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을 앞두고 유통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대 명절 크리스마스를 몇 달 앞두고 작은 설전이 벌어졌다. 세계 최대 온라인 상거래업체 아마존(Amazon)이 올해 크리스마스부터 2m가 넘는 장식용 생나무를 판매하기 시작하는데, 프라임 회원에게는 원하는 날짜에 무료배송을 해준다고 안내한 것이다. 전미크리스마스트리협회(National Christmas Tree Association)는 즉각 반발했다.
협회는 "성탄절을 앞두고 트리용 나무를 골라서 집으로 가져오는 과정도 가족의 즐거움"이라며 불편한 시각을 드러냈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인 98~99%가 오프라인에서 트리용 생나무를 구매했다고 한다. 아마존의 위력이 트리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도 영향을 주는구나 싶다. 미국인들이 스마트폰에서 페이스북 애플리케이션(앱)은 지워도 아마존 프라임은 포기 못 한다는 농담이 있다. 온라인 쇼핑 무료배송과 당일배송 서비스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물건 고르는 재미를 점차 잊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아마존 공세에 밀리던 미국 유통업체들은 자체 혁신을 거듭하며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온라인·모바일 시장 공략을 위해 웹사이트와 앱을 개편하는 것이다. 새로운 고객 서비스를 개발하는가 하면 대대적인 투자로 매장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미국 백화점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옴니채널(소비자가 온·오프라인 등 다양한 경로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한 서비스) 전략을 도입하고 있는 곳은 `노드스트롬(Nordstrom)`이다. 노드스트롬은 제품의 재고를 쌓아두는 대신 고객들이 제품을 만져보고 시착해볼 수 있는 체험형 매장을 운영 중이다. 고객이 온라인으로 상품을 주문하기 전에 매장에서 예약한 옷을 직접 입어볼 수도 있다. 마음에 들면 직원이 온라인으로 제품을 주문해준다. 스타일리스트도 상주한다. 전문가에게 상담과 추천을 받으면서 동시에 매장 안 바(bar)에서 음료를 즐길 수도 있다. 온라인에서는 제공할 수 없는 서비스다.
월마트(Walmart)도 고객이 온라인으로 주문한 식품을 바로 배송해주는 `퍼스널 쇼퍼`를 2만명 이상 고용하는 등 신종 직업을 만들며 고객 편의를 높이고 있다. 매장에서 빠른 계산을 도와주는 `체크아웃 호스트`라는 직업도 생겼다.
코스트코(Costco) 역시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인 신선식품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농작물 배송을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과 제휴를 맺고 당일 배송을 시작했다.
이처럼 전통적인 유통업체들이 아마존에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혁신을 거듭한 결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다채로운 쇼핑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옴니채널은 글로벌 유통기업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는 분야인 동시에 공룡으로 성장한 전자상거래 업체에 반격하기 위한 비장의 카드이기도 하다.
한국 유통회사 또한 더 높은 수준의 옴니채널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롯데그룹은 지난 몇 년 동안 미래 유통혁신 키워드로 `옴니쇼핑 서비스`를 강조하며 다양한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가전매장의 장점을 모은 롯데하이마트 `옴니스토어`는 매장에 전시된 상품 개수가 기존 일반 매장보다 적은 대신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전문관과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다. 예를 들면 `헬스 & 뷰티존`에서는 각종 미용기기를, `프리미엄 카메라 전문관`에서는 다양한 영상기기를 체험해볼 수 있다. 매장에 없는 제품 14만개는 매장 곳곳에 비치된 태블릿PC로 검색하고 주문할 수 있다. 계열사 물류·배송 시스템도 통합했다.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1만3000곳에 달하는 오프라인 매장 어디에서든 상품을 찾아갈 수 있는 `스마트 픽`도 고객 편의를 높이기 위한 주력 서비스다. 현재는 시작 단계지만 인공지능 플랫폼을 기반으로 대화를 통해 상품을 추천하고 구매·배송이 이뤄지는 `보이스 커머스` 또한 향후 유통업계에서 경쟁력 있는 서비스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한때는 전자상거래 업체의 급속한 성장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 대결 양상으로 보였다. 그러나 소비자는 개개인 상황에 따라 적합한 채널을 선택하고 구매할 뿐이다.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쇼핑으로 이분화된 개념을 탈피해 유기적으로 연결된 유통 환경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특히 기업이 보유한 고객 정보와 자산을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창의적인 서비스를 창출하는 `O4O(Online for Offline)` 전략을 재정비하는 기업만이 전통적인 유통채널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