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패러다임 변화 속, 손을 잡다
또 다시 변화의 시작점에 섰다. 구독형 VOD도, 광고기반 VOD도 아니다. 이제부터는 커머스와 미디어의 만남이 시장을 재편할 것이다. 덕분에 OTT 산업은 드디어 제대로 된 숙주를 찾게 되었다.
국내외 OTT 업체들에게 풍부한 유동성과 넉넉한 제작비는 늘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 넷플릭스는 아시아 시장을 선점하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디즈니가 추격하고 있다. HBO도 peacock도, 텐센트도 뒤를 쫓는다. SVOD 업체들은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해 더 많은 오리지널을 제작해야만 하고, 더 많은 자금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더 많은 구독자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구독자 수 성장에도, 구독료 상승에도 한계가 있다. AVOD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코로나로 인한 마케팅비 감축, 커머스 플랫폼의 광고 내재화로 AVOD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다수의 OTT 플랫폼이 지속적 오리지널 제작과 고퀄리티 콘텐츠 수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대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 구독료와 광고료만으로 감당하기에는 판이 너무 커졌다. 그래서 미디어는 마르지 않는 샘인 커머스와 손을 잡을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커머스는 대체 왜 미디어와 손을 잡았을까?
이유는 비교적 간단하다. 프리미엄 콘텐츠는 제작비 이상의 사업적 가치를 지닌다. 소비자를 유혹하고 플랫폼에 가두어 소비를 이끈다. (Lock-in 효과) SVOD에서는 프리미엄 콘텐츠가 구독자 증가를, AVOD에서는 광고단가 향상 및 광고주 유입을 이끌었다면, CVOD 에서는 콘텐츠가 소비자를 구매 플랫폼으로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일종의 바람잡이 역할이다.
2. 아마존 프라임 : 유혹의 기술
구독 수익과 유통 수익을 기반으로 하는 대표적 VOD 서비스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다. 아마존 프라임은 매월 $12.99에미국 전지역 2일 내 무료배송,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 프라임 비디오 및 TV,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사실 전체 이용자 중 프리미엄 콘텐츠를 위해 멤버십에 구독하는 이용자는 15%로 비중이 크지 않다. 대부분의 아마존 구독자는 아마존의 콘텐츠보다 배송서비스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25~34세는 18%, 33~44세는 28%가 콘텐츠 때문에 멤버십을 구독 한다고 답했다. (참고, 33~44세 구간은 아마존의 유통 매출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집단이다.) 때문에 아마존은 커머스 사업을 위해 프리미엄 콘텐츠를 포기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일단, 이용자를 플랫폼에 엮어 놓아야 그들이 아마존에서 더 많은 물건을 구매하는 패턴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림2,3>에서 볼 수 있듯 콘텐츠 플랫폼의 구독자 수를 크게 증가시키는 요인은 단 하나다. ‘프리미엄/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개하는 것.’ 아마존 역시 멤버십 구독자 수 증가를 위해 오리지널에 매년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콘텐츠 예산은 2018년 80억달러, 2019년 60억달러, 2020년은 70억 달러다. 분기 당 멤버십 구독 수입이 ‘20년 평균 60억달러, ‘20년 전체 예상 구독 수입이 240억 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이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아마존에서 준비 중인 <반지의 제왕> TV show 시리즈는 시즌 1에만 약 1조 8,000억원이 투자되었다. 영화 3개 시리즈 전체 제작비인 3,600억원과 비교했을 때, 이번 투자는 아마존이 커머스 기반 VOD로서 승부를 걸기 위한 투자였다고 볼 수 있다.
3. 네이버와 쿠팡의 맞대결, 카카오는 지금 어디?
국내 온라인 커머스 시장에서는 네이버와 쿠팡이 맞대결 중이다. 거래액은 네이버가 쿠팡을 앞서고 있지만, 쿠팡이 플랫폼 이용자들의 Lock-in 부분에서는 좀 더 우세하다. 쿠팡은 커머스 업체로서 점진적 성장을 지속해 왔으며, 네이버는 2019~2020년 커머스 부문이 집중 성장했다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네이버와 쿠팡은 각자 우위에 있는 영역이 다르다. 네이버의 경우 쇼핑의 앞단인 ‘검색/서치’에 상당히 유리한 환경을 가지고 있고, 쿠팡은 쇼핑의 뒷단인 ‘배송’에 강점이 있다. 때문에 효율적 유통망을 가진 CJ대한통운과 네이버의 지분스왑 이후 이커머스 산업은 한층 더 불꽃 튈 것으로 예상된다. 두 플랫폼의 공통적 변화는 적극적 콘텐츠 확보를 위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CJ ENM (tving) 과의 제휴를, 쿠팡은 동남아 OTT인 HOOQ을 인수했다. 이들의 콘텐츠 전략은 플랫폼 락인효과를 강화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보인다. 이커머스 내 가격과 배송 경쟁이 콘텐츠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의 커머스 거래액은 ‘20년 추정치 기준 약 3조원으로 네이버, 쿠팡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현 상황에서 카카오가 메인 플레이어와 이커머스 경쟁에 함께 한다기에는 무리가 있다. 때문에 카카오의 콘텐츠 투자는 단순히 커머스를 위한 투자라기보다, 플랫폼 내의 생태계를 구축해가는 과정, 구독 모델 혹은 또 다른 사업모델을 위한 목적이라 해석하기에더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카카오는 커머스 경쟁에서 한 발 물러섰지만, IT 플랫폼도 완성도 높은 콘텐츠 제작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선례를 남겼다. 톡TV 출시 한달도 되지 않아 누적 조회수 3,000만을 기록했으며, 예능과 드라마 조회수 모두 고르게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숏폼-미드폼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으나, 카카오가 유료 구독 모델로의 전환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프리미엄, 롱폼 콘텐츠 제작에 좀 더 집중할 것이라 판단한다.
4. 2차 전쟁 - 수혜는 결국 또 CP사
결국 커머스 전쟁의 어부지리를 취하는 것은 CP사다. 커머스 플랫폼의 콘텐츠 확보전쟁으로 콘텐츠 수요는 증가하지만, 일정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보장하는 콘텐츠의 공급에는 한계가 있다. WAVVE와 watcha를 따돌리기 위해 넷플릭스가 한국 드라마 프로젝트의 마진률을 최소 5%~ 20% 이상까지 확보해준 선례를 기억하자. 게다가 OTT 플랫폼의 경쟁으로 평균 제작 비는 회당 5~6억 수준에서 많게는 회당 20억 이상까지 증가하게 되었다. 커머스 업체들의 콘텐츠 확보 전쟁 역시 드라마, 예능 제작 업계에 새로운 자금을 유입시키고, 선순환 고리를 강화하게 될 것이다.
흥국 조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