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 기혁
깨어지면 몸과 상처가 구분되지 않는 질문들
명백한 햇살 아래 테이블을 누르는 무게에도 불구하고
용접 자국이 보이지 않는다
괜찮습니까?
괜찮습니다.
유리는 자신을 치유하면서 현재를 버티는 표면
어항이 모르는 관상어의 정오처럼
금이 간 세계 속
금이 간 사람들
감사해요. 상처받지 않아서.
고마워요.
솔직하게 말해줘서.
유리 몸을 상상하는 텍스트가
외상의 여지를 남길 때
투명한 웃음이 산산이 부서진 입으로 반짝거린다
ㅡ계간 《詩로여는세상》(2023,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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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 먹도록 살아오면서 깨닫지 못한 사실이 있다는 걸 확인합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는 것도 믿었습니다
물이 액체상태의 돌이라는 것과 대나무는 나무가 아니란 것에 놀랍니다
정치인의 존경이 실제로는 허례이고 비아냥인 것도,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안녕하세요가 그냥 하는 말이라는 것이 슬픕니다
금이 간 세계 속에서는 상처받지 않아서 솔직하게 말해줘서 감사를 느껴야 합니다
아무리 옷을 껴입어도 화장을 해도 변장을 해도 유리 몸인데....
이미 금이 간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에 휘둘리는 나날이
오늘도 반짝이며 다가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