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네 집처럼 박씨는 물고 오지는 않았지만 제비가 집을 지은 집에는 복이 들어온다고 하여 길조로 여겼다고 하니 우리집 처마등 위에 지은 제비집을 보니 부처님 오신 날 자비가 내려 온 것처럼 기분이 좋다.
제비는 참새목 제비과에 속하는 여름 철새이다. 대한민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일대에서 번식한 제비는 대한민국에서는 개체 수가 상당히 줄어든 대표적인 동물이다.
제비의 가장 놀라운 특성은 "사람한테 겁을 내지 않는다"라는 점이다. 대부분 동물들이 사람을 피하는데 제비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사람을 이용하여 아예 사람이 사는 집 처마에 둥지를 짓는다.
이를통해 황조롱이나 참매 등 천적으로부터 보호를 꾀한다.
이럴 경우 사람을 겁내지 않는 또 다른 동물인 고양이가 문제이다.
우리 집에 제비 천적 고양이가 세 마리나 살고 있는데도 무섭지도 않나 보다.^^
아마 그래서 우리 집 고양이도 올라 가지 못 할 처마등 위에 진흙을 뭉쳐 90도인 성벽을 만들고 집을 지었다.^^
제비하면 생각나는 게 꽤 있다.
내가 한때 꿈꾸었던(?) '제비족'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ㅎㅎ
제비의 전신 곡선이 멋들어진 데다 빠른 속도로 날아다닌다는 점이 겹쳐서'매끈함+민첩함=멋지다'이라는 사람들 해석을 거친 결과 80년대 춤선생을 지칭해 제비족이라는 말이 나왔다 한다.
또 '제비뽑기'도 생각나는데 여기서 제비는 우리말 어원상 조류 제비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제비뽑기에서 '제비'는 중세 한국어에서 '져비'로 나타난다. 종이에 내용을 적어 놓은 뒤 접어 놓고 섞어서 뽑은 것에서 따와, 접다의 옛말 '졉다'에 접미사 '-이'를 붙인 '져비'가 된 것이다.
또 '제비꽃'이란 이름이 있는데 이는 강남에 갔던 제비가 돌아올 때쯤 꽃이 핀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제비 생김새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제비 먹이인 날곤충들이 습기가 많아지면 날개가 무거워져 낮게 날기 때문이라고 한다.
제비는 다리가 상당히 퇴화되어 있기도 하고, 지상을 무서워해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다. 모든 새들이 좋아하는 목욕도 내려앉아서 하지 않는다. 수면을 스치면서 지나가다가 날개를 파닥거려서 공중에서 목욕을 하는데 이런 행동을 제비가 물을 찬다라고 표현한다. 날쌘 사람을 가리켜 관용적으로 '물 찬 제비'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제비의 이런 습성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강남에 갔던 제비가 돌아와' 라는 노래 말의 강남은 중국의 장강 이남 지역을 말한다.
즉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겨울을 보내고 다시 돌아 온다.
이처럼 제비는 사랑이 움직이듯이 움직이는 철새이다. 그러다보니 제비는 이별 노래와도 관련이 깊다.
때가 되어 떠나가는 연인을 두고 가을이 되면 떠나가는 '제비처럼' 이라는 노래도 나왔다.
제비가 겨울을 나는 베트남에서는 반대로 봄이 되면 떠나가는 '제비처럼'이라는 표현을 쓴다 한다.
올만에 우리 집 찾아온 제비를 생각하며 제비와 관련된 노래를 들으며 지난 날 생각에 잠겨본다.^^
조영남의 대표곡 중 하나인 '제비'는 멕시코 민요를 기초로 만든 곡이다. 이 노래는 1862년 프랑스의 멕시코 침공 때 포로로 잡혀간 멕시코 의사 겸 작곡가 나르시소 세라델 세비야가 쓴 곡이 원곡이라고 알려져 있다.
<조영남제비 가사>
[정답던 얘기 가슴에 가득하고 푸르른 저 별빛도 외로워라 사랑했기에 멀리 떠난 님을 당신의 모습 꿈속에 있네 먹구름 울고 찬서리 친다해도 바람따라 제비 돌아오는 날 고운 눈망울 깊이 간직한채 당신의 모습 품으렵니다 아아 그리워라 잊지 못할 내님이여 나 지금 어디 방황하고 있나 어둠 뚫고 흘러내린 눈물도 기다림 속에 잠들어 있네 바람따라 제비 돌아오는 날 당신의 모습 품으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