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3일 연중 제31주간 화요일
필리피 2,5-11 루카 14,15-24
-방종우 신부
인생은 프로야구와 같아서
+찬미예수님 특정한 프로 야구팀을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저는, 요즘 야구 경기의 결과에 따라 하루하루 울고 웃습니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워낙 중요한 시점이라서 패배하는 순간 순위가 곤두박질치거나 이제는 아예 시즌을 마감하게 될 때가 왔으니 항상 경기를 주의 깊게 보며 마음을 졸이곤 하는 것입니다. 응원하는 팀의 상황이 그렇다 보니 예전에 이기지 못했던 경기들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잠깐의 실수로 패배했던 그 경기에서 이겨놨더라면, 진작에 잘했더라면 더 성적이 좋았을 텐데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를 마주하다 보면, 인생은 야구와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잠깐의 실수로 혹은 그릇된 판단으로 흘려보낸 시간을 결코 되돌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나치고 난 뒤에 후회하는 일들이 우리의 일상 안에서 얼마나 많습니까? 미처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행동하면서 그것을 뒤늦게 깨닫는 것이 어리석은 인간의 삶입니다. 조금만 더 잘 할 걸, 혹은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후회하지만 잃어버린 시간은 언제나 그렇듯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잔치의 비유를 통해 이러한 우리의 생활습관을 경계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우선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하느님의 나라에서 음식을 먹게 될 사람은 행복합니다” 라고 이야기 합니다.
이 말 안에는 메시아가 오면 오직 유대인들만이 하느님의 잔칫상에 초대받으리라는 당시의 기대가 섞여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주인의 초대를 거절하는 이들을 먼저 예로 드십니다. 이 인물들은 주인의 초대에 여러 가지 핑계를 댑니다. 밭을 샀는데 그것을 보아야 하고 겨릿소를 샀는데 그것을 부려야 한다며 양해를 구합니다. 그러자 결국 집주인은 다른 사람들을 불러 자신의 잔치를 가득 채우게 됩니다.
실제로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느님의 계명을 통해 가장 먼저 선택된 민족이었습니다. 또한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을 만남으로써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초대에 대부분은 응답하지 않았고 심지어 예수님을 시기 질투함으로써 그분으로부터 등을 돌리곤 했습니다.
결국 그들의 자리는 이방인들, 더욱 겸손한 이들, 하느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이들에게 돌아갑니다. 이것은 세속 안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는 비유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종종 의도와 달리 그분의 초대를 거절하곤 합니다. 하는 일이 바쁘고 자녀들 교육이 바쁘며 이런 저런 집안일에 시달리다보니 기도를 소홀하게 되기도 하고 사랑을 실천할 마음의 여유도 생기지 않습니다. 사람 간의 갈등은 자신을 괴롭히고 그러다보니 사랑은 잊어버리기 일쑤입니다. 나아가 코로나라는 적당한 핑계까지 생겼으니 타인과 거리를 두고 배척하는 일은 더욱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만약 주님의 초대에 적극적으로 응답하지 않는다면, 즉 사랑의 삶을 살아가지 않는다면, 결국 구원의 자리는 다른 사람들로 채워질 것임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다행히 아직 하느님의 잔치에는 자리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당신의 초대에 우리가 거절하지 않기를 언제나 바라십니다. 또한 이 기쁨의 잔치를 우리와 함께 나누고자 하십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하느님의 초대에 현재 어떻게 응답하고 있는지 자문해보아야 하겠습니다.
하느님의 요구보다는 나의 욕심에 마음과 시간을 기울이면서, “내가 밭을 샀는데 그것을 보아야 합니다” 라고 거절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몸과 마음을 빼앗겨 “겨릿소 다섯 쌍을 샀는데 그것들을 부려 보러 가는 길입니다” 라고 핑계를 대고 있지는 않은지요.
혹은 “저도 사람입니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휴식과 오락 등 인생의 기쁨을 마음껏 누리는 것이 뭐 그리 나쁩니까?” 하면서 주님의 요구를 너무 쉽게 거절하고 있지는 않는지요. 주님께서는 언제나 잔칫상을 차려놓고 우리들이 그곳으로 오기를 기다리십니다. 이 초대에 응답하는 방법을 사도 바오로는 오늘 제 1독서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그리스도 예수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여러분 안에 간직하십시오.” 아멘.
[서울대교구 방종우 야고보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