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주님과 한 식구인가요?

[카타리나]

 우리가 주님과 한 식구인가요?

야고보 아저씨추천 0조회 224.10.29 18:06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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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글 본문내용

2024년 10월 30일 연중 제30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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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과 서쪽에서 사람들이 와 하느님 나라의 잔칫상에 자리 잡을 것이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3,22-30
그때에 22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으로 여행을 하시는 동안, 여러 고을과 마을을 지나며 가르치셨다.
23 그런데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주님, 구원받을 사람은 적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24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써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많은 사람이 그곳으로 들어가려고 하겠지만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25 집주인이 일어나 문을 닫아 버리면, 너희가 밖에 서서
‘주님, 문을 열어 주십시오.’ 하며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여도,
그는 ‘너희가 어디에서 온 사람들인지 나는 모른다.’ 하고 대답할 것이다.
26 그러면 너희는 이렇게 말하기 시작할 것이다. ‘저희는 주님 앞에서 먹고 마셨고,
주님께서는 저희가 사는 길거리에서 가르치셨습니다.’
27 그러나 집주인은 ‘너희가 어디에서 온 사람들인지 나는 모른다.
모두 내게서 물러가라, 불의를 일삼는 자들아!’ 하고 너희에게 말할 것이다.
28 너희는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과 모든 예언자가 하느님의 나라 안에 있는데
너희만 밖으로 쫓겨나 있는 것을 보게 되면, 거기에서 울며 이를 갈 것이다.
29 그러나 동쪽과 서쪽, 북쪽과 남쪽에서 사람들이 와 하느님 나라의 잔칫상에 자리 잡을 것이다.
30 보라, 지금은 꼴찌지만 첫째가 되는 이들이 있고, 지금은 첫째지만 꼴찌가 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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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주님과 한 식구인가요?


사람이 앞일을 어떻게 소상하게 알 수 있겠습니까? 또한 지난 일을 잘 생각해보면 언제나 잘하면서 살았던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언제나 지나간 일을 후회하기도 하고, 앞으로 다가올 일에 대해서 궁금하면서, 다시 그런 일이 내게 벌어진다면 절대로 후회하지 않도록 아주 잘 살겠다고 다짐하지만 세월이 흘러간 다음에 생각해보면, 언제나 후회할 일만 남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 놓고 내가 잘못하여 벌어진 일을 깊이 뉘우치면서도 다시 그런 일 속에 파묻혀 삽니다.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고 다시는 잘못하지 않겠다고 매달리면서도 다시 그 잘못에 파묻혀 삽니다. 그러면서 다시 뉘우치고, 또 잘못하고, 또 뉘우치면서 그렇게 살다가 인생이 황혼이 됩니다.


어져 내 일이야


황진이(黃眞伊)


어져 내 일이야 그릴 줄을 모로다냐
이시라 하더면 가랴마는 제 구태야
보내고 그리는 정(情)은 나도 몰라 하노라


아아, 내가 저지른 일이야 그토록 그리워할 줄 몰랐던가.
가지 말라고 붙들었으면 임께서 굳이 떠나지는 않았을 텐데,
떠나보내고 그리워하는 안타까운 정을 나도 잘 모르겠도다.


사랑하는 임이 떠날 때 만류하지 못하고 보내놓고 ‘바보 멍청이’라고 자신을 구박하면서 후회와 가슴 아리도록 그리워하는 마음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는 여심(女心)을 황진이는 아주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연모의 정 속에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고 있는 마음이 새겨집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의 말씀이 다시 다가옵니다. ‘저희는 주님 앞에서 먹고 마셨고, 주님께서는 저희가 사는 길거리에서 가르치셨습니다.’ 주님 앞에서 먹고 마셨으니 한 식구(食口)라고 우겨댑니다. ‘한 식구’는 ‘한 솥의 밥을 먹는 사람’이라고 해서 붙여진 말입니다. 된장찌개에 수저를 같이 넣어 떠먹으며, 침을 같이 묻혀도 조금도 더러워하지 않는 것이 한 식구입니다. 세례성사를 받는 순간 주님과 한 식구 되었습니다. 주님의 자녀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당신의 손으로 당신의 몸을 조각내어 한 식구 되자고 먹여 주셨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주님을 떼밀었습니다. 그래서 한 식구 되기를 거부해 놓고, 그분이 문을 닫아걸자 이제는 한 식구였다고 생떼를 쓰는 것입니다. “네가 그렇게 살면 나는 너를 떠나겠다.”하시며 내 삶을 개선하고 한 식구 되자고 하실 때는 나는 만류하지도 않고, 그러는 당신이 지겹다고 떼미는 것이 내 삶이었습니다.


‘주님께서 저희가 사는 길거리에서 가르치셨으니’ 나는 주님의 제자라고 지금 박박 우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나는 주님의 가르침을 들었으면서도 그 가르치심에 따라 살지 못하였습니다. 내가 정말 주님의 제자라면, 그렇게 엉터리로 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의 얘기로 듣고, 내게 불리해지면 ‘좌우타언’(左右他言 : 좌우를 돌아보고 다른 말을 하는 것을 말하는데, 못들은 척 하거나 혹은 화제를 바꾸거나 하여 얼버무리는 편법을 쓰는 것)하면서 이제 주님께서 문을 닫아걸자 나는 주님의 제자라고 고집을 피우고 있는 것입니다.


진즉에 모든 자존심이나 헛된 망상에서 벗어나 톡 까놓고 “죽을죄를 지었사오니 제발 나를 떠나지 마십시오! 주님, 제가 죽을 놈입니다.” 해야 마땅한 일입니다. 내 삶을 고쳐 주님의 식구가 되고, 내 삶을 고쳐 주님의 제자가 되어 문이 잠긴 다음에 후회하고, 통사정하며, 그리워하는 일이 없도록 오늘을 잘 살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