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호천사
2023.10.2
교회는 10월 2일을 수호천사 기념일로 지낸다.
수호천사는 사람을 선으로 이끌며 악으로부터 보호하는 천사로,
교회 전승에 의하면 주님께서는 누구에게나
천사 한 분을 정해 주시어 그를 지키고 도와주게 하신다.
수호천사는 우리가 이기기 어려운 유혹을 물리쳐주며,
착한 생각을 일으켜 선행을 권하고, 우리를 위해 우리와 함께 기도하고,
특히 죽은 이들의 영혼을 천국이나 연옥으로 인도한다.
일상에서 만나는 천사
우리 곁에 천사들이 있고,
천사들의 보호와 전구로 도움을 받는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든든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느냐 하는 문제일 것이다.
세계적인 영성가 안셀름 그륀 신부(독일 성베네딕도회)는
그의 저서 「마음에 힘을 주는 천사를 만났는가」를 통해
일상에 행복을 심어 주고, 불운을 희망으로 바꿔주며,
평온한 마음을 선물하는 천사들에 대해 말한다.
스트레스 천사, 기진맥진 천사, 기다림 천사,
낙담 천사, 외로움 천사, 다툼 천사 등이 그것이다.
천사는 멀리 있지 않다.
우리 내면에서 들려오는 천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해결하기 어려운 난관에 부딪히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상처받고 스트레스로 힘들어 할 때,
천사들의 손길을 깨달을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이 더욱 평화로워지지 않을까.
매년 수호천사 기념일이 되면 일상에서 만난
나의 수호천사가 생각난다.
나의 광야시절인 1999년 한 해는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로 인생의 밑바닥까지 내려갔던 시절이지요.
사람들을 보기도 싫고, 회사에 가기도 싫고
하루하루가 지옥같이 길게만 느껴졌던 시절...
지금 생각하니 그 때가 제게는 은총의 시간들이었습니다.
이제 은퇴하고 시간의 여유를 갖다보니
지나온 시절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오늘은 그 당시 나의 수호천사였던 분들을 생각해 봅니다.
많은 분들이 저를 도와주었지만 그 중에서 세 분만 간단히 소개합니다.
1. 신** 대리
미국 MBA를 마치고 마케팅팀에서 잠깐 근무했지요.
나는 IMF 여파로 회사에서 인원감축 시
다른 부서인 영업교육팀으로 발령받았기 때문에~
직원도 없이 혼자서 발령을 받은 나는
영업교육팀의 중. 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영어로 파워포인트를 만들어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팀장으로 결재사인만 하던 내가
직접 만들어 보고한다는 것이 도무지 감당이 되지 않았지요.
여러가지 방법을 찾아서 열심히 노력했지만
영어실력도 딸리고 파워포인트는 만들줄도 몰랐기에
이때부터 고민을 하고 나중에는 헤어나오지 못할
수렁에 빠질 정도로 심신이 약해졌습니다.
이 때 신대리가 조용히 다가와서 자기가 도울일이 있으면
돕겠다고 말을 건네왔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근무했던 다른 직원들은 관심도 없고
오히려 비웃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신대리는 잠깐 근무했지만 나의 모습을 관찰한 듯
도움을 제안했던 것입니다.
그는 영어도 잘하고 컴퓨터도 잘 다루었기에
근무시간이 끝난 후 같이 작성하여
무사히 중.장기 계획을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1년 후 그는 조사컨설팅 회사로 이직을 하였고
나와 함께 영업교육설계 및 교육도 실시했습니다.
2. 최**
내가 처음으로 채용한 영업교육팀 직원입니다.
어느 날 외부강사를 초빙하여 그룹 연수원에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휴게실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대화를 하다보니 삼성에 근무하다 지금은 제과회사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회사가 성남이라 너무멀어 이직을 고려중이라 했습니다.
실무에 경험이 많고 야무지게 일을 처리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회사에서 근무할 의향이 있냐고 물었더니
긍정적으로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우리팀 담당 외국인 부사장에게 채용을 건의했고
나와 함께 일하게 된 것입니다.
정말 교육에 대한 실무적인 것을 꼼꼼하게 잘 처리를 해서
이후에는 교육계획부터 평가까지 일련의 전반적인 일은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완벽하게 했기에
나는 영업의 문제점 파악및 교육전략을 짜는데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3. 수녀님
이 분은 제 아내의 스승으로 계시다가 수녀님이 되신 분입니다.
미국 수도원에서 수도생활을 하시는데
아내가 수술을 받기위해 입원한 병원에 문병을 오셨습니다.
마침 한국에 들어올 일이 있었는데
동창들이 아내의 소식을 전했기에 오신 것입니다.
아내는 수녀님을 보자 자기는 괜찮다고 하며
남편인 내가 더 영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하며
나를 돌보아 달라고 부탁을 했지요.
그래서 나는 수녀님과 함께 병실 밖 복도에 있는
기다란의자에 나란히 앉았고, 수녀님이 내 어깨에 손을 얹고
기도해 주시고 묵주기도를 열심히 하라고 했습니다.
묵주기도는 성모님과 함께 예수님의 일생을 묵상하며 바치는
아주 좋은 기도라고 하시며 ...
묵주기도 바치기 전 '성모님, 제가 지금 몹시 힘듭니다.
이 구렁에서 저와 한 발짝만 떼어주십시오.' 하고
지향을 바치고 묵주기도를 바치라고 했지요.
그날 이후 저는 출근길 전철에서, 회사 점심식사 후
그리고 수시로 주머니에 있는 묵주알을 굴렸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1년간
위에 소개한 세 분을 나에게 천사로 보내주시어
깊은 구렁에서 빠져나오게 하신 것입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다보면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
자신을 보호해 주는 수호천사가
우리를 지켜주고 계십니다.
어렵고 힘들 때는 물론 평화로울 때에도
늘 수호천사의 도움을 믿고
감사하며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