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斗員 傳
두원(斗員)은 예주(豫州)인이다. 조정에 출사한뒤 지역에서 조정으로 보내는 공물과 물산을 운반하는 일을 맡았다. 헌데 한번은 풍랑에 강에서 공물과 물산을 모두 잃어버리는 바람에 이후 처벌이 두려워 고향으로 숨어들려 했다. 헌데 이때 마침 동네에 화재가 발생 부모와 다섯 살 위 누이를 모두 잃고 말았다. 모든 것을 잃은 두원이 자살하려 하였다. 처음 술에 약을 타고 음독자살을 꾀하였는데 이 모습을 보고 놀란 이웃주민들이 급히 의원에게 데려가 목숨을 구했다. 두 번째로 목을 매고 자살하려 했는데 이또한 여의치 않았다. 두원이 탄식하기를 ‘운명이란게 다 저마다 하늘에 달려있는 것이겠지만 어찌 이토록 나에게만 모질단 말인가. 이제 더 이상 벼슬할일도 없고, 고향에서 부모와 누이까지 잃어 모든 것을 빼앗긴판에 내게 더 무슨 희망이 있다고 스스로 목숨조차 거두지 못한단말인가.’ 다시금 좌절하다 생각하기를 ‘차라리 산 높은곳에서 떨어져죽자. 그리되면 실수할일은 없으리라.’ 하고는 마을 인근 야산에 오르려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떨어지기 알맞은 벼랑을 찾던 중인데 홀연 한 도사가 나타나 ‘잠시 술이나 한잔하며 이야기나 나눌수 있겠소 ?’ 하였다. 두원이 탄식하며 ‘죽을자리를 찾는이에게 갑자기 무슨 술이오. 되었소이다.’ 라고하니 도사가 껄껄웃으며 ‘그럼 마지막 가는길에 이별주라 생각하고 나눕시다’ 하고는 거듭 권해 두원을 산에서 내려오게하여 타이르며 말했다. ‘어찌 그리도 귀한 한 목숨을 젊은 나이에 버리려 하시오. 인간의 목숨이 저마다 하늘에 뜻이 있어 달려있다면 어찌 지금까지 살려두는 뜻이 없겠소이까. 또 비록 지금이 난세라 하나 천지를 떠돌다보면 어찌 그대 혼자 새롭게 터전을 잡고 일할곳을 못찾겠소. 그러니 부디 용기내어 살 방도를 생각토록 하시오.’ 도사가 거듭 술과 간단한 안주를 거닐며 설득하니 두원이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후 혼자 남은짐을 챙겨들고 집을 나와 유랑길을 떠났다. 열을흘 한참 가다 한 고을에 당도했는데 백성들이 여기저기 울면서 탄식하고 있었다. 이때에는 이미 폭군의 폭정과 권신들의 전횡이 한참일때라 사방에서 도적떼가 들끓고 조정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한지가 오래되었다. 따라서 대충 곡절은 짐작갈만했지만 그래도 구체적으로 알고파 궁금해저 백성들에게 물으니 ‘이곳인 명천(明泉)이라 하는 고장인데 조정에서 고을의 사또를 백일이 넘도록 발령을 하지 않으니 지금 마을의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있소. 아무리 지금 조정꼴이 엉망진창이라 하나 지역의 백성들을 돌보지 않기를 어찌 이와같이 할수 있단 말이오. 밀린 송사가 산더미 같은데 어디가 하소연할곳도 없고 해결방도도 없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이까 ?’ 하였다. 또 조금 나이많은 마을노인이 말하기를 ‘또 설사 백일만에 뒤늦게 새로운 사또가 온다해도 그 역시 조정의 권신들에게 억대의 뇌물을 바치고 발령받은자일터이니 어찌 그런자아게 선정과 올바른 송사해결을 기대할수 있곘소이까. 이래죽으나 저래죽으나 마찬가지인 힘없고 살길없는 백성들 처지이니 그것이 슬프고 어려워 탄식할뿐이오.’ 하였다.
두원이 딱하게 여겨 관아를 대충 청소하고 정돈한뒤 단 몇가지라도 일을 봐주기로 했다. 일단 급한 송사부터 순서대로 줄울서 대기하라하고 이전에 향리를 보던 노인을 하나 불러 임시로 곁에서 정돈하는 일을 맡으라고 했다.
우선 두명의 중년사내가 서로 씩씩거리며 매우 불편한 기색을 한 채 관아로 들어왔다. 두원이 송사의 내용을 물으니 먼저 한 사내가 답했다. ‘소인이 탁주에 인삼을 넣어 만든 특수한 기술을 개발 그것을 이용 술을 팔았는데, 이자가 언제부터 그것이 시샘이 났는지 인삼이 아닌 더덕을 탁주에 넣어 팔아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저의 인삼을 탁주에 넣어 파는 기술을 훔쳐 장사를 하는 것은 분명하니 벌하여 주시오소서.’ 하였다. 다시 다른 사내가 말하기를 ‘억울하옵니다. 소인이 탁주에 더덕을 넣어 파는 기술은 오직 돌아가신 선친에게서 배운 것으로 다른이들이 알수 없는것인에 어찌 제가 이자의 것을 훔쳐 판다는말입니까. 이자가 저를 모해함은 물론 오히려 저희집안 기술으 탐이나 모함하는것이니 벌하여주시오서서. 하였다. 쉽지 않은 일이라 두원이 잠시 고민하다 향리에게 ’이 근처에 인삼을 재배하는 밭이 있는가 ?‘ 하니 향리가 답하기를 ’인삼은 예부터 약재로 전해져 내려오는 것으로 아주 툭수한 토질과 토양에서 정성껏 재배하지 않으면 쉽게 자라지 않는 것으로 아옵니다‘ 하여 다시 두원이 향리에게 ’이 근방에 인삼을 재배하는 밭이 있는가 ?‘ 하였더니 다시 답하기를 ’소인이 어느덧 60년 가까윤 세월을 이 고장에서 살아왔는데 인삼을 재배하는 밭이 가까운곳에 있다는 말은 못들어 보았습니다‘ 하였다. 두원이 다시 마을사람들을 불러 묻기를 ’저 두명중 누가 외지인이고 누가 이 고장 사람인가 ?‘ 하니 두 사람의 곡절을 모두 알고있는 자가 나와 말하기를 ’더덕으로 탁주를 빚는이는 그 선대부터 쭉 저희동네에 살던 사람이옵고 인삼으로 탁주를 빚는이는 오래전에는 보지 못한 사람입니다.‘ 하였다. 다시 다른 마을사람에게 물으니 ’저자의 선친이 더덕으로 술을 담그는곳을 본적이 있는가 ?‘ 하여 다시 마을사람이 답하니 ’더덕으로 술을 빚는 것을 본적은 없으나 본래 더덕장사를 하던이였던 것은 기억하나이다.‘ 하였다. 두원이 다시 인삼으로 탁주를 빚는이에게 물으니 ’그대는 인삼을 어디서 구할수 있는가 ?‘ 하니 인삼으로 탁주를 빚는다는자가 답하지 못하였다. 두원이 판결 내리기를 ’인삼이 본래 아무곳에서나 재배할수 없는것인데 그렇게 쉽게 인삼을 구해 술을 빚는다는 것은 믿기 어렵고 더덕으로 술을 빚는이는 그 선대부터 더덕장사를 하였다하니 비록 더덕으로 술을 빚는 것을 직접 보지 못했다고는 하나 신빙성이 있도다. 오히려 인삼으로 술을 빚는자의 말을 믿기 어려우니 더덕으로 술 빚는자가 이 고을에서 장사를 할 권한을 인정하며 인삼으로 술을 빚는다는 자를 추방하도록하라‘ 하였다.
이어 또 다른 남자 두명이 들어왔는데 하나는 젊은 사내고 하나는 나이많은 사내였다. 곡절을 물으니 먼저 젊은 사내가 답하기를 ’소인은 이 고을에서 오래전부터 장사를 해온 사람인데 이 자가 언제부터인가 소인이 장사를 하던곳에 말뚝을 박은뒤 외부인이 출입을 엄금하고 있사옵니다. 장사란게 아무곳에서나 할수도 있는것이지만 그래도 오래전부터 장사를 해오던 터전을 갑자기 출입을 막으면 어찌한단말입니까. 벌하여 주시오소서‘ 하였다. 다시 나이많은 남자가 답하기를 ’오히려 억울한 것은 소인입니다. 그 일대는 본래부터 제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땅인데 다만 오래전부터 딱히 표식을 하지않고 놓아두었더니 예부터 사람들이 자꾸 드나들고 심지어 사사로이 집을지어 살거나 장사를 하는이까지 생겨 거리가 복잡해지고 제 땅을 지키기도 어려워지는 실정이었습니다. 본래 저희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을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 이런 조치를 한것일뿐 오히려 벌을 받아야하는 것은 허락없이 남의땅에서 장사를 하거나 집을 지은 자들입니다. 벌하여 주시오소서.‘ 하였다. 이에 두원이 나이든 남자에게 ’땅이 선친의 것임을 증명할 방도가 있는가 ‘ 하니 소유권이 적힌 문서를 보여주었다. 이어 바로 두원이 현장을 가보니 주변 사방이 수만평도 되는 넓은 지역이었고 다만 땅 주인이라고 하는사람이 쓰는 공간은 한 구석 지극히 좁은 공간이었다. 충분히 사정을 모를때는 집을 짓거나 들어와 장사를 해도 충분한 넓은 공간이었으나 두원이 오히려 말하기를 ’그대가 자신의 땅을 지키고자 표식을 하여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자 하는 고충은 이해하나, 땅이 이렇게 넓고 오히려 그대가 집으로 사용하는 공간은 지극히 일부 아닌가. 사람이 무릇 살아서 한뼘 살 터전만 있으면 되거늘 무슨 이유로 이토록 넓은 공간이 필요하단말인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넓은땅에 외부인이 들어와서 장사를 하거나 집을지어 생기는 불편함은 이해하나 오히려 넓은 땅을 갖고도 다른이들이 쓰게 하지 못함은 부당하도다. 차라리 넓은땅의 일부를 고을 백성들에게 나눠주던가 공동으로 소유케 하던가 아니면 적절한 세를 받은뒤 집터나 장사할곳을 마련해주도록 하라‘ 하니 나이든 땅주인이 부끄러워 물러났다.
다음엔 한 젊은 남자와 세명의 여인이 들어왔다. 곡절을 물으니 먼저 사내가 말하기를 ’소인의 어머니는 저희 아버님께 본부인이 아니오나 오래전의 곡절로 이 세상에 낳온 이유로 서열로 장자가 되오이다. 이후 아버지의 본부인에게 거두어져 큰어머니로 모시고 살았고 세 누이는 정실 소생이지만 저보다 나이가 어린 아우들입니다. 다만 어머니께서 돌아가시며 유언으로 남기기를 ‘너희가 비록 어머니는 다르나 한 아버지 밑에서 나왔으니 한 핏줄이 분명하도다. 선친의 유산중 절반은 오라비에게 주고 나머지로 누이 셋이 나눠 살도록 하라’ 하였는데 부당하게도 세명의 누이가 제 몫의 유산을 가로챘나이다. 벌하여 주시오소서.‘ 하였고 오히려 세 여인은 억울함을 호소하기를 ’저희 아버님께서 지금껏 한눈을 판적이 없사온데 애초에 혼사도 치르기전 외부에서 다른 자손을 보았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며 저희 어머니께선 평생 저 이상한자를 사람취급도 하지 않았나이다. 헌데 이제와서 유산의 반을 물려주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주장은 천부당만부당 하옵니다. 바로잡아주소서‘ 하였다. 두원이 우선 침착하게 ’선대의 유언을 증명할수 있는 증빙자료를 내놓아보라‘ 하니 딸 셋은 우물쭈물하는데 아들이 품에 간직하고 있는 유언장을 보여주었다. 확인을 휘해 세 여인에게 ’어머니의 필적이 맞는가 ?‘ 하니 모두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수소문하여 마을주민중 세 여인의 어머니의 필적을 아는이를 찾아내어 확인케하니 ’세 여인 어머니 필적이 맞다‘ 하였다. 두원이 판결을 내리기를 ’아버지가 같으나 어머니가 다른 형제같에 유산으로 다투는일이 세상에 흔하게 있는 일이긴 하나 비록 어머니가 달라도 아버지가 같으면 한 일가가 분명하고 한 핏줄이 분명한데 어찌 이런일로 서로 다툰다는 말인가. 다만 아버지가 어머니와 혼사 이전에 자손을 본 사실이 누이들 입장에선 서운하겠으나 심정은 이해하더라도 오라비에게 재산 일부를 나눠주고 앞으로 다투지말고 사이좋게 지내도록 하라.‘ 하였다.
두원이 고을에 열흘이상 머물며 처리한 송사가 백건도 넘었다. 이에 감읍한 백성들이 저마다 달려와서는 밥과 술을 바치며 ’떠나시지말고 계속 우리 고을을 다스려달라‘ 애원했다. 허나 두원이 난감한 가운데 백성들을 달래며 말하기를 ’뜻은 충분히 이해하고 고마우나 나 역시 부득이한 처지로 떠돌이 신세가 된 몸으로 재주도 능력도 없이 함부로 고을의 우두머리를 맡았다가 일을 거르치거나 혹은 훗날이라도 나라에 책망을 받게되면 그 화가 여러분에게까지 미칠것이오. 여러분의 심정은 알겠으나 저는 이 정도에서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하고 백성들이 아쉬워하는 가운데 길을 떠났다.
두원이 서쪽으로 열흘을 더 갔는데 이번에 또 한 마을이 있었다. 한쪽에는 황폐한 너른 들판이 있고 백성들이 농사를 짓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며 그저 울고만 있었고 어떤이들은 다 굶어죽어가면서도 손을 쓰지 못하고 있었으며 어떤이들은 걸식을 하고 있었다. 촌장이 마침 있어 물어보니 말하기를 ’이 일대는 주동(朱動)이라 하는곳으로 이곳 이외에도 근처 열 개마을을 통털어 모두 그와같이 부르오. 하지만 고을의 현령이 부임하지 않은지 벌써 일년이 넘었고 무엇보다 농사지을 땅조차 마땅찮고 장사하기도 쉽지않아 그저 다들 이렇게 굶어죽어가는 처지요. 촌장으로서도 그저 어찌할 도리가 없소이다.‘ 이에 두원이 거듭 탄식하여 말하기를 ’조정의 행정력이 이미 미치지 않아 이 지경이 된 마을이 많다는 이야기정도는 나도 들었거니와 이 지경일줄은 몰랐구나. 이런곳이 이미 한둘이 아닐터인데 장차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하였다. 그리고 촌장의 안내를 받아 마을 인근을 돌아보다 ’황무지라도 개간하여 밭을 일구로독 합시다. 벼를 심을만한 논이 될수있는곳은 마땅치 않으니 밭이라도 개간하여 그곳에서 감자와 옥수수라도 심어 구황작물로 삼고 이웃마을에 팔아 벼와 바꾸면 충분히 마을의 생계는 이어갈수 있을것이오‘ 하였다. 촌장으로부터 마을의 주민수를 물어본뒤 일단 굶어죽어가거나 병들어가는이들은 별도의 시설을 두어 구휼하고 치료케했고 움직일수 있는 장정들을 최대한 동원 밭을 개간토록 하였다. 아낙들로 하여금 피륙이라도 짜게하여 그것을 인근에 팔아 모은 돈으로 먹을거리를 사 급여를 대신하였고 그렇게 몇 달만에 훌륭한 밭이 개간되었다. 백성들이 모두 감읍하여 두원에게 고맙다며 머리를 조아렸다.
두원이 직접 백성들의 사는 모습 하나하나를 살펴보니 한 집에 젊은 여인이 혼자 아이 여섯을 키우고 있었다. 좀 더 구체적인 사연을 들어보니 ’남편은 전란중에 나아가 실종되어 소식이 끊긴지 이미 여러해가 흘렀고 다만 미천한 것이 모진 목숨을 버릴수도 없어 아이 여섯을 돌보고 있으나 끼니조차 때우기 막막한 처지외다. 어찌하면 좋겠소이까 ?‘ 하니 마침 이전 마을에서 더덕으로 탁주를 빚던이에게 기술을 간단히 배워둔게 있어 그것을 여인에게 가르쳐 그것을 팔며 생계를 이을수 있게 도와주었다. 다행히 더덕으로 만든 탁주가 반응이 좋아 여인이 그것을 팔며 생계를 유지할수 있게 되었다.
또 한번은 이런일이 있었다. 마을에 노부부가 한쌍 살고있었는데 가서 사연을 들어보니 ’늙은이들이 오랫동안 자식이 없다 나이 50을 넘겨 귀한 딸을 보았는데 나이 열일곱에 이웃마을에 잠시 마실갔다 오는길에 몹쓸 사내들에게 봉변을 당하고 말았소이다. 이후 집밖에도 나가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는데 그렇다고 어린나이에 세상을 떠날수도 없는일이고 늙은이들이 언제까지 저 아이를 건사할수도 없는일이니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이까 ?‘ 하소연하였다. 두원이 다시 이웃마을을 가보니 그곳에 젊은나이에 부인을 잃고 혼자 아이 셋을 키우는 중년의 사내가 있었다. 이에 처자와 노부부를 설득 ’인근에 아이셋을 혼자 키우는 홀아비가 있는데 차라리 그곳에 시집보내는게 어떻겠소이까 ? 이미 한번 상처한 몸으로 과거있는 여자라 하여 책망할 이유가 없을것이요 비록 배아파낳은 아이 아니라하나 새어머니가 되어 친자식처럼 거두면 훗날 아이들이 어미에게 지성으로 효를 다할것이니 서로 사람을 살리게 될것이오.‘ 하였다. 두원의 설득에 처자를 이웃마을 홀아비와 결혼시키니 두 마을의 백성들이 모두 축복해주었다. 두원이 특히 홀아비의 아들 셋에게 말하기를 ’너희가 어려서 어미잃은 것을 하늘이 딱하게 여겨 특별히 선녀를 내려보내 어머니로 삼게 하였으니 너희는 어머니께 죽는날까지 효를 다해야한다. 만약 의를 저버리는일이 있을시 훗날 하늘의 징벌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엄히 꾸짖었다. 이에 아이들이 두려워하여 절을하며 두원의 말에 따를 것을 맹서하였다.
이번엔 흉년에 거의 병들어 죽어가는 노인이 있어 의원을 불러 급히 치료케하고 영양죽을 먹여 목슴을 부지케 하였다. 노인이 울면서 말하기를 ’모진 목숨이 어린나이에 부모를 잃고 유랑걸식을 하다 나중에 다행히 배운 잔기술이 있어 토기장사라도 하며 돈을 벌었는데 나이들어 이제 그것도 여의치 않았고 가난한 처지로 장가도 가지못한채 이리 혼자 늙어가고 있소이다. 어려서는 부모잃은 고아였고 젊어서는 가난한 떠돌이 장사치였고 늙으서는 자식없이 혼자 병들어 죽어가는 몸이 되었으니 이런 기가막힌일이 세상에 어디 있소이까 ?‘ 하였다. 두원이 다시금 딱하게 여거 촌장과 상의하여 인근에 재력이 조금이라도 있는이들을 설득 돈을 모아 노인을 돕게했고 그리고 이웃에 젊은 과부와 혼인시켜 그로서 남은 여생을 봉양하여 살수 있도록 하였다. 노인이 감읍하여 두원에게 큰절을 올렸다.
이곳에서도 마을사람들이 두원에게 고을원님으로 머물며 자신들을 다스려줄 것을 청했으나 두원은 다시금 난감해하며 거절하고 마을을 떠났다. 다시 또 열흘이 걸려 열곳도 넘는 군현을 지나 한 마을에 이르렀는데 마침 이곳에서 낯익은 이를 만났다. 처음 조정에서 말단벼슬을 할 때 알고지내던 양안(梁安)이라는이였다. 마침내 서로 반가움에 얼싸안은뒤 인근 주막에서 술을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먼저 양안이 묻기를 ’그대가 연달아 불향한 변고를 당했다는 소문은 들었으나 이후 어찌 지냈나 ?‘ 하니 두원이 탄식하며 답하기를 ’이런 처지로 도저히 살 자신이 없어 목숨을 끊어버릴까 결심도 했으나 다행히 한 은인(恩人)을 만나 설득을 당해 살 결심을 했네. 이후 곳곳을 유랑하는 처지가 되었으나 머물곳은 마땅치않고 가는곳마다 백성들의 사는 처지가 말이 아니었네. 나 자신 신세를 의탁하고자 하는 말은 차마 꺼내지 못할정도로 다들 피폐하고 곤궁한데 내가 거기서 무슨말을 하겠나. 그저 탄식하며 거듭 이렇게 머나먼 유랑길만 떠날뿐일세‘ 하였다. 양안 또한 탄식하며 말하기를 ’지금은 이전에도 이런 시절이 없었고 앞으로도 이런시절이 있기나 할지조차 의심스러운 어지럽고도 어지러운 세상일세. 조정은 어리석은 황제가 있어 나라꼴이 제대로 돌아가는지조차 의문스럽고 권신들의 횡포속에 조정의 행정체계마저 무너진때라 다들 이모양이 되어버렸네. 다행히 이곳은 그래도 지역의 태수가 부임해있어 어느정도는 민생의 안정을 꾀할 수가 있는곳이니 여기서 머무는게 어떻겠나 ? 태수께 말씀드려 말단 서기일이라도 하면 안정적인 수입속에 여생을 보낼수 있을것일세 ?‘ 하니 오히려 두원이 탄식하며 말하기를 ’방방곡곡을 떠돌며 백성들 사는 모습을 살피니 오히려 나 자신의 안정만을 꾀하기가 미안할 지경일세. 자네 뜻은 충분히 이해하나 오히려 천하를 떠돌며 어려운 백성들을 돕느니만 못할것일세.‘ 하며 양안의 제안을 거절했다. 두 번세번 양안이 권해도 두원이 끝내 거절하니 양안이 서운함속에서도 더는 입을 열지 못하였다.
다만 며칠을 더 고을에서 머물렀는데 함께 나들이를 떠났는데 냇가에서 빨래하는 아낙이 있었다. 헌데 저만치서 호랑이 한 마리가 다가오는게 보였다. 아무래도 호랑이가 아낙을 노리는 것이 분명해 둘이 의기투합을 하였다. 본래 양안이 무예를 아는자고 두원은 그냥 문관인지라 양안이 먼저 호랑이를 퇴치하기 위해 칼을 들고 앞서나갔다. 놀란 아낙은 이미 달아난뒤고 호랑이가 양안을 덮치려하자 칼을 휘둘렀다. 그러나 작은 생채기만 남긴채 호랑이를 해치우진 못하였다. 두원이 웃으며 ’아무래도 자네 무예도 이미 다한 것이 아닌가‘ 하고 한번 직접 호랑이에게 다가가보았다. 호랑이가 일시적인 부상을 입긴 했으나 바로 두원에게 달려들었는데 두원이 달아나는척 호랑이를 인근 함정으로 유인하였다. 함정 근처에서 살짝 몸을 피하고 호랑이만 모르는채 달려들다 함정에 빠지고 마니 이어 양안이 화살을 쏴서 함정에 빠진 호랑이를 거꾸러뜨렸다. 이어 함께 호랑이 가죽을 벗겨 나누며 말하기를 ’세상은 아무래도 나의 무예보다는 자네의 지혜를 더 필요로할 것 같으이. 아무래도 이 세상에서의 소임은 나보다 자네에게 잇을뜻싶네. 하였다. 둘이 함께 껄껄 웃으며 술을 나눴다.
두원이 양안과 헤어진뒤 다시 열흘을 걸려 남서쪽으로 백수십여리를 나아갔다. 작은 야산 근처를 지나는데 한 무리의 사내들이 갑자기 다가와 두원을 겹쳤다. 이후 자신들의 산채인듯한곳으로 납치해갔는데 두원이 억울하고도 화가나서 ‘나를 무슨 이유로 납치하였느냐 ?’ 물으니 우두머리로 보이는이가 이와같이 말했다. ‘우리는 옛적 무산인(務産人)인들의 후예다. 이 일대가 본래 무산의 땅이었는데 너희 중원 오랑캐들은 고작 북방의 거란,여진족에게 쫏겨나 서역으로 천리를 이주해온 주제에 무도하게도 우리의 터전과 땅을 빼엇고 너희의 나라를 세웠다. 중원인들에 의해 우리 무산의 부모,형제들을 잃고 땅을 빼앗긴것만 생각하면 중원인 모두를 잡아 그 뼈와 살과 피를 갈아마셔도 시원치가 않은데, 우리 일곱의 능력으로 그렇게 할 수는 없고 다만 이곳을 지나가는 중원인 백팔인을 잡아먹고 우리도 죽으려한다.’ 하였다. 들으니 두원이 기가막혔으나 그런 가운데서도 이들을 설득하고자 말하기를 ‘그대들의 심정은 이해하나 무산을 송나라가 차지한지 이미 200년 세월이 지났는데 이제와서 그대들의 선조가 가진 원한을 푸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우리 또한 옛적 진과 한과 노의 후예로 그 강산을 북적(北狄) 오랑캐에게 터전을 빼앗기고 옛 선현의 도리마저 모두 흩어져 분하고 원통한 가운데서도 새로운 터전을 찾아 진과 한과 노의 정통을 부흥시키고 옛 선현의 도리를 다시 되살리려 한것뿐 다른뜻이 없었다. 다만 후송(後宋)이 운이 없어 덕있는 군주를 만나지 못해 폭주(暴主)가 계속 집권하여 백성들이 도탄에 빠지고 사는 모습이 말이 아닌지 오래되었도다. 그대들이 옛 중원땅에 원한을 가진 심정은 이해하나 지금이라도 마음을 고쳐먹고 바른 도리로서 세상을 교화시켜 나가는 것이 어떻겠는가 ? 훗날 좋은 세상이 와서 송이 다시 참다운 군주를 만나는 시절이 오면 그때 황제께 아뢰어 옛적 무산인들이 살만한 터전을 따로 마련해보게 하곘노라.’ 하였다. 우두머리 되는이가 오히려 어이없다는 듯 말하기를 ‘실로 허망하기 짝이 없는 소리를 계속 하는구나. 송나라 임금이 패역무도한자가 연속으로 집권한지 오래되었음은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바 언제 그런 현명한 군주가 다시 오기만을 기다리곘으며 또한 너희가 우리의 새 터전을 무슨수로 마련해준단 말이냐 ? 설사 송주의 측근이 직접 찾아와 그런 약조를 한다해도 믿기 어려운데 한낱 필부의 말을 곧이 듣고 너를 살려준단말이냐. 더 가당찮은 이야기니 다만 하늘이 네게 준 수명이 여기까지라 생각하고 조용히 우리의 칼을 받아라.’ 하였다. 이에 다시 두원이 간곡히 설득하여 말하기를 ‘하늘이 이 세상을 만든 이치가 있다면 땅위에 생령들도 마땅히 그들에게 살아가는 도리가 있을터, 그대들은 어찌 한낱 살육과 살생의 길로만 모든 것을 행하려드는가. 세상에는 사사로운 원한으로 백인을 죽이는이가 있는가하면 작은 재주로도 천만인을 살리는 이가 있다. 그대들 또한 사사로운 원한으로 백인을 죽이느니 작은 재주로 만인을 살릴길을 생각해보라.’ 하였다. 우두머리가 문득 생각을 고쳐먹고 그 앞에 정중히 무릎꿇고 말하기를 ‘아무래도 저희가 높으신 어른을 잘못 알아본 것 같습니다. 부디 저희에게 크신 가르침을 주소서.’ 하였다. 이후 술과밥을 후히 대접하며 두원에게 ‘우린 이제 어찌 살아가는게 좋겠소이까 ?’ 하니 ‘그대들이 옛적 무산족의 후예로 송나라에 터전을 빼앗기고 떠돌이 신세가 되었다면 그 또한 딱한일이 분명하다. 허나 그대들도 알다시피 우리 또한 옛적 중원땅을 북방 오랑캐에게 빼앗겨 그 한을 가슴깊이 새기고 살아가는터. 다만 좋은 시절이 오면 다시 우리의 땅을 빼앗아간 북방 오랑캐들을 물리치고 옛적 진과 한과 노의 명맥과 옛 선현의 도리를 되살려 중원땅을 되찾기를 바랄뿐이니 그때가되면 이 땅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겠노라. 내 비록 작은몸이라 하나 명예를 하늘로 걸고 약조할터이니 그대들 또한 부족하나마 내 말을 믿어주기 바란다.’ 하였다.
무리중 우두머리의 이름은 이준(李俊)이라 했고, 나머지는 고승(高昇),세진(世眞),지화(池和),단청하(段淸夏),서철(徐喆),백승(白承)이라 했는데, 이준이 아우들에게 두원에게 큰절을 올리라했는데 아우들 상당수가 표정이 밝지 못했다. 이준이 두원을 후히 대접한후 침전을 내주어 그곳에서 쉬게 하였는데 한밤중에 고승이 칼을 들고 침소에 들었다. 두원이 놀라 ‘이게 무슨짓인가 ?’ 하니 고승이 말하기를 ‘본래 우리가 중원의 패역한 무리를 토벌하여 옛적 무산의 형제들의 원한을 씻기위해 맹서하였는데, 네놈이 중원인으로 한낱 요설로 우리 형님을 현혹하였으니 어찌 살려둘수가 있겠느냐 ? 우리가 옛 맹서때문에라도 형님을 저버릴수는 없지만, 형남을 현혹한 네놈의 더러운 혀는 이곳에서 잘라버리지 않으면 속이 시원치 않을 것 같다.’ 하였다. 두원이 당황한 가운데서도 고승이 겨눈 칼을 간신히 피할수 있었는데 이때 단청하와 서철이 달려들어왔다. 이들이 고승을 막으며 ‘너는 어찌 우리 형님이 귀히 대접하라는 손님을 핍박하여 우리를 배신하려 드느냐 ?’ 하니 오히려 고승이 반박하여 말하기를 ‘맹서를 먼저 저버린 것은 형님이다. 애초에 무산을 핍박한 중원인 그 어느 하나 자비와 용서없이 모두 갈아마시기로 했는데 이제와 스스로 중원인이라 하는자를 살려주는것도 모자라 후히 대접한다면 대체 우리의 옛 맹서는 어디로 간것이냐 ?’ 하며 더욱 발악하듯 소리쳤다. 소란을 듣고 이준이 뒤늦게 달려와 놀라 고승을 꾸짖고 만류하여 돌려보냈다. 그리고 두원에게 ‘몇몇 아우들이 젊은 혈기로 망령된짓을 한것뿐이니 용서해주시오’ 하며 빌었다. 두원이 탄식하여 ‘아무래도 제게 이곳은 오래 머물곳이 못되는곳 같소이다.’ 하였다.
다음날 날이 밝아 이준의 무리들은 제각기 일일 보고 있었는데 산밑을 정찰하러 갔단 세진과 지화가 돌아왔다. 그리고 말하기를 ‘재물과 금은보화를 잔뜩실은 장사치 일행이 지나가고 있으니 그것을 빼앗읍시다. 그것을 탈취하여 우리것으로 하면 충분히 우리 거사의 밑천이 될수 있을것입니다.’ 하여 이준이 허락하였다. 이에 세진과 지화가 명을 받들어 상단의 재물과 금전을 보두 갈취하여 가져오니 그 양이 어마어마하였다. 이준도 놀라 묻기를 ‘대체 얼마나 큰 상단이길래 이렇게 많은 재물과 금은보화가 있단말인가 ?’ 하니 지화가 보고하듯 대답하기를 ‘자세히는 모르오나 상단의 무리가 족히 50여인이 되는듯했고 하지만 그중 상당수가 우리의 칼과 활에 맞아 죽거나 다쳤으며 그 외 나머지는 놀라 달아났기에 두고간 재물을 모두 가져온것뿐입니다.’ 하였다. 두원이 이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탄식한뒤 말하기를 ‘무릇 거시뿐만 아니라 매사에 돈이 필요한 것은 부득이한일이오. 혼자몸으로 정처없는 여행을 떠날때도 노자가 필요한 것이 세상이치인데 하물며 여럿이 무리를 지어 큰일을 도모하는데 어찌 많은 재물이 필요하지 않겠소이까 ? 도적질이라도 해서 재물을 빼앗은 여러분의 심정은 이해하나 이런식으로 가선 세상의 그저그런 흔한 도적떼밖에 되지 않는것이니 차라리 이를 기반으로 장사라도 시작해보는게 어떻겠소이까 ?’ 이렇게 무리를 설득하니 어떤이는 수긍하고 어떤이는 수긍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이준이 두원의 설득에 감화되어 장사를 시작하고자 아우들과 의논하려 들었다. 허나 어떤이들은 수긍하고 어떤이들은 그렇지 않은듯해 쉬이 결론은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어 밤이되니 아우들중 서철과 백승이 두원의 침소에 칼을 들고 나타나 이와같이 말했다. ‘우리가 본래 옛적 무산족의 원한을 씻고자 무리를 모은것인데 어디서 헛된 마군이가 나타나 사사건건 방해를 하는구나. 네가 정녕 이런식으로 우리의 일을 방해하고 형님과 우리 사이를 이간시키니 도저히 함께할수 없는자로다’ 하고는 칼을 들어 두원을 해치려 하였다. 두원이 가까스로 기지를 발휘해 몸을 피신할수 있었으나 서철과 백승의 추격을 막을수는 없었다. 단청하가 다행히 무리를 이끌고 와서는 서철과 백승을 막아 위기를 모면할수 있었다.
다음날 날이 밝아 이준이 두원에게 거듭 술을 권하며 사과하기를 ‘제가 대인을 만나 그 뜻에 감화받은일이 있어 함께 모시고 큰일을 도모하길 원했는데 아우들이 여전히 큰 뜻을 모르는 것 같아 그저 면목이 없습니다. 이제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 하니 두원이 다시 말하기를 ‘옛부터 도적과 군왕의 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성공하면 군왕이요 실패하면 도적이라 했소. 또 처음엔 군왕의 길일 택했다 하더라도 나중에 일을 그르쳐 선현의 말씀을 거스르고 도적이 된일도 있으며 시작은 도적이었으나 뒤에라도 선현의 길을 배워 군왕이 된이도 있으니 어찌 날떄부터 군왕과 도적의 길이 따로있다 하곘소이가. 또한 무릇 세상이 어지러워지면 곳곳에 살기 어려워진이들이 도적이 되기도 하고 반란을 일으키기도 하니 이 또한 거스를수 없는 이치요. 나 또한 그대들을 만나 죽을고비를 넘기기도 하였으나 이 모든 것이 천지의 이치요 본인의 업보라 감수하곘소이다. 다만 내가 너무 이곳에 오래 머무르는 것이 오히려 그대들 사이를 이간하고 분열만 조장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구료. 차라리 내가 떠나지 아니함만 못한듯하니 이만 떠나겠소이다.’ 하였다. 이준이 놀라 두 번세번 눈물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리며 ‘한낱 무지렁이 백성이 뒤늦게 현인을 만나 바른 가르침들 들었는데 어찌 이리 저버릴수 있곘나이까. 다만 아우들의 무지함과 세상이치 모름이 여러번 대인께 무례를 법했으니 이는 백번 죽어도 남는죄가 있나이다. 무릇 제가 아우들을 잘 타이르고 교화하며 만약 아우들을 가르쳐도 따르지 않으면 차라리 제가 아우들들 저버리고 현인을 따르곘으니 차라리 소인을 거두어주소서’ 하였다. 두원이 오히려 그런 이준을 타이르며 말하기를 ‘본래 그대들이 큰뜻을 품고 함께 일을 도모하기로 헀거늘 어찌 이제와서 그들을 저버릴수 있겠는가. 또한 애초에 의형을 맺은 것은 나와 그대가 아니라 그대와 그대의 아우들이니 이제와서 나 때문에 아우들과의 의를 저버린대서야 이 또한 합당한일이 아니로다. 아무래도 내가 이곳을 떠나는 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방도같으니 아우는 너무 서운치말고 그저 아우들과 함께 남은 여생을 잘 살도록 하라’ 그리고 마침내 떠나려 하였다. 이준이 다시 두원에게 술과 음식을 사며 말하기를 ‘대인께서 깊은뜻이 있으나 불행히도 난세를 만나 큰 뜻을 알아주는이가 없으니 오직 고난만 거듭하고 계시오이다. 저희같은 무지렁이들로는 오히려 현인들을 알아볼 방법이 없고 제가 듣기로는 북쪽으로 700리를 더가면 황태산이란곳이 있어 그곳은 난세에 현자들이 찾아 숨어들기 좋은곳이라 하더이다. 차라리 그곳이로 가서 대인의 큰뜻을 펼치도록 하소서’ 이와같이 권하니 두원이 이준의 뜻을 받들어 황태산으로 향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