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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drive.google.com/file/d/1DCBdtyjBpXpAGiLqokT5oxMKUoY66Nrs/view?usp=sharing
이삭공동체(ISAC Community) 자연농업 기반 양계, 작물 교육 경험과 전망
Ⅰ. 들어가며
캄보디아 따게오에 위치한 이삭공동체(ISAC Community, Institute for Sustainable Agriculture & Community Development)는 지난 25년 동안 생태(Ecology), 경제(Economics), 교육(Education), 선교(Mission), 공동체(Community)가 통합된 E³MC 철학을 기반으로 사역을 전개해 왔다. 이삭 공동체가 구현하려는 선교는 단순한 복음 전도나 교회 건축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과 공동체, 자연의 모든 관계가 회복되는 총체적 변혁을 지향한다.
2025년 9월 이삭공동체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캄보디아 귀환 노동자를 위해 운영하는 HRC(Happy Return Center) 프로그램의 양계와 작물 부문 교재개발 및 교육 수행 기관으로 선정되었다. HRC는 한국에서 산업연수생으로 일하고 돌아온 노동자들이 지역 사회에서 안정적인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도록 돕기 위한 3년간의 국가 프로젝트이다. 본 글은 이 프로그램을 위해 이삭공동체가 2025년에 10월에 진행한 자연농업 기반 양계·작물 교육의 개발과 교육 과정을 정리하고, 그 신학적·사회적 의미를 기술하는 데 목적이 있다.
Ⅱ. 이삭공동체의 정체성과 선교적 방향성
이삭공동체는 2000년 민들레 공동체와 Common Ground의 협력으로 시작되며, 자연농업과 적정기술을 기반으로 지역 공동체를 재건하는 선교적 플랫폼으로 성장해 왔다. 공동체의 방향성은 생태(Ecology)·경제(Economics)·교육(Education)·선교(Mission)·공동체(Community)가 통합된 E³MC 철학에서 출발한다. 이는 인간이 하나님·이웃·자연과 맺는 모든 관계가 회복되어야 한다는 희년의 신학적 원리를 기반으로 하며, 경제·생태·사회·정신·영적 영역 전체의 변화를 목표로 한다.
이삭공동체는 자연농업에 기초한 채소 재배, 자연양계, 자연양돈, 육가공과 유통 사업을 운영하면서 자립 가능한 생태경제 모델을 구축해 왔다. 생산된 채소, 유정란, 육가공품, 두부·두유 등은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을 통해 유통된다. 교육 영역에서는 청년, 농민, 신학생, 농촌 목회자를 대상으로 자연농업 교육을 지속해 왔고, 현재는 꿈과 미래 국제학교를 운영하여 다음 세대의 전인적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가난한 가정의 학생들을 위한 채소장학금 제도는 14동의 비닐하우스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한 수익으로 장학금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생태적 경제와 교육과 선교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Ⅲ. HRC 사업 참여와 2025년의 전개 과정
한국산업인력공단은 2025년부터 3년간 캄보디아에서 귀환 노동자 재정착 프로그램(HRC)을 시행하면서 농업 부문을 중요한 축으로 두었다. 귀환 노동자 상당수는 한국에서 4~10년간의 노동 경험이 있으나, 귀국 후 안정적인 경제 기반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자동차 정비, 용접, 한국어, 창업 교육과 함께 자립형 농업 모델인 작물 재배·자연양계 교육을 주요 과정으로 편성하였다.
이삭공동체는 캄보디아 여러 기관이 참여했지만, 양계와 작물 두 영역 모두에서 교재 개발과 교육 진행 기관으로 선정되었다. 이 결정은 공동체가 지난 17년간 자연농업을 기반으로 교육·생산·가공·유통이 통합된 구조를 운영해 온 경험, 그리고 초저비용·고효율 농업 모델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결과이다.
특히 2025년에는 이삭공동체 양계·작물 책임자들을 한국에 파견하여 자연농업과 자연양계의 실제 현장을 직접 학습하도록 하였다. 보나콤 양계농장, 전석호 목사 양계농장, 민들레 공동체, 파주 자연농업 농가 등은 캄보디아로 돌아온 후 교재 개발과 교육 설계에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되었으며, 이 현장 학습은 HRC 프로그램에서 이삭공동체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었다.
Ⅳ. 교재 개발과 현지화의 원칙
2025년 10월 중순, 이삭공동체는 양계·작물 두 분야의 교재를 완성하였다. 작물 교재는 한국 자연농업의 두 줄기—고 조한규 회장의 자연농업과 조영상 대표의 저서 자닮(JADAM) Organic Farming—을 골격으로 삼되, 캄보디아의 토양·기후·문화·시장 구조를 고려하여 자연농업의 원리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양계 교재는 보나콤 공동체의 보나양계를 중심으로 산란계 사육 기술과 이삭농장의 캄보디아 자연 육계 기술과 경험을 중심으로 만들었다. 이 지면을 빌려서 고 조한규 회장님과 조영상 대표님과 강동진 목사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교재개발 과정에서 이삭공동체는 몇 가지 핵심 원칙을 세웠다.
첫째, 캄보디아 현지 자원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자연농업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 자연농업에서 사용하는 재료가 캄보디아에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토착 식물이나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을 대체제로 찾고, 그 재료가 가진 생리적·화학적 성질을 분석하여 천연 액비와 천연 농약 제조법을 다시 구성하였다.
둘째, 양계 모델을 캄보디아 경제 구조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캄보디아의 달걀 가격은 낮아서 산란계 중심의 양계는 경제적 자립을 보장하기 어렵다. 이에 교재는 토종닭 중심의 육계 모델과 함께 종계를 통한 부화·병아리 판매까지 포함하는 복합형 양계 구조를 제시하였다. 이는 귀환 노동자들이 적은 비용으로 시작하여 확장할 수 있는 양계 비즈니스 구조를 마련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셋째, 자연농업의 철학을 유지하면서도 초저비용 구조를 구현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자연농업과 자담의 핵심은 “자급할 수 있는 최저비용 농업”이다. 이 원칙을 유지하되, 캄보디아의 소규모 농민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실천할 수 있도록 내용과 방법을 현지화하였다. 결과적으로 교재는 자연농업의 철학적 기반, 미생물의 이해, 현장 적용 기술, 유통·협동조합까지 연결되는 종합적 지침이 되었으며, 현장에서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천적 교재로 완성되었다.
Ⅴ. 양계·작물 교육 내용
2025년 HRC 양계·작물 교육은 1주일간 숙식하며 진행되는 40시간 집중 프로그램으로 양계와 작물 교육이 따로 진행 되었다. 이 교육은 이론과 실습을 분리하기보다, 자연농업의 철학에서 출발하여 기술·비즈니스·공동체 조직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흐름으로 이루어졌다.
교육은 먼저 자연농업과 자연양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되었다. 생명은 하나님이 정하신 창조 질서 속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흙과 미생물, 식물, 가축, 사람이 상호 의존 관계 안에서 존재한다는 생태적 세계관을 설명하였다. 교육생들은 자연이 단순한 환경이 아니라 하나의 유기적 생명체이며, 농업은 이 생명체와의 조화를 회복하는 과정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교육 중에는 자연농업의 핵심인 미생물을 실제로 채취하고 배양하는 방법을 배웠다. 숲과 논 주변에서 미생물을 채취하고, 혐기와 호기 조건에서 배양하는 방법을 익혔다. 이 과정에서 교육생들은 미생물이 토양을 살리고, 작물의 영양 균형을 회복시키며, 양계장의 악취·질병·환경 오염을 감소시키는 중요한 축임을 확인하였다. 이는 하나님 나라를 누룩과 겨자씨의 비유처럼, 보이지 않는 작은 생명체가 전체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자연농업의 핵심 원리를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이어지는 과정에서는 미생물 활용을 중심으로 천연 농약과 천연 액비를 만드는 법을 배웠다. 천연 액비와 천연 농약 제조는 경제적 부담 없이 비료와 농약을 자급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양계 과정에서는 양계사 환경관리, 사료 제조, 종계 관리, 인큐베이터 운용, 백신 실습 등을 진행하며 토종닭을 기반으로 한 자립형 양계 기술을 익혔다.
또한 교육은 농업이 생산 단계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기 농산물 유통 구조를 실제로 분석하고, 캄보디아 유통 기업 대표를 초빙하여 생태 농산물 시장의 가능성을 논의하였다. 이어 협동조합 실무자를 초청하여 조합 설립, 법적 구성 요건, 공동 유통과 공동 마케팅 방식에 대해 배우며, 개인 농업이 아닌 공동체적 농업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교육 마지막에는 각 지역에서 온 참여자들이 스스로 협동조합 결성을 제안하였고, 이후 SNS 네트워크가 형성되며 지역 간 연결이 시작되었다.
Ⅵ. 희년의 원리와 이삭공동체의 신학적 실천
이삭공동체가 자연농업을 선교의 중심적 도구로 삼는 이유는 자연농업이 희년의 원리를 가장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희년은 50년마다 돌아오는 제도라기보다, 창조 세계에 새겨진 하나님의 회복 질서를 드러내는 신학적 구조이다. 희년의 핵심은 인간과 땅, 가축, 경제 구조, 사회적 관계가 원래의 상태로 회복되는 데 있다. 사람은 빚에서 자유를 얻고, 노예는 해방되며, 잃어버린 땅은 주인에게 되돌아간다. 땅과 가축도 안식을 얻으며, 심지어 토양 속 미생물까지 회복의 시간을 갖는다.
예수께서는 누가복음 4장 18–19절에서 자신이 바로, 이 희년을 성취하기 위해 오셨다고 선포하셨다. 따라서 희년은 단순한 경제 제도나 법률적 장치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난 하나님 나라의 본질이다.
자연농업은 희년의 원리를 농업과 일상생활 속에서 실체화한다.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존하는 농업 구조는 토양을 피폐하게 만들고 농민의 부채를 증가시키지만, 미생물 기반 농업은 땅을 회복시키고 비용을 극적으로 줄여 농민을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한다. 자연양계는 악취·폐사율·환경오염을 줄이며 가축이 본래의 생태적 리듬을 회복하게 한다. 협동조합은 중간상인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농민 스스로 경제적 주체가 되는 길을 연다. 이 모든 흐름은 희년이 말하는 해방·회복·안식의 현실적 체현이다.
Ⅶ. 맺음말
2025년 HRC 양계·작물 교육은 귀환 노동자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단순한 기술 교육을 넘어, 이삭공동체가 추구해 온 통합선교(E³MC)의 철학이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중요한 장이었다. 교육생들은 자연농업의 핵심 원리인 미생물의 생명력과 자연의 질서를 체득하면서, 농업이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생명과 공동체, 자연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신학적 실천임을 경험하였다.
이삭공동체가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자연농업의 방향성은 단순한 친환경 기술이나 농업 혁신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생태 질서 속에서 인간이 맡은 돌봄의 사명(stewardship)을 다시 회복하는 일이며, 인간과 땅, 사람과 사람, 공동체와 자연의 균형이 깨어진 현대의 구조 속에서 창조 본래의 조화로 되돌아가려는 영적·사회적 순례이다.
이번 양계·작물 교육의 의미가 특별한 이유는, 귀환 노동자들이 단지 새로운 기술을 배운 것이 아니라, 자기 고향에서 다시 뿌리 내릴 수 있는 삶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점에 있다. 교육생 중 상당수는 한국에서 오랜 기간 노동한 뒤 귀국했지만, 안정된 직업·경제 기반·공동체적 지지가 부족해 삶의 방향을 찾지 못하던 이들이었다. 자연농업을 배우며 그들은 땅이 주는 생명력과 공동체적 경제의 가능성을 발견했고, “혼자서 살아남는 방식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길”을 실제적 대안으로 보게 되었다.
특히 교육 말미에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협동조합 결성을 제안하고, SNS 네트워크 조직을 통해 지역을 넘는 연결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자연농업이 경제적 기술을 넘어 공동체 회복의 힘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이다. 농업은 본질적으로 공동체적 생산방식이며, 이삭공동체가 수년간 강조해 온 생태적 경제(Ecological Economics)—생태와 경제가 분리되지 않고 상호 의존적이라는 관점—가 교육생들 안에서 자연스럽게 체화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 귀환 노동자들이 각자의 지역에서 새로운 협동의 형태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교육은 이삭공동체가 지속적으로 추구해 온 희년적 선교가 무엇인지를 다시 확인하게 해 주었다. 희년은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창조 질서의 회복이며, 부채와 억압, 토지 상실, 노동의 소외, 생태계 파괴로 이어지는 인간의 죄성 구조를 뒤집는 하나님 나라의 근본적 회복 선언이다. 예수께서 누가복음 4장에서 선포하신 희년은 복음이 개인의 구원만을 의미하지 않고, 억압받는 자의 해방, 가난한 자의 회복, 눈먼 자의 다시 봄, 갇힌 자의 자유까지 포괄하는 전인적 구원을 뜻한다.
자연농업은 바로 이 희년의 정신을 현실에서 체험하게 한다. 미생물은 죽은 땅을 되살리고, 자연농업은 농민을 부채 구조에서 해방시키며, 자연양계는 오염과 악취가 아닌 생명의 향기를 회복하게 한다. 공동체 유통과 협동조합은 농민을 중간상인에게 종속된 약자가 아니라 경제적 주체로 세워 자유케 한다. 이 모든 과정이 희년의 “해방”과 “회복” 그리고 “안식”의 의미를 농업이라는 일상의 영역에서 실천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이삭공동체가 추구하는 선교는 바로 이러한 희년적 회복을 삶의 현장에서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교회 건물이나 제도적 구조를 세우는 것이 선교의 핵심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기 땅에서 존엄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것, 관계가 회복되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 땅과 사람이 함께 쉬며 회복되는 생태적 삶을 가능케 하는 것이 선교의 본질이라는 뜻이다.
2025년 양계·작물 교육은 이러한 이삭공동체의 선교적 사명이 구체적 현실 속에서 결실을 맺는 장면이었다. 자연농업과 자립 양계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농민과 귀환 노동자들에게 소망의 지평을 열어주는 해방적 도구였다. 그들은 자기 삶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고, 함께 연대할 때 더 큰 공동체적 경제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하였다.
앞으로 2027년까지 이어질 HRC 프로그램 속에서 이삭공동체는 자연농업·미생물 농업·토종닭 양계·공동체적 유통·협동조합 조직 등 다양한 생태적 기술과 공동체적 기반을 통합하여 캄보디아 전역에 새로운 변화를 확산시킬 것이다. 더 많은 교육생이 생태적 삶의 가치와 하나님 나라의 회복을 경험할 것이며, 각 지역에 흩어져 새로운 공동체적 경제와 생태적 농업을 시작하는 씨앗이 될 것이다.
결국 이삭공동체의 사명은 자연농업을 가르치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 사명은 희년의 복음을 삶의 언어로, 땅의 언어로, 공동체의 언어로 번역하여 사람들의 삶 속에 심는 일이다. 그리고 이번 2025년 교육은 그 사명이 실천되고 열매 맺어 가는 과정에서, 이삭공동체가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과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미래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 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