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 약국>
버드나무 껍질로 두통약을 만든다는 말을 들은 날부터 나는 버드나무 약국을 생각했다 머리 아픈 엄마가 약 사러 가는 길가에 버드나무 가로수를 심어야지 수양버들이면 밤길에 무섭지 않게 나뭇가지를 알맞게 잘라 주어야겠다 노랗고 빨갛게 꿈틀대는 버드나무 꽃봉오리를 애벌레라며 엄마를 놀리진 날아야지 엄마가 길 끝에 있는 버드나무 약국에 도착할 때쯤 머리는 맑아져서 "아차, 내가 여기에 왜 왔지?" 하다가 "우리 아이 줄 달콤한 비타민 하나 주세요." 하고 나왔으면 좋겠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버드나무 이파리들이 엄마 머리를 살랑일랑 만져 주어서 문을 열고 들어온 엄마가 "왠지 이 길은 누가 날 위해 만들어 놓은 길 같아." 하고 몰랐으면 좋겠다.
- 오디오 동시마중 22년 9월호 |
첫댓글 뭔지 모를 감정으로 뭉클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