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 아니면 막을 수 없었다… 1986년 월드컵에서 53회 파울 당해 신기록 세웠죠

[오지마을매니저]

  축구선수 디에고 마라도나(60·사진)가 지난달 25일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마라도나는 브라질 출신의 축구 황제로 불리는 펠레(80)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축구 선수였습니다.

  마라도나는 우리나라 국민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선수이기도 합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마라도나가 보여준 활약 때문이죠. 1986년 월드컵은 우리나라 대표팀이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본선에 진출한 대회예요. 이 대회에서 우리나라 첫 상대가 바로 마라도나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였습니다. 전 국민이 뜨거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이 경기에서 아르헨티나에 내 준 3골 모두 마라도나가 어시스트를 기록했어요.

  이 대회에서 마라도나는 모든 경기를 교체 없이 출전하면서 5골과 5어시스트를 기록 골든 볼(최고선수상)을 수상했습니다.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는 '신의 손' 논란도 있었습니다. 이 경기에서 마라도나는 후반 6분 헤딩을 하면서 왼손으로 쳐 골을 넣었습니다. 잉글랜드 선수들이 핸드볼이라고 항의하자 마라도나는 동료들에게 "어서 나를 껴안아. 머뭇거리면 심판이 항의를 받아들일 거야"라고 외쳤다고 해요. 경기가 끝나고 그는 "내 머리와 '신의 손'이 함께 만들어낸 골"이라고 했죠.

  논란의 득점 후 마라도나는 혼자 상대 수비수를 제치고 60m를 달려 결승골을 넣었습니다. 월드컵 역사에서 손에 꼽히는 골이죠. 마라도나의 두 골로 아르헨티나는 4년 전 영국에 당한 포클랜드 전쟁 패배를 설욕했어요. 마라도나가 아르헨티나 국민 영웅으로 추앙받는 이유죠. 아르헨티나는 1986년 이후 월드컵에서 다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하고 있어요.

  마라도나는 월드컵 대회에서 파울(반칙)을 가장 많이 당한 선수입니다. 역대 월드컵 최다 파울 획득 횟수 1, 2, 3위가 모두 마라도나입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무려 53회나 파울을 당했어요. 파울이 아니면 그를 막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해요. 이탈리아는 정상적으로는 마라도나를 막는 것을 마치 포기한 것처럼 마라도나에게 달려들어 한 경기에 23번이나 파울을 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죠. 그렇게 하고도 마라도나에게 골을 빼앗겼어요.

  마라도나는 역대 최고 이적료 기록을 두 번 경신한 유일한 선수입니다. 1982년 바르셀로나로 옮기며 500만파운드(약 73억원)를 받았고 1984년에는 나폴리로 가면서 이적료 690만파운드(약 102억원)를 받았습니다. 나폴리로 이적 후 리그 만년 하위권이었던 나폴리를 창단 첫 우승으로 이끌었어요. 그래서 1990년 나폴리에서 열린 이탈리아 월드컵 준결승 당시 나폴리 시민 일부가 조국 이탈리아가 아니라 마라도나를 응원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죠.

  1991년 그는 약물 검사에서 코카인 양성 반응을 보여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습니다. 결국 도망치듯 팀을 떠났습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도 약물 검사에서 적발돼 대회 도중 퇴출당했죠. 불명예스러운 퇴진이었죠.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마라도나가 죽은 뒤 사흘 동안 전 국민 애도 기간을 선포했습니다. 아르헨티나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축구 선수에게 처음 있는 일이죠.

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