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J이네가 아침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를 왔기에 어디서 만날까 조율을 하다가 제가 신화월드 쪽으로 가는 것으로 했습니다. J네가 숙소를 신화월드리조트에 잡았기에 며칠 시간내서 여행온 J네의 시간을 아껴주는 게 나을 듯 해서 입니다.
주차장에서 우선 만나기로 했는데 우리가 먼저 도착했으니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J에게 줄 블루베리 롤케이크를 들고 다녀와야 합니다. 잘 먹지도 않으면서 완이가 포장을 마구 풀러 바닥에 내동댕이 쳐놓을 가능성이 크니 이렇게라도 방지해야 합니다. 근래들어 먹을 것에 집착하는 정도가 더 커졌습니다. 특히 차를 타면 집착도가 유난히 상승합니다.
작년에 비해 먹는 양이 두 세배 커진 것은 다행이긴 합니다. 극심 편식과 소식으로 완이는 또래보다 작고 말랐습니다. 편식은 여전하긴 하지만 극심에서 벗어나자 종일 먹을 것들을 달고 살려고 합니다. 잠시도 쉬지않는 입을 위해 꼭 필요한 사람이 저라는 인식은 굳건하니 저에 대한 집착도도 커집니다.
반갑게 재회한 J와 J맘. 1년 만에 다시보니 아가씨급으로 폭풍성장했고 더 예뻐졌습니다. 조잘조잘 떠들기도 잘하고 이것저것 호기심도 한창 커가는 중입니다. J의 갈 길에 대해 늘 자문을 구하고 대책을 의논하는 J맘이 늘 고맙게 느껴집니다. 발달장애 관련 일을 해도 좋을만큼 지식면에서나 보는 눈에서 예리함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세 시간 가까운 대화에도 아이들만 아니면 더 가도 되지만 완이가 있고 대화를 나눈 신화월드 입구 망고찻집의 분위기도 좌석이 소수라서 버티기도 어렵고 그리고 태균, 준이 올 시간이 넘어서니 일어서야만 합니다.
J를 막 만났을 때 손에 들린 과일박스, 저를 준다고 복숭아와 포도까지 챙겨와서 고맙게 받긴 했는데 그걸 보자 완이가 걱정입니다. 분명 그냥 마구 먹어댈텐데, 아니니다를까 완이가 손대지 못하도록 트렁크 한 쪽에 잘 숨겨 두었는데도 찻집가기 전 잠시 재회 인사겸 짧은 대화나누고 왔더니 다 뒤져서 복숭아를 벌써 먹고 있습니다. 먹을 것에 대한 집착눈길이 보통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되었으면 복숭아 다 꺼내서 이빨자국들을 내놓았겠지만 다행히 하나의 맛에 빠져있는 중에 제가 돌아왔으니, 달콤살콤 신맛 과일을 정말 좋아하기에 더 그렇습니다. 문제는 집에 돌아와서 저녁먹고 복숭아를 잘라서 먹고나서 입니다. 태균이도 복숭아를 좋아하기에 함께 3개를 쪼개 먹었는데 끝없이 달라는 요구.
요즘 많이 좋아진 것은 더 먹고싶을 때 좋아했던 음식담았던 그릇이나 접시를 내미는 것. 물도 마시고 싶으면 컵을 들고 표시를 하는 식이라 사실 이건 큰 발전입니다. 그러니 복숭아 담았던 접시를 계속 끌어안고는 더 달라고 요구합니다. 9시만 되면 잠에 곯아떨어지는데도 잠까지 거부하며 칭얼댑니다. 머리 속은 온통 복숭아! 저걸 다 먹어야 하는데...
그래도 찻집에서 J맘과 이야기 나누는 동안 착실히 기다려준 것은 물론 처음 가보는 찻집에 거부 안하고 들어선 점은 크게 칭찬할만 합니다. 중도에 다 마신 컵을 들고 사람들 있는데 거기다 소변을 보려고 해서 위기도 있었지만 제가 잽싸게 말리고 화장실을 끌고갔습니다. 엽기적 상황은 막았지만 이제 이 정도의 사리판단은 해야 하는데 이게 또 걱정입니다. 공중화장실에서 볼 일 잘 본 것만도 기특해 사진 남겨보았습니다.
J가 그려준 황순재 선생님의 초상화는 정말 수준급입니다. 제가 매고갔던 목스카프하며 모자까지... 완성작품은 못 받았지만 지난 번 베트남에서 돈주고 그린 초상화보다 더 정확하고 마음에 듭니다. J가 이쪽 길로 가도 좋을 듯 합니다.
그렇게 J와 헤어지고 근처에 있는 대학동기가 있는 곳에 잠깐 들렸는데 그 친구가 있는 곳이 크지않은 컨테이너입니다. 완이가 들어가길 거부할 줄 알았는데 순순히 작은 공간에도 잘 들어가니 대략 5-6주만에 새로운 곳에 대한 불안과 거부는 어느정도 걷힌 것 같습니다. 이 점만 해도 다행이지만 집에 돌아가서도 계속 이어져야 하는데 또 걱정입니다.
걱정! 걱정! 걱정! 완이에 대한 걱정이 지금은 한도 끝도 없습니다. 새벽에 눈뜨자 나를 끌고는 복숭아달라고 떼를 써보려다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체감했으니 순순히 포기하고 신나는 뽀로로보기 모드로 갑니다. 곧 맛있는 아침식사하겠구나 하는 약간의 논리적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초기 완이를 며칠 봐줄 때 엄청나게 열어대던 냉장고는 손도 안대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이겠지요. 태풍 산산이의 영향으로 파고는 높고 바다거품은 무서울 정도로 사방에 흩어집니다.
어제 서쪽에서 돌아오는 길, 화창함과 간헐적 소나기를 반복 속에 결국 커다랗게 하늘을 장식한 무지개! 그 화려한 희망처럼 완이에게 제발 큰 깨우침들이 있기를!
첫댓글 J의 그림 솜씨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첫 스켓치에 대표님 분위기가 묻어 있네요.ㅉ
완이는 떼 쓰다 포기할줄 아니 교육으로 개선의 여지가 분명 있다 라고 생각해 봅니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