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나무 [신미균]
바람도 불지 않는데
나무가 잎사귀를
부르르 떠는 것은
그동안 들었던
새들의 소리를
털어내는 것이다
틈만 나면
가지 사이를 옮겨 다니며
죽겠다 못살겠다 싫다
하소연 하는 것들을
묵묵히 들어주고
감싸주다 보면
나무도 어느 날은
진저리를 치고 싶을 것이다
시누이 많은 집
맏며느리처럼
- 시와소금, 2023 겨울호
* 중학교 다닐 때, 아버지가 식목일이라고 은수원사시나무 한그루를 주시며
학교에 갖다주라고 하셨다.
낭창낭창한, 가늘고 긴 나무를 들고 학교에 가서
하필 제일 무서운 선생님에게 나무를 건넸었다.
이런 걸 왜 가져왔냐며 야단 치지는 않을까 사시나무 떨듯하며 건넸다.
다행히 그 선생님은 약간 귀찮다는 듯 아뭇소리 안하고 받아주셨다.
그 나무가 어디에 심어졌는지도 난 모른다.
나처럼 떨지않고 교정 어디선가 잘 자랐기를.
첫댓글 조흔 아빠를 두셧네요 ㅎㅎ
하기 싫은데 심부름 시키는 아빠가 조흔 아빠는 아닐걸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