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와 민박 [신철규]
한낮의 태양이 눈부시게 빛난다
새 한 마리가 태양 속으로 들어간다
부러진 칼날
열기가 잉잉거리고 있다
전자레인지 속에 든 번질거리는 고기처럼
우리는 지지직거리며 팽창하고 있었지
콧등에 맺힌 땀방울을 스쳐가는 미풍
새하얀 백사장에 발을 담근다
쌀독에 손을 담글 때처럼
처음엔 쉽게 들어가다가 어느새 딱딱하게 굳은 벽과 만난다
틈이 없어진 것이다
모래에 갇힌 사람
모래는 무겁고 모래의 경사면은 완강하다
한 치의 오차가 없다
모래들끼리 결속되어 있다
서로를 끌어당기고 있다
모래 속에서는 허우적거리면 안 된다
계속 밑으로 가라앉는다
자기보다 비중이 낮은 것은 떠올리지만
자기보다 비중이 무거운 것은 빨아들인다
아래로 아래로 끌어내린다
너의 등에 묻은 모래들이 라틴 아메리카의 지도처럼 찍혀 있다
바다와 백사장의 경계에는 고운 모래들이 쌓인다
발가락에 파고드는 고운 모래처럼 어둠이 스멀거리며 퍼져온다
비닐장판에 찍힌 손톱자국 같은 초승달
모래사장에 버려진 반지
오른편에 누운 사람이 없는데도 나는
여전히 오른쪽으로 돌아누워 잔다
가끔 왼쪽으로 누워 몸을 웅크리면
내 오른쪽 어깨를 지그시 당기는 손바닥을 느낀다
기억이란 그런 것이다,
없는 곳으로 몸이 기울어지는.
두 사람의 숨소리가 섞이면 파도소리처럼 들리지
내 몸이 심해라면
내 심장은 그 속으로 가라앉는 맥주 캔 같다
더 깊이 가라앉을수록 쪼그라드는
결국엔 납작해져서 평평한 철판이 되겠지
무겁고 느린 파도
흔들림이 지워지지 않는다
- 현대문학, 2022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