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와 양파와 돼지고기를 반듯하게 썰고 카레 가루를 갠다
집 안 가득 퍼지는 강황 냄새와 양파 냄새가
마침맞게 익어간다
죽을힘을 다하다 죽어버린 사람은 있지만
죽을힘을 다한 시는 이 세상에 없었다
죽을힘을 다하다가 죽어가는 화분이 하나 둘 세엣 네엣......
어떤 신호음은 죽은 사람을 살리러 달려간다
어떤 확성기는 싱싱한 야채를 싣고 달려온다
비닐봉지에 사과와 식빵을 담고서 현관에서
신발을 벗을 때 발목에 걸리는 자책들을 털어낸다
아름다움에 매료되다니
아픈 부위에 티스푼을 찔러 넣어 한 숟갈 퍼 먹는 푸딩처럼
아름다움이 간식이 되다니
아프리카 사람들의 노동요에 바흐의 곡을 입혀
프랑스 사람은 아름다운 음악을 팔았다
아름다움을 다하여 나는 시를 쓰는 중이다
죽이는 소리에 죽는 소리를 입혀서
주저하는 것과 주저할 수 없는 것
집 안 가득 시들시들함이 시름시름 앓는다
마침맞게 익어간다
[i에게],아침달, 2022(2018).
첫댓글 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요,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말씀이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