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면 이것이 (더 큰)잘못이다.
<전국 대학교수들이 올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의 ‘과이불개(過而不改)’를 꼽았다.
교수신문은 지난달 23일부터 30일까지 교수 93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0.9%(476명)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과이불개’를 뽑았다고 11일 밝혔다.
‘과이불개’는 ‘논어’의 ‘위령공편’에 처음 등장한다. 공자는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 즉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고 했다. 조선왕조실록 ‘연산군일기’ 3년에도 “연산군이 소인을 쓰는 것에 대해 신료들이 반대했지만 과실 고치기를 꺼려 고치지 않음을 비판했다”며 나온다.
박현모 여주대 교수(세종리더십연구소장)는 “우리나라 여당이나 야당할 것 없이 잘못이 드러나면 ‘이전 정부는 더 잘못했다’ 혹은 ‘대통령 탓’이라고 말하고 고칠 생각을 않는다”며 “그러는 가운데 이태원 참사와 같은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지려는 정치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과이불개를 선택한 교수들의 선정 이유는 각양각색이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잘못’과 같은 답변이 많았다.
한국정치의 후진성과 소인배의 정치를 비판한 “현재 여야 정치권의 행태는 민생은 없고, 당리당략에 빠져서 나라의 미래 발전보다 정쟁만 앞세운다(40대·사회)”나 “여당이 야당되었을 때 야당이 여당 되었을 때 똑같다(60대·예체능)”는 등의 의견이 주를 이뤘다.
올해 정치권에선 ‘과이불개’ 상황이 수차례 나왔다.
최근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김앤장 변호사 30여명과 함께 청담동에서 심야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으나 사과 없이 유감 표명만으로 그쳤고 “다시 그날로 되돌아간다 해도 다시 같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앞서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논란으로 지난 8월 사퇴한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모든 것은 제 불찰”이라며 사퇴한지 9일 만에 서울대학교에 복직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편 과이불개에 이어 2~5위 사자성어로는 △’욕개미창(欲蓋彌彰·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 14.7%(137표) △'누란지위(累卵之危·여러 알을 쌓아놓은 듯한 위태로움)’ 13.8%(129표) △문과수비(文過遂非·과오를 그럴듯하게 꾸며대고 잘못된 행위에 순응한다) 13.3%(124표) △군맹무상(群盲撫象·눈먼 사람들이 코끼리를 더듬으며 말하다) 7.4%(69표)이 선정됐다.
지난해 교수들이 추천한 사자성어는 ‘고양이와 쥐가 한패가 됐다’라는 뜻의 ‘묘서동처’(猫鼠同處)였다.>조선일보. 김자아 기자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는 ‘잘못을 했을 때, 이를 즉시 고침’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구나 잘못할 수 있지만 그것을 알고 고치면 되는데 사람들은 알고도 고치지 않고 혹은 몰라서 고치지 못할 수도 있을 겁니다.
몰라서 고치지 못했다면 충분히 이해가 가고, 연민을 느낄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허물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저도 그렇습니다. 말로는 쉽지만 자신의 허물을 알고 고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을 보면서, 한 나라를 책임지고 국민을 영도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하지만 그 두 분도 사람이어서 어찌 허물이 없겠습니까? 사람은 신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나 다 어떤 허물이든 있기 마련일 겁니다.
문제는 그 허물을 ‘고칠 수 있느냐’인데 두 분 다 자신의 허물을 고치려 노력하는 태도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의 실망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국민들이야 자기 허물을 고치지 못한다고 해도 그게 다른 사람에게 큰 실망이나 피해를 주는 일은 많지 않겠지만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대법원장처럼 다른 사람들 위에 있는 사람들이 허물을 고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갈 것입니다.
몇 년 전에 선정되었던 ‘아시타비(我是(他非)’, 즉 ‘내가 하는 것은 옳은 일이고 남이 하면 틀린 일이다’와 ‘과이불개(過而不改)’, ‘허물을 고치지 않는다’는 일맥상통하는 말입니다. 이 말은 누구나에게 해당되는 것이지만 특히 정치권에 몸 담은 사람이나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따끔한 충고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