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과 인터텟 유감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라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궁금한 것이 있으면 사실관계를 확인 하고자 찾는다.
책상 위에 종이사전보다도 언제 어디서나 찾아 볼 수 있다는 편리성에 더 빠져들게 된다.
종이신문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밀려 존폐의 위협이 놓여있다.
극장 공연 및 식당 안내와 예약도 인터넷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일부 식당 등 서비스 업종은 방문후기로 인해 손님이 넘쳐나기도 하고 문을 닫기도 한다.
편리성에 빠져 인터넷을 하다 보면 어느덧 그 안의 정보가 만능인양 착각을 하게 된다.
진료현장에서 인터넷으 파급력은 어느 정도 일까.
질병의 내용을 알리고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효과는 반드시 있다.
그러나 때로는 진료실에서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진료현장에서 인터넷 정보를 맹신하는 사람으로 인해 지치기도 한다.
환자의 증상은 누구나 똑같지 않으며 시간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진료현장에서는 환자에 맞추어 치료를 달리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을 통한 의학정보는 이런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치료를 하다 보면 간혹 환자들이 한마디 거든다.
'원장님, 증상이 좋아지지 않는데 인터넷 외국 사이트에 나와있는 치료방법을 카피해올까요?'
의학지식은 더 이상 의사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란 뜻일까.
성기능장애가 심인성과 기질성으로 나누어진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성공적인 성생활을 위해서는 음경 내에 혈액이 몰려 들어가 발기가 되어야 한다.
이때 혈관계통, 신경계통, 남성호르몬, 심리적인 것 모두 한 번에 제대로 작동이 되어야 원하는 발기를 얻을 수 있따.
발기 고장이란 이런 작동 과정에서 어딘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외부로 보여준다.
장애를 자동차로 따지면 심인성은 운전미숙이고, 기질성은 구조적·기계적으로 고장 난 것을 의미한다.
20대 초의 남자 대학생이 자신이 심인성 발기부전이니, 발기부전약 처방전을 달라고 찾아왔다.
발기부전 약물은 오남용방지 약물로 처방전이 있어야 약국에서 살 수 있다.
어떻게 발기가 되지 않는 것인지 알아보고자 문진을 하였다.
최근에 여자친구와 관계를 갖는데 강직도가 약해지고 전과 같지 않았다고 한다.
인터넷을 보니 자신의 증상과 같은 경우를 심인성 발기부전이라고 하였단다.
이어 치료로 발기부전 약물을 사용하였더니 좋아졌다고 쓰여있단다.
따라서 자기도 심인성발기부전이고 발기부전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말에 여자친구와 제주도에 놀러 갈 때 약을 갖고 가고 싶다고 한다.
발기부전 약물이란 발기가 되지 않아 성 관계가 힘들 때 보조적으로 할 수 없이 사용하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일찍부터 사용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30~40분에 걸쳐 '강의'를 하였다.
환자는 설명을 이해하려 하기 보다는 인터넷에서는 약을 복용하면 된다고 나왔다며 처방전을 달라고 한다.
은근히 의사의 말보다는 인터넷 정보를 맹신하는 환자를 보며 한숨이 나왔다.
90년대 발기부전 약물이 나오기 전만 하더라도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발기유발 주사와 음경보형물 수술 뿐이었다.
발기유발주사와 보형물 수술 두 가지 모두 환자들에게 조심스럽게 사용하였다.
심인성 발기부전의 젊은 사람들은 가급적 상담을 통해 해결하는 것을 당연시 여겼으며 약물 사용은 꿈도 꾸지 못하였다.
당시 본 병원에서 음경보형물 수술을 하였던 사람들은 최후 치료라는 것을 이해하였다는 각서를 쓰고 하기도 하였다.
최근 49세 남성이 음경보형물 수술을 해달라고 찾아왔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자기와 같은 사람은 수술을 해야 된다고 나왔다는 것이다.
요즘은 의학의 발달로 인해 호적상 나이와 체력적인 나이의 차이가 심하게 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체력적으로 호적상의 나이보단 열 살은 접고 들어가야 한다.
요즘엔 호적상 40대 후반이라도 외모는 30대 후반과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단 수술에 앞서 검사를 해보자고 하였다.
검사 후 발기부전약을 권하였다.
전에 주변 친구들이 발기부전약을 주어서 몇 번 사용하여봤으나 효과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혹시 모르니 오리지날 회사 제품을 사용해보자고 달래어서 보냈다.
몇 개월 뒤에 찾아온 환자는 발기부전약이 효과가 없었으며, 처음 마음 먹었던 대로 꼭 수술을 해야겠다고 하였다.
환자는 회사에 다니다 보니 매일 술을 마시게 되고 몸도 피곤하고 성욕도 없고 피로가 누적되고 과로에 수면부족에… 방법이 없다고 말하였다.
자기 나이에 회사를 잘 다니려면 술을 마시고도 휴식이 없다는 것을 원장님도 잘 알고 잇지 않냐고 되물었다.
스트레스가 심하니 빨리 수술날짜를 잡아 달라고 한다.
시간도 없으니 간단히 끝날 수 있다는 굴곡형으로 해달라고 한다.
일단 수술을 서두르지 말고 휴식을 취하면서 다시 생각해보라벼 호르몬 치료를 시도해 보기로 하였다.
하지만 환자 자신은 스트레스와 불면증 때문에 수면제를 복용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아마도 부인 앞에서 발기가 안 되는 자신에 대해 실망을 하였으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인터넷이나 유튜브에서는 발기부전 수술에 대해 환상적으로 이야기한다.
수술만 하면 앞으로 발기 걱정이 없고 천하가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자가 팽창형의 경우 파트너가 봐도 잘 모를 정도로 자연스러우며 반영구적이다.
인터넷이나 유튜브 정보는 좋은 것만 보여주지, 문제점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환자에게 수술 전의 자연적인 발기는 더 이상 없고 한번 수술하면 해면체가 망가져 나중에 제거하더라도 돌아오지 않는다는 설명을 하였다.
수술을 언제든지 해줄 것을 약속할 터이니 일단 생활습관부터 바꾸어보자고 한 시간 이상을 설득하였다.
한편 인터넷에 올라온 후기 덕분에 수술 한 건 올리기도 하였다.
구더기가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근다는 말이 있다.
소변보기를 힘들어하면서도, 전립선 수술을 하라고 권하여도 싫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인터넷에서 본 수술 후기에 따르면 정액도 나오지 않고 요실금이 생긴다고 나와 있어서란다.
70대 초반 남성이 소변이 나오지 않는다며 급하게 찾아왔다.
환자는 연말에 친구들과 명동에서 송년회를 하는 중이었다.
맥주 한잔하면서 친구들과 재미있게 이야기하다가 화장실을 갔는데 소변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바로 옆에 필자 병원이 있어서 찾아왔다고 한다.
급하게 도뇨관을 이용하여 소변을 빼주었다.
환자는 소변 때문에 불편하기는 하였으나 비뇨기과에 갈 생각은 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덧붙여 6개월 이상 전립선 비대증약을 복용하였으나 소변 줄기가 가늘고 한참을 기다려야 소변이 나온다고 호소했다.
요속은 5mL/s 이하(정상 : 20mL/s이상)로 낮았으며 전뇨도 거의 150mL 정도(정상 : 30ml 이하)였다.
환자에게 전립선 비대증 수술을 권하였다.
수술을 하기로 한 날 아침, 환자가 예약시간에 오지 않았다.
마취가 의사랑 기다리며 연락을 했는데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 시간이 지난 후 환자가 병원에 도착했다.
무슨일 있었는지 사연을 물어보니 환자는 일찍 도착했는데 병원 앞 찻집에서 망설이다 들어왔다고 말하였다.
막상 수술 하기가 걱정된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보니 전립선 수술을 하면 발기도 안 되고, 사정도 안 되고, 요실금이 온다고 한다.
겁도 나고 부작용도 심하다는데 수술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수술을 결정하기 전에 설명하였건만 당시에는 건성으로 듣다가 인터넷을 보고는 수술에 대한 공포심이 생긴 것 같았다.
전립선암 수술 후에 올 수 있는 발기부전에 대한 글도 보았다고 한다.
일단 전립선 비대증 수술과 성기능은 관계가 없다고 설명하였다.
한참을 설명해도 환자는 몸을 시린다.
일단 당일 수술은 못하는 것으로 하고 수술실은 '무장해제'를 시켰다.
인터넷에서 보니까 '유로 리포트'라는 것이 있는데 그건 사정액도 나오고 요실금도 없다는데 어떠냐고, 자기는 그것으로 하면 어떻게 되냐고 환자가 묻는다.
최근에 필자 병원에서 별명을 '전립선 피프트'라고 붙여 많이 시술하고 있는 방법이다.
요도를 통해 비대한 전립선을 실로 양쪽으로 젖혀 주어 전립선 요도를 통해 비대한 전립선을 실로 양쪽으로 젖혀 주어 전립선 요도부를 넓혀주는 것이다.
국소마취로 시술하며 수술과 같은 부작용은 없어 좋으나 아직 비보험 수술이다.
환자는 비용이 들어도 좋으니 유로 리프로 하겠다고 하였다.
인터넷 정보가 무조건 나쁘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필자도 모르면 일단 인터넷부터 찾아본다.
하지만 인터넷보다 더 정확한 정보는 전문가에게서 나온다.
사람들은 잘 모르면서도 전문가의 말을 무시하고 SNS나 주변 정보를 더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앞으로 의학에서 인공지능이 등장하면 과연 누구 말을 들어야 할지 궁금해진다.
인공지능은 성기능장애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윤수 / 조성완비뇨기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