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랜디 존슨, B는 로저 클레멘스의 2004년 성적이다(괄호 안은 내셔널리그 순위). 6가지 지표에서 클레멘스를 모두 앞선 존슨은 그해 명실상부한 내셔널리그 최고 위력의 투수였다. 하지만 존슨은 사이영상 투표에서 클레멘스에게 상당한 차이로 패했다(클레멘스 1위표 23개, 존슨 8개).
이로 인해 클레멘스가 통산 7번째 수상에 성공한 반면, 6번째 수상에 실패한 존슨은 클레멘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쳤다. 투표 결과를 결정지은 가장 결정적이었던 요인은 바로 승패. 클레멘스가 18승4패(승률 .818)를 기록한 반면, 존슨은 16승14패(승률 .533)에 그쳤다.
물론 승패는 선발투수를 평가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척도 중 하나다. 하지만 선발투수의 승패에는 본인의 능력 외에도 많은 것들이 영향을 미친다. 그해 111패 팀 소속의 존슨은 92승 팀의 클레멘스에 비하면 승수를 챙기는 데 불리한 여건을 가지고 있었다. 애리조나는 평균득점 최하위, 수비율 최하위, 불펜 방어율 14위를 기록한 리그 최악의 팀이었다.
그렇다면 승패를 제외한 경기 내용은 어땠을까. 선발투수의 경기 내용을 평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 스코어(GSC : Game Score)라는 지표가 있다.
2004년 존슨은 평균 게임 스코어(AGS : Average Game Score)에서 64.8점으로 리그 1위를 차지했다. 반면 클레멘스는 그보다 5.5점이 낮은 59.3점(6위)이었다. 한편 20승10패 방어율 3.49로 사이영상 투표 3위에 오른 로이 오스왈트의 게임 스코어는 55.3점(12위) 18승7패 3.20의 4위 제이슨 슈미트는 61.8점(3위)이었다.
2005년 바톨로 콜론은 21승8패 방어율 3.48의 성적으로 사이영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해 아메리칸리그 최고의 선발투수는 16승7패 2.87을 기록한 요한 산타나였다. 산타나는 게임 스코어에서 62.8점으로 55.2점(리그 5위)의 콜론을 무려 7.6점이나 앞섰다.
평균 게임 스코어는 경기당 게임 스코어의 평균치다. 경기당 게임 스코어는 다음과 같이 계산한다.
1. 50점에서 출발 2. 아웃카운트당 1점 추가 3. 4이닝 이후 추가 이닝당 2점 추가(이닝을 완전히 끝낼 경우만) 4. 탈삼진당 1점 추가 5. 안타당 2점 제외 6. 자책점당 4점 제외 7. 비자책점당 2점 제외 8. 볼넷 허용당 1점 제외
지난해 5월6일(이하 한국시간) 박찬호는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9이닝 무실점(2안타 4볼넷 4삼진)의 눈부신 호투를 선보였다. 하지만 9회까지 승부가 나지 않아 완봉승의 내용으로도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게임 스코어를 계산해 보자. 먼저 50점에서 출발한다. 27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냈으니 27점이 추가된다(77점). 4이닝 이후 5이닝을 더 던졌기 때문에 10점이 더 추가된다(87점). 여기에 탈삼진 4개로 얻은 4점을 더하면 91점이다.
다음은 점수를 뺄 차례. 안타 2개를 맞았으니 4점을 뺀다(87점). 점수는 내주지 않았음으로 실점으로 인한 감점은 없다. 마지막으로 볼넷 4개로 인한 4점을 뺀 총점은 83점이다. 이는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25번째로 좋은 내용의 경기였다.
이번에는 5⅓이닝 7실점 5자책(8안타 4볼넷 2삼진)으로 무너졌던 애틀랜타전(7월16일)을 계산해 보자. 먼저 50점에서 출발한다. 16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냈으니 16점이 추가된다(66점). 4이닝 이후 자신이 완전히 책임진 이닝은 1이닝임으로 2점이 추가된다(68점). 2개의 삼진에 다시 2점이 추가된다(70점).
다음은 점수를 뺄 차례. 8개의 안타를 내줬으니 16점을 뺀다(54점). 다시 5자책점으로 20점이 빠지며(34점) 비자책 2점으로 4점이 더 빠진다(30점). 마지막으로 4개의 볼넷으로 인한 4점을 빼면 총점은 26점이 된다.
지난해 박찬호가 21번의 선발등판에서 기록한 평균 게임 스코어는 48점이었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에서는 제프 수판(12승7패 4.12) 덕 데이비스(11승11패 4.91) 애런 쿡(9승15패 4.23)과 같았다.
김병현의 경우 가장 좋았던 게임스코어는 7이닝 무실점(5안타 2볼넷 7삼진) 승리를 따낸 텍사스전(6월26일)의 72점이었으며, 가장 나빴던 것은 3⅔이닝 7실점(9안타 4볼넷 1삼진)으로 무너진 애리조나전(7월24일)의 12점이었다. 평균은 45점으로, 규정이닝을 채운 선수 중에서는 마크 벌리(12승13패 4.99)와 같았다.
또 서재응은 7이닝 1실점(3안타 1볼넷 4삼진)으로 패전투수가 된 7월7일의 뉴욕 양키스전이 70점을 얻은 반면, 1⅔이닝 8실점(7안타 2볼넷 0삼진)으로 무너진 9월26일의 양키스전에서는 7점에 그쳤다. 평균은 43점으로, 규정이닝을 채운 선수 중에서는 로드리고 로페스(9승18패 5.90)와 같았다.
지난해 평균 게임 스코어가 가장 좋았던 선수는 62.2점의 산타나로, 유일한 60점대 선수였다. 크리스 카펜터(59.1) 브랜든 웹(57.8) C C 사바시아(57.4) 로이 오스왈트(57.2) 카를로스 삼브라노(57.1)가 그 뒤를 이었다. 산타나는 지난 3년간의 평균에서도 63.2점을 기록했는데, 60점대 선수는 역시 산타나뿐이다. 특히 18승2패 방어율 1.36을 기록했던 2004년의 마지막 22경기는 평균 74.2점이었다.
반면 얼마전 보스턴이 마무리 후보로 영입한 호엘 피네이로(8승13패 6.36)는 38.5점으로 규정이닝을 채운 80명 중 최하위였으며, 카를로스 실바(11승15패 5.94)는 39.8점으로 겨우 꼴찌를 모면했다'
근래 들어 최고의 게임 스코어 시즌은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역사적인 2000년(18승6패 방어율 1.74)이었다. 284의 조정방어율 신기록을 세운 그해 마르티네스는 무려 73.3점을 기록했다. 매 경기마다 7⅓이닝 1실점(4안타 1볼넷) 9삼진을 기록한 셈이다.
그렇다면 100점짜리 경기도 나올 수 있을까. 9이닝 완봉을 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점수는 87점. 여기에 안타 볼넷 없이 13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퍼펙트게임이라면 100점이 된다. 안타를 내줄 경우에는 1개당 2개의 삼진, 볼넷은 1개당 1개의 삼진을 더 잡아내야 100점이 유지된다.
지난 5년간 100점 경기가 나온 것은 단 2번으로, 그 중 한 번은 바로 랜디 존슨이 2004년 애틀랜타전(5월19일)에서 따낸 9이닝 13K의 퍼펙트게임이었다. 또 2002년 커트 실링은 밀워키전(4월8일)에서 완봉을 기록했는데, 안타 1개 볼넷 2개를 내주고 17개의 삼진을 잡아내면서 역시 100점을 기록했다.
반대로 0점이 나올 수도 있다. 박찬호는 2005년 LA 에인절스전(6월22일)에서 1이닝 8실점(10안타 1볼넷 0삼진)으로 무너졌는데, 게임 스코어를 계산해 보면 -3점이 나온다. 마이너스는 0점으로 계산된다.
게임 스코어도 절대적인 수치는 아니다. 계산법에 대한 반론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할 수 있는 '결과'가 빠져있다. 선발투수의 투구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좋은 참고자료일 뿐이다(게임 스코어를 만들어낸 목적 자체가 선발투수를 위한 '완벽한 지표'를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한편 ESPN은 매 경기마다 박스스코어 하단에 선발투수의 게임 스코어(GSC)를 표기하고 있으며, 기록실을 통해 평균 게임 스코어(AGS)도 서비스하고 있다.
첫댓글한때 이런 세이버메트릭스에 빠져 있었던 적이 있었져..^^ AGS도 엑셀에 와꾸가 있네여 ^^; 추려서 기록한번 내볼까나 ^^ 근데 이런것들을 볼때마다 우리도 쉽게 자료를 찾을수있는 데이터베이스가 마련됐으면하는 바램입니다...AGS야 그럭저럭 KBO에서 제공하는 기록들로도 가능하지만...거의 대부분 경기별로 노가다를 해야하니 ㅠ.ㅠ
첫댓글 한때 이런 세이버메트릭스에 빠져 있었던 적이 있었져..^^ AGS도 엑셀에 와꾸가 있네여 ^^; 추려서 기록한번 내볼까나 ^^ 근데 이런것들을 볼때마다 우리도 쉽게 자료를 찾을수있는 데이터베이스가 마련됐으면하는 바램입니다...AGS야 그럭저럭 KBO에서 제공하는 기록들로도 가능하지만...거의 대부분 경기별로 노가다를 해야하니 ㅠ.ㅠ
흠 그럼 이 게임스코어라는것이 저위에 나온데이타보다 정화하다는것인가요?? 투수를 비교할때..
뭐 정확하다는 것보다..승,패,방어율,탈삼진등 현재의 기록은 결과에 치중한 스텟이져..좀더 경기내용(과정)으로 선발투수를 측정하기위한 스텟으로 알고 있습니다...
과정이 어떳든 일단 가장중요한것은 결과가 아닐런지..모든사람들이 과정이중요하다고 하지만.. 이해가 안감.. 과정이 어떻든 이기면 좋은거고 지면 나쁜것아닌지 ..-.-
^^ 당연히 프로에서는 결과가 무엇보다 중요하겠져..하지만 FA의 문제해결등을 위해서는 선수를 좀더 정확하게 판단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이름값이아닌 정확한 선수를 평가하기위해서는 눈에보이는 결과치+이런 종합적인 스텟이 필요한거겠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