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취미활동 3일째 '옥향 전지작업'
2021년 11월 26일 금요일
음력 辛丑年 시월 스무이튿날
오늘 아침은
어제보다 기온이
한참 곤두박질하여 영하 7도,
기온은 낮아도 바람이 잠잠하여
뭐 그다지 춥다는 느낌은 없다.
이제 몸이 추위에 적응되어 가는 갑다.
일어나자마자 난롯불을 지펴놓았다.
겨울날 아침에 해야하는 중요한 일이니까.
어제 아침나절,
아내가 걷기운동을 하러 먼저 나가고
조금 후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내려갔다.
운동을 하던 아내와 몇마디 나눈 대화이다.
"오늘은 또 무슨 취미활동을 하려고?"
"조금 있다가 보면 알걸세!"
"어제는 회양목하고 놀았으니 주목이와 놀란가?"
"머시마 하고만 노나? 가수나 하고도 놀아야제!
"뭔 소리여? 머시마, 가수나 라니..."
"오늘은 옥향이 하고 논닸꼬!"
"ㅎㅎ뭔 소린가 했네. 옥향이 가수나야?"
"하모! 옥향, 가수나 이름이 맞다 아인가베?ㅎㅎ"
"그럼 잘~ 놀아보시구랴!"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의기양양 전지가위를 들고 삐죽삐죽
자란 옥향의 자잘한 가지를 자르고 다듬었다.
이 시간만큼은 능수능란한 조경사가 된 듯이
제법 과감하게 싹뚝싹뚝 자르고 또 자르고
신중을 기하여 세심하게 다듬고 또 다듬는다.
들쭉날쭉 볼품없어 보이던 녀석들이
점점 밤톨을 깎아놓은 듯이 깔끔해진다.
한 그루, 두 그루, 세 그루...
그렇게 여덟 그루의 옥향을 다듬었다.
걷기운동을 하느라 오르내리던 아내가
"역시 당신 손이 가니까 너무 예쁘지네!"라며
발걸음을 멈추고 인증샷을 남겨야 한다면서
스마트폰을 들이대고 사진을 찍어주고 들어갔다.
만년 아마추어 조경사의 솜씨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라면 나름 아주 잘한 것이라며
깔끔해진 모습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세 번째 취미활동은 이렇게 마무리를 했다.
요즘은 가능한 오전이든 오후든
반나절만 바깥일을 하려고 하고 있다.
일을 마치고 정오가 다 되어 갈 무렵에
은행에 볼일이 있어 아내와 함께 읍내에 나갔다.
아내가 고마운 보건진료소장님께 드린다며
빵을 사러 단골로 다니는 빵집에 간 사이에
봉평도서관에 가서 책을 몇 권 기증하고 왔다.
두어 번 새책을 기증해 왔는데 그때마다 흐뭇하다.
나온 김에 모처럼 봉평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최근에 새로 생긴 '청춘 보리밥'이라는 곳인데
향수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보리밥과 산나물로
쓱쓱 비벼먹는 그 맛이 아주 일품이라서 좋았다.
평창시니어클럽에서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개업을 한 음식점이라고 메스컴에 보도된 곳이다.
오는 길에 보건진료소에 들려 빵을 전해드리고
왔다. 아내와 보건진료소장님의 주고받는 마음이
너무나 보기좋고 다정다감해 보여 흐뭇했다.
이렇게 산골 부부의 하루는 기분좋게 지나갔다.
오늘은 또 어떤 취미활동으로 하루를 즐겨볼까?
첫댓글
아름답게 가꾸고 단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언제나 변함없이 그러한 모습으로 우리 곁을 지켜주세요.
카페 삶의 이야기에도 생생한 현장으로 만들어 주시니
늘 카페가 아름답게 빛날 수가 있답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과찬이십니다.
소소한 산골살이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옮긴 것인걸요.
촌부의 글이 카페에 조금이라도 기여가 된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대단 하십니다
수고의 대가는 참 큽니다.
오늘도 행복 가득 하세요
근정님!
과찬이십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