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암동 배수로 익사사고' 책임 떠넘기기(경남도민일보/2014년 9월 3일)

[이상인]

'봉암동 배수로 익사사고' 책임 떠넘기기

마산회원구청 상하수과-건설과, 서로 미루다 뒤늦게 담당 합의

김민지 기자 kmj@idomin.com 2014년 09월 03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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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적인 폭우에 보행자가 침수된 인도를 따라가다 배수로에 휩쓸려 사망한 사건을 두고 행정 관청이 해결책을 내놓기는커녕 부서 간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공분을 사고 있다.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달 25일 오후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 서광아파트 앞 배수로에 ㄱ(53) 씨가 빨려 들어가 실종됐다. ㄱ 씨는 이틀 뒤 사고 지점 반대편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마산동부경찰서는 사고 경위에 대해 "물이 허리까지 차 인도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ㄱ 씨가 길을 걷다 뚜껑 없이 방치된 배수로에 빠졌고 결국 목숨을 잃게 됐다"고 설명했다. 배수로 뚜껑이 설치돼 있었다면 이 같은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실제 사고 현장 배수로 일부분은 덮개가 설치돼 있었지만 사고가 난 지점은 아무런 안전장치가 돼 있지 않았다. 배수로 깊이가 1m 정도 됐으나 일부 구간만 복개돼 발을 헛디디거나 자전거를 타다가 배수로에 빠질 위험성이 다분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마산회원구청은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방치해 왔다.

  마산회원구청은 창원시 시설물에 대한 안전조치가 부실해 사람이 죽었는데도 사고 재발 방지와 유가족 보상안을 내놓기는커녕 부서간 책임 떠넘기기에 바빠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 서광아파트 앞 배수로 모습. / 김민지 기자

  지난달 29일 상하수과 하수도담당은 <경남도민일보>와 통화에서 "초동 대응을 했을 뿐이지 배수로 복개시설 관리 주체는 건설과에서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건설과 도로정비 담당도 "우리 업무가 아니라 하수과에서 하는 것"이라고 발뺌했다.

결국 두 부서는 서로 책임을 미루다 업무 분장에 대해 논의했고 '당분간' 상하수과에서 맡기로 합의했다. 상하수과 하수도 담당은 "보험처리 등 실족사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상하수과에서 담당하기로 했다"면서 "이후 건설과와 논의해 배수로 복개시설 관리 주체를 확실히 정하겠다. 사고 예방을 위해 배수로를 복개할 것인지 난간을 설치할지 논의해 본 뒤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ㄱ 씨 유가족은 마산회원구청에 보상을 요구한 상태다. 이상인(양덕1·2동·합성2동·구암1·2동·봉암동) 창원시의원은 "명확하게 어디가 담당부서인지 말해줘야지 서로 책임만 회피해서는 될 일이 아니다"면서 "창원시 시설물인 배수로의 관리부실로 사고를 당했기 때문에 시가 보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마산회원구청 행정과는 "관련 법규를 검토 중이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