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미얀마로 돌아오다 (양곤서신-178호 190526)
지난 5월 21일 아내와 저는 남아공 생활을 끝내고 마음에 그리던 미얀마로 2년 만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미얀마는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이므로 마치 집으로 돌아온 듯했습니다. 하지만 도착하는 날 우리를 반기는 것은 ‘정전(停電)’이었습니다. 발전기 소리가 요란하게 돌아가고 있었지만, 엘리베이터를 돌릴 수 없어 많은 짐을 계단을 통해 운반해야만 했고, 전기가 들어오기까지 몇 시간을 에어콘을 틀 수 없어 무더위 가운데서 지내야만 했습니다. 우리가 2년간 미얀마를 떠나 있을 동안 많은 부문이 변해 있었지만, 전기사정만큼은 전혀 개선되지 않은 채 그대로네요. 그래서 그 후 며칠을 막바지 더위에 시달렸습니다. 거실 온도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언제나 섭씨 31도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미얀마에 산지 15년째인데 최근 몇 년 동안 무척 더웠다고 하네요. 굳이 날씨를 비교하자면 남아공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날씨 좋은 곳에서 지내다가 미얀마로 돌아오니 남아공이 얼마나 지내기가 좋은 곳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래도 다시 돌아 온 미얀마에서 일주일 가까이 지내니 견딜만하고 지낼만 합니다. 오늘은 주일이라 제자 중 하나가 시무하는 교회에 가서 성찬식을 인도했습니다. 2년간 미얀마 말을 거의 사용하지 않다가 막상 미얀마 말을 다시 해보니 말은 나오는데 발음이 부드럽게 되지 않아 듣는 성도들이 조금 힘들어했다고 하더군요. 역시 말은 습관과 같이 해야 되는 것인가 봅니다.
사랑하는 파송교회와 여러 협력교회들 그리고 개인 후원자들에게 오늘도 살아계신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드리며, 그동안 기도와 물질로 섬겨주신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최근 들어 세계적인 현상이 되어버린 동성애를 위시한 극단적인 인본주의가 한국 사회가운데서도 만연하고 있는 모습에 주님 다시 오실 날이 가까이 왔나 싶습니다. 정치계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종교계에서조차 하나님 말씀에 귀기울기보다는 각가지 인간들의 요구에 더 민감해진 것 같습니다. 삶의 절대가치 기준이 사라지고 상대화된 가치기준으로 말미암아 참된 기독교가 시련을 당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성경을 하나님의 참되고 절대적인 말씀으로 붙잡고 사는 우리들에게는 그 시련조차도 신앙을 단련시키는 시금석의 역할을 할 것이라 믿습니다.
1. 가족근황. 미얀마에 다시 오기 전에 잠시 고국으로 귀국해서 약 한 달간 머물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모두를 뵙고 인사드려야 했지만, 일정상 몇몇 교회들만 방문하고 미얀마로 돌아오게 되어 찾아뵙지 못한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더욱이 저희가 남아공 체류 시 도움을 주고 친구가 되어 주셨던 포체프스트롬 한인교회 성도님들과 유학생 목사님들 및 전도사님 그리고 사모님들에게도 제때 감사의 표시를 못하였네요. 다만, 지면으로나마 인사를 드리게 된 점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와 아내는 건강하게 다시 미얀마로 돌아왔고, 곧 선교사역을 재개하게 됩니다. 즉, 6월 첫 주부터 신학교가 2학기 개강을 할 예정이거든요. 양곤으로 돌아오자마자 집을 장기간 비워놓아서 그런지 몇 몇 일을 집안 정리하는데 시간을 보냈습니다. 바울, 동우, 하경이는 한국에서 회사 및 학교 일을 감당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직 젊은 때라서 그런지 이곳 저것 경험해보느라 바쁘게 지내고 있더군요.
2. 사역현황. 저는 2년간 남아공에서 공부하였다가 다시 미얀마로 돌아온 것을 계기로 개인적인 신상과 선교사역에 약간의 변화가 있게 되었습니다. (1) 저는 지난 5월 7일 (화) 귀국해 있는 동안에 대구 화원성명교회에서 열렸던 이사회에서 신학교 학장으로 임명받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게 축하의 인사를 보내왔지만, 저는 무거운 부담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자신감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곰곰이 과거를 뒤돌아보며 생각해 보았습니다. 가난한 시골 출신에, 힘도 없었고 빽도 없었던 저를 하나님께서 목사로 선교사로 만들어 주셨고, 지금까지 사역을 하게 해주셨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저를 그의 거룩한 사역에 불러주셨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능할 수 있었던 사실이었습니다. 따라서 하나님께서 이사들을 통해 저를 학장으로 세우셨다면, 학장의 역할 또한 감당할 수 있게 하시리라는 믿음을 갖게 됩니다. 이 한 가지 사실이 아니면 제가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2) 저는 신학교를 통해 장기적으로 미얀마에서 개혁주의신학을 뿌리내리는데 조금이나마 일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개혁주의신학이야말로 성경으로 돌아가는 바른 신학이라는 것을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날 기독교의 위기는 성경을 벗어남으로서 초래한 위기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오늘 날 기독교가 성경말씀보다 인간의 요구와 목소리에 기울어지다보니 위기를 자초한 셈이지요. 따라서 성경의 권위를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신학, 즉 개혁주의신학이야말로 위기에 처한 기독교와 교회를 바로 세울 수 있다고 확실히 믿습니다. (3)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 종교다원주의를 외치는 신학자들과 대면하여 개혁주의 목소리를 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차분하게 인내심을 가지고 또한 열정을 쏟아 지속적으로 개혁주의신학을 가르치다보면 언제가 개혁주의신학의 뿌리가 내려지리라 믿습니다. (4) 제가 남아공까지 가서 박사과정 공부를 한 것은 우리 신학교에서 목회신학석사과정(M. Div.)을 시작할 계획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를 필두로 다른 교수님들도 학위 취득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원래 2019년 12월부터 시작하려고 했으나 교수 확보 등 시간적 한계로 1년 늦은 2020년부터 시작할 예정으로 있습니다. (5) 우리 신학교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서는 미얀마정부로부터 학력인정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아시아신학협회(Asia Theological Association, ATA)에 가입하여 ATA 인준 신학교가 되는 것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미얀마 신학교들 중에 단지 2개 학교만 ATA 인준 신학교입니다. ATA 인준 신학교가 되면 우선 학생모집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선교사 위주의 신학교에서 벗어나 점차 현지인 중심의 신학교로 발전하여 결국 선교사역의 최종목표인 현지인에게 신학교를 이양하는 것입니다.
이상과 같이 저의 남아공 유학 전과 후의 사역에 변화가 있음을 말씀드렸습니다. 2007년 12월에 소수의 선교사들로 시작된 신학교 사역이 12년째가 되면서, 선교사 23가정이 협력하여 신학교와 42개의 개척된 교회를 섬기고 있는 규모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오직 주님의 뜻 가운데서 이루어진 것이며 성령의 역사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이제 이번 달 서신은 정리하고자 합니다. “하나님의 은사와 부르심에는 후회하심이 없느니라(롬 11:29)”라고 했습니다. 저는 늘 저의 소명을 기억하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힘들 때나 어려울 때나 위기에 처할 때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소명을 기억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소명을 주신 분이 하나님이시기에 그 분이 모든 것을 이끌어 가실 것입니다. 제 소명뿐만 아니라 여러분들의 소명 또한 하나님께서 주셨기에 낙심하지 않고 기도하면 그 부름에 대한 열매를 풍성히 누릴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가정과 생업위에 하늘의 무한한 복으로 충만하기를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양곤에서 손한락/안미숙 드림.
(기도제목)
1. 미얀마개혁장로회신학교(Myanmar Reformed Presbyterian School of Theology, MRPST)가 종교개혁과 성경에 입각한 개혁주의 신학을 미얀마에 전파하는 차별화된 신학교가 되고, 복음전파에 불타는 훌륭한 목회자들을 많이 배출하는 학교가 되도록. (연중 동일).
2. 미얀마개혁장로교단(Myanmar Reformed Presbyterian Churches, MRPC) 산하 42개 교회들이 하나님의 말씀과 성도들의 헌신위에 든든히 서고 성장해 가도록. (연중 동일).
3. 미얀마개혁장로회신학교의 장기 비전인 신학교의 질적 향상을 위해. 특히 2020년 12월에 M. Div. 과정을 시작할 수 있도록. 아울러 국적을 초월하여 많은 우수한 교수들이 준비될 수 있도록. (연중 동일).
4. 신학교와 교단을 위해 협력하는 선교사 23가정이 잘 협력하여 미얀마복음화에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지난달에 이어).
5. 6월 첫 주에 시작하는 2학기 개강을 위해. 아울러 방학동안 흩어져 있던 학생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돌아오고, 2학기에도 몇몇 학생들이 입학할 수 있도록.
6. 새로운 학기동안에도 교수들에게 능력과 새 힘을 주시도록.
7. ATA 가입을 위한 일을 추진할 수 있도록. 그 길이 활짝 열려지도록.
8. 작성중인 제 논문이 올해까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교수수정-제출-심사-통과 모든 과정에서 하나님의 은혜가 있도록 (지난달과 동일).
9. 가족의 건강(특히 어른들)과 자녀들(바울, 동우, 하경)의 앞길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