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도협 트레킹을 끝내고 샹그릴라로 이동합니다.
어느 순간 차창밖으로 눈을 정화하는 풍경이 들어옵니다.
일행중 한사람이 이런말을 하더군요.
"샹그릴라에 와보니까 그 사람이 왜 그런말을 했는지 알거 같아"
"무슨말?'
"네가 꿈꾸는 유토피아가 실제로 있어 너무 힘들면 샹그릴라에 함 가봐 라고 "
창문을 열고 달리니 살짝 추위가 느껴졌습니다.
# 샹그릴라에서 우려했던 고산증세가 왔습니다.
심하지는 않았지만 머리가 지근거려 잠을 설쳤습니다.
일찍 일어난 김에 고성 안을 둘러보았습니다.
# 연기가 퍼져 나오는 골목을 따라 가보니
일을 나가기 전 라마탑에 들러 향을 피우며 하루를 기원하는 사람들과 마주칩니다.
# 샹그릴라 라는 뜻은 '천당' '마음속의 해와 달'이라고 합니다.
영국의 소설가 제임스 힐튼의 <잃어버린 지평선>이라는 소설에 등장하면서 유명해진 곳인데요.
소설에서 처럼 설산과 호수와 대초원이 있고 화려한 꽃과 금빛으로 휘황한 라마사원과
컬러플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실제로도 살고 있었는데요
전 머리가 아파서인지 눌러 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 아침은 길거리 음식으로 대충 때우고 초원의 호수 나파하이로 이동합니다.
극심한 겨울 가뭄으로 6월까지만 해도 물이 별로 없었다는데
제가 갔을 때는 바다에 온듯 착각이 들만큼 호수에 물이 가득했습니다.
모처럼 잔잔한 호수에 물수제비도 뜨면서 한가롭고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 나파하이 초원에서 말을 탔습니다.
호도협에서 워낙 고난이도 말타기를 체험해서인지
50원 본전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그렇더라도 마부 아짐씨랑 사이좋게 기념사진 한장쯤은 남기려 했는데
아줌씨 표정관리 심하게 안하셨네요.
# 이어 간곳이 중국 최초의 국립공원 푸다춰(普達措)공원입니다.
워낙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 태고의 고요와 신비가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슈두하이, 바이타이라는 두개의 호수를 중심으로 원시림과 초원이 펼쳐져 있는데
걸어서는 도저히 불가능하고 셔틀버스를 이용해 구간 구간을 선택해 걷습니다.
여름에도 많이 춥다는데 제가 간날은 전형적인 초가을 날씨여서
호숫가를 따라 한시간여 남짓 걷노라니 천국의 정원이 이렇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 온천이 있는 곳에서 잠을 청하려다 터무니없는 숙박료에 기겁을 하고는
샹그릴라 고성에 있는 지난번 묵었던 숙소로 되돌아 옵니다.
아니 돌아왔으면 큰일날뻔 했습니다.
글쎄 제 여권이 그 숙소에서 푹 쉬고 있더라구요.
전 고산증으로 멍멍이고생을 하고 있는데 말이죠. ^^;
이튼날 찾아간 샹글릴라의 대표적 사원인 송찬림사입니다.
세명의 신이 놀다 쉬어 간 곳이라는 의미라는데
보수 공사가 한창이여서인지 조금 어수선했습니다.
# 문 안쪽에 뭐가 있길래?
젊은 스님 둘이 한참을 들여다 보다가 되돌아 갑니다.
스님들이 자리를 뜨자마자 냉큼 가서 보았는데
뭐....
그냥 잡초만 무성한 마당이 있더군요.
# 송찬림사는 1950년까지만 해도 티벳의 땅이였는데
1951년 강제 무력에 의해 중국의 영토가 된 사원입니다.
제 있는 곳의 소유주가 누구였든 상관치 않고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이고 침묵하고 있는 지붕이 그저 기특해 보였습니다.
멀리 샹그릴라 시내가 보이네요.
# 따쥐 마을에 가기 전 시간이 남아 들렸던 백수대 입니다.
이곳에서도 어김없이 초입에 마부들이 유혹을 합니다.
전 늘 유혹에 약하기에 기꺼이 30원을 내고 말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왠걸요 정작 힘든 구간에서는 내려서 걸어 가야만 했습니다.
이젠 본전 생각이 난다기 보다는 제가 유혹에 아주 취약하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 물에 섞여 나오는 탄산수소칼슘이 햇빛에 분해되어 흰 바위를 만들고
동굴에서 나온 물이 천년 가까이를 흐르는 동안
자연지형이 자연스럽게 작은 연못 형태를 여러개 만든 곳 입니다.
처음 대면한 느낌은 터키의 '파묵칼레'를 떠올리게 했지만
규모면에서 한참 작기는 해도 한적해서 더없이 좋았습니다.
# 조금더 위쪽으로 올라가면 봉글봉글 물방울이 솟아나는 작은 못이 하나 있는데요.
왠지 마시면 젊어질 거 같아서 많이 먹긴했는데 효과는 더 지나봐야 될 거 같습니다.
바로 옆에서 향을 파시는 할배를 보아하니 주름이 펴지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거 같구요
할배처럼 늘 웃고나 살았슴 싶습니다.
# 위에 할아버지와 같이 향을 파시던 분입니다.
이름을 적어주니 동파문자로 부적을 써주셨어요.
물론 공짜는 아니랍니다.
조금 가짜 냄새가 나긴 했지만 일행들 하나같이 가슴에 품고 내려옵니다.
# 백수대에서 수다를 너무 떠는 바람에
이후 우리의 여정은 배고픔도 참아가며 쉼없이 달려야만 했습니다.
# 따쥐 마을에 들어가려면 배를 타고 가야하는데
막배가 6시라는데 7시까지 간다고 배를 붙잡아 두고는 7시가 다 되어 출발을 합니다.
일행 중 누군가 "우리도 이젠 중국사람 다 됐군" 합니다.
제가 탄 차는 22살 총각이 운전을 했는데 어찌나 터프하게 운전을 하던지
천길 낭떠러지 웨이브길을 브레이크 한번 밟지 않고 100k가까운 속도로 달리더군요.
# 뒷차와의 거리를 좁히느라 중간 중간 쉬여야 했는데 비록 멀미는 났지만
되려 멋진 풍경을 스치지 않고 차에서 내려 잠깐씩이라도 마주할 수 있어 좋기도 했습니다.
# 넘의 모자와 썬그라스도 빌려 사진도 찍어보고요.
# 배를 놓칠까봐 어찌나 서둘러 왔던지요.
배를 타는 곳이 바뀌여 돌아 돌아 한참을 내려옵니다.
그래도 다행히 착한 뱃사공 아저씨들이 8시도 훨씬 지났는데
집에 가지않고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배를 탄 안도감과 거센 금사강을 가로지르며 가는 기분이란 정말 끝내주더군요.
허나, 이후 일행 모두는 호도협의 말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각자의 배낭을 메고 언덕배기 하나를 오르는데 어찌나 숨이차고 힘이 들던지
일행들 숙소에 도착하자 마자 한마디씩 합니다.
"호도협의 말로 태어나지 않은게 천만다행이여"
"암만~"
저 뿐만이 아니라 언덕을 오르면서 다들 호도협의 말이 생각났다고 했습니다.
# 따쥐마을 게스트 하우스에서 방을 같이 쓰게 된 성순씨가 한마디 합니다.
"언니 우리 여기 잠만자러 온거야?"
"아마도"
그러나 이날 우리 일행들은 한숨도 못 잤습니다.
늦은 저녁먹고 시작된 접기게임과 홍삼게임을 새벽 3시가 넘도록 이어갑니다.
갑자기 천둥과 번개가 치고 비가 억수로 쏟아지며 전기까지 나가길래
이젠 자겠구나 했는데... 왠걸요
랜턴을 켜 놓고는 본격적으로 진실게임에 돌입합니다.
이튼날, 버스에 올라 차가 출발하기가 무섭게 모두 전멸했습니다.
첫댓글 한장의 사진이 아니라 그림이네요,,,담에 전체메일보낼때 좀 빌려서 사용할께요.
맘껏~ ^^
아~ 홍삼게임 또 하고싶다...
난 홍삼게임보다 이후 진실게임이 더 잼나던데..^^
푸하하~~~ 글솜씨가 보통이 아니시네요. 너무 재밌어요~~~
^.~
아싸~~ 홍삼!!! (근데 아직도 궁금한게.. 왜 홍삼인가~~? 모 산삼도 있고.. 따봉도 있고.. 대박도 있고.. 홍콩도 있고.. 하여간 많은데... )
그러게요..생각해보니 그렇기도 하네요..담엔 응용을 해서 다양하게 해봐요~ ^^
게임을 하면서도 힘나라고 홍 아닐까요
그러네..일단 시작함 기본 3시간 이더라구 ^^
글도, 사진도 참 좋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