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린 꼬마전구 같아. 도시를 이으며 반짝이는
작은 사람들은 작은 꿈을 꾸고, 그 꿈을 이으며
전기는 흐르네. 덕분에 어제의 길을 오늘도 걸어갈 수
있는 거라고. 세상엔 불 켜진 집들만큼이나
불 꺼진 집들이 있고, 하염없이 바라다보면 어둠에
두 발이 빠질 것 같지. 버스에 흐르는 오래된 유행가도
불 꺼진 집 사람들이라면 웃기고 만지지 못해.
깨진 전구는 늘 날카로움을 가르치고, 그건 우리가
밤에 속삭이듯 말하게 되는 이유라네. 버스는 도시의
가장 구불구불한 곳까지 가고, 우리가 불빛과 유행가와
전기로 이어져 있다면, 나도 어디선가 네 손을
잊지 않고 꽉 붙들고 있는 거라고. 전기가 도달하는
가장 끝 집은 어딜까. 인생의 불씨를 꺼뜨리려던 사람이
아직 희미하게 불을 켜두었을 때, 이렇게나
많은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기란 존재하지만,
몹시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던 이들의 표정을
잠깐 따라 해보자. 그들의 음성을 우리의 입술로
말해보면, 우리 눈에 같은 것이 반짝, 어릴지 몰라.
어린 시절에 우리는 보자기만으로 유령과 공주가
될 수 있었지. 금은보화가 가득한 항아리를 꿈꾸기도 했어.
어느 날에, 어는 날에 꿈꾸었던 꿈들이 가까스로 일어나
불을 켜게 만들고 저녁 일곱시에 가로등이 켜지고
전조등을 켜고 안개비를 뚫고 우리가
서로의 집을 방문해 번쩍 불이 들어오게 만드는 거야
[멀리 가는 느낌이 좋아],창비,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