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 [김이듬]
해변 바위에서 미끄러졌다
동행이 구급차를 불렀다
공룡알 화석을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미추가 부러진 것 같습니다
MRI 찍어보시죠
의사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꼬리를 끌며
네 발로 배회하던 시절이
기억난다
무인도 해변을 기어다니며
게걸스럽게 따스한 배설물을
먹어치운 기억이 난다
미천한 태생의 흔적이라고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나는 내 나이보다 오래된
수수께끼를 가졌으나
꼬리를 감추는 습성이 있다
미와 추를 분별도 못하면서
꼬리뼈 보호 쿠션 방석에 앉아
논문들을 베껴쓴다
- 투명한 것과 없는 것, 문학동네, 2023
* 인류가 진화하면서 꼬리뼈가 없어졌다.
하지만 넘어지면 꼬리뼈를 다치게 되고 아, 꼬리뼈가 존재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구나 느낄 게다.
꼬리뼈를 길게 가지고 있었다면 아름다웠을까.
꼬리뼈를 도드라지게 하는 꼬리뼈 의상이 따로 있었을까.
장갑처럼, 목도리처럼......
만져지지 않는, 꼬리뼈는 없다고 알고 살아갈 우리는
굳이 있다, 없다를 분별할 필요는 없다.
화석은 화석일 뿐이고 미와 추는 하나이지 둘이 아니다.
첫댓글 미추는 진화의 흔적이 아닐까 합니다.
꼬리뼈 아프면 미칩니다 ㅎㅎ
고등학교 다닐 때는 선배들이 가끔 빠따를 치곤 했지요.
미추가 아프도록.....
지금 만나면 한대 때려줄텐데.....ㅎ
의사는 대부분 참 쉽게 말한다 생각했는데 또 어쩔 수 없구나 생각했었죠
마종기시인도 쉽게 말씀하실라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