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동탄 3</p><p> </p><p> </p><p>무대나 장소에 따라 영향을 받는 가객들처럼</p><p>새들도 저마다 좋아하는 나무들이 있어서</p><p>에코가 달라지는지 모르겠다</p><p>노래방에서처럼 이 나무 저 나무 옮겨가며</p><p>아아 마이크 테스트를 하는지 모르겠다</p><p>옥매를 좋아하는 새라면 좋겠는데</p><p>기다리는 새는 쉬 오지 않는다</p><p>취향이 까다로운 새라면</p><p>듣기 힘든 귀한 소리를 공으로 들을 수도 있으련만</p><p>나무는 땅에만 심는 것이 아니라서</p><p>가지는 가지대로 낯선 공기들과 입주 인사를 나눠야 한다</p><p>뿌리하고 땅하고 한몸이 되려면</p><p>개미들이 바지런을 떨어야겠고</p><p>벌레들은 더 자주 왕래를 해야 할 것이다</p><p>무심하게 지나가던 구름은 축성 삼아</p><p>비라도 몇 차례 뿌려주고 가야 하겠지</p><p>나무는 나무대로 떡잎이라도 좀 돌려야겠지</p><p>누가 먼저 찾아올지 두근거리는 며칠</p><p>새로 장만한 악기의 연주법은 기다림이어서</p><p>가지의 멍울들을 나는 음표처럼 들여다본다</p><p>내게 한 사람이 오는 일이 그와 같았으니</p><p>새 한 마리가 나무에 앉기 위해선</p><p>참으로 많은 궁리와 일들이 있고 난 뒤다</p><p> </p><p> </p><p> </p><p>[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 문학동네, 202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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