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미 시 모음 4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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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2월
김수미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
그 속에 일 년의 모든 것이 갈무리됩니다.
햇살이 따뜻했던 봄.
파도 출렁이던 바닷가의 여름.
노랗게 붉게 물들던 가을.
이제
그 모든 빛을
하나로 감싸 안을 겨울이
우리 곁에 머물고 있습니다.
뒤돌아보면 걸어왔던 발자국들이
기쁨과 슬픔의 흔적을 만들며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기쁜 순간의 찬란함은
내게 벅찬 가슴을 선물했고
슬픈 기억의 하얀 눈물은
아픈 상처를 어루만졌습니다.
이제
그 모든 순간들을
차곡차곡 접어서 내 기억 속에 간직하렵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새해의 밝은 태양을 품으렵니다.
우리에겐
내일이란 시간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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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슴앓이
김수미
텅 빈 공간을 채우는
한 장 그리움의 빛
황금빛 추억마저
침묵해버리는 저녁의 끝자락
마른 낙엽 냄새에도
지독한 고독이 아픔을 앓아낸다.
개울가 한 귀퉁이로
여물어 가는 달빛 한 줌
얼룩 남긴 커피자국처럼
껴안아 버린 슬픈 흔적 하나가
억새풀 뒤흔드는 모진 바람에
멍울 지는 그리움으로 가슴앓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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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가을나무
김수미
하늘이
말갛게 익어가던 날
뜨거운 햇살 한 점을 입안에 넣었다.
입안에 스며든
햇살 빛이 너무 고와
어느새
눈물에 담겨서 반짝거린다.
두근거리는 가슴
단풍들어 붉은 두 뺨
살며시
와 닿는 낯익은 바람.
가을은
다정한 미소로
곱게 채색된 사연을 살며시 쥐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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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가을입니다
김수미
가을입니다.
당신이 남겨놓은 지난 세월의 그림자가
노랗게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가을입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소리에 추억의 그림들이
풍경화처럼 기억 속에 펼쳐집니다.
가을입니다.
진한 커피향기가 마른 잎 타는 향기와
참으로 많이 닮았습니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합니다.
가을은 이별의 계절이기에
그래서 고독하고 외로운 것이라고.
하지만,
내게는 가을이 참으로 사랑스러운 계절입니다.
당신을 기억할 수 있으니까.
당신이 남겨 놓은 많은 추억들이 살아서 따뜻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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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겨울
김수미
무서리 내리는 겨울
나무 둥지 아래 깊은 골은
어두운 밤을 익혀
하얀 꿈을 키워내고
산과 들의 숨소리는
돌 밑 속에서 호흡을 가다듬는다.
솟구쳐 올라갈 듯
용틀림 하던 폭포수도
절벽 등에 업힌
아기처럼 깊은 잠이 들고
맑게 흐르던 계곡 물도
얼음장 밑으로 몸을 낮춘다.
겨울은
엄마의 품처럼
포근하게 다가와
지친 계절을 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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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겨울 길
김수미
깊은 밤 끝자락에
하얗게 열린 겨울 길.
가만 가만히
겨울 길을 밟으면
뽀드득거리는 겨울임의 발걸음 소리.
슬픈 시선 끝자락에
하얗게 쌓인 그리움.
가만 가만히
겨울 길을 바라보면
소복하게 쌓인 겨울임의 눈물 빛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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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그대가 그립습니다
김수미
설익은 풋사과 같은 우리의 만남이
차곡히 쌓여 농익은 가을빛으로 물듭니다.
다정히 거닐던 돌담길도
흘러가는 강물도 우리의 사랑을
아름답게만 채색했습니다.
그대의 따뜻한 목소리가
전화기로 흘러나올 때마다
그 사랑이 영원할 줄 알았습니다.
차가운 계절의 숨소리가
그대의 온기를 빼앗아 가던 그 날
울 수도 없는 고목처럼
하얀 피 마름으로 눈물마저 굳어져 버렸습니다.
한 줌의 먼지 되어
내 곁을 떠난 그대의 온기가 그립습니다.
그대가 보고프면 어찌합니까?
그대가 그립습니다.
그대를 지켜주지 못한
나 자신이 원망스러워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환한 미소는 사진 속에서만 느낄 수 있고
사랑해...귓가에 맴도는 그대의 목소리는
아직도 식지않은 그리움으로 남습니다.
그대가 그립습니다.
소용돌이치는 보고픔에
가눌 수 없는 현기증으로
숨이 막혀옵니다.
그대가 그립습니다.
이 세상 시간이 다 지나간 다음에도
그대 향한 내 사랑은 영원한 사랑임을 고백합니다.
오늘밤도 여전히 나는 그대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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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그대는 모를 겁니다
김수미
그대의 목소리를 들을 때면
벅찬 기쁨에 심장이 터질 듯
요동치는 이유를 그대는 모를겁니다.
그대와 마주앉아
그저 바라만 봐도 행복함에 타는 갈증으로
목이 말라오는 이유를 그대는 모를 겁니다.
그대로 인해
뜨거운 열병에 걸려 헤어날 수 없음도
그대의 모습이 그리워
하늘을 하루에도 몇 번씩 올려다보는지도
그대 때문에
내 호홉이 흔들리며 한숨과 눈물을 얼마나 많이
토해내는지도 그대는 모를 겁니다.
그대의 목소리가 그리워
울리지 않는 전화기를 바라보며
눈을 떼지 못하는 이유를 그대는 모를 겁니다.
그대를 만나서
뽀로퉁 입술을 내밀며 괜한 투정을 부리고
토라지는 이유를 그대는 모를 겁니다.
그대가 슬픈 눈을 보일 때 내가 더 슬퍼지는 이유를
그대가 환한 미소를 보일때 내가 더 기뻐지는 이유를
그대가 아파할 때 내가 대신 아파줄 수 없음에
가슴이 메어지는 이유를 그대는 모를 겁니다.
그대와의 약속시간에 먼저 가서 기다리다가
늦은 그대가 미안해 할까봐 그대의 모습이
보일 때면 그대 몰래 주변을 배회하다가
조금늦게 나타나 미안한 듯 그대를 쳐다보는
내 마음을 그대는 모를 겁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그대와 닮아 가고 있는 자신에
흠짓놀라며 웃음이 나오는 이유를 그대는 모를 겁니다.
내가 그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대가 몰라도 좋습니다.
그대와 내가 사랑하고 있다는
그 사실, 그 이유 하나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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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그대는 바람이었나요
김수미
그대는 바람이었나요?
내 곁을 스치며
내 마음을 흔들어 놓고 가는 바람.
지난날
빈 가슴속으로 불어오던 그대의 사랑
이제는
채워진 그리움으로 가득히 차올라
울음조차 크게 소리 내 울 수 없는
가슴 메여지는 슬픔.
그대는 바람이었나요?
내 곁을 맴돌며
내 기억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바람.
지난날
잠 못 이루며 간절한 바램을 나열하던 글들
추억이란
낡은 사진과 같아서
빛바랜 기억의 한 귀퉁이에 각인 되버린 그림자.
그대는 머물수 없는 바람이었나요?
머물지 못할 바람이라면
내 곁을 그냥 스쳐가세요.
그저 달빛에 걸쳐진 구름처럼
그렇게 조용히 스쳐가세요.
내 그리움을 흔들어
피멍 들도록 할퀴어 울리지 마세요.
그저 달빛에 걸쳐진 구름처럼
그렇게 조용히 스쳐가세요.
그저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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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그대를 사랑하는 이유
김수미
그대를
무엇 때문에 사랑하게 됐는지.
나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 어느 하나가 좋아서 시작된 마음이 아닙니다.
그대의 그 모든 것이
내겐 소중하고 사랑스럽습니다.
때로는 그리움과 아픔, 그리고 미움이
그대를 원망하게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대와 마주할 때면 늘 시간이 부족합니다.
세월이 지나가는 것도 모른 체 마냥 행복해집니다.
시간 속에 내가 있듯
그대도 내게 있습니다.
오늘도
그대는 내게 어떤 의미로 새겨지나 봅니다.
그래서
이 하루가 내겐 너무나 행복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이유 그 하나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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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그대에게 가는 여행
김수미
그대 향한 마음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설렘이란 기차표를 구매하고,
그리움이란 기차를 타고 떠나보자.
그리움의 기차는 간절함이란 간이역에 잠시 멈춰서고
기다림이란 애타는 국수의 맛을 보자.
그대가 있는 사랑이란 종착역까지 떠나보자.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눈물이란 나무들과
보고픔이라는 들판에 애절함이란 꽃들이
피어 있음을 보자.
그대가 나를 맞이하는 사랑이란 역에 다다를수록
행복이란 여행가방이 더욱 커져 있음을 본다.
칙칙폭폭……
칙칙폭폭……
그대 향해 달리는 기차가 멈춰 섰다.
내 앞에 그대가
미소 띤 얼굴로 두 팔을 벌린다.
이제부터 함께 가야할
또 다른 여행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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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그때가 그립습니다
김수미
손등 소복이 모래 쌓아 올리며
두꺼비집 짓던 어린 시절.
벽돌가루 곱게 내어
풀잎 김치 담던 소꿉놀이.
까까머리 철이
단발머리 순이
까르르 웃던 해맑은 웃음이
사랑스러운 그때가 그립습니다.
여름이면
어김없이 지나가는
주스 맛 얼음과자 아저씨.
겨울이면
골목길의 정겨운 목소리
찹쌀떡 메밀묵을 외치는 아저씨.
구성진 목소리가 정겨운 그때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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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그런 삶이면 좋겠다
김수미
눈부신 아침 햇살에 나른함을 털어 내며
향긋한 커피 한 잔에도 활기찬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그런 삶이면 좋겠다.
불어오는 바람 한줄기에도
저절로 콧노래가 흥얼거려지며
어깨가 가뿐해지는 그런 삶이면 좋겠다.
울리는 전화 벨 소리가
내 사랑하는 사람의 신호이기를 바라며
수화기를 들 때 흘러나오는 그대 목소리에
마냥 행복해지는 그런 삶이면 좋겠다.
늦은 밤에 별을 헤아리며 걸어가다
밤하늘에 우연히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며
나도 모르게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손 모아
기원할 수 있는 그런 삶이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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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그리움에 물들거든
김수미
사랑하는 이여
그리움에 물들거든
잔잔하게 출렁이는 호수를 보아라.
사랑하는 이의 눈빛을 닮은
깊고 그윽함이 느껴지리라.
사랑하는 이여
그리움에 물들거든
숲에 부는 바람소리를 들어라.
그대와 부르던 사랑의 노래들이
감미롭게 들리리라.
사랑하는 이여
그리움에 물들거든
예쁜 편지지에 마음을 담아라.
쏟아낼 수 없는 많은 사랑의 밀어들이
그대 앞에 나타나리라.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는
가슴속에서 요동치는 소리를 듣게 되리니
아름다운 사랑의 언약
영원히 사랑하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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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그리움으로 사랑으로
김수미
달무리 지는 하얀 밤
수줍은 그리움이 꽃으로 피어난다.
봄날의 연분홍 사연도
투명한 이슬빛 눈물로 맺히고
진홍빛 그리움은 하얀 그리움으로 피어난다.
사랑은 그리움이라
그리움은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리라.
하얀 초롱꽃이
까만 밤 불 밝히면
수줍은 그대
내게 오리라.
그리움으로 사랑으로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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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그리움이 나를 부를 때
김수미
눈 지그시 감고
등 기대어 부르는 휘파람소리가
오늘은 왠지 쓸쓸하게만 느껴집니다.
푸스럭거리는 대숲마저
그리움에 몸을 움츠리고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 주춤거리며
휘파람소리에 감겨듭니다.
그리움이 나를 부를 때
나는 작은 흐느낌으로 대답해줍니다.
내 작은 흐느낌의 떨림이
그대의 가슴속 울림으로 메아리 되어
나에게로 되돌아오고,
난, 또다시
밀물처럼 밀려오는 그대 그리움을
썰물 빠지듯 그렇게 한숨으로 토해냅니다.
그리움이 나를 부를 때
나는 대답합니다.
나도 그리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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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기억 저편에
김수미
희미해진 기억 저편에
그림자로 남아 있는 그대가 있습니다.
유난히 파도를 좋아했던 그대
넘실대는 파도를 행복한 미소로 바라보던 그대
먼 훗날 우리의 꿈과 사랑, 그리고 행복을
꿈꾸던 그대가 기억 저편에 남아 있습니다.
비가 오면 보고픔이
눈이 오면 설렘이
그리움의 앙금을 흔들어
가슴 위까지 차 오르게 합니다.
빗속에 안개처럼 뿌연 기억으로
흰 눈 속에 어렴풋한 그대의 따뜻한 가슴이
기억 저편에 남아 있습니다.
해와 달이 바뀌고 계절이 변해가며
그대를 지워내는 동안에도
그대는 여전히 내 사랑의 그림자로
가슴속에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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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꽃샘바람
김수미
봄을 재촉하듯
꽃샘바람이 불어온다.
차가운 꽃샘바람에
햇빛은 그 빛을 더하고
시리도록 푸른 하늘도
더욱 푸르러진다.
긴 겨울 동안
잠을 자던 나무는
꽃샘바람에 잠이 깨어 싹을 틔운다.
더욱 진한 향기를 품으려면
힘겨움도 견뎌야 한다고.
강한 생명력이
더욱 빛나는 봄을 만드는 것이라고.
이것이
봄에 대한 꽃샘바람의 사랑이라고
수줍은 듯 고백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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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나만 그런 줄 알았습니다
김수미
많이 아팠습니다.
보고픔에 가슴이 아려 피멍이 들도록
많이 슬펐습니다.
그리움에 눈물이 목구멍까지 밀려들도록
많이 사랑했습니다.
나 자신 만큼이나 너무나도 소중한 그대를.
나만 그런 줄 알았습니다.
나만 그렇게 아프고 슬프도록
당신을 사랑하는지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알겠습니다.
무뚝뚝한 그대가
나 때문에 가슴으로 아파하고 슬퍼하며
자신보다 더 나를 사랑하고 기다려왔었다는 것을.
그대도 나처럼
같은 사랑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는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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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난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
김수미
난 당신의
아름다운 꽃잎이기보다
든든하게 지탱해주는 뿌리이길 원합니다.
마시면 취해버리는 술 같은 사랑보다
마실수록 더욱 향긋한 한잔의 차 같은 사랑이길 원합니다.
뜨겁게 타오르다 목마름에 고통이 되는 태양이기보다
어두운 까만 밤길 비춰주는 은은한 달빛이기를 원합니다.
애절하게 부르짖는 외침이기보다
먼 곳까지 울려 퍼지는 메아리이길 원합니다.
거칠게 밀려드는 바닷가 파도이기보다
물결에 쓸려 모나지 않은 동그란 조약돌이길 원합니다.
난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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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내가 그대라면
김수미
내가 그대라면
사랑의 말을 쉽게 하지 않았을 텐데.
지켜내지 못할 사랑의 약속은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그대라면
상처의 말을 쉽게 하지 않았을 텐데.
마음에 멍이 드는 아픔을 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가 그대라면
이별의 말을 쉽게 하지 않았을 텐데.
다시 그리워 보고파 하는 이별은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가 그대라면
마음에도 없는 말은 하지 않았을 텐데.
그리하여 사랑을 잃어버리는
어리석음 따윈
결코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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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너와 나
김수미
네가 나를 불렀더냐
내가 너를 불렀더냐
동여지고 매어지는 밧줄처럼
당겨지고 끌려지는 줄다리기처럼
너와 내가 하나의 끈이였음이더라.
네가 나를 이끌었더냐
내가 너를 이끌었더냐
구비진 언덕길을 쉼없이 걸어가듯
흐르는 강물을 노저어 건너가듯
너와 내가 손과 발이었음이더라.
너의 눈이 희망을 바라보고
나의 입이 사랑을 노래하며
너의 귀가 인생을 듣고
나의 코가 삶의 향기를 맡는다.
사랑이란 두 글자
너와 나
바로
우리 둘 이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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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눈물나는 날에는
김수미
사랑해서 눈물나는 날에는
가만히 호수에 흔들리는 바람을 보아라.
작은 파문에도 동그랗게 흔들리는 호수처럼
내 사랑도 그대 가슴에 작은 원을 그리고 있을테니
그리워서 눈물나는 날에는
고개 들어 하늘 끝에 떠가는 흰 구름을 보아라.
내 그리움이 그려내지 못하는 사랑을
저 흘러가는 구름이 그대 마음에 내 사랑을 곱게 그려줄테니
보고파서 눈물나는 날에는
푸른 숲 속의 나무와 노래하는 새들을 보아라.
밤새워 써 내려가도 끝없는 사랑의 시를
숲의 나무와 새들이 그리움에 보고픈 마음을 그대에게 노래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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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눈이 내리는 창가
김수미
창문 너머 흰 눈이 내린다.
바람에 흩날리며 함박꽃을 피워댄다.
발그레 얼어버린 겨울의 살결
출렁이던 파도와 동면하는 바닷가 해변
파랗게 멍이 들던 파도마저
흰 눈을 안아 들인다.
파란 물 속으로 살며시
몸 담그는 함박눈 꽃송이
파르르 떨던 눈송이가
바다에 살포시 입을 맞춘다.
눈 내리는 창가
멀리 보이는 바다는
어느새 흰 눈송이와 사랑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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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당신이었으면
김수미
나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단 한 사람.
그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쁜 머그잔에 담긴 향기 그윽한 커피 한잔과
수줍은 연분홍빛 사랑이 당신 것 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날마다 예쁜 비밀 조각이
퍼즐에 하나, 하나씩 맞춰져 갈 때
완성된 그림 속에 주인공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사람들의 눈물을 담은 것이라면
내 마음속에서 내리는 비는 행복을 담은 사랑입니다.
내게 남은 것이 단 하나
그것이 사랑이라면
그 사랑을 주고 싶은 주인공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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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동행 (同行)
김수미
반평생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지치고 힘들 때마다 혼자 걷는 길이라 생각했네.
걷다가 넘어지고
걷다가 주저앉고
눈물 흘리며 뒤돌아보니
걸어온 발자국마다
언제나 말없이 함께 한 동행이 있었네.
날 위해
눈물로 동행해준 한없이 큰사랑이
나의 등뒤에서 하늘빛처럼 푸르게 서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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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마음으로 그리는 풍경화
김수미
향나무 그늘에 앉아
고운 빛을 가진 이들이 하루를 그려낸다.
푸른 물빛을 닮은 사람.
보랏빛 꿈을 닮은 사람.
초록빛 풀잎을 닮은 사람.
붉은 장미꽃을 닮은 사람.
황금빛 햇살을 닮은 사람.
그윽한 노을빛을 닮은 사람.
향토빛 그리움을 닮은 사람.
밤하늘과 그 속의 별빛을 닮은 사람.
각기 고운 빛으로 삶을 풀어내며
멋진 한 폭의 풍경화를 마음으로 그려내고 있다.
마음속에 고운 빛을 가진 사람들.
눈빛이 맑고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
그 속에서
나는 고운 마음들을
내 가슴속에 차곡차곡 담아
행복으로 하루를 채색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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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문득 생각나는 사람
김수미
길을 걷다가
향긋한 커피향을 맡으면
문득 생각나는 사람.
거리의 많은 사람 사이로
유난히 분홍빛 티셔츠를 보면
문득 생각나는 사람.
바람부는 저녁
덜컹대며 창문 흔드는 소리에도
비 오는 날
노란 우산을 쓴 고운 여인의 뒷모습에도
문득 생각나는 사람.
아련한 기억 속에
아직도 울렁이며 그리운 사람.
혼미한 시간 속에
문득 떠올라 미치도록 보고픈 사람.
내 사랑하는 그대여.
나의 소중한 여인이여.
오늘도
그대 생각에
긴 밤 잠 못 이루며
하얀 새벽을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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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비워내기
김수미
먼지 털어 내듯
툭툭 마음 비워내기를 합니다.
내 기억 속의 상처를.
내 기억 속의 추억들을.
참 많이 울어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 아파서
너무 슬퍼서
너무 그리워서.
살아 숨쉬는 동안
내가 앓아야 했던 많은 것들.
이젠
비워야 합니다.
아마도
잠 못 이룰 날이 많을 것 같습니다.
슬픈 나를 기억하지 않으려면.
내 모든 것이
자유로워지도록
내 마음을 비워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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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사랑에게
김수미
사랑아,
너는 어느 가슴에 머무르려느냐
바람에 지는
잎새의 가슴이더냐,
말없이 흐르는
물결의 가슴이더냐,
하얀 밤에
외로이 피어나는 달맞이 꽃의 한숨이
찬란히 떠오르는 아침 햇살의 그림자로
다시 피어나는 향기로운 가슴에 머물 거라.
사랑아,
너는 어느 그리움 속으로 떠나려느냐
비 오는 회색도시의 그리운 추억이더냐
애절한 연인들의 슬픈 눈물이더냐
떨어지는 빗물에
추억 한 자락 펼치고,
수묵화로 짙은 아픔 그려내는
그리움 가득한 사랑노래 속으로 떠나거라.
사랑아.
사랑아.
세월 속에 눈물 속에
옹골진 연인들의 가슴마다
너의 향기로 머물러 사랑 노래 울리게 해다오.
☆★☆★☆★☆★☆★☆★☆★☆★☆★☆★☆★☆★
《31》
사랑은 아픔입니다
김수미
사랑은 아픔입니다.
그리움을 가득히 가슴에 담고,
그 사람의 눈빛을 기억하며
나를 다스리는 것입니다.
사랑은 아픔입니다.
힘든 이별의 시간에도
행여 그 사람이 아파할까 봐
가장 행복했던 추억들을 되새기며
미소로 그 사람을 보내야만 합니다.
사랑은 아픔입니다.
돌아서서 상처를 부둥켜안고
슬픔을 토하듯 울부짖을지라도
그 사람을 위해 아무렇지 않은 듯
당당히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사랑은 아픔입니다.
사랑은 눈물입니다.
사랑은 상처입니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그 사람을
사랑한 것은 내 몫이었기에
사랑을
결코 후회하지 않습니다.
☆★☆★☆★☆★☆★☆★☆★☆★☆★☆★☆★☆★
《32》
사랑을 채색하며
김수미
삶이라는 하얀 도화지에
설레임 가득한 분홍색을 칠하고,
당신과 꿈을꿀 파란색의 꿈과
초록색의 세월을 그려 넣으렵니다.
힘들고 지칠 때는
투명한 물방울 색으로
눈물이 보이지 않게 덧칠을 하겠습니다.
좌절과 절망의 시간이 올 때는
검은색으로 고통을 덮을 것이며,
그 위에 흰색으로 빛나는 별을 그리렵니다.
그래서,
절망 속에 희망을 바라보듯
빛나는 별을 바라보렵니다.
그것은
그대와 내가 그려낸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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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사랑하기 때문에
김수미
일하다가도 문득, 그대가 떠오릅니다.
길을 걷다가도 그대가 그립습니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도
대나무 숲을 지나며,
바람의 바스락거림 속으로
수그러지는데
내 그리움의 열기는
쇳물 녹여내는 용광로처럼
보고픔의 가슴을 뜨겁게 태워버립니다.
보고픔이 깊어 가슴이 아픕니다.
그리움이 깊어 눈물이 흐릅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지칠 줄 모르는 그리움은
더욱더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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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슬픈 계절에 아픔 하나
김수미
삶을 붙잡고 앓아내던 아픔
지친 어깨 위에 흐르던 슬픔이
하늘 위 떠가는 회색 구름처럼
망연히 흘러간다.
삶을 놓고, 혼불 되어
돌아서는 야속한 사람.
빈자리 남겨진 아픔에
흐르는 어머니의 눈물이
슬픈 계절에 아픔 하나를 더한다.
타들어가던 태양도
구름 속으로 몸을 감추고
천둥으로 목놓아 울었다.
두고가는 사랑 앞에
뗄 수 없는 발걸음은
향연기속 으로 사라지고
사그라지는
향불만큼 짧아지는 이승의 줄은
머물 수 없는 시간이 되어
슬픈 계절에 아픔 하나로 남는다.
야속한 사람,
홀로된 사랑은 어이하라고
쏟아낼 수 없는 슬픔을 남기고
그리 서둘러 가십니까.
슬픈 계절의 이 아픔 하나 어찌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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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시간여행
김수미
어느 날부터인가
바람과 빗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사라져 버린 시간
숨겨져 있던 자존심
내 안에서 들리는 상념의 소리를.
이 세상에
마법이 있다면
잃어버린 시간을
슬픔에서 기쁨으로
되돌릴 수 있을 텐데.
우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
낡은 가방 하나에
설렘을 가득히 담아
고독한 시선이 향하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자.
당신으로 인해 새롭게 들리던
빗소리와 바람소리를 찾아서
내 안에서 울렁이는
그리움의 물결 따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여행을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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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언젠가
김수미
언젠가 나 그대 앞에
손을 내밀 때가 오면
그대여,
내 손 잡아주시겠습니까.
아무것도 묻지말고
그저 내 손 잡아 주시겠습니까.
언젠가 그대에게 돌아올 때
걸어갔던 길이 너무 멀어
돌아오는 길에 주저앉으면
그대여,
내게 넓은 등을 빌려 주시겠습니까.
슬픈 눈을 보이지말고
그저 넓은 등을 내주시겠습니까.
언젠가,
그대와 내가 슬픈 사랑으로 돌아섰던
그 자리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
그대여,
다시는 슬픔으로 맺지 말고
손 내밀어 잡아 주고
등 내밀어 업고 가는
따뜻한 사랑으로 한평생을
그대와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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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이유를 알겠습니다
김수미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바람이 못내 서러움 한 자락 떨어뜨려
그 슬픔에 나뭇잎이 슬피 흐느낀다는 것을.
밤하늘에 달무리가 지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태양을 앞에 두고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사모하다 흐려지는 달님의 눈물이라는 것을.
비가 오는 날 천둥이 슬피 울어대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가슴속에 가두어두고 참아내던 아픈 속내가
터질 듯 차 올라 마침내 소리내서 통곡한다는 것을.
서글픈 바람처럼, 달무리 지는 달처럼, 통곡하는 천둥처럼
내가 슬퍼지는 이유도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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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인연의 실타래
김수미
작은 시간 속에 많은 세월
시간이 흐르며 인연의 옷자락들을 스친다.
그렇게
세월들이 엮어준 인연들로
세상은 움직이며 돌아간다.
정겨운 눈길 한 번에도
살포시 지어 보이는 하얀 미소 속에도
많은 인연의 실타래가 만들어진다.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올 때도
아침을 지나고 한낮을 넘기며
밤이 찾아들 때에도 인연의 실타래는
초침 째깍임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너와나, 우리라는 하나의 공동체
내게 소중한 작은 시간
내게 소중한 귀한 인연
오늘도
시간 속에 인연의 실타래를
만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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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잊으려 했지만
김수미
아픈 사랑이
싫어서 잊으려 했지만
그대를 사랑하는 내 마음이
나를 놓아주질 않습니다.
잊으려 하면 할수록 더욱
보고픔이 커져만 갑니다.
슬픈 사랑이
싫어서 미워하려 했지만
미워하려 할수록
더욱 가슴이 아파만 갑니다.
짙은 그리움이 싫어서
냉정 하려 했지만
마음을 내려놓을수록
더욱 파고드는 그대 사랑이
나를 놓아주질 않습니다.
마음의 문을 닫을수록
그리움은 눈덩이처럼 커져만 가고
잊으려 했지만 잊지도 못하고
돌아서려 했지만 돌아서지도 못하는
나는 바보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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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정녕 그대는
김수미
정녕 그대는
내게 그리움입니다.
소슬바람에도 토해내는 한숨이
여민 가슴 더 시리게 다가서는
애절한 산울림입니다.
눈부시게 다가서는
간절한 너울거림
한 줌 햇살에도
옅은 눈 감아가며
그대를 그리워합니다.
정녕 그대는
내게 외로움입니다.
저벅거리며 걷는 타버린 저녁에도
숯덩이 된 까만 가슴 쓸어 올리며
화롯가에 묻어두고 살려내는
한 줌 불씨입니다.
더운 한낮 불어주는
산들바람 같은
단 바람이
밤새 묻어둔
외로움 한 조각
불씨 되어 피어납니다.
정녕 그대는
내게 사랑입니다.
내어주고 더 퍼내어 주어도
다시금 가득차버리는
화수분 입니다.
마실수록 더 타는 목마름으로
갈구하는 바닷물 같은 사랑
내어주고 품어 내주어도
더 내어주고픈
돌 밑의 샘물 같은 사랑으로
나 그대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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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추억이란 이름
김수미
가을빛이
퇴색한 향기를 내며 바스락거 릴 때
쓰디쓴 그리움
입에 털어 넣고 술 한잔을 삼킨다.
마른 입술에 묻은
눈물 한 조각이 부서져 내릴 때
남은 기억들은
휘청거리며 바람에 흩어지고
가을이 남겨놓은
잿빛거리 나뭇잎 위로
추억이란 이름의
붉은 노을이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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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햇살이 따뜻했던 봄
파도 출렁이던 바닷가의 여름
노랗게 붉게 물들던 가을
그런 계절꽃을 보고 사는
우리는 행복합니다
김수미 시인의
짙은 향기의 글
첨 접해봅니다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