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기구독서비스앱 후치 린 다이 CEO 또래들이 즐겼던 경험들 SNS서 보고 똑같이 원해 식당·호텔등 10만곳 제휴 설립 3년만에 회원 20만명 국가대표 선수에게 레슨받고 가수와 함께 그래미시상식 유명인과 동행서비스 계획
월 9.99달러만 내면 미국 뉴욕 최고급 술집에서 매일 술 한잔을 무료로 마실 수 있다. 연 295달러를 내면 유럽 아시아 브라질의 주요 도시에 있는 호텔을 최대 60%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미국 스타트업 후치(Hooch)가 실제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후치와 같은 사업 방식을 정기구독 모델(subscriptionmodel)이라고 한다. 지난 10년간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폭발적으로 성장한 기업은 대부분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 영상 콘텐츠 스트리밍(streaming) 기업 '넷플릭스(Netflix)'와 스웨덴 음악 스트리밍 기업 '스포티파이(Spotify)'가 대표적이다.
정기구독 모델은 소비자가 정기적으로 돈을 내고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소유하지 않고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정액(定額)제와는 다르다. 적은 돈으로 최대한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열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경제력이 충분하지 않고 삶의 경험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 기업은 성공 가능성이 입증된 정기구독 모델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6월 미국에서 관련 서비스를 시작했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McKinsey&Company)에 따르면 정기구독 모델 기반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지난 5년간 매년 100%씩 성장했다. 일각에서는 정기구독 모델이 "새로운 표준(newnormal)이 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정기구독 모델은 소비자의 구체적인 니즈(needs)만 파악하면 모든 산업에서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후치는 밀레니얼 세대가 근사한 술집이나 호텔에 가고 싶어도 비싼 가격 때문에 가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 유효했다. 후치는 2015년 설립된 지 3년 만에 회원 약 20만명을 확보했다. 제휴를 맺은 술집, 식당, 호텔은 전 세계에 10만곳이 넘는다. 미국의 유명 배우와 다수 벤처캐피털(VC)로부터 약 775만달러의 초기 투자를 받았다. 최근엔 스포티파이의 임원 출신을 자문위원으로 영입하며 전 세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후치를 공동창업한 린 다이 최고경영자(CEO·40)는 지난 7월 한국 진출을 검토하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최근 비즈타임스와 인터뷰하면서 "후치는 경험을 제공하는 회사"라고 정의했다. 다이 CEO는 "유명인과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등 정기구독 모델을 활용해 밀레니얼 세대가 바라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정기구독 모델을 선택한 이유는.
▷정기구독 모델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인기를 끌며 점점 더 유명해지고 있었다. 정기구독 모델을 활용해 밀레니얼 세대에게 어떤 경험을 줄 수 있을지 생각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멋진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한다.
―이 같은 특성은 허영심이라고 봐야 하나.
▷이는 밀레니얼 세대의 일반적인 행동이다. 다른 세대 역시 이렇게 행동한다. 이는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 됐다. 밀레니얼 세대는 제품 자체보다 '경험'을 중시한다.
―'경험이 가장 중요한 시대'라고 생각하나.
▷요즘은 소파에 앉아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어떤 제품이든 검색·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앱은 실제 세상과의 벽을 만들었다. 여기서 '경험의 경제(experienceeconomy)'가 탄생할 기회가 생겼다. 후치는 실제 세계에서 할 수 있는 경험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용자가 소파에서 일어나 실제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또 밀레니얼 세대는 SNS상에서 또래 세대의 사진을 보고 똑같은 경험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근사한 술집이나 호텔은 너무 비쌌다. 이 부분을 충족시켜주고자 했다.
―어떻게 호텔 할인을 다른 여행사보다 훨씬 많이 제공할 수 있나.
▷호텔 중 90%는 다른 곳에 더 많은 할인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익스피디아 같은 여행사와 계약한다. 호텔은 보통 객실 중 70%를 이들 여행사를 통해 판매한다. 하지만 여전히 30%를 팔아야 한다. 호텔이 후치를 선택한 이유는 후치가 회원 기반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높은 할인율은 회원에게만 제공된다. 후치 서비스는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없다. 여행사와의 계약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다. 또 호텔은 후치의 회원들이 여행을 많이 하고 많은 소비를 한다는 사실을 안다.
―술집, 호텔 등과 제휴를 맺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처음 시작할 때 술집 10곳만이 우리와 일하겠다고 했다. 열심히 뛴 결과 큰 식당과 일하게 됐다. 이 중 한 곳에서 호텔을 소개해줬다. 그리고 메리어트, 힐튼 등 세계 최대 호텔 체인과 계약하게 됐다. 이후에는 다른 호텔이 따라왔다.
―다른 서비스를 추가할 계획이 있나.
▷유명인(celebrity)과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추가하려 한다. 예를 들면 스노보드 올림픽 선수에게서 강습을 받거나 유명 가수와 함께 그래미 시상식에 참석하는 것이다.
―올해 가상화폐를 발행할 계획이다. 어떻게 쓰려 하나.
▷신용카드 회사는 소비자들의 데이터를 판다. 소비자들은 어쩔 수 없이 동의하지만 그에 대한 대가는 받지 못한다. 후치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통제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예를 들면 피자 기업은 후치 앱 이용자에게 자사 피자를 구매하면 5달러를 가상화폐로 주겠다고 마케팅할 수 있다. 이용자의 과거 소비 데이터를 구매해 맞춤형(target) 광고도 할 수 있다. 이용자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경우 맥주 회사 광고를 거부할 수 있다. 이 같은 설정은 블록체인의 스마트 계약에 저장돼 적용된다. 이용자가 기업의 제안을 수락하면 바로 보상을 받는다. 가상화폐는 올해 후치 앱에 먼저 도입한 뒤 다른 기업이 운영하는 앱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한국에서 사업을 하면 중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도시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 한국에는 전 세계로 출장을 가는 젊은 직장인이 많은 걸로 안다. 곧 한국 내 술집과 제휴를 맺고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한국에 술을 많이 마시는 문화가 있다고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