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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인 줄’ 증언, 허위 유도신문으로 무력화
안성민 검사, ‘음료수와 캔디’ 받았다며 ‘나야 나’
'음료수’ 운운, '음료'를 잘못 본 어설픈 '컨닝'
압수 현장에 없었던 안성민, 증인·재판부 농락
[조국 사태의 재구성] 49. 결정적 불리 증언을 뭉개는 특수부 검사의 기망 비법
동양대 김 조교의 ‘압수수색인 줄 알았다’ 증언은 정경심 교수 재판을 진행하고 있던 검찰에게 치명적인 것이었다. 검찰이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한 강사휴게실 PC들에 대해 ‘압수를 당한’ 김 조교가 압수수색으로 알고 있었다면 임의제출의 필수 요건인 ‘임의성’이 정면으로 부인되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들에 따라 임의제출의 임의성 여부가 쟁점이 될 경우 그 임의성 증명의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그 증명을 하지 못하면 검찰이 주장하는 표창장 관련의 모든 증거들이 나온 강사휴게실 PC들, 그리고 거기서 나온 모든 파일들, 분석 결과들까지 모두 증거능력이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검찰로서는 무슨 수를 쓰든 김 조교의 ‘압수수색인 줄 알았다’ 증언을 무력화시켜야만 했다. 이번 회에서는 검찰이 어떤 기막힌 수로 이 결정적 증언을 단번에 뭉갰는지 살펴보자.
안성민 검사, 유도신문으로 ‘압수수색, 나한테 물어봤다’ 주장
변호인 측 주신문에서 임의제출압수의 임의성이 ‘제출자’ 김 조교의 입으로 부인된 상황에서, 검사 측 반대신문 순서가 됐다.
이 반대신문에는 김 조교의 1차 증언 당시 신문을 했던 양재영 검사가 아닌, 2월 11일 김 조교와의 통화에서 김 조교에게 압수수색이 아니었다고 알려줬다는 안성민 검사가 나섰다.
(‘주신문’은 증인을 부른 측에서 먼저 신문하는 것이고, ‘반대신문’은 주신문 후에 상대 측이 이어서 신문하는 것이다.)
김민ㅇ 조교: 솔직히 제가 아까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압수수색인 줄 알았거든요, 9월 10일이. 근데 확인을 검사님이 2월 달에 전화주셨을 때 다시 확인을 했는데 임의제출로 써 있어서,
안성민 검사: 저도 동양대를 갔는데 저 만났지요?
김민ㅇ 조교: 예, 잠깐,
안성민 검사: 조교실에서 문 좀 열어 달라고 해서 증인이 저한테 물어봤는데 “또 압수수색 나오셨나요” 그래서 제가 말했는데, “그게 아니라 관련 내용을 협조를 받아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러 왔다”, 그래서 증인이 “고생하시네요” 하고 음료수도 주고 캔디도 주었는데, 기억 나는가요?
김민ㅇ 조교: 음료수하고 편지는 안주셨는데,
안성민 검사: 수사관님하고 같이 줬는데 기억이 안 나는가요? 제가 그렇게 설명을 드렸는데, 증인이 저한테 분명히 “또 압수수색 영장이 압수수색인가요”라고 물어본 것은 기억나는가요, 기억이 안 나는가요?
김민ㅇ 조교: 그때 검사님들 너무 많이 와서, 수사관님한테 물어봤는지 뭔지 기억이,
그리 길지 않은 이 문답이 이번 회에서 조목조목 따져볼 ‘메인 메뉴’다. 굵은 글씨로 강조한 부분들을 염두에 두고 읽어주시라.
형사법정의 증인석. 재판부가 있는 법대를 중심으로 좌측에는 검사, 우측에는 변호인과 피고인이 위치하고, 그 사이 가운데에는 속기사 등 법원 직원들의 자리가 있으며, 재판부 맞은 편 가운데에 증인석이 있다. 연합뉴스.
이 문답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김 조교가 압수수색이냐고 물어봤던 사람은 안성민 검사 자신이었고, 그게 아니라고 대답해줬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안 검사의 신문에 김 조교는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안 검사의 교묘한 말장난의 결과였다. 바로 여기에 당장 이상하게 여겨야 할 부분이 있다. 증인 신문인데 그 내용을 요약한 결과가 왜 검사의 말이 대부분인가? 바로 ‘유도신문’이기 때문이다.
안 검사의 질문 세 개 중 가장 앞의 ‘저 만났지요’ 외에 나머지 두 개가 단순 사실관계가 아닌 안 검사의 ‘주장’으로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김 조교의 답변을 유도한 유도신문이다.
‘유도신문’은 질문에서 특정 내용의 답변을 암시하거나 사실인 것처럼 전제하여 질문함으로써 신문자가 원하는 특정 답변을 유도하는 신문이다. (형사소송규칙 상 주신문에서는 유도신문이 금지되는 반면 반대신문에서는 금지되지 않는다.)
또 한가지 주목할 부분이 있다. 김 조교의 답변들이 모두 마지막에 마침표가 아닌 쉼표(,)로 끝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증인신문조서에 동일하게 기록되어 있는데, 김 조교가 머뭇거릴 때마다 안 검사가 끝까지 듣지 않고 말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
이제 안 검사의 두번째 질문을 다시 보자. 억지로나마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은 의미로 이해된다.
‘9월 10일 김 조교는 검찰 관계자들에게 문 열어주고 안 검사에게 압수수색 나온 거냐고 물었고 안 검사가 아니다라고 답하자 김 조교가 고생하시네요 하며 음료수와 캔디를 줬다’.
당장 문맥만 봐도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이 말만 들어서는 김 조교가 검사들을 만나자 마자 압수수색이냐고 묻고 바로 이어 음료수 등을 줬다고 들린다. 김 조교가 음료수 자판기인가, 처음 만난 검찰 관계자들에게 대뜸 음료수부터 내줬다니.
또 9월 10일 당시 안 검사가 김 조교에게 대답했다는 말, “관련 내용을 협조를 받아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러 왔다”는 말도, 실제 김 조교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안 검사가 했던 ‘워딩’으로서는 매우 어색하다. 현장에서 실제 오간 말이 아닌 뒤늦게 꾸며낸 듯 부자연스럽게 들리지 않는가.
‘음료수와 캔디’ 거론한 안 검사의 거짓말 유도신문
여기서 숨어있는 진실을 짚어볼 중요한 단서가 있다. ‘음료수와 캔디’ 부분이다.
안 검사가 이 신문에서 노렸던 주목적은 따로 설명할 것도 없이 ‘PC 압수 당시 김 조교가 압수수색이냐고 물었던 것은 나였다’라는 주장을 관철하는 것이었다. 안 검사는 그 목적으로 ‘음료수와 캔디’를 자신이 김 조교로부터 받았다고 언급한 것이다.
그런데 당장 이 증인 신문에 이런 안 검사의 주장과 부딛히는 증언이 있다. 안 검사의 신문 이후 권성수 부장판사의 신문에 대한 답변이다. 당시 검찰 관계자들에게 준 것은 안 검사가 말한 ‘음료수와 캔디’가 아니라 ‘차와 물, 캔디’이라는 것이다.
권성수 판사: 진술서를 쓰고 나서 그 다음에 다과를 주고 이렇게 한 건가요?
김민ㅇ 조교: 예. 너무, 10시 넘어가니까 힘들어 하시길래 제가 힘들 때 먹는 알약 포도당이 있거든요. 그것도 드리고 비타민도 저녁 식사를 아예 안 하시고 오셨다고 하고 저도 그때 점심도 못 먹고 저녁을 못 먹었거든요. 그래서 저 먹는데 혼자 먹으면 그러니까,
권성수 판사: 순서는 진술서까지 다 쓰고 나서 다과를 한 건가요?
김민ㅇ 조교: 예. 물은 검사님들이나 수사관님들이 목마르다고 하셔서 물은 드리고,
권성수 판사: 물은 중간에 줬나요?
김민ㅇ 조교: 예. 중간중간마다 드리고 차 드시고 싶다면 차 있으니까 좀 타드리고,
보다시피 권 판사는 뭔가를 줬던 ‘시점’에 대해서만 질문하고 있는데, 김 조교는 묻지도 않은 내용을 길게 설명하고 있다. 또 권 판사가 큰 의미 없이 ‘다과’라고 언급했는데 김 조교는 굳이 캔디, 물, 차를 구체적으로 거론해 답변했고, 그것들을 주게 된 경위까지 설명했다. (여기서 김 조교가 구체적으로 언급한 ‘알약 포도당’이 사탕, 즉 ‘캔디’ 형태였다.)
김 조교는 앞서 안 검사의 신문 당시의 문답이 자신의 본의와 다르게 왜곡됐다는 느낌을 받고 권 판사가 묻지도 않은 사실을 길게 늘어놓은 것이다.
게다가 이 권성수 판사 신문을 보면 김 조교가 이런 ‘차, 물, 캔디’를 검찰에 준 시점도 김 조교가 검찰 관계자들을 처음 마주한 4시 경과 한참 멀었다. ‘물’과 ‘차’는 중간중간 검찰에서 달라고 할 때 줬으며, 캔디는 이후 진술서까지 다 쓴 후인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줬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앞서 봤듯이 안 검사는 유도신문을 통해 자신이 김 조교로부터 ‘음료수와 캔디’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음료수’라는 말은 ‘음료’와 많은 경우에 비슷한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김 조교가 언급한 ‘차’를 현실 용례에서 ‘음료’라고 부르는 경우는 있어도 ‘음료수’로 분류하는 경우는 없다. ‘물’도 통상적으로 ‘음료수’라고 부르지 않는다.
'음료수 대신 차'를 권하는 의료정보 사이트 하이닥의 카드뉴스. (하이닥 카드뉴스)
정리하자면, 김 조교가 실제 제공한 것은 ‘물과 차, 캔디’이므로 안 검사가 말한 ‘음료수와 캔디’와는 분명 다르다. 또, ‘물, 차, 캔디’를 주게 된 경위도 안 검사의 주장과 다르다. 물과 차는 검찰 관계자들이 달라고 요구해서 준 것이고, 캔디는 혼자 먹기가 미안해서 준 것이다.
그런데도 안 검사는 김 조교가 “고생하시네요”하는 말과 함께 자발적으로 준 것처럼 주장했다.
‘음료수’ 받았다 주장 안 검사, 현장에 있지도 않았다
여기에다 앞서의 유도신문 문답에서 더 중요한 부분은 따로 있다. 안성민 검사가 첫 질문에서 ‘저 만났지요’하고 질문하자 김 조교가 “예, 잠깐,”이라고 대답한 대목이다. 여기에 중요한 내막이 있다.
필자가 김 조교와의 통화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날 안성민 검사는 양재영 검사와 함께 교양학부에 왔다가 바로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그리고 이는 실제로 사실이었다.
즉 안 검사가 “저도 동양대를 갔는데 저 만났지요?”라고 묻자 김 조교가 “예, 잠깐,”이라고 대답한 것은, 안 검사가 당시 교양학부에 오기는 했지만 바로 다른 곳으로 가버렸으니 안 검사와는 ‘잠깐 마주쳤을 뿐’이라는 의미였던 것이다.
따라서 안 검사는 김 조교가 캔디를 준 ‘10시 넘어서’ 시점은 물론이고 ‘중간중간’ 물과 차를 줬을 때도 교양학부의 압수 현장에 없었다. 그런데도 안 검사는 마치 자기가 김 조교로부터 ‘음료수와 캔디’를 얻어먹은 것처럼 주장하며 신문을 했다.
즉 안 검사는 유도신문을 통해 자신과 김 조교의 행적에 대해 거짓말을 한 것이다.
더욱이, 안 검사가 김 조교가 준 적이 없는 ‘음료수’를 줬다며 신문한 데에는 어처구니 없는 내막이 있다. 아래는 지금 다루고 있는 2020년 7월의 2차 증인 출석이 아닌 3월의 1차 증인 출석 당시의 신문 내용이다.
[2020년 3월 25일 증인 신문]
양재영 검사: 증인, 그날 강사휴게실에서 검사와 수사관에게 음료 등을 제공하시기도 했다고 하는데, 기억하나요?
김민ㅇ 조교: 예.
1차 증인 출석 당시 신문을 진행한 양재영 검사는 2차 증인 출석의 신문을 맡은 안 검사와 달리 실제 9월 10일 강사휴게실 PC 압수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검사다. 그는 실제 9월 10일 현장에서 김 조교로부터 ‘차와 물’을 받았고, 그것들을 통칭해 “음료 등”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2차 증인 신문을 진행한 안 검사는 교양학부에 잠깐 들르기만 했을 뿐이었고, 그래서 강사휴게실PC 압수와 관련된 상황들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1차 증인신문조서에 언급된 “음료”를 ‘컨닝’하다가 황당하게도 “음료수”라고 잘못 발언한 것이다. 안 검사가 실제 김 조교로부터 ‘차와 물’을 얻어먹었다면 그것들을 실수로라도 ‘음료수’라고 지칭할 리는 없었을 것이다.
물론 잠깐 마주쳤을 뿐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안 검사가 김 조교로부터 “고생하시네요”라는 말을 들었을 리도 당연히 없다.
여기서 더욱 구체적인 진실은 안 검사와 김 조교의 2월 11일 통화 중 안 검사의 발언에 있다.
2월 11일 통화 당시, 안 검사는 9월 10일 임의제출 당시 상황을 전혀 모른다며 김 조교에게 모든 과정을 다 설명해달라고 했다. 당시 자신은 삼봉관에 가 있었고 현장에는 양재영 검사만 있었다고 스스로 정확하게 설명하기까지 했다.
그랬던 안 검사가 김 조교에게 ‘음료수와 캔디’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마치 자신이 압수수색이라 설명했던 것처럼 어처구니 없는 거짓 주장을 한 것이다. 참으로 대단한 배짱 아닌가.
안성민 검사가 두 번째 질문에서 ‘음료수와 캔디’라고 한 것을 김 조교가 ‘음료수와 편지’라고 잘못 알아듣고 동문서답을 한 데에도 이유가 있었다.
김 조교는 ‘음료수’를 준 적이 없는데 안 검사가 뜬금 없이 ‘음료수와 캔디’를 거론하니, 자신이 그런 걸 줬다는 의미가 아닌 안 검사가 자신에게 뭔가를 줬다는 말로 잘못 알아듣고 ‘음료수하고 편지는 안 주셨는데?‘라고 반문한 것이다.
안 검사 아닌 ‘수사관’으로 기울어진 김 조교의 증언
이쯤 되면, 안 검사가 ‘고생하신다’, ‘음료수와 캔디’라는 거짓말까지 늘어놓으면서 노렸던 원래의 목적도 의심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앞서 신문 문답에서 보다시피, 안 검사가 이런 거짓말을 늘어놓은 것은 김 조교가 ‘압수수색이냐’고 물었을 때 자신이 아니라고 대답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앞서의 김 조교의 증언에서 일견 모호해 보이는 마지막 답변에 중요한 힌트가 있다. 바로 “검사님들이 너무 많이 와서, 수사관님한테 물어봤는지 뭔지 기억이”라고 한 부분이다.
눈앞에서 안 검사가 ‘나였어, 맞지?’ 하고 추궁하고 있는데도 김 조교는 ‘검사님들이 너무 많이 왔다’, ‘수사관님한테 물어봤는지’라며 안 검사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고 발을 뺀 것이다. 더욱이 ‘검사님들’ 외에 뜬금 없어 보이는 수사관까지 거론했다.
적어도 자신이 ‘압수수색이냐’ 물어봤던 것이 안 검사는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들리는 부분이다. 여기에 갑자기 ‘수사관님’이 등장한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신문 이후 재판부의 신문에서도 이 ‘수사관’ 언급이 또다시 등장하기 때문이다.
김민ㅇ 조교: 예. 왜냐하면 제가 검사님한테도 말씀드렸다시피 수사관님들인지 누구인지 모르겠는데, 물어봤는데 대답이 제 기억으로는 없었거든요. 그래서 ‘지난번과 똑 같은 거구나. 그래서 나는 똑 같은 거니까 그냥 그래야 되겠구나.’
권성수 판사: 지난번과 똑같다는 것이 무엇인가요?
김민ㅇ 조교: 9월 3일입니다.
권성수 판사: 9월 3일과 똑같다는 취지가 본인이 똑같다고 생각했다는 표현이 구체적으로 압수수색을 얘기하는 건가요?
김민ㅇ 조교: 예.
‘나야 나’라고 주장하고 있는 안 검사가 아닌 다른 사람이 다시 신문하자, 이번엔 ‘검사’ 언급은 아예 사라지고 ‘수사관’으로 크게 기울어진 답이 나왔다. 즉 김 조교는 자신이 ‘압수수색이냐’라고 물었던 것은 안 검사가 아닌 수사관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권 판사의 신문에 대한 답변에서 보다시피, 김 조교가 당시 자신이 압수수색이냐고 물었던 ‘수사관’은 압수수색이냐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2016년 기준 검사와 검찰수사관 현황. 현재는 검사는 2,292명, 수사관은 6,200여명이다. (검찰방송 유튜브 캡처)
김 조교는 이 증언 이후 필자 등과의 통화들에서도 당시 ‘압수수색이냐’고 물었던 것은 안 검사는 분명 아니었다고 일관되게 설명했다. 하지만 이 증언 이후로는 ‘안성민 아닌 다른 사람’이라는 점 외에는 누구였는지 기억이 헝클어져 버렸다. (그런 이유가 더 있다. 다음 회에서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김 조교가 압수수색으로 여기게 된 이유
한편, 김 조교는 9월 3일 검찰의 동양대 압수수색 당시에도 정경심 교수 연구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의 참관인이었다. 이미 압수수색을 참관해봤으니 압수수색과 아닌 것을 구분할 수 있지는 않았을까?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래는 문제의 안 검사 신문 직후, 임정엽 재판장이 김 조교를 신문한 내용이다. 재판장이 신문을 시작한 취지는, 압수수색이라고 생각했다면 당연히 확인했어야 할 영장은 봤냐는 것이다.
임정엽 재판장: 증인은 그 때 압수수색 영장 본 적이 있는가요?
김민ㅇ 조교: 저는 두 번 다 못봤습니다.
임정엽 재판장: 근데 압수수색 영장 안 봤는데 어떻게 압수수색 영장으로 압수됐다고 생각을 하게 됐는가요?
김민ㅇ 조교: 9월 3일 팀장님들이 무엇 때문에 오셨냐고, 아, 제가 출근을 10:50에 했는데 갑자기 “야, 빨리 문 열어” 이러시길래,
임정엽 재판장: 9월 3일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됐기 때문에 9월 10일에도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된 걸로 알고 있었나요?
김민ㅇ 조교: 저는 안 보여주시고 원래 윗사람만 보여주면 된다 그러셔서,
즉 9월 3일 영장압수 당시에도 검찰은 김 조교에게는 영장을 보여주지 않고 ‘윗사람들에게 보여줬다, 너는 볼 필요 없다’라고 하고는 압수수색을 했다. 9월 10일에는 김 조교가 압수수색이냐고 물었지만 ‘수사관’으로 추정되는 관계자는 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더욱이 법조인이 아닌 일반인인데다 사회 경험도 많지 않은 김 조교가 ‘압수수색’과 ‘임의제출’이라는 개념을 충분히 알고 있을 리가 만무했고, 게다가 자신이 수사를 받는 입장도 아니어서 차후에라도 그 뜻을 알아보려 할 동기도 없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김 조교는 검찰 관계자들에게 꼬치꼬치 따지기보단 ‘압수수색인가보다’ 하고 추측하고 있었던 것이다. 같은 상황을 처한다면 대부분의 일반인들이 비슷하지 않을까.
그런데, 압수수색이냐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으면, 이미 일주일 전에 압수수색을 당한 적이 있는데다 사회 경험도 부족하고 가장 하위직인 입장에서 압수수색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생각을, 검찰 관계자들은 과연 못했을까? 압수수색으로 생각하도록 한 ‘미필적 고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런 김 조교의 ‘압수수색’ 추측을 더 강하게 확신하게 만들었던 일도 있었다. 김 조교는 9월 10일 PC 압수로부터 한달 후인 10월 15일에 서울중앙지검에서 참고인조사를 받았다. 이 당시 조사를 진행한 검사는 9월 10일에 현장에 함께 있었던 양재영 검사였다.
이 참고인조사에서 김 조교는 양 검사에게 ‘1차 압수수색’, ‘2차 압수수색’을 여러 번 거론했다. 김 조교가 9월 10일을 임의제출이 아닌 압수수색으로 알고 있었던 사실을 양 검사에게 내보인 것이다. 그런데 이 조사에서 양 검사는 김 조교의 ‘2차 압수수색’ 거론을 바로잡지 않았다.
게다가 양 검사 주관으로 작성된 ‘참고인 진술조서’에도 김 조교의 ‘2차 압수수색’ 언급은 전혀 기록되지 않았다. 김 조교가 ‘1차 압수수색’, ‘2차 압수수색’이라고 발언했음에도 양 검사는 ‘2차 압수수색’을 ‘임의제출’이라고 ‘번역’해서 기록한 것이다.
이렇게 9월 10일 당일에 수사관이 압수수색인 것처럼 기만적으로 대답했던 것에 이어, 10월 15일 참고인조사에서도 양 검사가 김 조교의 ‘2차 압수수색’ 발언을 바로잡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김 조교로서는 더욱더 강하게 ‘압수수색’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랬던 것을 증언을 한 달 앞둔 2월 11일에 안성민 검사와의 통화 중에 김 조교가 ‘2차 압수수색’이라고 거론하자, 그제서야 ‘압수수색 아니었다’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어서 다음 회에서 계속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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