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마너르크 오브 오션 플로어 -
(The monarchy of ocean floor)
: 해저의 왕국
< 제 1 회 >
"왕자님... 로엘 왕자님...!"
카르카스는 그만 바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걸로 3시간째, 그는 지금 수업 시간에 몰래 빠져나간 국왕의 셋째 아들, 로엘 왕자를 찾고 있었다.
'젠장... 나도 미쳤지. 그 인간을 믿고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있었다니.... 으이그....'
평소에는 갖은 말썽을 다 피우며 카르카스를 화나게 만들던 왕자가 오늘따라 좀 얌전하게 행동한걸 보고 잠시 믿었던게 실수였다.
그 덕에, 카르카스는 지금 왕자의 성질 더러운 역사, 마법, 검술 교사에게 차례차례 훈계를 듣고, 벌써 3시간째 왕궁의 정원에서 왕자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왕궁의 정원... 말이 정원이지 상상을 초월하는 넓이를 자랑하는 곳이다. 카르카스는 자신의 눈앞에 넘실거리는 물결과 해초를 보며, 할말을 잊었다.
'휴... 두고보자. 만나기만 하면 이 녀석을 그냥...'
카르카스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와 함께 자신의 몸으로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물의 순환을 느끼며 그는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어쨌든, 이 녀석을 빨랑 찾아내야겠다... 어쩔 수 없지... 마법 쓰는 거, 들키면 안돼지만...'
카르카스는 손바닥을 폈다. 그리고 손에 쥐고 있던 은색의 조그마한 물건을 귓바퀴에 매달았다.
'플레어 다이롤. 만약 로엘이 마법도구를 갖고 가지 않았다면... 지금 나는 완전히 허탕치는 건데....'
그는 주변을 잠시 둘러본 후, 조금 울창하다 싶은 산호 숲에 몸을 숨겼다. 그리고 조심스레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뷰 마나 포스.... 플레어 다이롤...."
그러자, 그를 둘러싸고 있던 물의 흐름이 갑자기 빨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거의 미세한 움직임에 불과했으나, 카르카스의 주문이 계속될수록 물의 흐름은 카르카스를 중심으로 계속 빠르게 돌았다.
'좋아... 가지고 나간 것 같군. 그렇다면, 이제 마무리를 해야겠지?'
"공간의 흐름을 제어하는 물이여... 이제 그 흐름을 나에게 열어다오...."
그 말과 동시에, 카르카스를 중심으로 빠르게 돌던 물의 흐름이 갑자기 멈췄다.
그리고 잠시 후, 물의 흐름이 이지러지기 시작하더니, 웬 19,20세 정도 되 보이는 소년 하나가 카르카스 앞에 떨어졌다.
"카, 카르카스? 어, 어떻게...?"
카르카스는 자신 앞에 갑자기 떨어진 소년을 보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소년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묘하게 비틀려져 있었다.
"제 시선이 닿지 않는 곳으로 모습을 숨기기 위해 아쿠아 림피드까지 사용하셨더군요. 그런데 어제까지만 해도 모르시던 마법을 오늘 알게 된 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아, 그, 그 그건... 맥놀란드 선생님이 시켜서.... 안 외우면..."
소년은 부질없는 변명을 늘어놓다가, 자신을 차갑게 쳐다보는 카르카스의 눈을 보고는 이내 고개를 숙였다.
카르카스는 거친 숨을 가라앉히고는, 말을 이었다.
"대단하시네요... 아쿠아 림피드를 하루만에 익히시다니. 하지만, 그런 걸로 제 눈을 속일 수 있을 거라고 보셨습니까?"
"카, 카르카스... 한번만... 용서해 주라.. 다, 다시는 안 그럴게... 응?"
"그 말씀을 제가 몇번을 들었나요? 오늘은 안되겠군요... 좋습니다. 왕자님께서 정 그러신다면..."
카르카스는 묘한 웃음을 지으면서, 손을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있는 물을 움켜쥐는 것 같은 모양을 취했다.
"카, 카르카스... 그것만은..."
"프리즈 애로우 디스트럭션."
"으아악.... 완전판이라니 너무하잖아!"
"제가 세 시간 동안 왕자님을 찾아다닌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걸요."
왕자를 둘러싸고 있는 물의 흐름이 갑자기 거세어지기 시작하더니, 몇개의 얼음화살이 나타났다.
그리고 왕자가 채 방어주문을 외우기도 전, 얼음화살은 왕자의 팔과 다리를 꿰뚫었다.
"이봐. 카르카스! 난 아직, 프리즈 애로우 완전판은 못막는다고!! 근데...."
"말이 많으시군요. 왕자님... 폐하께 고해 바칠까요?"
"아, 안돼. 그것만은... 으악 카르카스!"
그러나 왕자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카르카스는 그것만으로 끝내려는 생각이 추어도 없는 듯했다. 이미 그는 다른 마법을 시전하고 있었으니깐...
"하이드롤릭 워터 프레셔..."
로엘 왕자는 순간적으로 지금 카르카스가 쓰는 마법이 보통이 아님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것은 곧 효과가 나타났다. 이제껏 로엘 왕자의 옆에서 유유히 흘러가던 물들이, 갑자기 한꺼번에 로엘 왕자에게 무시무시한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카, 카르카스... 이거 혹시...?"
"제가 처음 써보는 수압 마법의 대상이 왕자님이라는 것이 유감이군요... 어떠십니까? 앞으로도 계속 수업을 빼먹으실겁니까?"
로엘 왕자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꼭 자신을 죽일 것처럼 노려보는 카르카스의 섬뜩한 푸른 눈동자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지금이 중요했다. 지금 자신의 대답에 따라 카르카스의 마법 고문(?)이 계속되느냐, 아님 마느냐가 달려 있었다.
하지만 왕자는 사실 앞으로도 수업을 제대로 들을 생각이 없었기에 조금이나마 고민이 되는 것은 당연했다.
"아직, 그럴 생각이 없으신가 보군요. 그렇다면...."
"아, 아냐! 앞으로는 정말 안그럴게... 그러니까 이 물들 좀 어떻게 해줘!"
"정말이십니까?"
"물론이지."
"그럼, 지금 당장 선생님들께 가실 거죠?"
"그럼, 그럼..."
"좋습니다."
카르카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왕자를 사방에서 괴롭히던 수압의 힘은 어느새 사라졌다.
카르카스는 미소띤, 그러나 여전히 노려보는 듯한 눈으로 왕자를 한번 쳐다본 후, 왕자에게 다가와서 치유마법을 걸었다.
"리커버리."
'병주고 약주나....'
하지만, 로엘 왕자는 차마 이 말을 입밖으로 내뱉을 순 없었다. 사실 그만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카르카스의 마법 실력은 마오플의 궁중 마도사인 루벤스와 거의 동등했다.
물론, 카르카스가 불법으로 마법을 익혔다는 걸 알고 있긴 했지만, 만약 카르카스가 쫓겨난다면 로엘 왕자로서는 좋을 게 없었기 때문에 그냥 당하고 살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카르카스가 이렇게 심하게 왕자를 패긴 했지만, 그래도 속여먹거나 몰래 놀러나갈때는 상당히 편한 스타일이었다.
그저 왕궁 도서관에서 괜찮은 마법서적을 하나 골라 주기만 하면 끝이었으니까...
물론, 그럴 경우에는 지금과 같은 일을 피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카르카스... 지금 바로 가야돼?"
"물론입니다. 선생님들께서 벌써 3시간째 왕자님을 기다리시는걸요."
"근데, 저 카르카스.... 나....."
카르카스는 의아하단 표정으로 왕자를 쳐다보았다. 푸른색 머리칼에 푸른색 눈을 가진 왕자는 예의 그눈을 빛내며 카르카스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왕자가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건 이유는 뻔했다. 그리고 이럴땐 카르카스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좋습니다..... 식사부터 하세요..."
"좋아. 역시 카르카스는...."
"좋아하실 필요 없습니다. 왕자님께서 이러실 줄 알고, 간편하게 드실 수 있는 음식을 준비했으니까요. 아마 10분 내로 드실 수 있을 겁니다..."
"호, 혹시.....?"
로엘은 불안한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카르카스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카르카스의 얼굴에 곧바로 떠오른 미소와 약올리는 듯한 말투는 그의 기대를 모두 져버리고 말았다.
"오늘, 제가 특별히 신경써서 만들어오게 한 3일 묶은 조개스프입니다. 그냥 후루루 마시기만 하면 됍니다. 빨리 가시죠. 아주 맛있을걸요?"
"윽. 카르카스... 이러는 게 어딨어! 3일 묶은 조개라니... 조개는 하루만 묶어도. 상태가..."
"특별히 보관 마법으로 보관했으니, 괜찮을 겁니다. 혹시나 무슨 일 있으면, 제가 있잖아요. 이래뵈도 꽤 치유마법을 잘 쓴다구요."
"카, 카르카스!"
"빨리 오십시오. 그것조차 안드실 생각이십니까?"
"한번만 봐줘!"
"늦으시면, 그것도 없습니다."
카르카스는 싱글싱글 웃으면서 로엘 왕자를 약올리고는 궁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물론, 그 뒤에서 로엘 왕자가 계속 카르카스를 원망하며 질질 끌려갔다는 것쯤은,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사실이겠지만...
PS - 제가 거의 처음으로 쓴 거나 마찬가지인 판타지입니다...
지금도 많이 써놓지도 못했지만, 평가를 받아보고 싶어서 올려 봅니다.
돌이라도 상관 없으니, 부디 비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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