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의 한바탕 소동
평온한 저녁시간 식사준비를 하던중
안방에서 영감이 다급하게 날 부른다 .
상을 차리다가 말고 급히 갔더니
손에 들고있던 핸드폰을 내밀면서
연락처를 새로 등록할려고 하다가
무엇이 눌러졌는지
갑자기 화면이 바뀌더니 더 이상 움직이질 않는다고 ...
가서보니 어디를 어떻게 눌렀는지
화면엔 깨알같은 알파벳이
알아볼 수도 없을 정도로 빼곡하게 차 있고
화면은 정지가 된 채 요지부동이다.
이곳 저곳 눌러봐도 화면이 바뀌지도 않고
전원끄기를 눌러도 꺼지지도 않은채 그대로 정지상태라.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
두 늙은이가 머리를 맞대고 아무리 궁리를 해 봐도
그 나물에 그 밥이고 , 도찐개찐 이지,
뭐가 어떻게 됬는지 도대체가 알 수가 있어야지ㅠㅠ
써비스쎈터에 가기는 이미 늦은시간이라.
급한데로 동네 KT 핸드폰매장에 가서 물어보기로 했다.
나간지 한시간여 만에 집에 들어온 울영감은
세상을 다 잃은 표정이다.
매장에 가서도 몇사람이 메달려 해 봤는데
처음 화면 그대로 고정이 된채 움직이질 않으니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고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뭔가 망가져서
작동을 멈춘 것 같으니
핸드폰을 바꾸는 방법밖에 없다고 하더란다 .
그래도 마지막 희망인 한군데 삼성써비스쎈터가 남았으니
내일 그곳에 가면 해결 될거니까
미리 걱정 하지말라고 안심을 시키고
그날 저녁은 그런데로 평온한 밤을 보냈다.
그 다음날 삼성써비스쎈터를 갔더니
핸드폰을 점검하고 난 뒤 중요 부품이 완전 나갔다며
고칠수는 없고 교체를 해야하는데
그 비용이 28만원 정도 될거라고 하더란다.
기간도 3~4일 쯤 걸리고.....
담당기사님 말씀이 3년쯤 쓰셨으니
새 폰으로 교체하시는게 훨씬 더 나을거라고 ,,, 해서
그냥 왔다고 했다.
하긴, 지금 사용하는 핸드폰을 3년동안 쓰고있는 증인데
얼마전 아들이 아빠 생일에
아빠 핸드폰을 최신형으로 바꿔드린다고 했더니
사용방법을 이제 다 익혔는데
또 베우느라 고생하기 싫다고 강력하게 거절을 했었다.
3년전 핸드폰을 바꾸고 나서
근 몇개월을 익히느라 고생을 좀 했었거든
지금은 전혀 불편함 없이 손에 익고 머리에 새겨져
자유자재로 조정하며 잘 사용하고 있었는데
엊저녁 예고도 없이 벼란간 일어난 날벼락에
겨우 길 들여 잘 사용하고 있었던 핸드폰을 바꿔야되는
낭패를 당하고 보니
이런 상황이
울영감에게는 크나큰 시련이자 모험이라
이런 예상치도 못한 사건이 터져서
남편의 말문마저 닫게 해버렸는지
집에 들어온 남편은 말문을 아예 닫아버렸다.
결과가 어찌되었는지 궁금해서 물어봐도
단답형 멘트만 겨우 하며 완전 세상을 다 잃은 표정이다.
"똥 뀐 놈이 성낸다"고
내가 만져서 고장 낸 것도 아닌데
잔뜩 성이 난 표정으로 집안 분위기를 심각하게 만들었지만
본인의 실수에 심한 자책의 표시인 거 같아
조금 안쓰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그런 와중에 애를 써서 어렵사리 얻어낸 답이
2시간 후에 새 핸드폰을 찾으러 가기로 했다는걸 보니
새것으로 바꾸긴 한 모양이다.
겨우 그 사실만 알아낸 채 궁금한게 너무나 많았지만
남편과 몇십년 살아본 노하우속엔
이럴땐 눈치껏 더 이상의 질문은 삼가고
일단은 " 이비야~" 니까 접근을 않하는게 상책이라.
두시간 후
말없이 집을 나가 새 핸드폰을 찾아온 영감은
여전히 말문은 닫은채 근엄하기까지한 표정으로
달랑 쇼핑빽 하나 들고 안방으로 직행 하길래
따라 들어갈려고 했더니
피죽도 못먹은 기운없는 소리로
들어오지 말라며 방문을 닫아버린다.
"웃겨~ 무슨 유세 졌느냐"며
한 소리 할려다가 겨우 참고서
" 만약 내가 만져서 고장을 냈다면 이혼 하자고 하겄네'
소심한 반항으로 속으로만 궁시렁 거렸지^^
방문이 닫힌 방안에서는
뿌시럭 거리는 소리만 간간히 들려올 뿐 아무런 기척이 없다.
참는것도 이번 뿐,
기분도 상했고 궁금하고 답답도 했지만
그래도 참는김에 마지막으로 한번 더 참았다네 .
그렇게 입도 닫고 방문까지 닫고서
자책의 시간을 통열하게 보내고 있던 안방쪽에서
갑자기 전화 벨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새 핸드폰 개통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드디어 말문을 열은 영감의
뜬금없이 웃음까지 섞인 밝은 목소리가
닫힌 문을 뚫고 들려온다.
아들의 전화다.
사연많은 새 핸드폰의 개통 첫 통화가 아들이었다는게
그의 부친께는 더 없는 기쁨으로 다가온 모양
기분이 완전 풀린듯 반가움이 뚝뚝 떨어진다.
몇번이고 개통후 첫 전화가 너여서
아빠기분이 지금 너무 좋다며 전화 해줘서 고맙다고
거의 큰절을 할 판이라.
그때서야 난 울 영감이 바꾼 새 핸드폰의 기종도 알게 되었고,
고장나서 지워진 내용은 전전에 쓰던 헌 폰에서
아쉬운 데로 옮겨 담았다는 것도,
오늘 사무실에서 일찍 나와
하루종일 애쓰며 돌아다닌 영감의 행적도,
새 핸드폰을 새로 익힐때까지
또 다시 답답하고 속상 할 일을 상상하며
짜증이 나는 걱정스런 마음까지도 ,
아들하고 얘기하는 둘의 통화내용으로 간접적으로 알게 되었다.
아들에게 하소연 하며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은
솔직하고 감격적인 (?) 통화가 끝난 후
안방에서 커다랗게 들려온 소리!!!
" 당신 어딨어? 이리 와 봐 ~~ "
드디어 정신이 났나보다. 마누라를 찾기 시작한 거를 보니....
아들의 전화 한 통으로 평소 본연의 모습인
자상한 박광평 씨로 돌아온 영감은
친절한 말투에 온화한 표정이다.
아들의 전화 한통이 명약중에 명약이었다.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남편은
개통후 첫 전화가
아들이라는게 신기하고 너무나 기분이 좋아
새핸드폰에 정까지 생기니
절묘한 타이밍에 전화를 해 준 아들이 기특하고
신통방통해서 죽겠는 모양인지
아들 자랑겸 내게 미안함이 섞인 변명을 늘어놓으며
아들이 제때에 전화를 해줘서
정말 감동했다는 말을 몇백번은 한거 같다.
새삼 놀랍다. 아들의 힘이.!!!
이렇게 아들의 전화 한통으로
살벌하고 무거웠던 집안의 분위기가 봄눈 녹듯 풀리고
굳게 닫혔던 울영감의 말문이 트여
평소의 수다맨으로 돌아온 영감은
또 마누라를 귀찮게 불러대며
관심과 배려를 내세우는 간섭은 하겠지만
그래도 말문을 닫고 분위기 잡는거 보다는
귀찮고 다소 간섭을 받더라도 마음이 편한게 최고라
갑자기 이렇게 분위기가 반전을 하게 된 것은
사실은 내가 머리를 굴려서 만든 거였으니..
남편이 새핸드폰을 가지고 방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간 후
내가 남편 몰래 아들에게 카톡을 보냈지.
"아빠전화가 개통이 된거 같으니까
제일 먼저 걸려온 첫 전화가 너면 아빠기분이 풀릴것이니
5분 뒤에 전를 드리라고...".
내 예감이 적중을 한 거지
오랜 세월을 남편과 함께 살면서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비추어 정확히 히 알게된 건
울영감의 모든 희노애락은
아들로 인해 좌우된다
이 사실은 앞으로도 둘의 관계에서
절대로 변할수없는 운명같은 거라는걸
난 벌써 몇십년전 아들을 임신하고 난 직후부터
일찌감치 예감했고
그동안 몇십년을 살아오며
단 한번도 이런 나의 확신이 빗나간 적이 없다
이렇게 지혜로운 (?) 아내의 여시같은 활약으로
아마도 울영감이
아들의 첫 통화로 개통된 새 핸더폰에
특별한 정을 갖고
앞으로도 기분좋게 잘 사용하게 될거라 예상하며
사전에 나의 귀뜸은 추호의 의심도 하지않고
아들과 텔레파시가 통했다며 신기해 하는
영감의 확신에 찬 이 믿음을
앞으로도 절대로 깨지않을 것을
아들과 굳게 약속을 했지 ㅎㅎ
그리고 또 한가지 ,
평소 울영감은 핸드폰 사용 방법을 잘 모르면서도
아들에게 묻는걸 참 싫어한다.
싫어하는게 아니고 모르는게 없는 아빠로 남고싶은 마음에
혼자서 낑낑 대면서 짜증을 낼 때가 많다.
본인의 나이는 생각도 않고
아직도 아들한테만은 뭐든지 잘 알고 잘~하는
아버지로 보이고 싶은 꿈같은 바램이 이 역력하니
그런 마음을 지적하며
내가 오늘 문자를 쓰가며 선전포고를 했어.
"불치 하문" 이라
"아랫사람에게 묻는걸 부끄러워 말라"는 뜻인데
이런 사자성어가 왜 생겼겠어 ?
세월이 가면 세대가 바뀌고
그시대의 주인공들도 바뀌니
이제는 신문물에 취약한 구세대가 우리인데
새로운 문물인 최신 핸드폰의 사용방법을
젊은이들 보다 모르는게 당연한 일,
앞으로 새 핸더폰을 사용함에 있어
"불치 하문"을 몀심하고.
모르는게 있으면 똑같은 처지인 나한테 묻지말고
아들 며늘에게 묻는걸
자존심 상해하지도 말고
그때그때 물어보라고 단단히 일러줬어 .
그런 의미에서
내가 새해에 우리집 사자성어를
"불치하문"으로 정한다고 했더니
" 자네 말데로 할께,
역시 똑똑한 마누라야 당신 없인 하루도 못살것 같어."
갑자기 양심 고백을 하네 ㅎㅎㅎ
내가 생각해도 난 참 지혜롭고 유식한 아내여 그치? ㅋㅋㅋ
유식해진 김에 나한테 해당하는 사자성어 하나 더~
"자화자찬 "이라.ㅎㅎㅎ
이렇게 우리집에 연말에 일어난 한바탕 소동은
두개의 사자성어까지 동원해서 잘 마무리한 거 같고
코로나로 불안스런 연말이지만
슬슬 새해맞을 준비를 하며 크리스마스 이브를
난 지금 아들네 집에 와서 보낼려고 하고 있다네 .
가족이라야 달랑 넷, 강아지(뚜비) 끼워서 다섯,
아빠의 새 핸드폰 사용을 원활하게 해드리기 위해
현명한 며느리의 아이디어가
시아버지의 마음을 움직여서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몸까지 움직이게 한거지.ㅋㅋ
달랑 아들네집은 두번째 방문
나야 뭐 수시로 방문 ^^
불치하문을 실천하기 위해
온거라고나 할까?
친구들이여~ 그대들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하시게나들~
자화자찬에 빠진 팔불출 친구 향수기가.
첫댓글 "不恥下問" 이렇게 쓰는게 맞는가?
朴光平(한자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맞다하고)영감님은 兪香淑(성씨는 전에 들은적이 있고, 여자이름은 대게 이런 字를 쓰니까)의 손바닥 위에 있다는 뜻이렷다.
재현이는 엄마한테 장단을 맞춰 주면서도 효자일쎄.
그런데, 한가지 하도 이상해서 궁금한게 있는데.....
나는 마누라보다 컴퓨터도 훨씬 잘 쓰고 전화기도 더 잘아는데, 그집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네.
향수기가 총기가 있어서 그런가
우쨋던, 우리집에 같이 사는 망구가 맘 씀씀이를 더도덜도 말고 "딱"半만 향수기를 닮았으면 우리집은 절대로 큰소리가 날 일이 없을낀데.
무조건 내가 참아야 될 일도 덜 할끼고
향수가, "Merry Christmas and a Happy New Year ! "
하나도 이상 할 것 없네
울영감은 일제시대 사람이고
일본이름은 "마스모토 고헤이 "
넌 해방하고도 한참 있다가 태어났잔아
그러니 비교 불가능
너도 울영감 나이 되봐여
새로 배우는거 힘들어하고
알던것도 자꾸 잊어버린다네
핸드폰에 전혀 관심이 없지만
그래도
전화 받고걸고, 동창단톡방에 들락날락,
설교동영상 새벽에 듣고
유투브 보고 검색하고 등등 요정도쯤^^
이거만으로 충분하지 않냐?
한자 이름 둘다 딩동댕 댕~~
그리고 너보다 마누라가 더 참는다는거
모두가 다 알아여
정수는 착각 속에 사니까 마이 행복하겠다
대한민국 남자 중에 마눌보다 더 참는 남편은 멸종동물인거 모리나?
@성창희 그게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아침만 해도 시신기증, 연명치료거부 등등을 미룬다는 둥,
나도 할말이 없는건 아니지만, 억지로 참고 잔소리가 끝나기만 기다리는것도 무한한 인내가 필료하다는걸 알런지 모르겠네.
@靜雲 시키는 데로 하든지
아님 생각좀 해보겠다고 하든지
자꾸 미적대니까 잔소리를 듣지
.그나저나 그 집은 시신기증 소리까지 나오네
울집은 시신기증만은 아직은
생각못하겠던데 ,,,
앞서가는 사람들이고만
지혜로운 마눌이네
나는 남편이 싸우다가 말문 막히면
"됐어 그만해 " 그래도 되긴 뭐가 됐냐며 막 대들어서 쌈판이 커질 때가 많은데~
재현아빠 아들 사랑은 책으로 써도 단편이 아니라 전집으로 나올 판이니 앞으로 효자 아들 요긴하게 잘 써(?) 먹어야겠다 ㅋㅋ
결론: 말없는 남편보다 말 많은 남편이 낫다는 얘기네
말없는 남편은 겪어보질 못해서
잘 모르겠네
속상한 일이 있거나 삐지면 혼자있는
사람이라 어떨땐 그럴때가
더 편할때도 있어 ㅎㅎ
평소 남편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조금만 더 같이 있 어 "
내가 가장 많이 하는말은
"내 가 알아서 할께 "ㅋㅋㅋ
네덕분에 잘 들어보지도 못한 사자성어를 알게되네
불치하문이라...
약국에서
컴푸터 사용이 본격적으로 시작 될때
강사로 모신
새파란 청년이 선생님이었던 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해여.
어린이는 어른의 스승?이라는 어느시인의 말이 사실임이 확인되고..
이제는 젊은이한테 물어보는걸 부끄러워하는 시대는 지난것 같아
잼나고 많은 공감주는 글
잘보고 가여
컴퓨터는 내가 하고 있는건
뻔한거 몇가지니 대충 하는데
핸드폰도 신기한게 많더라고
우린 하는것만 하는데 젊은애들은
핸드폰으로 모든걸 다해여
배울엄두도 못내겠고 가르쳐주는데도
이해도 안되고 금방 잊어먹어여
이젠 정말 늙었어 점점더 하겠지?
모두들 샌문명 땜에 고생들 하는 울들이니....향수기 긴 얘기 공감 또 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