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라는 창으로 세계를 읽는 책 3권
음악은 소리를 재료로 삼는 예술입니다. 그래서 ‘음악’이라는 말 뒤에는 대체로 ‘듣다’라는 동사가 붙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음악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음악을 듣고, 연주하고, 창작하는 행위에서 한걸음 물러나, 음악 활동을 하는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서죠. 다시 말해 음악이라는 창을 통해 우리 인간, 그리고 우리가 구축한 사회・문화를 읽어내려는 겁니다. 심지어는 우리들의 음악 활동, 음악 관습, 취향 속에 가려져 있는 편견을 들추어내기도 하고요. 음악을 ‘생각하는’ 일은 곧 우리 인간을, 그리고 나를 이해하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생각합니다』
이미지 출처: 곰출판
“만일 여러분이 여자친구나 남자친구와 만난 지 100일, 200일 되는 날을 중요하게 여기거나 1년에 한 번씩 생일을 챙기거나 매해 첫날 작심삼일이 될지언정 새로운 결심을 하신다면, 이미 여러분은 이 책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상당한 음악성을 갖춘 사람들입니다. 음악가란 사실 특별하고 독특한 사람들이라기보다는 멜로디, 리듬, 강약 등의 도구를 통해 물리적으로 일정하게 흘러가는 객관적 시간에 적절한 포인트를 주어 그 시간을 나의 것, 즉 주관적 시간으로 만드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여러분을 위한 이야기입니다.”
_정경영, 『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생각합니다』
이 책은 저자가 대학에서 강의한 교양과목 ‘인간과 음악적 상상력’의 일부를 책으로 펴낸 것입니다. 음악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만 읽을 수 있는 어려운 전문 서적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점은 위에 인용된 저자의 말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악기 하나쯤 훌륭하게 연주할 줄 몰라도,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 부르지 못해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삶에 리듬을 만들고 싶어하니까요. 음악가의 범주를 확장시키면서 시작하는 이 책은 본격적으로 우리가 ‘음악’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경계를 무한히 넓힙니다. 음악에도 사투리가 있을 수 있는지, 음악회장의 조명은 언제 꺼졌는지, 또 바흐는 어쩌다가 음악의 아버지가 되었는지 질문하면서요. “음악은 그저 음악일 뿐”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렇다면 이 책을 권해 드립니다. 오랜 시간 음악이라는 말 속에 깊이깊이 새겨져 견고하게 굳어버린, 음악에 관한 우리의 ‘상식’ 혹은 ‘편견’을 돌아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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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관한 몇 가지 생각』
이미지 출처: 곰출판
“음악은 어쩐지 자발적으로 보이며 따로 뚝 떨어진 채 존재하는 것 같지만, 여기에는 인간적인 가치, 다시 말해 좋고 나쁨 그리고 옳고 그름에 대한 우리 판단이 개입되어 있다. 음악은 그냥 뚝딱 생겨난 것이 아니다. 우리가 만드는 것이고 우리가 이해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음악을 통해 사고하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결정하며, 스스로를 표현한다.”
_니콜라스 쿡, 『음악에 관한 몇 가지 생각』
이 책은 옥스포드 출판사에서 나오는 시리즈 기획물 ‘Very Short Introduction’ 중 ‘Music’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입니다. 2004년 동문선에서 『음악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가 2016년 곰출판에서 『음악에 관한 몇 가지 생각』이라는 새 제목으로 다시 출판되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 니콜라스 쿡은 영국의 저명한 음악학자입니다. 그런데 쿡은 이 책이 “보표, 음자리표, 음계, 화음” 같은 음악의 기초를 다루는 책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이 책은 음악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하죠. 특히나 쿡은 음악에 관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을 다시 생각해 보자고 제안합니다. 이를테면 “자본과 대중의 취향에 타협하지 않고 음악가의 생각을 새긴 음악이 진짜 음악이지!”라고 하는 생각이 도대체 어디서 생겨난 것인지 묻는 겁니다. 벌써 흥미롭지 않나요? 쉽게 읽히는 책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만일 이 책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건 한 번도 고민해 본 적 없는 문제들을 생각해 보게 하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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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사물들』
이미지 출처: 워크룸프레스
“이제껏 음악이 추상적인 예술이라거나 비물질 예술이라는 말을 별다른 이견 없이 무심코 받아들여 왔다. 그러나 음악을 경험하고 음악에 대한 글을 쓰는 시간이 누적될수록 음악의 이 근본적인 속성이 점점 수수께끼처럼 느껴졌다. (중략) 악보와 자동 악기, 그리고 음반. 음악과 가장 가까운 이 사물들은 음악을 어떻게 조율하고, 음악을 어떻게 방해하고, 음악을 어떻게 돕고, 음악의 과거를 어떻게 기록하고, 음악의 미래를 어떻게 점치고 있었을까.”
_신예슬, 『음악의 사물들』
이 책의 저자는 음악을 기억하기 위한 장치로 고안되고 사용되어 온 것들에 주목합니다. “악보와 자동 악기, 그리고 음반” 같은 것들 말입니다. 이 사물들은 오랜 시간 동안 음악의 소리를 기록하고 저장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사물의 존재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거나 동일시”되기 시작합니다. 이를테면 음악의 소리를 재현하기 위한 ‘수단’이던 악보가 그 스스로 음악 자체가 되었다는 겁니다. 실제로 어떤 음악가는 소리 나는 음악 연주를 듣지 않고 악보를 일별하는 행위만으로 이미 그 음악을 ‘들었다’고 술회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습니다. 악보를 곧 음악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 음악가에게는 인간의 불완전한 연주보다 악보에 적힌 기호들이 완전무결에 가까운 것일지 모릅니다. 악보가 음악이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이 질문은 위에서 소개한 『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생각합니다』, 『음악에 관한 몇 가지 생각』에서도 일부 다루는 문제입니다. 얇고 자그마한 책이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생각은 깊고 진지합니다.
『음악의 사물들』 상세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