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의 의무론과 공리주의
1. 공리주의란?
행위가 가져온 행복과 고통의 정도에 따라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자 하는 주의이다. 그러나 자신의 행복만을 만족시키는 것이 곧 도덕적인 것은 아니다는 뜻에서 벤담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이라는 행위 원칙을 주창했다. 공리주의는 아무리 정당한 동기로 실천된 행동이라도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면 도덕적으로 옳다고 할 수 없다는 결과주의를 취한다. 공리주의는 크게 양적 공리주의(벤담: 행복과 고통에는 양적인 차이만 존재할 뿐이며그 척도로는 행복의 강도, 지속성, 확실성, 근접성, 순수성이 있다는 입장, 외적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고주장)와 질적 공리주의(밀: 인간은 정신적 만족을 위해서 동물적 불만족을 용인할 수 있는 존재)로 나뉜다.
(1) 공리주의
1) 대두 배경
① 산업 혁명의 전개 이후 물질적 풍요와 편의를 향유
② 자유방임주의로 무절제한 자유 경쟁, 개인 이윤 추구 현상 ⇒ 개인과 전체의 이익을 조화시키는 문제에 관심을 가짐
2) 사상 내용
① 삶의 목적 : 쾌락, 행복을 추구 ⇒ 쾌락주의 인간관
②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도덕적 이상으로 추구
③ 개인적 쾌락과 사회적 공익과의 조화
④ 개체주의적 사회관을 바탕
3) 대표자
① 벤담(Bentham, J.1748- 1832)
▶양적 공리주의 - 쾌락이나 행복을 양(量)적으로 계산
▶개인의 쾌락, 행복 증대 - 사회 전체의 행복 증대
▶도덕적 행위 - 법률과 같은 외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
② 밀(Mill, j. s.1806-1873)- 질적 공리주의
▶질적 공리주의 -육체적 쾌락은 저급하고, 정신적 쾌락은 고상함
▶인간의 존엄을 자각하고 있는 사람 - 정신적 쾌락을 추구 "배부른 돼지가 되기보다는 배고픈 인간이 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 "
▶인간의 존엄과 내적인 양심의 제재를 강조
⇒ 도덕의 본질 : 이타심(동정, 인애)을 토대로 공익과 정의 실현
2. 의무론적 윤리설이란?
행동을 옳거나 그른 것으로 만드는 것은 행동의 결과의 좋고 나쁨이 아니라 행동의 종류라고 주장한다.
의무론적 윤리학자들은 만약 한 행동이 모든 도덕 행위자가 행해야 할 의무를 갖는 종류에 속한다면 그 행동은 옳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행동이 모든 도덕적 행위자가 금해야 할 의무를 갖는 종류에 속한다면 그 행동은 그르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의무론적 윤리설의 입장에 속하는 것은 칸트의 윤리 체계를 들 수 있다
(1) 의무론
① 실천 이성 : 스스로 보편 타당한 도덕 법칙을 세우고 이에 따라 자율적으로 행위 하도록 명령하는 인간의 이성
② 선의지 : 실천 이성이 명령하는 행위를 그 행위의 결과가 어떠한 것이든 관계없이 단지 그것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하는 의지
③ 도덕적 행위
㉠ 실천 이성의 명령을 의무로 삼는 행위
㉡ 선의지에 의해서 의무 지워진 행위
㉢ 자율적 의무 의식에 근거한 순수한 동기에서 비롯되는 행위
④ 도덕 법칙
㉠ 무조건적 당위의 법칙 = 정언적 명령 = 지상의 무상 명령
㉡ 보편타당한 실천 법칙, 자율적인 행위의 법칙
⑤ 자율적 도덕
㉠ 인간은 동물적 충동이나 욕망을 억누르고 도덕 법칙에 따라 행위할 수 있는 도덕적자율의 주체
㉡ 시민적 자유와 인간 존엄성의 근거를 자율적 도덕에서 찾음.
㉢ 인격주의 윤리설을 토대로 이상적 사회(목적 왕국)를 건설
⑥ 칸트 윤리 사상의 특징 : 동기주의, 형식주의, 법칙주의, 보편주의, 절대주의, 엄숙주의(엄격주의), 인격주의, 목적주의, 의무론적 윤리설
⑦ 종합적 인식론
▶합리론의 공허성과 경험론의 산만성을 비판
- 내용 없는 사상은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이라고 함.
▶인식의 내용면 - 경험론 수용-+
▶인식의 형식면 - 합리론 수용-+종합적 인식론 전개
⑧ 칸트를 선구로 피이테, 셸링을 거쳐 헤겔에 이르러 완성
3. 칸트의 의무론과 공리주의의 비교
칸트의 의무론의 가치판단 기준은 보편적 도덕법칙(동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설령 결과가 나쁘다할 지라도 보편적 도덕 법칙에 따라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다. 공리주의의 가치판단 기준은 행위의 결과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언제나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 행위를 해야 하며 도덕 법칙의 준수여부는 부차적 문제이다. (도덕 법칙의 예외성 인정)
의무론
로마는 피루스 왕과 싸우고 있었다. 어느 날 왕의 부하 한 명이 로마 장군에게 찾아와 솔깃한 제안을 내놓았다. 자기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준다면 음식에 독을 풀어 피루스 왕을 죽이겠다는 것이었다. 그의 제안대로만 된다면 로마는 수많은 젊은이의 피를 희생시키지 않고도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로마 장군은 제안한 사람을 붙잡아 피루스 왕에게 보내버렸다. 이 소식을 들은 로마 원로원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로마인들의 ‘결벽증’은 한참 더 나아간다. 이번에는 카르타고와 다투던 때의 이야기다. 집정관인 레굴루스는 계략에 걸려 포로가 되었다. 카르타고는 레굴루스를 사절 삼아 로마로 보낸다. 붙잡힌 카르타고 장군들을 풀어주라고 로마 원로원을 설득하기 위해서다. 레굴루스는 만약 장군들이 풀려나지 않으면 다시 카르타고로 돌아오겠다는 맹세를 하고 길을 떠난다. 하지만 로마 원로원에 선 레굴루스는 포로들을 풀어주면 안된다고 주장했고, 결국 카르타고 장군들은 석방되지 않았다. 레굴루스는 끔찍한 고문과 죽음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약속대로 카르타고로 돌아간다. 소중한 조국을 배신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적과의 약속’도 어겨서는 안 된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키케로는 ‘의무론’에서 위의 이야기들을 여러 차례 소개 한다. 지당한 처신이었다는 평가까지 곁들여서 말이다. 어찌 보면 로마인들은 어수룩해 보이기까지 한다. 도덕과 약속이 소중하다고 해서 적에게까지 윤리적이어야 할 까닭이 있을까? 하지만 로마가 가장 훌륭한 제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렇듯 높은 도덕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키케로는 로마를 대표하는 정치가이자 철학자이다. ‘의무론’에는 로마의 정신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는 도덕과 이익은 결코 부딪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한다. 도덕적인 것은 결국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온갖 속임수를 부려 왕이 된 이의 예를 살펴보자. 과연 그는 행복할까? 언제 자신의 잘못이 드러날지, 누군가 자신을 해치지 않을지 하는 걱정으로 밤을 지새우게 될 것이다.
뇌물과 꼼수로 적을 이겼을 때도 마찬가지다. 옳은 명분을 위해 정정당당히 싸운 전쟁은 모두의 지지를 받는다. 이유가 정당했기때문에 패한 나라의 시민들도 결국 로마의 뜻을 받들었다. 하지만 적의 왕을 몰래 죽이는 방법으로 적을 눌렀다면 로마에 대한 반감은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도덕적이지 못한 행동은 결코 이익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익인 듯 보이는 일’을 위해서 파렴치한 짓도 서슴지 않는다.
나아가 그는 국가에 대한 의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심지어 부모 형제에 대한 사랑보다 국가에 대한 의무를 더 높게 꼽는다. 그는 친구의 옳지 못한 행동을 두둔하는 사람을 예로 든다. 이는 결코 우정이 아니며, ‘음모를 꾸미는 사람들끼리의 관계’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진정한 친구라면 옳고 그름을 가리는 데 더 힘을 써야 한다. 가깝다는 이유로 정의를 무너뜨린다면 공동체는 이내 깨지고 말 것이다. 법과 국가가 옳다는 믿음이 무너지면 누구나 자기의 이익만 좇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못하다.
키케로의 ‘의무론’은 서양의 ‘논어’라는 평가를 받곤 한다. 키케로는 이 책에서 로마의 무너지는 도덕을 보며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그의 시대는 로마가 세계를 지배하는 대제국으로 떠오르던 때였다. 성적에 가장 민감한 학생은 꼴찌가 아니다. 1등 하는 모범생이 성적에 가장 관심이 많다. 마찬가지로 도덕을 걱정하는 사회는 건강하고 생기가 넘친다. 치솟는 석유 값과 가라앉는 경제보다 ‘도덕 불감증’이 더 심각한 문제다. ‘의무론’은 님비(NIBBY)가 판치는 우리 사회가 가슴에 새겨야 할 고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