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산부인과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하는 응급 피임약을 약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응급 피임약은 사실상 낙태약’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신익준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현행 의약품 분류체계에 따르면 사전 피임약은 의사의 처방이 없어도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일반약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하지만 성관계를 가진 뒤에 먹는 응급 피임약, 즉 사후 피임약은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반드시 의사 처방이 있어야 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12년 6월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하려다 종교계와 프로라이프의사회 등의 반대에 부딪히자 재분류를 3년간 유예했습니다.
다음 달이면 정부가 피임약 재분류를 유예한 3년이 되는 시점입니다.
식약처는 지난해 ‘피임제 사용실태 조사연구’를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 맡기고 피임약에 관한 국민들의 의식과 사용 실태 전반에 대한 조사를 벌였습니다.
응급 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위한 사전 포석인 셈입니다.
연구는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응급 피임약이 사실상 낙태약이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수정된 난자가 자궁내막에 착상하는 것을 막아 인간 생명인 배아의 죽음을 초래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는 “응급 피임약을 서둘러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려는 것은 정부가 국민 생명을 보호하고 생명존중 문화를 증진하기보다 초기 인간 생명을 경시하고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부작용 문제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응급 피임약을 남용할 경우 자궁외 임신과 불임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교황청도 지난 2000년 서구사회에서 논란이 된 응급 피임약 문제와 관련해 “응급 피임약을 배포하고 처방하고 복용하는 행위는 낙태 시술과 마찬가지로 윤리적인 악행”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지영현 신부는 “정부의 피임약 재분류 움직임에 대해 가톨릭 교회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피임약에 관한 교회 가르침을 신자들에게 정확히 알리고, 피임이 아니라 생명을 받아들이는 문화를 만드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PBC 뉴스 신익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