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트리 [김은지]
오른쪽은 미기
왼쪽은 히다리
한 번에 외워진 단어라면 지덴샤
자전거이다
싫다는 뜻의 글자에는
자주 여자라는 부수가 들어 있고
다른 외국어를 시작했을 때도
겪었던 일이다
언어 속 낡은
여자들의 자리에
매번
저릿함을 느낀다
한편 초보 회화 연습에는
비건의 음식 주문
한부모 가정의 하루
동성 연인을 꿈꾸는 에피소드
1월의 카페에 트리가 있고
나는 트리 아래 빈 선물 상자들을 보면서
외워졌는지
외워지지 않았는지
무엇이든 떠오르는 생각들을 위한 시간을
충분히 가지려고
눈은 유키
내리다는 후루
창밖에는 눈이 펑펑 내리고
하얀 눈이 쌓이는 것을
조용히
충분히
외운다
- 여름외투, 문학동네, 2023
* 국민학교 다닐 때에 신문은 온통 한자 투성이였다.
하지만 몇번 읽으면 한자를 터득하게 되었다.
훗날 일본어를 공부할 때 한자를 많이 아니까 금방, 손쉽게 언어를 배웠다.
언젠가 교보문고에서 책을 고르고 있는데,
옆에 대학생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 일본어는 한자가 많아서 공부하기 진짜 어려워!
세상에나 거저먹기로 배운 일본어를 요즘 학생들은 어렵다고 하는구나.
일본어는 일단 어순이 같고 발음도 비스무리한 게 많아서 편했는데.
유키, 후루를 조용히 음미하면서 한 단어, 한 단어를 터득해가면 훗날 내 언어가 될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