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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혼자
깨어 있으면
세상의
온도가 내려간다
간간이
늑골 사이로
추위가 몰려온다
등산도 하지 않고
땀 한번 안 흘리고
내 속에서 마주하는
한계령 바람 소리
다 불어버려
갈 곳이 없다
머물지도 떠나지도 못한다
언 몸 그대로
눈보라 속에 놓인다.
- 천 양희 시 ‘한계’
[마음의 수수밭], 창작과비평사, 1994.
새소리 왁자지껄 숲을 깨운다
누워 있던 오솔길이 벌떡 일어서고
놀란 나무들이 가지를 반쯤 공중에 묻고 있다
언제 바람이 다녀가셨나
바위들이 짧게 흔들 한다
한계령이 어디쯤일까
나는 물끄러미 먼 데 산을 본다
먼 것이 있어야 살 수 있다고
누가 터무니없는 말을 했나
먼 것들은 안 돌아오는 길을 떠난 것이다
이제 떠나는 것도
떠나고 싶은 마음보다 흥미가 없다
내 한계에 내가 질렸다
어떤 생을 넘겨도 동어반복이다
언덕길 오르다 말끝을 흐린다
마음아 그만 내려가자
- 천 양희 시 ‘한계’
숲이 잠 깨는지 나뭇잎들이 찰랑거립니다 아침햇살이 부신 듯 어린 새들 두 눈이 붉어집니다 바람이 몰래 빠져나가느라 오솔길이 더 좁아지는 아침 들쭉나무 아래 철 늦은 산꽃이 순하고 작년의 낙엽들 썩어 거름 된 지 오랩니다 한 사람의 산책길이 그냥 지나가고 마는 길이 아니었습니다 떠들썩하던 사람들 이곳에 와서야 해 지는 서편을 잠시 돌아봅니다 되돌아볼 것은 노을이 아니라 자신입니다 지기 때문에 노을이 아름답다 하였으나 지기 때문에 무서운 건 누구이겠습니까 눈시울이 노을보다 더 붉어집니다 누구에게나 울면서도 가야 할 길이 있는 것입니다 가오리연 하나 기우뚱거리며 언덕을 오르고 있습니다 얼레를 더 당겨, 그래야 더 높이 오를 수 있는 거여 연 연구에 평생을 바친 박노인이 힘주어 말합니다 더 당겨, 더 당겨, 더 당기라니께 나는 무엇을 더 당겨야 하나 당겨서 높이 올려야 하나 지금은 때까치 소리 겨우 나를 당깁니다 너도개미자리풀이 너도 풀이냐 하고 너도밤나무가 너도 밤나무냐 합니다 무릇꽃이 무릇, 꽃이 피는 까닭을 알고 피겠습니까 버짐나무가 버짐을 알겠습니까 세상에 모르는 것이 이것뿐이겠습니까 왠지 사람의 집들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자꾸 올라갑니다 고층으로 올라간 몸이 마음 따라 하층으로 내려가기도 합니다 어느 땐 웃어도 웃어도 우울은 우물처럼 깊습니다 그래도 해바라기는 해, 바라기를 하고 하루살이는 하루로써 세계의 비밀을 알아내려 할 것입니다
- 천 양희 ‘어느 한 사람의 산책길’
* 오래된 골목, 창작과비평사, 2003
학동해변에 앉았는데
나는 마치
플로베르가 평생 잊지 못한 운명의 여인을 만난
노르망디해변에 있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파도는 서로 쳐다보지도 않고
혼잣말로 중얼거릴 뿐입니다
여름 바람은 단단하고 팽팽한 것이
성깔이 있는 듯 파도를 밀면서
해변에 있는 자갈들을 들었다 놓습니다
자갈들은 자기들끼리 이리저리 부딪치며 가라앉습니다
바람과 햇빛으로 한생을 지나는 사람들은
생활처럼 알지요 또다시 파도가 밀려오면
잠시 파도에 들어올려졌다 자기들끼리
몸을 부대끼면서 또 가라앉습니다
서로 부대끼면서 저렇게
둥근 돌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오늘
파도 소리에 부대끼면서
내게 남은 유일한 질문은
서로 부대끼면서 저렇게 모난데 없는
몽돌이 될 수 없을까, 하는 것입니다
- 천 양희 시 ‘몽돌‘
[지독히 다행한],창비, 2021.
슬픔만 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던
시인 허수경 가고
속수무책이 당신이 세운 유일한 대책이라던
시인 황병승 가고
빈빈(彬彬)의 빛그물로 누워 떠내려가고 싶다던
시인 최정례 가고
붉은 황톳물 넘치는 강을 내려다보며
해가 지도록 울었다던
시인 권지숙 가고
별을 향해 걸어갈 내 발자국에는
왜 검은 그을음이 묻어 있는지 묻던
시인 배영옥 가고
한방울 눈물이 평생의 고백이라던
시인 박서영 가고
오, 나도 드디어 못 하나를 얻었다던
시인 김종철 가고
시인을 슬프게 하지 않고 아프게 하던
비평가 황현산 가고
저녁을 부려놓고
나보다 더 그리운 것은 가네*
그리운 것은 가고 나보다
더 많은 저녁만이 남았네
- 천 양희 시 ‘ 저녁을 부려놓고 가다‘
[지독히 다행한],창비, 2021.
* 허수경의 시에서.
바람속의 영혼처럼
눈이 날린다
홀로 걷다 돌아보니
나홀로 청년들이 실업에 울고 있다
한결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머리맡에 씨앗을 두고
잠을 청한다 청해도 잠은 안 오고
짙어진 나뭇잎 속에
아슬하게 줄을 치는
거미를 바라보다 중얼거린다
저 줄에도
한 생이 걸려 있구나
나도 그것으로 한 생을 견뎠다
가진 것에 만족하면
행복하다는 말을 믿으면서
행복을 돌돌 말아
너에게 던져줄게
깨어진 뒤에야 완성되는 것
그 거룩을
한 줄로 써서 보내줄게
생의 한가운데는
움푹 패였다는 사실을
사실 그대로
오늘도
어느 곳에선가
뜬구름 잡는 일이 일어나고
다리에 쥐가 난 사람들이 걸어가고
어느날
기러기가 V자를 그리며
낮달을 뚫고 날아간다
그래도
모두가 사라진 것은 아니겠지?
바람속에 얼굴을 묻고
생의 한가운데를 생각한다
아무튼
성자聖者는
시계를 가지지 않는다
- 천 양희 시 ‘ 생의 한가운데‘
* 애지, 2023년 봄호.
바람결에 잎새들이 물결 일으킬 때
바닥이 안 보이는 곳에서 신비의 깊이를 느꼈을 때
혼자 식물처럼 잃어버린 것들과 함께 있을 때
사는 것에 길들여지지 않을 때
욕심을 적게 해서 마음을 기를 때
슬픔을 침묵으로 표현할 때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으므로 자유로울 때
어려운 문제의 답이 눈에 들어올 때
무언가 잊음으로써 단념이 완성될 때
벽보다 문이 좋아질 때
평범한 일상 속에 진실이 있을 때
하늘이 멀리 있다고 잊지 않을 때
책을 펼쳐서 얼굴을 덮고 누울 때
나는 기쁘고
막차 기다리듯 시 한 편 기다릴 때
세상에서 가장 죄 없는 일이 시 쓰는 일일 때
나는 기쁘다
- 천 양희 시 ’ 나는 기쁘다‘
_《새벽에 생각하다》(천양희, 2017)
하늘이 흐려지더니 마음이 먼저 젖는다
이런 날은
매운맛을 보는 게 상책이다
아귀찜 먹으러 '싱싱식당'엘 간다
손아귀로 아귀를 뜯으면서 생각한다
지금까지 무엇을 하며 살았나
입속이 화끈거린다
나에게도 분명
매운 세상이 지나간 것이다
비처럼 젖는
세상의 예사로운 일이여
어떤 것은 눅눅하여
얼룩 된 지 여러날이다
비둘기가 종종거리며 길바닥을 찍고 있다
자전거를 굴리며 소년이
천상병거리를 지나고 있다
시인은 죽어 거리를 남겼다
모든 확신은
증오로 사랑으로 다가오는 것인지
생(生)의 후반이
우두커니 서 있다
별나지 않은 사람들의 별나지 않은 일에
귀 기울이는 저녁까지
비는 그치지 않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기를 써야 할 날은
오늘 같은 날이다
- 천 양희 시 ‘ 비 오는 날‘
[지독히 다행한],창비, 2021.
단풍멸치들은
가을 나뭇잎이 가지를 떠날 무렵
산란한다고
달빛 밝은 밤을 기다린다
달빛이 단풍처럼 물들면
내만(內灣)으로 돌아온다
돌아온 가을 멸치를
어부들은 단풍멸치라 부른다
연어가 모천을 찾는 것은 이 무렵이다
산짐승들이 가을을 기다려
털갈이할 때도 이 무렵이다
이 가을에는
나에게 주어진 낙엽 한장만으로도
집으로 돌아갈 궁리를 할 듯도 하다
그물을 접어 들고
어부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어디든 가야 한다 가야만 하기에
잔가지를 꺽어
길바닥에다 '집'이라 써본다
- 천 양희 시 ‘ 집으로의 여행‘
[지독히 다행한],창비, 2021.
내가 속해 있는 대낮의 시간
한밤의 시간보다 어두울 때가 있다
어떤 날은 어안이 벙벙한 어처구니가 되고
어떤 날은 너무 많은 나를 삼켜 배부를 때도 있다
나는 때때로 편재해 있고
나는 때때로 부재해 있다
세상에 확실한 무엇이 있다고 믿는 것만큼
확실한 오류는 없다고 생각한 지 오래다
불꽃도 타오를 때 불의 꽃이라서
지나가는 빗소리에 깨는 일이 잦다
고독이란 비를 바라보며 씹는 생각인가
결혼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이혼에 성공한 것이라던
어느 여성 작가의 당당한 말이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고 내게 중얼거린다
삶은 고질병이 아니라 고칠 병이란 생각이 든다
절대로 잘못한 적 없는 사람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사람뿐이다
언제부터였나
시간의 덩쿨이 나이의 담을 넘고 있다
누군가가 되지 못해 누구나가 되어
인생을 풍문 듣듯 산다는 건 슬픈 일이지
돌아보니 허물이 허울만큼 클 때도 있었다
놓았거나 놓친 것 만큼 큰 공백이 있을까
- 천 양희 시 ‘ 놓았거나 놓쳤거나‘
_《새벽에 생각하다]》(문지, 2017)
1920년 뉴욕의
어느 추운 겨울날
가난한 한 노인이 "나는 맹인입니다"
작은 팻말을 들고
공원 앞에서 구걸하고 있었다
몇 사람만 동전을 던지고 갈 뿐
그를 눈여겨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때 한 행인이
맹인 앞에 잠시 머물다 떠났다
그뒤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맹인의 적선통에 동전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무엇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마음을 돌려놓은 것일까
팻말은 다음과 같은 글귀로 바뀌어 있었다
"봄은 곧 옵니다 그러나 저는 그 봄을 볼 수 없습니다"*
사소한 말 한마디가
마음을 크게 벌었던 것이다.
- 천 양희 시 ‘ 사소한 한마디’
*(지독히 다행한) 창비 2021.
* 앙드레 브르통의 글.
새벽이 왁자지껄 길을 깨운다 가로수들이
벌떡 일어서고 눈에 불을 켜고 가로등이
소의 눈처럼 끔벅거린다 땅은 꿈쩍 않는데
차들이 바쁘다 발을 구른다 구를수록 눈덩이처럼
커지는 하루 구르는 것이 하루의 일이라서 일의
속이 오래 덜컹거린다 어둠 속이든 가슴속이든
속은 들수록 깊어지나 바깥은 하루살이 아침에
피었다 저녁에 진다 지는 것들은 후기(後記)가
없다 인생은 얼굴에 남는다고 말할 뿐이다 나는
왠지 세상에서 서늘하여 지는 해를 붙잡았다
놓는다 잘 보내고서 기억하면 되는 걸 그러면
되는 걸 하루가 천년 같다고 생각해본 사람들은
안다 하루는 하나의 루머가 아니다 오늘 하루는
내가 그토록 살고 싶은 내일이다
- 천 양희 시 ‘ 하루는 하나의 루머가 아니다‘
[지독히 다행한],창비, 2021.
성당의 종소리 끝없이 울려퍼진다
저 소리 뒷편에는
무수한 기도문이 박혀 있을 것이다
백화점 마네킹 앞모습이 화려하다
저 모습 뒷편에는
무수한 시침이 꽂혀 있을 것이다
뒷편이 없다면 생의 곡선도 없을 것이다
- 천 양희 시 ‘뒷 편’
* 새들에게는 지옥이 없다, 한국시인회편, 2004
귀뚜라미 소리가
귀 뚫어, 귀 뚫어 우는 것 같다
그동안 내가
귀를 닫고 산 까닭이다
내가 나를 견디는 동안
눈을 닦고 보아도 산빛은 어둡고
강물은 먼 데로만 흘러가
꽃 지는 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이 세상 모든 소리는 비명 같아
귀에 한 세상 넣어주는 소리만이
침묵을 대신하는 유일한 문장이라고 쓰고는 하였다
어디서 오는 소리든
슬픈 소리는 눈으로 듣고
귀는 소리로 운다고
귀 뚫은 듯 귀 뚫은 듯
이렇게 자꾸 귀 기울여보는 것인데
나는 이제
다른 소리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지게 되었다
귀는 소리로 운다
- 천 양희 시 ‘ 귀는 소리로 운다‘
* 지독히 다행한, 창비, 2021
게가 허물 벗을 때
떠내려온 게껍데기 건져
그 껍데기 지붕 삼아
바닷가에 세운 옛 선술집 잡에서
잡놈처럼 한잔 걸치고 싶다
상(上)도 하(下)도 없는 수평선 베고 누워도 보고
문도 벽도 없는 하늘 밀고 들어가
바람까마귀처럼 길을 잃고도 싶다
마음대로 소리치는 파도나 한번 되어보다가
선술집 문 열어젖히는 가수알바람이나 한번 되어보다가
내가 잔을 기울이니 해도 따라 기우네 건들거리며
하루를 잡담처럼 넘기고 싶다
잡에서의 하루
참 이것은 너무 많은 잡생각입니다
내가 생각한들 어디까지 가겠습니까
- 천 양희 시 ‘ 잡(卡)*에서의 하루‘
* 김려 『우해이어보』에서.
[지독히 다행한],창비, 2021.
울대가 없어
울지 못하는 황새와
눈이 늘 젖어 있어
따로 울지 않는 낙타와
일생에 단 한번
울다 죽는 가시나무새와
백년에 단 한번
꽃 피우는 용설란과
한 꽃대에 삼천송이 꽃을 피우다
하루 만에 죽는 호텔펠리니아 꽃과
물속에서 천일을 견디다
스물다섯번 허물 벗고
성충이 된 뒤
하루 만에 죽는 하루살이와
울지 않는 흰띠거품벌레에게
나는 말하네
견디는 자만이 살 수 있다
그러나
누가 그토록 견디는가
- 천 양희 시 ‘견디다’
* 지독히 다행한, 창비, 2021
마음에 지진이 일어날 때마다
마른 가지 몇개 분질렀습니다
그래도 꺾이지 않는 건 마음입니다
마음을 들고 오솔길에 듭니다
바람 부니 풀들이 파랗게 파랑을 일으킵니다
한해살이풀을 만날 때쯤이면
한 시절이 간다는 걸 알겠습니다
나는 그만 풀이 죽어
마음이 슬플 때는 지는 해가 좋다고
말하려다 그만두기로 합니다
오솔길은 천리로 올라오는
미움이라는 말을 지웁니다
산책이 끝나기 전
그늘이 서늘한 목백일홍 앞에 머뭅니다
꽃그늘 아래서 적막하게 웃던 얼굴이 떠오릅니다
기억은 자주 그림자를 남깁니다
남긴다고 다 그림자이겠습니까
'하늘 보며 나는 망연히 서 있었다'
어제 써놓은 글 한줄이
한 시절의 그림자인 것만 같습니다
- 천 양희 시 ‘그림자’
[지독히 다행한],창비, 2021.
누가
바다에 대해 말하라면
나는 바닥부터 말하겠네
바닥 치고 올라간 물길 수직으로 치솟을 때
모래밭에 모로 누워
하늘에 밑줄 친 수평선을 보겠네
수평선을 보다
재미도 의미도 없이 산 사람 하나
소리쳐 부르겠네
부르다 지치면 나는
물결처럼 기우뚱하겠네
누가 또
바다에 대해 다시 말하려면
나는 대책없이
파도는 내 전율이라고 쓰고 말겠네
누구도 받아쓸 수 없는 대하소설 같은 것
정말로 나는
저 활짝 펼친 눈부신 책에
견줄 만한 걸작을 본 적 없노라고 쓰고 말겠네
왔다갔다 하는 게 인생이라고
물살은 거품 물고 철썩이겠지만
철석같이 믿을 수 있는 건 바다뿐이라고
해안선은 슬며시 일러주겠지만
마침내 나는
밀려오는 감동에 빠지고 말겠네
- 천 양희 시 ‘ 불멸의 명작‘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창작과비평사, 2011.
포도주를 들다 생각해본다
나는 너무 썩었고 오래 썩었다
발효된 내 거대한 심통(心筒)에
묵은 찌꺼기 누추하다
나는 속썩은 인간으로서 냄새를 피웠고
말 대신 게거품을 물었다
몸속 어디에
포도송이 꽉 찬 포도밭이 있는지
넝쿨이 굽은 뼈처럼 뻗어나온다
마음의 서쪽, 붉게 취한 노을 어룽거려
찔끔, 눈물도 나온다
이 머리통, 나도 생각하는 사람이라
여기, 어디에 도계(道界)는 있는지
술 한잔 돌리면서
내가 귀의한 세상에게
할 말이 있다면
내가 세상을 술잔처럼 돌리고 싶다는 것이다
한잔의 순환을 간절히 바란다는 것이다
포도주를 들다 생각해본다
나는 너무 썩었고 오래 썩었다.
- 천 양희 시 ‘ 세상을 돌리는 술 한잔‘
[마음의 수수밭], 창작과비평사, 1994.
풀벌레들 소리만으로 세상 울린다
그 울림 속에 내가 서 있다
울음소리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는 지금 득음하고 싶은 것이다
전 생애로 절명하듯 울어대는 벌레 소리들
언제 내 속에 들어왔는지 나는모른다
네가 내 지음知音이다
네 소리가 나를 부린 지 오래되었다
시의 판소리여
이제 온전히 소리판이니
누구든 듣고 가라
소리를 듣듯이 울음도 그렇게 듣는 것이다
저 벌레 소리 받아 적으면 반성문 될까
부르고 싶은 절창의 한 소절 될까
소절 소절 내 속에서 울리고 있다
모두 울리는 것들은 여운을 남긴다
- 천 양희 시 ‘ 여운‘
[새벽에 생각하다], 문학과지성사, 2017.
무심천 변에서 무릎 세우고 몇시간을 보냈다
무심 속에서 온통 물을 이루는
물방울 물보라 물거품들
수심을 들여다보다 무심코!
없을 無에 대해 생각해본다
무욕과 무등(無等)과 무소유의 나날들
그동안 집착하던 것들로 목이 메었다
몸은 벌써 강물에 젖고
마음이 밀물처럼 빠져나간다
무슨 억하심정으로 일생이여.
속세에 갇혀 속수무책인가
나는 유한한 존재로서 세상에 혹하고 싶었다
불혹이든 물혹(勿惑)이든 달랑거리면서
무언(無言)이든 묵언이든 무슨 업이든 生으로.
낚싯줄 몇, 길게 던진다. 파문의 생기(生氣)!
문득 살얼음 드는 생의 생각들
수초처럼 잠겨 없을 無 없을 無 흘러간다
생이 어떻게 무감동인가 무의미한가 무력한가
무색하여 나는 오늘
흰눈썹울새처럼 이동하고 싶다. 무단횡단하고 싶다
강―남―으―로, 강의 남쪽으로
강의 끝으로, 무한대로 무시무종으로 무조건으로
가다보면 공중에 붕(鵬) 뜬 나의 진공(眞空)!
무색계로 가네
이것이 혹 무릉도원인가 무량수전인가
아슬하다 아슬하다. 춘천 하늘 저녁별들이
춘·천·춘·천 깜빡거리고
무심천에 무심히 흐를 것들
뒤돌아보면 흐를 것은
저만치 흘러가 있다. 무심히.
- 천 양희 시 ‘ 무심천의 한때‘
* 마음의 수수밭, 창비, 2019
새벽에 홀로 깨어 있으면 노트르담의 성당 종탑에 새겨진 '운명'이라는 희랍어를 보고 「노트릍담의 꼽추」를 썼다는 빅토르 위고가 생각나고 연인에게 달려가며 빨리 가고 싶어 30분마다 마부에게 팁을 주었다는 발자크도 생각난다 새벽에 홀로 깨어 있으면 인간의 소리를 가장 닮았다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가 생각나고 너무 외로워서 자신의 얼굴 그리는 일밖에 할 일이 없었다는 고흐의 자화상이 생각난다 새벽에 홀로 깨어 있으면 어둠을 말하는 자만이 진실을 말한다던 파울 첼란이 생각난다 새벽에 홀로 깨어 있으면 소리 한 점 없는 침묵도 잡다한 소음도 훌륭한 음악이라고 한 존 케이지가 생각나고 소유를 자유로 바꾼 디오게네스도 생각난다 새벽에 홀로 깨어 있으면 괴테의 시에 슈베르트가 작곡한 「마왕」이 생각나고 실러의 시에 베토벤이 작곡한 「환희의 송가」도 생각난다 새벽에 홀로 깨어 있으면 마지막으로 미셸 투르니에의 묘비명이 생각난다 "내 그대를 찬양했더니 그대는 그보다 백배나 많은 것을 내게 갚아주었도다 고맙다 나의 인생이여"
- 천 양희 [새벽에 생각하다], 문학과지성사, 2017.
어디나 다 늪이야
아무 곳에나 널 내려놓지 마
어디나 다 사막이야
마음아
아무 곳에나 들어가지 마
어디나 다 늪이야
- 천 양희 ‘마음아’
제 이름 부르며 스스로 울어봐야지
제 속의 비명을 꺼내 소리쳐봐야지
소나기처럼 땅에 패대기쳐봐야지
바람에 몸을 길들여봐야지
늪처럼 밤새도록 뒤척여봐야지
눈알 속에 박힌 모래처럼 서걱거려봐야지
사랑 때문에 허리가 남아돌아봐야지*
어느날 문득 절필해봐야지
죽어라고 살기 위해 잡문을 써봐야지
사람 때문에 마음바닥이 쩍쩍 갈라져봐야지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워봐야지
마침내 갈 데가 없어봐야지
그때야 일어날 마음의 지진.
- 천 양희 시 ‘마음의 지진’
*정끝별의 시「춘수(春瘦)」에서.
이 생각 저 생각 하다
어떤 날은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막무가내 올라간다
고비를 지나 비탈을 지나
상상봉에 다다르면
생각마다 다른 봉우리들 뭉클 솟아오른다
굽은 능선 위로
생각의 실마리들 날아다닌다
뭐였더라, 뭐였더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의 바람소리
生覺생각한다는 건
生을 깨닫는 것
생각하면 할수록 生은 오리무중이니
생각이 깊을수록 生은 첩첩산중이니
생각대로 쉬운 일은 세상에 없어
생각을 버려야 살 것 같은 날은
마음이 종일 벼랑으로 몰린다
생각을 버리면 안된다는 생각
생각만 하고 살 수 없다는 생각
생각 때문에 밤새우고 생각 때문에 날이 밝는다
생각이 생각을 놓아주지 않는다
지독한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
- 천 양희 시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
[오래된 골목], 창작과비평사, 2003(1998).
헤맨다고 다 방황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하며
미아리를 미아처럼 걸었다
기척도 없이 오는 눈발을
빛인듯 밟으며 소리 없이 걸었다
무엇에 대해 말하고 싶었으나
말할 수 없이 말없이 걸었다
길이 너무 미끄러워
그래도 낭떠러지는 아니야, 중얼거리며 걸었다
열리면 닫기 어려운 것이
고생문苦生門이란 모르고 산 어미같이 걸었다
사람이 괴로운 건 관계 때문이란 말 생각나
지나가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며 걸었다
불가능한 것 기대한 게 잘못이었나 후회하다
서쪽을 오래 바라보며 걸었다
오늘 내 발자국은 마침내 뒷사람의
길이 된다는 말 곱씹으며 걸었다
나의 진짜 주소는
집이 아니라 길인가?
길에게 물으며 걸었다
- 천 양희 시 ‘ 2월은 홀로 걷는 달‘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창비, 2011.
골목이 텅 비었다 개들도 주정꾼도 보이지 않는다 길 건너 육교 쪽 가로등이 뿌옇다 방범대원 딱딱이 소리 담을 넘는다 파출소 뒷길 부산상회 탁씨 갈매기 바다 위에…… 콧노래 부르며 덧문을 닫고 있다 늦은 밤 버스 종점 바람이 차다 빈 택시 한 대 총알처럼 지나간다 지가 빠르면 세월보다 빠름감 서울 와서 늙은 수선소집 목포댁 재봉틀 돌리며 중얼거린다 세상에는 왜 이리 고칠 것이 많은가 나도 나를 고치는 데 이십 년이 걸렸다 걸려 있는 빨랫줄 무슨 악연처럼 얽혀 있다 저 줄이… 그 집의 내력 끌고 왔을 것이다 마당 깊고 언덕길 너무 가파르다 누구나 절벽 하나쯤 품고 산다는 것일까 발끝이 벼랑이다 날마다 벼랑 끝을 기어오른다 정상 정복할 등산가처럼.
- 천 양희 ‘겨울 길음동’
[벌새가 사는 법],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제 속이 검게 썩어가면서도
열매를 맺는 나무가 있다고 내가 말했을 때
꽃은 열매를 맺으려 피지만
열매는 꽃을 피우려 익는다고 그가 말했지요
한 방울의 눈물로 진주를 만든다고
이마를 창에 대고 그가 말했을 때
구름의 언어를 듣는 이도 있다고
침묵에 사다리를 놓으며 내가 말했지요
아무것도 안 잊어버리려고
밤의 말을 이해했다고 내가 말했을 때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써야겠다고
땅을 내려다보며 그가 말했지요
도대체 우린
몇 번이나 고독을 탐구했을 까요
그리고 몇 번이나
절경 앞에서 말을 잃었을까요
그가 나를 바라보다보는 것을
몇 번이나 내가 그를 바라다보았을까요
하늘 추워지고 꽃 다 질 동안
나는 그만 저녁처럼 저물어
꽃이 좋은지 열매가 좋은지 묻지 않습니다
그는 다만
시의 스승은 낯선 곳에서 온다고 귀띔할 뿐입니다
시 속에 잠기니
50년이 온통 회초리입니다
- 천 양희 시 ‘시의 회초리’
산은 저렇게 말이 없고
산속에 누운 너도
말이 없긴 마찬가지
마치 한가지로
너는 몇 년 째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것은 너의 영원한 레퍼토리
그러나 그렇지만
바람 불고 비는 또 내려
얼어붙은 내가 새롭게 놀라지만
오늘은 전화 할 데가 없어
하루가 너무 길다
그 많던 오늘은
어디로 다 가버린 것일까
산다는 게 이렇게
미안할 때가 있다니
- 천 양희 시 ‘ 마찬가지‘
[새벽에 생각하다], 문학과지성사, 2017.
죽음만이 자유의지라고 말한 쇼펜하우어
정작 그는
여든이 넘도록 천수를 누렸고요
자녀 교육의 지침서인 『에밀』을 쓴 루소
정작 그는
다섯 자식을 고아원에 맡겼다네요
백지의 공포란 말로 시인으로 사는 삶의 고통을 고백한 말라르메
전작 그는
다른 시인보다 평생을 고통없이 살았고요
『행복론』을 써서 여덟 가지 행복을 말한 괴테
정작 그는
일생 동안 열일곱 시간밖에 행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네요
정작 그는 알고 있었을까요
변명은 구차하고 사실은 명확하다는 것을요
정작 그는 또 알고 있었을까요
위대한 사상은 비둘기 같은 걸음걸이로
이 세상에 온다는 것을요
- 천 양희 시 ‘ 정작 그는‘
[새벽에 생각하다], 문학과지성사, 2017.
복사꽃 지고 나면 천랑성별이 뜬다지요
아침 무지개는 서쪽에 뜨고 저녁 무지개는 동쪽에 뜬다지요
8초에 103음을 내면서 숲을 노래로 꽉 채우는 새가 있다지요
한 뿌리 여러 갈래인 나무에도 결이 있다지요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지요
누워 있던 땅이 지루함을 견디다 못해 벌떡 일어선 것이 가로수라지요
잘못 자란 생각 끝에 꽃이 핀다지요 그것이 시(詩)라지요
이 세상에 옛 애인은 없고 세상의 꽃은 모두 아슬아슬하다지요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는다지요
사랑할 때 사랑하고 생각할 때 생각하라지요
가난에는 과거가 없고 간절함에는 놀라운 에너지가 있다지요
가까이 있는 모든 것은 점점 멀어진다지요
다음 어둠이 올 때까지 아직 시간은 있다지요
이처럼 되기까지 인생은 얼마나 수고로웠을까요
- 천 양희 시 ‘ 이처럼 되기까지‘
[새벽에 생각하다], 문학과지성사, 2017
내 몸에서 가장 강한 것은 혀
한잎의 혀로
참, 좋은 말을 쓴다
미소를 한 육백개나 가지고 싶다는 말
네가 웃는 것으로 세상 끝났으면 좋겠다는 말
오늘 죽을 사람처럼 사랑하라는 말
내 마음에서 가장 강한 것은 슬픔
한줄기의 슬픔이
참, 좋은 말의 힘이 된다
바닥이 없다면 하늘도 없다는 말
물방울 작지만 큰 그릇 채운다는 말
짧은 노래는 후렴이 없다는 말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말
한송이의 말로
참, 좋은 말을 꽃피운다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이라는 말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는 말
옛날은 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자꾸 온다는 말
- 천 양희 시 ‘ 참 좋은 말‘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창작과비평사, 2011
내가 좋아하는 여울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왜가리에게 넘겨주고
내가 좋아하는 바람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바람새에게 넘겨주고
나는 무엇인가
놓고 온 것이 있는 건만 같아
자꾸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너가 좋아하는 노을을
너보다 더 좋아하는 구름에게 넘겨주고
너가 좋아하는 들판을
너보다 더 좋아하는 바람에게 넘겨주고
너는 어디엔가
두고 온 것이 있는 것만 같아
자꾸 뒤를 돌아다본다
어디쯤에서 우린 돌아오지 않으려나보다
- 천 양희 시 ‘ 어제’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창비, 2014.
청사포 앞 바다엘 간다. 부산 아지매
사투리가 생선처럼 튀는 아침
바다의 자리는 생생하게 빛난다
투명한 물 속
저 환한 화엄계!
수평선이 세상을 수평으로 세운다
허공에 넘실대는 갈매기 소리 공허하다
높은 것만이 이상은 아니라고
흐르는 물이 말하네
수족관에서도 꼬리 치는 물고기들
바다로부터 잊혀지고
나는 내 희미한 정신의
시퍼런 파도 소리를 듣는다. 나는
내 귀를 의심한다
나를 덮치는 저 소리. 미친듯이
나를 살게 하느니...
- 천 양희 시 ‘ 청사포 에서’
[벌새가 사는 법], 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누가 말했을까요
살아 있는 것처럼 완벽한 것이 없다는 것을
우리가 하나의 생명일 때 기쁘고 기쁨은 곧
마음의 길을 열어 숨은 얘기를 속삭인다는 것을
여린 잎 속의 푸른 벌레와 생각난 듯이 날리는 눈발과
훌쩍거리며 내리는 비가
얼마나 기막힌 눈<目>이라는 것을
그토록 작은 것들이 세상을 읽었다는 것을
누가 말했을까요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이 없다는 것을
우리가 하나의 자연일 때 편하고 편함은 곧
마음의 길을 열어 숨은 얘기 속삭인다는 것을
뒤꼍의 대나무숲 바람소리와 소리 없이 피는 꽃잎과
추위에 잠 깬 부엉이 소리가
얼마나 기막힌 소리인가를
그토록 작은 것들이 세상을 들었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가 보았다는 것을
하늘이 텅 비어 있었다는 것을
- 천 양희 시 ‘ 누가 말했을까요‘
[제10회 소월시문학상 수상작품집], 문학사상사, 1995.
소리 하나로 산을 휘어잡은 새들은
타고난 소리꾼이다 바람보다 먼저 산을
깨우고 계곡 아래 물살도 산정으로 당긴다 당기듯이
소리친다 소리치며 산그림자 가볍게
놓아버린다 숲속이 숲의 속이 오래
울린다 저토록 산이 속으로 울다니! 속으로 우는
것들은 울음도 힘이 된다는 걸 안다 울어라
새여, 자고 일어나 울어라 새여 소리 하나로
산을 울릴 때 너는 소리꾼인 것이다 소리의
꾼인 것이다 시 하나로 세상을 휘어잡은 시인들은
타고난 소리꾼이다 몸보다 먼저 혼을
깨우고 한순간을 영원으로 밀어올린다 밀어올리듯이
소리친다 세상 속이 세상의 속이 오래
울린다 저토록 세상이 속으로 울다니! 속으로
우는 것들은 소리도 힘이 된다는 걸 안다 울어라
시여 자고 일어나 울어라 시여 시 하나로
세상 울릴 때 너는 소리꾼인 것이다 소리의
꾼인 것이다
- 천 양희 시 ‘소리꾼’
[너무 많은 입], 창비, 2005.
비굴하게 굴다
정신차릴 때
옷깃을 여민다
인파에 휩쓸려
하늘을 잊을 때
옷깃을 여민다
마음이 헐한 몸에
헛것이 덤빌 때
옷깃을 여민다
옷깃을 여미고도
우리는
별에 갈 수 없다
- 천 양희 시 ‘옷깃을 여미다‘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창비, 2011.
먹는다, 먹는다면 밥인가
욕인가, 욕망인가
씹고 씹으면서
소화하지 못한 生밥
生의 밥이 된 나를
밥줄이 놓아주지 않는다
밥이 되는 일이 그래서
사는 일이
죽이 되지 않고
온밥이 되는 일이 그래서
쉽지만은 않다
고프면 더욱
생각나는 밥이
虛하면 더욱
고픈 사랑이 그래서
우리의 밥이 되는 밥이 그래서
우리의 밥이 되는 사랑이
그래서 우리가 매달리는 줄이
그래서 면면히 이어질
生의 줄, 밥-줄.
- 천 양희 시 ‘ 그래서‘
[마음의 수수밭], 창작과비평사, 2003.
지은 죄도 눕힐 것 같은
수평선 마주 보면
나는 그만 우두커니가 된다
바다한테 와서 한번도 다른 곳에 가지 않은 파도여
넌 바다밖에 몰라 보내지 않았으나
바다는 오래 잠들지 않았다
파도는 너무 일찍
소리 몇절 써버린 죄로
바다한테마저도 버려졌는가
누가 널 부를 때
네가 누굴 부를 때
큰 소리 더 크게 소리쳤는가
너보다도 더 크게 널 부르는 소리
있었는가 잊었는가
- 천 양희 시 ‘ 부르는 소리’
[너무 많은 입], 창비, 2005.
96세에 대학생이 된 아버지가
축하하는 자식들 앞에서
눈물이란 왜 나오는 건지...... 이걸 연구해서
논문이나 써야지 했다는데*
61세에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한 시인이
회갑을 축하하는 후배들 앞에서
눈물이란 왜 이렇게 짠지...... 이걸 주제로
시나 써야지 했다는데
눈물이란 왜 이렇게 대책이 없나
- 천 양희 시 ‘눈물’
* 일본인 우따가와 토요꾸니의 이야기
외로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
권태로워서 잠을 많이 잔다는 너에게
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
나는 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너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 천 양희 시 ‘ 밥’
쑥부쟁이와 구절초와 벌개미취가 잘 구별되지 않고
나팔꽃과 매꽃이 잘 구별되지 않습니다
은사시나무와 자작나무가 잘 구별되지 않고
미모사와 신경초가 잘 구별되지 않습니다
안개와 는개가 잘 구별되지 않고
이슬비와 가랑비가 잘 구별되지 않습니다
왜가리와 두루미가 잘 구별되지 않고
개와 늑대가 잘 구별되지 않습니다
적당히 사는 것과 대충 사는 것이 잘 구별되지 않고
잡념 없는 사람과 잡음 없는 사람이 잘 구별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
평생을 바라본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왜 그럴까
구별없는 하늘에 물었습니다
구별되지 않는 것은 쓴맛의 깊이를 모른다는 것이지
빗방울 하나가 내 이마에
대답처럼 떨어졌습니다
- 천 양희 시 ‘쓴 맛’
잠시 눈을 감고
바람소리 들어보렴
간절한 것들은 다 바람이 되었단다
내 바람은 네 바람과 다를지 몰라
바람 속에서 바라보는 세상이
바람처럼 떨린다
바라건대
너무 헐렁한 바람구두는 신지마라
그 바람에 사람들이 넘어진다
두고봐라
곧은 나무도
바람앞에서 떤다, 떨린다
- 천 양희 시 ‘ 바람편지’
어느날 나는 내가 생각한 것의 반만큼도
말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말의
성찬이나 말의 홍수 속에서 나는
오히려 말이 고팠다
고픈 말을 움켜쥐고 말의
때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쉬운 말들과 놀고 싶어서 말의
공터를 한번 힐끗 본다
참말은 문득 예리한 혀끝으로
잘려나가고 씨가 된 말이
땅끝으로 날아다닌다
말이 꽃을 피운다면 기쁘리. 말이
길을 낸다면 웃으리. 말은
누구에겐들 業업이 아니리
모든 말이 허망하여도 말의
추억은 아름다운 것이냐
우리는 누구나
쌓인 말의 나무 밑으로 돌아간다.
- 천 양희 시 ‘ 말’
[마음의 수수밭], 창작과비평사,1994.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단추, 첫연애 첫결혼 첫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 천 양희 시 ‘ 단추를 채우면서’
* 오래된 골목(창비, 1998)
누가 말했을까요
살아 있는 것처럼 완벽한 것이 없다는 것을
우리가 하나의 생명일 때 기쁘고 기쁨은 곧 마음의 길을 열어
숨은 얘기 속삭인다는 것을
여린 잎 속의 푸른 벌레와 생각난 듯이 날리는 눈발과
훌쩍거리며 내리는 비가
얼마나 기막힌 눈(目)이라는 것을
그토록 작은 것들이 세상을 읽었다는 것을
누가 말했을까요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자연스런 것이 없다는 것을
우리가 하나의 자연일 때
편하고 편함은 곧 마음의 길을 열어
숨은 얘기 속삭인다는 것을
뒤꼍의 대나무숲 바람소리와 소리없이 피는 꽃잎과
추위에 잠깬 부엉이 소리가
얼마나 기막힌 소리인가를
그토록 작은 것들이 세상을 들었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가 보았다는 것을
하늘이 텅 비어 있었다는 것을
- 천 양희 시 ‘ 누가 말했을까요?‘
* 오래된 골목, 창비(1998)
어젯밤 먹은 것들
죄다 설(設)하고
어젯밤 품은 욕심
죄다 사(死)하고
아침에 일어나니
연좌 데모하듯
빈 술병들이
앉아 있다
인간의 한 가슴을 적셔 준
저것이
삿대질을 한다
너희들이
내 속을 어떻게 알아?
- 천 양희 시 ‘아침에 일어나니’
[벌새가 사는 법], 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욱아, 들어보렴 참나무가 욱욱거리며 강물에 떠내려가
는구나
세상에서 제일 잘났다고 뽐내던 참나무가 그까짓
바람쯤이야 그까짓 비쯤이야 하던 나무가 참,나무가
아니었구나 올라갈 줄 모르는 물 속에서 허우적대며
내려가는구나 자존심은 돌멩이처럼 굴러 곤두박질치
는구나
끙,끙끙 갈대밭을 지날 무렵 참나무는
더욱 욱욱 거리는구나 그까짓 갈대쯤이야 비웃던 갈대
들이
쓰러지지 않았구나 바람에 날리는
갈대가 그 자리에 있었구나 욱아, 들어보렴
갈대는 바람이 불 때마다 고개를 숙였다는구나
고개를 숙이는 자에게 바람은 그냥 지나간다는구나
그렇다는구나
- 천 양희 시 ‘ 그 자리’
죽고 싶다 하면서 살고 싶은 날
친구에게 전화걸어
인생이 뭐길래 이렇게 힘드냐고 하면
그것도 모르냐며
인생이란 광막한 황야를 달리는 것이라고
「사(死)의 찬미」한 소절 불러젖힌다
―광막한 황야를 달리는 인생아
너는 무엇을 찾으러 왔느냐
무얼 찾으려고 찾아내려고
바닥없는 바다에 뛰어내렸을까
자살도 요절도 못한 내가 시인이냐 하면
죽어도 같이 죽는 것이 부럽다고 하면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
아니냐고 친구는 또 그런다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고
내가 한 소절 끝내면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좋은 것이라고
친구는 또 그런다
죽음을 찬미하며 죽어간
윤심덕의 「사의 찬미」
내가 찬미하는 나의 십팔번
- 천 양희 시 ‘ 사의 찬미- 윤심덕조로‘
가시나무 울타리에 달빛 한 채 걸려 있습니다
마음이 또 생각 끝에 저뭅니다
망초(忘草) 꽃까지 다 피어나
들판 한 쪽이 기울 것 같은 보름밤입니다
달빛이 너무 환해서
나는 그만 어둠을 내려놓았습니다
둥글게 살지 못한 사람들이
달보고 자꾸 절을 합니다
바라보는 것이 바라는 만큼이나 간절합니다
무엇엔가 찔려본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달도 때로 빛이 꺾인다는 것을
한 달도 반 꺾이면 보름이듯이
꺾어지는 것은 무릎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마음을 들고 달빛 아래 섰습니다
들숨 속으로 들어온 달이
마음 속에 떴습니다
달빛이 가시나무 울타리를 넘어설 무렵
마음은 벌써 보름달입니다
- 천 양희 시 ‘ 마음의 달’
고독 때문에 뼈아프게 살더라도
사랑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고통 때문에 속 아프게 살더라도
이별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사람의 일이 사람을 다칩니다.
사람과 헤어지면 우리는 늘 허기지고
사람과 만나면 우린 또 허기집니다.
언제까지 우린 사람의 일과
싸워야 하는 것일까요.
사람 때문에 하루는 살 만하고
사람 때문에 하루는 막막합니다.
하루를 사는 일이 사람의 일이라서
우린 또 사람을 기다립니다.
사람과 만나는 일 그것 또한
사람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 천 양희 시 ‘ 사람의 일’
[한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 있는가], 작가, 2003.
기차를 기다려보니 알겠다
기다린다는 것이 얼마나 긴 길인지
얼마나 서러운 평생의 평행선인지
기차를 기다려보니 알겠다
기차역은 또 얼마나 긴 기차를 밀었는지
철길은 저렇게 기차를 견디느라 말이 없고
기차는 또 누구의 생에 시동을 걸었는지 덜컹거린다
기차를 기다려보니 알겠다
기차를 기다리는 일이
기차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며 쏘아버린 화살이며 내뱉은 말이
지나간 기차처럼 지나가 버린다
기차는 영원한 디아스포라, 정처가 없다
기차를 기다려보니 알겠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기차역이 있는지
얼마나 많은 기차역을 지나간 기차인지
얼마나 많은 기차를 지나친 나였는지
한번도 내 것인 적 없는 것들이여
내가 다 지나갈 때까지
지나간 기차가 나를 깨운다
기차를 기다리는 건
수없이 기차역을 뒤에 둔다는 것
한 순간에 기적처럼 백년을 살아버리는 것
기차를 기다려보니 알겠다
기차도 기차역을 지나치기 쉽다는 걸
기차역에 머물기도 쉽지 않다는 걸
- 천 양희 시 ‘ 기차를 기다리며‘
하루가 길게 저물 때
세상이 거꾸로 돌아갈 때
무슨 말이든
거꾸로 읽는 버릇이 내게는 있다
정치를 치정으로 정부를 부정으로 사설을 설사로
신문을 문신으로 작가를 가작으로 시집을 집시로
거꾸로 읽다보면
하루를 물구나무섰다는 생각이 든다
내 속에 나도 모를 비명이 있는 거다
어제는 어제를 견디느라
잊고 있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직성(直星)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넌 아직도
바로 보지 못하는 바보냐, 한다
거꾸로 읽을 때마다
나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나도 문득
어느 시인처럼
자유롭게 궤도를 이탈하고 싶었다
- 천 양희 시 ‘거꾸로 읽는 법’
꽃 필때 널 보내고도 나는 살아남아
창모서리에 든 봄볕을 따다가 우표한장 붙였다
길을 가다가 우체통이 보이면
마음을 부치고 돌아서려고
내가 나인 것이 너무 무거워서 어제는
몇 정거장을 지나쳤다 내 침묵이
움직이지않는 네 슬픔같아 떨어진 후박잎을 우산처럼 쓰고
빗속을 지나간다
저 빗소리로 세상은 여위어가고
미움도 늙어 허리가 굽었다.
꽃 질 때 널 잃고도 나는 살아남아
은사시나무 잎사귀처럼 가늘게 떨면서
쓸쓸함이 다른 쓸쓸함을 알아 볼 때까지
험한 내 저녁이 백년처럼 길었다 오늘은
누가 내 속에서 찌륵찌륵 울고 있다.
마음이 궁벽해서 새벽을 불렀으나 새벽이
새, 벽이 될 때도없지 않았다 그럴 때
사랑은 만인의 눈을뜨게한 한사람의
눈먼 자 를생각한다 누가 다른사람
나만큼 사랑한 적 있나
누가 한 사람을 나 보다 더 사랑한 적이있나 말해봐라
우표 한장 붙여서 부친적이 있나
- 천 양희 시 ‘ 우표 한 장 붙여서‘
골목이 사라졌다 골목 앞 라디오
수리점 사라지고 방범대원 딱딱이
소리 사라졌다 가로등 옆 육교
사라지고 파출소 뒷길 구멍가게
사라졌다 목화솜 타던 이불집
사라지고 서울 와서 늙은 수선소집
목포댁 재봉틀소리 사라졌다 마당
깊은 집 사라지고 가파른 언덕길도
사라졌다
돌아가는 삼각지 로터리가 사라졌다 고전
음악실 르네상스 사라지고 술집 석굴암이
사라졌다 귀거래다방 사라지고 동시상영관
아카데미하우스 사라졌다 문화책방
사라지고 굴레방다리 사라졌다 대한늬우스
사라지고 형님 먼저 아우 먼저 광고도
사라졌다
세상에는 사라진 것들이 왜 이리
많은가 나도 나를 버리는데 반생이
걸렸다 걸려 있는 연(緣)줄 무슨
연보처럼 얽혀 있다 저 줄이…… 내 업을
끌고 왔을 것이다 만남은 짧고 자국은
깊다 누구나 구멍 하나쯤 파고 산다는
것일까 사라진 것처럼 큰 구멍은 없다
- 천 양희 시 ‘ 사라진 것들의 목록’
[문학의 문학]2008년 가을호
이른 새벽
도도새가 울고 바람은 나무 쪽으로 휘어진다
새가 알을 깨고 나오려나 보다
가지가 떨리고 둥지가 찢어진다
숲에서는 나뭇잎마다 새의 세계가 있다
세계는 언제나 파괴 뒤에 오는 것
너도 알 것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남은 자의 고통은 자란다고 했을 것이다
생각해보렴
일과 일에 걸림이 없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건 사는 것이라고
저 나무들도 잎잎이 나부낀다
삶이 암중모색이다
가지가 찢어지게 달이 밝아도 세계는 그림자를 묻어버린다
일어서렴
멀리 보는 자는 스스로를 희생시켜 미래를 키우는 법이다
새의 칼깃 뒤에도 나는 자의 피가 묻어 있다
그러니 너는 네 하루를 다시 써라
쓰는 자의 눈으로 안 보이는 것은 없을 것이니
극복 못할 일이 어디에 있을라고
극복에도 바람은 있다
뛰어넘으려는 것이 너의 아픈 극복일 것이다
- 천 양희 시 ‘ 새는 너를 눈뜨게 하고‘
문학 속에는 진실이 깃들어야 한다.
폐부에서 우러나와 마음에 사무치는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힘이 궁(窮)이다.
궁이란 그저 가난과 궁상이 아니다.
무언가 결핍된 상태,
그 결핍을 채우려는 욕구가 죽장처럼 곤두서 있는 상태를 말한다.
'궁이 없는 시인은 시를 쓸 자격이 없다'고 말한 사람이 누구더라?
- 그래도 사랑이다 中 / 천양희
아르헨티나에서는 해가 지면 곧 어두워지기 때문에
노을을 볼 수 없다고 한다.
노을에의 그리움 때문인지 노을에 대한 시가 가장 많고,
스웨덴에서는 성이 개방적이고 자유스럽기 때문에
성에 대한 결핍과 갈등이 없어 연애소설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듯 문학이란 실물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실감이 나도록 하는 것이며,
실재에 대한 결핍이 시를 쓰게 하는 요인이 된다.
-천양희의 시의 숲을 거닐다의 전문 中-
** 천양희 시인: 1942년 부산 출생.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65년『현대문학』에 박두진의 추천으로 <<정원(庭園)한때>> <<화음(和音)>> <<아침>>을 발표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1983)『사람 그리운 도시』(1988)『하루치의 희망』(1992)『마음의 수수밭』(1994)『오래된 골목』(1998)『너무 많은 입』(2005) 등이 있으며, 짧은 소설 『하얀 달의 여신』산문집 『직소포에 들다』등을 출간했다. 1996년 소월시문학상을, 1998년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시는 절망으로부터의 희망, 사랑, 성숙의 과정을 담는 고전적 보편적 주제를 반영한다. 그의 시적 효과는 가끔 두운의 울림에 의한다. 그가 자신의 욕구는 시를 쓰는 것이다라고 말하면 우리는 자유를 갈망하는 한 수단으로 창작활동을 보는 어떤 실존주의자를 떠올리게 된다. 시인 천양희의 주제와 열정은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자신을 표출하는 중에도 그의 시는 자신과 주변 세계와의 관계를 투영함으로써 나타나는 번뇌에 우아한 서정미 규칙을 벗어나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도전적인 경향을 보게 된다. 그의 시는 약자를 위한 친근감, 연약한 삶을 보여주며, 초기 작품에 감춰진 그 정신은 후기로 갈수록 점차 짙어진다. 소중한 삶에 대한 인식은 그에게 모든 근심에서 해방된 평화로운 세상의 창조를 가능하게 해주었다. 이는 작고 사랑스러운 삶의 원동력, 고귀한 억제와 우아한 정련에 의해 남겨진 시적 표현의 원천이었다.
그의 작품에는 불교, 도교색이 짙다. 따라서 삶, 행복, 죽음, 초월, 속세로부터 떨어진 사찰과 같은 주제가 그의 작품을 통하여 주기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주제의 모색은 자연, 들, 과수원, 새, 꽃, 바람, 환경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물이라는 모티브를 지속적으로 이용하여 이루어졌다.
첫댓글 곰곰히 천천히 읽어볼께요
저도,, 매주 한 시인의 시를 정리하며 다시 읽어 보지요.
새로운 주말마다 시인을 선정하는 것도 제법 일 이네요. ^^~
제가 좋아하는 천양희 시인의 시모음에 배가 더 부릅니다.
놓았거나 놓쳤거나 부재는 맞습니다 ㅎㅎ
슬픔의 한계 앞에서 잘 견디며 잘 살겠습니다^^
한계에 도달 했다고 느낄 때,, 또 한걸음 나아가는 힘은 가까운 친구나 가족에게서
나오더군요. 우리의 삶에서 ‘놓았거나 놓친것들’ … ‘잘, 버티는 수’밖에요. 홧팅!!!
이 겨울 공기에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겨울공기’에 잘 맞는것 같다는 표현은 이성이 선명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삶의 가치관이 흔들리는 시대에 선명한 이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
천 양 희 님
견디다
울지 못하는가 ?
적절하신… 표현 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