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漢詩 한 수] 시인의 소명의식
賣炭翁(매탄옹):
숯 파는 노인,
伐薪燒炭南山中(벌신효탄남산중):
남산에서 나무를 베어 숯을 굽는다.
* 南山(남산): 종남산(終南山). 長安의 남쪽에 있다.
滿面塵灰煙火色(만면진탄연화색):
얼굴은 온통 재와 그을음,
* 塵灰(진탄): 먼지와 재
* 煙火色(연화색): 그을린 색
兩鬢蒼蒼十指黑(양빈창창십지흑):
희끗희끗한 귀밑머리에 새까만 열 손가락.
* 兩鬢(양빈): 양쪽 귀밑털. 鬢 살쩍 빈
* 蒼蒼(창창): 머리가 희끗희끗한 모습. 蒼 푸를 창
* 十指黑(십지흑): 열 손가락이 까맣다. 노인의 가난하고 고생하는 모습을 비유
賣炭得錢何所營(매탄득전하소영):
숯 팔아 번 돈은 어디에 쓰나.
身上衣裳口中食(신상의상구중식):
몸에 걸칠 옷과 먹을거리에 쓰지.
可憐身上衣正單(가련신상의정단):
불쌍하구나. 홑옷을 걸치고도,
* 正(정): 단지. 확실히
心憂炭賤願大寒(심우탄천원대한):
숯값 떨어질까 걱정하며 추워지길 바라다니.
夜來城外一尺雪(야래성외일척설):
어젯밤 성 밖에 눈이 한 자 내려서,
* 尺(척): 길이를 재는 단위. 시대마다 그 크기가 달랐는데, 당대에는 대략 30cm 정도에 해당하였다.
曉駕炭車輾冰轍(효가탄거전빙철):
새벽에 수레 몰고 빙판길 위로 숯을 나른다.
* 曉(효) 새벽 효
* 駕(가) 멍에 가: 멍에. 수레를 타다. 수레를 몰다.
* 輾(전) 돌아누울 전: 수레 바퀴를 굴리다. 즉, 수레를 움직여 나간다는 뜻
* 冰轍(수철): 얼어붙은 수레 바퀴 자국. 즉, 수레가 지나가는 곳이 얼어붙어 있어 다니기가 힘든데도 그 곳을 지나간다는 말. 轍 바퀴 자국 철
牛困人飢日已高(우인인아일이고):
해는 중천에 떠서 소는 지치고 사람은 허기지네.
* 日已高(일이고): 해는 벌써 높이 솟아 있다. 시장가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이 오래되었다는 뜻
市南門外泥中歇(시남문외니중혈):
시장 남문 밖 진흙길에 앉아 쉬고 있노라니.
* 歇(헐) 쉴 헐: 휴식하다.
翩翩兩騎來是誰(편편양기래시수):
기세등등 말 타고 온 저 두 사람 누구인가.
* 翩翩(편편): 말이 힘차게 달리는 모습. 翩 나부낄 편
黃衣使者白衫兒(황의사자백삼아):
누런 옷 입은 관리와 흰옷 입은 시종.
* 黃衣使者(황의사자): 황색 복장을 한 궁중의 환관. 唐시대에 고위 품급의 환관은 황색 옷을 입기도 하였지만 황제의 명을 받은 관리라는 뜻으로 황의사자라 불렀다.
* 白衫兒(백삼아): 흰 상의를 입은 젊은이. 환관의 몸종. 품급이 낮은 어린 환관이 입는 백색 옷. 衫 적삼 삼
手把文書口稱勅(수파문서구칭칙):
손에는 문서 들고 어명이라 소리치며,
* 把(파): 손에 쥐다.
* 文書(문서): 상인들에게 물건을 사도록 공인해 준 명령서
* 敕(칙) 칙서 칙: 황제의 명령
廻車叱牛牽向北(회차질우견향북):
숯 수레 돌려 소 몰아 북쪽으로 끌고 간다.
* 迴(회) 돌아올 회
* 牽向北(견향북): 수레를 끌고서 북쪽으로 향하다. 즉, 궁궐로 간다는 뜻으로, 이러한 횡포를 부리는 사람의 배후에는 권력자가 있다는 말
一車炭重千余斤(일차탄중천여근):
수레 한가득 실은 숯은 천 근 남짓.
宮使驅將惜不得(궁사구장석부득):
궁중 관리가 몰고 가니 아까워도 어쩌지 못한다.
* 驅將(구장): 수레를 몰아가다. 將은 동사 다음에 위치하여 동작의 방향을 표시하기도 한다. 驅 몰 구
半匹紅綃一丈綾(반필홍초일장능):
붉은 비단 반 필과 무늬 비단 열 자,
* 匹(필): 옷감 4장(丈)을 1필이라고 한다.
* 紅紗(홍초): 붉은 비단
* 丈(장): 1장은 10척(尺)으로 지금의 3 m에 해당한다.
* 綾(릉) 비단 릉: 무늬 비단
繫向牛頭充炭直(계향우두충탄직):
소머리에 걸쳐 주며 숯값으로 치는구나.
* 繫(계) 맬 계
* 向(향) : ~에. 재(在) 또는 어(於)와 같은 의미로 쓰였다.
* 充(충) : 충당하다.
* 炭直(탄직) : 숯 값. 直는 치(値)와 같다.
―‘숯 파는 노인’(매탄옹·賣炭翁) 백거이(白居易·772∼846)
궁중 물품 조달에 당 황실은 전담 관리를 저자로 파견했는데 후일 이 업무가 환관의 손에 넘어가면서 그 횡포가 특히 심해졌다. 지나치게 값을 낮게 매기거나 ‘발품값’, ‘통행료’ 등 이런저런 명목을 붙여 상인을 괴롭힌 것이다. 약탈이나 다름없는 이런 행태 때문에 환관이 저자에 등장하면 문을 닫는 가게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시인의 직책은 좌습유(左拾遺), 황제에게 국사의 폐해를 지적하여 시정을 요구하는 간관(諫官)이었다. 환관의 권한이 막강했지만, 소명의식이 투철했던 햇병아리 관리는 이 악습을 수수방관하지 않았다. 노인이 ‘홑옷을 걸치고도 숯값 떨어질까 걱정하며 추워지길 바라는’ 것에 대한 연민의 정도 작용했을 터다. 시에는 ‘황실의 물품 구매 방식이 마음 아프다’라는 부제까지 붙어 있다. 문학성보다 시의 사회적 기능을 중시한 태도, 이는 한대 이후 민가의 비판 정신을 계승한 것이었다.
✵ 백거이(白居易·772~846)는 중국 중당 때 사회참여를 목적으로 한 신악부운동(新樂府運動)을 주창한 대표적인 시인이다. 호는 향사거산(香士居山)이고 자는 낙천(樂天)이다. 29세에 진사 시험에 합격, 벼슬길에 올랐으며 35세 때에 장안에서 현위(縣尉) 벼슬로 있으면서 당현종(唐 玄宗)과 양귀비(楊貴妃)의 사랑을 주제로 한 《장한가(長恨歌)》를 지었다. 이 시가 세상에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이 그의 높은 재주에 감탄하였다. 이듬해에 그동안 자기가 느꼈던 사회와 정치를 풍자한 《신악부(新樂部)》 50수와 《진중음(秦中吟)》 10수를 지어 더욱 이름을 떨쳤다. 40세에 어머니가 죽자 3년간 벼슬을 버리긴 하였지만, 다시 벼슬길에 나서서 형부상서까지 올랐다가 75세에 사망했다. 45세 때 지은 《비파행(琵琶行)》은 그를 당 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시인으로 인정받았다. 《백씨 장경집(白氏長慶集)》 50권에 2천 2백수가 작품이 수록되어있다. 생전에 모두 3800여 수의 시를 지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 〈이준식의 漢詩 한 수(이준식,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동아일보 2024년 03월 08일(금)〉, Daum∙Naver 지식백과/ 이영일 ∙ 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 ∙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