지 기다려봐야지
그 새 눈이 많이 왔는지
짠딸은 창 틀에 쌓인 눈으로 오리를 만들어 와서 귀엽다고 난리다
서른 넘은 우리 집 아기다 아기
고모네 집에 갔다가 발견한 물 조리개가 예뻐 얼른 따라서 샀다
플라스틱인 줄 알았더니 양철로 제대로 만든 물조리개였다
물을 담아 집안의 식물에 물을 주며 왔다 갔다 했더니
폼쟁이가 물조리개 없어서 그동안 물을 안 줬나 보다며 놀린다
이러다 식물 물 주는 일이 내 임무가 되겠는걸
아무 데나 턱 올려놔도 강렬한 존재감을 보이는 소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