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때로 울곳이 필요하다
가끔 나는 지선생을 찾는다.
지선생은 나이는 두세살 어리나 한의 홍선생의 친구이며
위로자, 충고자, 잠시 그의 일을 도와주고자 곁에 있는 사람이다.
그는 인생을 좌우할 친구를 위해 자신의 업체를 뒤로 하고 머물러 있다.
이것이 성공한 자의 여유로움인가 보다.
남자들의 우정은 이런 면에서 여자들의 것보다 크다.
남성들은 여성에게도 우정이 있는가 질문할 때가 있다.
물론 여자에게도 우정이 존재한다.
그러나 남자의 것처럼 강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아마도 모성이란 두 글자 때문일 것이라 추측한다.
아내의 외도로 말없이 남편 석이의 쓸쓸함이 쌓여갈 때,
그의 마음을 알기에 글쓰는 일을 그만 두고싶을 때가 있다.
실제로 그만둔 적이 있었는데 하늘을 보아도,
풀꽃만 보아도 그 청초한 자태에 반해 세상만물이 아름다웠으나
암흑처럼 어두웠고 어디에도 기쁨을 찾을 수 없었다.
스승께 처음으로 열심히 하면 되겠다는 칭찬을 들었지만
특별한 재주가 없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
그러나 좋아하는 일이니 글을 사랑해도 무방할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며느리 역할이 힘겨울 때가 있다.
어느 봄날, 일등며느리 자리를 사표내고 그만 통곡하고 싶었다.
스스로 짊어진 멍에였으나 한번 멋진 며느리가 되어보기로
결심한 지 오랜 세월이 흐르고 이제 이 짐을 나누고 싶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날 때 울고 싶었다.
지나칠 정도로 정열을
쏟아부은 서러움이라고 할까
오랫만에 친정나들이를 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
허전한 마음과 알 수 없는 쓸쓸함이 밀려온다.
저들과 같은 기준을 가지고 달려야 할텐데
나는 아이들을 자유방목하지 않는가
언제부턴가 대학가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
그들의 삶을 보며 내 아이들도 버젓한 사회의 일원으로
교육하고 싶은 생각이 왜 없겠는가
그들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데
내가 하고 있는 교육방침이 옳은 것인지 순간순간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글을 씁네하며 요일도 모른채
시간을 보내다 문득 친구가 생각나 달려갔다.
그녀는 달라진 위상(?)을 질타하며
자신은 파출부 일을 하는 상대할 가치가 없는 친구라며
생각지 않은 면박과 섭섭한 마음으로 내곁을 떠날 때
가슴에서 찬바람이 새어나온다.
이때 지석진과 준선을 찾는다.
그들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툭툭 떨어진다.
한의 준선은 짐짓 모른척 환자들을 진료하고
석진은 그들이 쉬는 공간으로
나를 밀어넣고 아직 한기가 느껴지는 방에 말없이
난롯불을 피고 나간다.
아침햇살에 비친 이슬방울과,
함초롬한 꽃이 아무리 영롱해도,
남편과 아이들의 사랑스런 눈빛이 곁에 있어도,
여자는 때로 울곳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