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월요시편지_913호
폐가식(閉架式) 도서관에서
김이듬
쥐들에게 사랑이 있다잖아.
실험을 해봤대.
그렇다면 인간에게도 사랑이 있을지 모르지.
사랑은 인류를 위협하고 통제하는 오래된 책일지 몰라.
읽어봤어?
어쩌면 삶에 의미가 있을 수도 있겠다.
그 책은 공개하지 않는대. 어디 있는지 사서들도 모를걸.
나는 겹낫표처럼 생긴 귀를 움직이며
아무 의미 없는 문장을 받아 적는다.
- 『투명한 것과 없는 것들』(문학동네, 2023)
***
드디어(?) 12월의 첫 월요일입니다.
오늘은 김이듬 시인의 신작 시집 『투명한 것과 없는 것들』에서 한 편 띄웁니다.
누군가 이번 김이듬의 시집을 한마디로 요약해달라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실패한 '나'들의 실패한 연대기"라고 말입니다.
시집을 한 번 더 읽게 되면 그때는 또 바뀔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오늘 띄우는 시는 그나마 비교적 짧은 시입니다.
12월 첫 월요일부터 너무 긴 시를 띄우면 역정을 낼지도 몰라서 말입니다.
- 폐가식(閉架式) 도서관에서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도서관이지요. 폐가식 도서관은 서고 내에 도서 및 자료들이 수장되어 있는데, 도서나 자료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목록함에 있는 도서 목록카드에서 자신이 원하는 책 또는 자료를 먼저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도서 대출 신청서(열람표)에 써서 직원(사서)에게 제출하면, 직원이 서고에서 찾아줍니다. 제가 대학 다닐 때는 학교 도서관이 다 그랬습니다. 도서관에는 사서가 있고, 책을 빌리려면 사서에게 도서 대출 신청서(열람표)를 제출해야 했지요.
시의 화자는 굳이 이미 오래전 사라진 이 폐가식 도서관을 찾아간 모양입니다. 이런 폐가식 도서관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알고 찾아간 것일까요? 무엇보다 왜 그곳을 찾은 걸까요?
아하, 오래전 사라진 책을 찾아간 거였습니다. 오래전 사라진 폐가식 도서관이라면 어쩌면 그곳에 보관 중일지 모를 테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화자는 그 사라진 책을 찾았을까요?
아직도 사람들이 시집을 읽는다면, 어쩌면 그것은 바로 오래전 사라진 그 책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 때문이 아닐까요?
사족. 아프면 낫는다는 게 평소의 신조였는데, 이번에 그 신조가 깨졌습니다. 아프면 죽을 수도 있다,는 거 그러니까 아프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아프기 전에 건강 살피란 얘기입니다.
2023. 12. 4.
달아실 문장수선소
문장수선공 박제영 올림
첫댓글 빨리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달아실 시집 이번에 10권 정도 장만해 찬찬히 읽고 있습니다. 늘 수고가 많으십니다.
그래요,
아프기 전에 건강을 챙기시며^^
문장수선공으로 열일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