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죽었을까요?
그럴 리가요
우리는 독감 예방 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간다 가고 난 후의 일이다 밤새 잠자는 동안에 폭격이 있었다고 한다 한 달 전 입원했다던 너는 거기 입구에 앉아 코를 훌쩍이다가 곧 겨울이 오니까요 분명 다 죽었을 거라 확신에 찬다 차가운 말이다
여자애는 그걸 입지 마라
여자애는 늦게까지 다니지 마라
이런 금기가 집마다 만들어지던 그때
여자애 여자애 여자애라고 들먹이면서
외출을 금지하고 복장을 단속하고 계절을 탓하고 여자라는 체념을 배우던 그때
너는 차가운 금속성의 물체를 생각했다 그것은 건물을 폭삭 무너트리고 그 안에 웅크린 것을 재로 만들어버린다 다 죽었을 거야 죽을 거야 죽여버리자 너는 확신을 배웠다 지독한 추위를 알아버렸다
그럴 리가요
그것은 균을 우리 몸속에 넣는 일이잖아요
싸워 이기라는 일이잖아요
병원 복도에서는 수많은 이름이 불리고 불안과 금기와 냉정이 들어오고 나가고
곧 눈보라처럼 일월은 퍼붓고
너는 싸워 이기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 차오른다
발밑에서 얼어붙은 붕대를 줍는다 눈을 돌리면 살아남은 네 명의 여자들이 원형 탁자를 꺼내고 있다 그들은 모여 앉아 돌아가며 책을 읽는다 목소리는 없고 오와 이를 반복하면서 입술이 오므렸다가 벌어지는 광경, 침묵 내내 겨울이 지나간다 난폭한 한기가 지나간다 그러나 약주와 보리된장과 오이를 나누어 먹는 일월 육일에
너는 우리이고 아직도 여자이기 때문에
너무 많이 앓고 난 이들의 눈빛을 챙겨 넣는다
너무 많이 빼앗겨 체념해 버리는 습관을 쥐어 잡는다
그럴 리가요
어떤 몸은 시린 통증에도 더욱 튼튼해져서는 금속 물체 같습니다
어떠세요, 죽이는 쪽보다는 살리는 쪽을 택한 무기일까요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 살아 있습니다 ^
그리고 잘 살아갑니다^
살리는 쪽으로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