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천재 남매들
개혁적이고 자유주의자였던 허균.
그를 좋아해서 그에 관한 책과 그가 쓴 책들을 찾아 읽곤 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어간 허균.
그의 책들을 읽다 보면 그의 형 허봉과 그의 누이 허난설헌을 접하게 된다.
또다른 천재들이다.
특히 허난설헌. 본명 허초희.
그는 16세기를 살다간 21세기 여인이라는 평을 받곤 한다.
그의 능력을 펼치기에 16세기 조선은 답답한 사회였다.
허균의 책을 통해 허난설헌에 대해 알게 되어,
허난설헌을 다룬 TV 다큐멘터리도 찾아서 보았고,
강릉에 여행갔을 때 허난설헌 생가도 찾아갔었다.
그리고 허난설헌에 대한 책도 읽어 보기로 했다.
그러다가 처음 만나게 된 책이 바로 이번에 읽는 책이다.
허난설헌을 윤지강이라는 소설가가 소설로 재구성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난설헌의 작품들이 많이 인용되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소설임을 지은이는 시작 전에 밝혀 두었다.
1. 조선 16세기
허초희가 살던 16세기...
조선은 붕당싸움이 기세를 올리고 있던 시절이다.
서인과 동인의 기싸움.
동인의 핵심 중의 한 명 허엽.
그가 바로 초희의 아버지이다.
그런 허엽이 죽자, 서인은 이를 기회로 권력을 잡고 동인을 탄압하였다.
그 와중에 허엽의 아들 허봉도 유배를 가게 되었다.
...
허엽은 첫째 부인과 결혼하여 아들 허성과 두 딸을 낳았다.
첫째 부인과 사별하고 둘째 부인 김씨와 결혼하여 허봉을 낳았다.
그런데, 허봉을 낳은 이후에는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허봉을 낳고 10년이 흐르고서야 아이를 낳았는데, 그가 바로 초희이다.
그리고 또 6년 뒤에 낳은 아이가 허균이다.
오랜만에 생긴 아이였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초희는 아버지와 가족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였다.
오빠 허봉은 학식이 뛰어났기 때문에 많은 제자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허봉은 서인 출신인 친구 이달에게 자신의 동생인 초희와 균의 가르침을 부탁하였다.
그리고 초희와 균은 이달에게 고전과 학문을 닦았다.
하지만, 초희는 조선의 여인이었다.
나이가 되면 집에서 정해준 집안에 시집을 가야 하는 조선의 여인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김성립이라는 사람과 결혼하였다.
결혼과 함께 초희는 새장에 갇혀 지내는 새가 되어 버렸다.
거기에 어린 나이의 아이들을 두명이나 먼저 하늘로 보내고,
유산까지 하여 몸이 피폐해졌다.
남편 김성립은 술과 기생에 취해 있어 집에 들어오지 않고,
엄한 시댁 식구들은 초희를 더욱 힘들게 하였다.
특히 시어머니는 여자가 글을 읽고 시를 써서 시마(詩魔)가 끼었다면서,
초희의 책과 초희가 쓴 책들을 모두 불태워버렸다.
그리고 벌로 초희가 머물고 있는 별당에 불도 지피지 못하게 하였다.
마음씨 착한 하인 무렴이 몰래 초희의 별당에 불을 지펴주었다.
그런데 그것이 발각되어 무렴은 모진 매를 맞았다.
더이상 참을 수 없다고 판단한 초희.
도망, 아니 자유를 위한 탈출을 감행한다.
2. 자유를 꿈꾸며...
시댁에서 도망을 나왔지만, 역시 조선시대 여인은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우선 초희는 그의 스승 이달의 집이 있는 원주로 향했다.
이달은 유랑중이었고,
집에는 그의 딸 금아와 금아를 보살피는 산청댁만 있었다.
초희는 잠시 머물다 떠나려 했지만,
영양실조로 다리를 절룩거리는 금아를 두고 떠날 수 없었다.
초희를 보살펴 주며 그곳에서 생활하였다.
동생 허균이 찾아와서 다시 시댁으로 돌아가라고 설득하였다.
자유주의자 허균 조차도 초희의 행동은 시대를 뛰어넘는 행동으로 보였던 것이다.
초희는 고전 등을 필사하여 생계를 유지하였는데,
이것이 소문이 나서 그 지방의 관기 함로화가 제자가 되겠다고 찾아오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뜻하지 않은 만남을 갖게 된다.
결혼하기 전 허봉의 제자로 알게 된 황연과의 재회였다.
초희는 결혼하기 전 황연에게 연정을 품고 있었으나,
황연이 고향에 간뒤 무슨 사연인지 연락이 끊긴 뒤 한번도 만나지 못했었다.
그러나 원주 땅에서 우연히 만난 것이다.
황연도 그간 피치못할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초희에게 다시 시작할 것을 이야기하지만,
초희는 이미 혼자만의 삶을 각오한 터라, 냉정히 거절하였다.
하지만 눈물은 흘렸다.
...
초희가 그곳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남편 김성립도 알게 되어
찾아와서 초희를 강제로 데리고 가려 했지만,
끝내 초희의 뜻을 꺽지는 못했다.
이웃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관허에 갔다가 강원감사 양세겸을 만나게 되었다.
양세겸은 악질 탐관오리였다.
양세겸은 서(西)인 출신이었는데,
양세겸은 초희의 시를 날조하고, 그 날조된 시를 이용하여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였다.
그래서 동인을 몰아내려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 소식을 유성룡이 알게 되어 허균에게 전하고,
허균이 초희에게 전하여 초희는 결국 원주를 떠나 금강산으로 향한다.
금강산.
그곳에는 허봉이 있었다.
초희에게 있어 오빠 허봉은 완벽한 사람이었다.
고매한 정신, 높은 학식,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었다.
자신의 힘든 처지도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초희가 만난 허봉은 폐인이 되어 있었다.
세상과 등지기로 작정한듯 술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초희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초희가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을 하지만, 허봉은 그때뿐이었다.
마음도 몸도 폐인이 되어버린 허봉.
그렇게 폐인이 된 허봉은 38살 젊은 나이에 죽고 만다.
정신적 지주가 사라져서인가..
허봉이 죽은 뒤 여섯개월 뒤에 초희마저 세상을 등지고 만다.
죽은 뒤, 시댁의 강요로 초희는 안동 김씨 선산에 안장되었다고 한다.
죽어서 다시 시댁에 오고만 초희.
이것이 16세기 조선의 모습이었다.
3. 우리말
이 소설은 엄청난 양의 모르고 지냈던 우리말을 만날 수 있다.
반갑다.
숨어있는 우리말을 알려주는 것 또한 소설가의 역할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앞뒤 문맥을 통해 대충 무슨 뜻인지는 알겠으나,
보다 정확한 뜻을 찾아보기 위해 일일이 적어 두었다가
인터넷 사전을 이용하여 뜻을 찾아보았다.
잘못 적어 두었나, 인터넷 사전에도 없는 말들도 있었다.
...
야자버리다 : ‘잊어버리다’를 낮잡아 이르는 말.
슴벅거리다 : 눈꺼풀이 움직이며 눈이 자꾸 감겼다 떠졌다 하다. 또는 그렇게 되게 하다.
습습하다 : 마음이나 하는 짓이 활발하고 너그럽다.
개염 : 부러워하며 샘하여 탐내는 마음.
주니 : 몹시 지루함을 느끼는 싫증./두렵거나 확고한 자신이 없어서 내키지 아니하는 마음.
벋버듬하다 : 두 끝이 버드러져 나가 사이가 뜨다. / 말이나 행동이 좀 거만하다.
자닝하다 : 애처롭고 불쌍하여 차마 보기 어렵다.
홧홧 : 달듯이 뜨거운 기운이 이는 모양
흥글방망이놀다 : 남의 일이 잘되지 못하게 방해하다.
동고리 : 고리버들로 동글납작하게 만든 작은 고리.
하리놀다 : 남을 헐뜯어 윗사람에게 일러바치다.
강새암
덜퍽부리다 : 고함을 지르면서 푸지게 심술을 부리다.
엽연하다 : 기상(氣象)이 빛나고 성하다.
마르내
깁창 : 깁으로 바른 창.
몸피 : 몸통의 굵기.
욀총 : 잘 외어 기억하는 총기.
아글타글 : 무엇을 이루려고 몹시 애쓰거나 기를 쓰고 달라붙는 모양.
갠소름
게정 : 불평을 품고 떠드는 말과 행동.
도스르다 : 무슨 일을 하려고 별러서 마음을 다잡아 가지다.
융융하다 : 화목하고 평화스럽다.
당알지게
반지빠르다 : 말이나 행동 따위가 어수룩한 맛이 없이 얄미울 정도로 민첩하고 약삭빠르다.
투미스럽다 : 어리석고 아둔한 데가 있다.
언죽번죽 : 조금도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고 비위가 좋아 뻔뻔한 모양.
벋버스름하다 : 마음이 맞지 않아 사이가 벌어져 있다.
덴겁하다 : 뜻밖의 일로 놀라서 허둥지둥하다.
악지 : 잘 안될 일을 무리하게 해내려는 고집.
헌걸차다 : 매우 풍채가 좋고 의기가 당당한 듯하다.
가시버시 : ‘부부’를 낮잡아 이르는 말.
검측스럽다 : 검은빛을 띠며 어둡고 맑지 않은 데가 있다./음침하고 욕심이 매우 많은 데가 있다.
몬존하다 : 성질이 차분하다.
발록산이
새퉁 : 밉살스럽고 경망한 짓. 또는 어처구니없는 짓.
조쌀하다 : 늙었어도 얼굴이 깨끗하고 맵시 있다.
두동지다
는질맞다 : 말이나 행동이 매우 능청스럽고 능글맞다.
매초롬하다 : 젊고 건강하여 아름다운 태가 있다.
울남하다
타끈하다 : 치사하고 인색하며 욕심이 많다.
는실난실 : 성적(性的) 충동으로 인하여 야릇하고 잡스럽게 구는 모양.
선겁다 : 재미가 없다.
모지락스럽다 : 보기에 억세고 모질다.
무잡스럽다 : 보기에 사물이 뒤섞여서 어지럽고 어수선한 데가 있다.
태사혜
설면하다 : 자주 만나지 못하여 낯이 좀 설다.
천천무리
두름성 : 일을 주선하거나 변통하는 솜씨.
서암
다문다문 : 시간적으로 잦지 아니하고 좀 드문 모양.
닻돌 : 나무로 만든 가벼운 닻을 물속에 잘 가라앉히기 위하여 매다는 돌.
아둑시니 : 똑똑하지 못하고 분별력이 없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가붓하다 : 조금 가벼운 듯하다.
더껑이 : 걸쭉한 액체의 거죽에 엉겨 굳거나 말라서 생긴 꺼풀. /‘더께’의 잘못.
구부슴하다 : ‘구부스름하다’의 준말.
설멍하다 : 아랫도리가 가늘고 어울리지 아니하게 길다.
거늑하다 : 부족함이 없어 마음이 아주 느긋하다.
터알
던적스럽다 : 하는 짓이 보기에 매우 치사하고 더러운 데가 있다.
더께 : 몹시 찌든 물건에 앉은 거친 때.
어웅하다 : 굴이나 구멍 따위가 쑥 우므러져 들어가 있다.
띠집 : 띠로 지붕을 이어 지은 집.
들병이 : ‘들병장수’를 속되게 이르는 말.
앙앙불락 : 매우 마음에 차지 아니하거나 야속하게 여겨 즐거워하지 아니함.
책제목 : 난설헌, 나는 시인이다
지은이 : 윤지강
펴낸곳 : 예담
페이지 : 380 page
펴낸날 : 2008년 2월 25일
정가 : 10,000원
읽은날 : 2010.01.29 - 2010.02.02
글쓴날 : 2010.02.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