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그림은 잉글랜드 화가 프랜시스 발로우(Francis Barlow, 1624~1704)의 1687년작 〈양치기 소년과 농부들(De pastoris puero et agricolis)〉이다. 이 그림은 고대 그리스 노예출신 우화작가 아이소포스(Aisopos; 이솝; Aesop; 서기전620~564)의 작품집이라고 학설되는 《아이소포스(이솝) 우화집(Aesop's Fables; 아이소피카; Aesopica)》의 제210우화 〈양치기 소년과 늑대〉를 집약하여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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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이 사기친다면 사기꾼답게 언행하므로 진실하고 정직하게 언행하는 사기꾼이다. 왜냐면 사기행각이야말로 사기꾼의 진실과 정직행이기 때문이다.
사기꾼과 마찬가지로 거짓말쟁이가 거짓말하면 거짓말쟁이답게 언행하므로 진실하고 정직하게 언행하는 거짓말쟁이이다. 왜냐면 거짓말이야말로 거짓말쟁이의 진실과 정직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랬는지 늑대소년이, 아, 아니, 양치기 소년이 마침내 처음으로 참말을 해버리자 아무도 그 소년의 참말을 소년의 진실과 정직언이라고 믿지 않았다.
(2009.10.15.12:31.)
☞ 위선 거짓 정직 참 덕목 분석 분별력 이해력 지해력
☞ 집단주의 상명하복 가축 눈치 고맥락 언어 습관
그런데 진실과 정직이 이토록 얄궂게 문제시되면 으레 맹목, 맹신, 맹종도 때맞은 듯이 덩달아 문제시되기 마련이다.
바로 이런 정직과 맹목의 얄궂은 기로(岐路)·교차로(交叉路)에서 발생하여 암약하거나 활약하는 것이 이른바 눈치이고, 그것이 이른바 “고맥락(?) 언어”라고 기칭(奇稱)되는 다의어(多義語)나 중의어(重義語) 따위를 위시한 다맥락 언어나 광맥락 언어를 양산할 것이다.
그런데 맥락이라는 것의 높낮이(고저; 상하 ☞ 참조)가 과연 분별될 수 있다고 확언될 수 있느냐는 의문의 정답이 당장에는 “거의” 오리무중이라면, 이따위 언어들은 차라리 ‘눈치언어’라고 통칭되는 편이 티끌만치라도 더 쉽게 술술 매끄럽게 인지될 수 있으리라.
하여튼, 그렇다면 몽매한 난맥처럼 얽히고설킬 수 있는 정직과 맹목의 얄궂은 기로·교차로를 어슷하게라도 후루룩 뚝딱 벗어날 만한 방편은, 적어도 한국어권에서는 안타깝고 알량하게도, 눈치뿐인 듯이 보이지만, 심지어 눈치도 분별력을 적잖이 요구하는 능력의 일종이라면, 이른바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히스테리반응을 뽀르르 유발할랑가말랑가.
아랫그림은 잉글랜드에서 활동한 프랑스 화가 제임스 티소우(James Tissot; 자크 조셉 티소; Jacques Joseph Tissot, 1836~1902)의 1894년작 〈눈먼자를 뒤따르다가 개골창으로 꼬라박히는 눈먼자들(맹인을 맹종하다가 도랑에 꼬라박히는 맹인들; The Blind in the Ditch; Les aveugles dans le foss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