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세상에서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넛지’를 보고>
리처드 탈러 교수와 캐스 선스타인 교수가 함께 써낸 ‘넛지’는 행동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바라본 ‘선택 결정자’의 적절한 개입의 중요성과 그로 인한 사회의 발전과 행복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두 교수가 책 전반부에서 우선적으로 세운 가정은, 인간은 자신이 남들보다 어떤 방식으로든 뛰어나며 계획을 실천할 능력이 있다고 판단해버리고 안일하게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부적절한 결정을 내리고 실패하게 되죠. 여기에서 두 교수는 인간의 실수를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또한 인간은 주변 맥락의 아주 작은 변화로도 큰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합니다. 결국, 두 교수는 이러한 점을 개선하는 방안으로 ‘넛지’를 제시합니다. ‘넛지’란 강요를 하지 않고 다른 많은 선택지를 남겨둔 채로, 세련된 방식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소한 변화입니다.
예를 들자면, 저는 언젠가 한번에 턱걸이 20개를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만, 그 정도는 별 노력 없이도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저로서는 큰 돈을 지불하고 문틀에 설치한 철봉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저 몰래 철봉 위치를 조금만 낮게 조절했다면 철봉이 제 눈에 훨씬 잘 띄었을 것이고, 너무 높기 때문에 턱걸이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담감 또한 덜했을 것입니다. 결국 저는 턱걸이 연습을 조금이나마 더 했겠죠. 책에서 제시한 예시인 공항 소변기의 파리 그림, 니코틴 패치 없이 금연하기, 청소년 재임신 방지를 위한 하루 1달러 프로그램 등도 비슷한 효과를 보여줍니다.
여기서 나오는 ‘선택 설계자’는 이러한 넛지를 행하는 사람입니다. 사람들의 행동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고 더욱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런 선택 설계자들은 총명하고 유식해야 합니다. 공부를 많이 하고, 인간을 이해하며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이롭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여기서 선택 설계자가 생각해야 하는 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 점진적으로 디폴트 (선택 결정자가 개입하지 않았을 때 행해지는 행동)를 수정해 나가야 합니다. 예를 들면, 제가 매일 술을 두 병 씩 마시는데 갑자기 한 잔만 마시라고 하면 음주 습관을 개선하기 어렵겠지요. 둘, 실수를 예상해야 합니다. 제가 음주를 줄이려다가 어느 날 분위기에 휩쓸려서 평소보다 더 마셔버려도, 이러한 실수를 이해하고 피드백을 통해 수정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죠.
저는 기본적으로 이러한 선택 설계자들이 일반인보다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이런 ‘넛지’를 통해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제가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점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 누구를 ‘선택 설계자’로 임명할 지가 모호합니다. 사실 제 자신을 가장 잘 아는 건 제 자신이며, 백 번 양보하더라도 제 가족 및 가장 친한 친구 몇몇 내로 좁혀질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개개인이 원하는 지향점을 완벽히 파악하고 결정을 대신 내려줄 ‘선택 설계자’가 과연 존재할까요? 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자본인 ‘트러스트’와 정의가 결여된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진정 모두를 위한 ‘넛지’가 실행될 가능성이 매우 낮으며, 만약 그런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입니다. 당장 기업들만 보더라도 자사에 금전적 흑자를 불러올 특정 ‘넛지’만을 채택할 것입니다. 또한, 정치인들도 양쪽으로 갈려서 싸우고, 그들이 제시하는 것은 제대로 설계된 ‘넛지’가 아니라, 그저 표를 얻기 위한 감언이설이 거짓말이 대부분이기 떄문입니다. 두 교수가 제시하고자 하는 바는 매우 이상적이지만, 과연 현실적일지 의문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