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갤에서 김준일과 이승현에 대해서 많은 말들이 있군. 빠가 까를 만든 건지 악의적인 안티팬들이 있는 건지 뭐 잘 모르겠는데, 지금와서 둘을 비교하며 이승현을 까는 가장 큰 문제는 스탯과 팀성적의 괴리 사이에서 김준일을 우위에 두기 때문이라고 봐. 김준일이 중학교부터 농구를 시작한 짧은 구력에 실력이 일취월장한 스타일이지만, 지금까지 김준일은 이승현을 단 한 번도 넘지 못했고, 그것이 드래프트 순위로 나타났으며 또한 팀 성적으로 나오고 있고, 맞대결의 결과로 나오고 있다. 어째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인지 이승현의 플레이 스타일 등을 미루어 이야기 해줄게.<br /> <br />1. 이승현의 플레이 스타일 - 4번 수비에 비춰<br /> <br />공격에서 현재 오리에서 3번을 담당하고 있는 이승현이지만, 수비의 경우 자주 스위치 등을 통해 4번 수비를 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4번 수비에서의 이승현의 전략은 하나야. 일정한 ‘공간’을 설정해두고 그밖으로 사람을 계속 못 들어오게 막고 밀어내는 거지. 실제로 이승현은 파울을 즐겨하지 않아. 공간을 놓치거나 돌파를 안하면 아예 점프도 안하고 그냥 골을 주는 경우가 많지. 연대 전 박인태 수비라던가, 혹은 속공 당하는 상황에서 거의 손을 쓰는 파울을 하지 않아. 줄창 1-4쿼터까지 마크맨을 일정 공간에서 밀어내는게 이승현의 스타일이다. 김준일의 스타일은 밀리도 하지만 좀 더 로우포스트에서 도사리고 있다가 운동능력을 통해 높이로 수비하는 것과 좀 다르지.<br /><br />이승현의 이런 스타일은 화려해 보이지 않지만 매우 실속이 있어. 고대 시절 최준용, 김준일, 그리고 저학년 때 김종규를 마크할 때도 마찬가지였지. 이게 어떤 효과를 낳냐면 초반에 체력이 달리지 않을 때 매치업 상대가 제끼든 중거리를 날리든 초반에는 득점이 가능해. 그러나 중후반이 되면 점점 힘이 달리기 시작해서 결국은 골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방전이 되고 말지. 지난 고양 - 삼성 전이 그래.<br /> <br />또한 이승현의 수비의 가장 큰 장점은 공간을 확보하는데 있다는 거야. 이승현의 리바운드는 수비 시에서는 절대 화려한 플레이가 없어. 왜냐면 1차 박스아웃에 최대한 충실하거든. 그래서 본인이 리바운드를 잡을 때는 그 상태에서 골밑으로 돌아 슥 별로 점프도 하지 않고 잡아내. 김준일의 리바운드는 화려하고 이승현의 리바운드 임팩트가 없어보이는 이유지. 그러나 우리는 허일영이 11개인가 팀내 최다 리바운드를 했던 경기를 복기해볼 필요가 있어. 허일영이 겁내 높이 뛰어서 그 리바운드를 잡았을까? 그때 경기를 보면 이승현의 박스아웃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지. 도리어 이승현의 클러치 리바운드는 공격리바운드처럼 보여. 남들의 박스아웃을 부시고 투쟁적으로 잡아내는 그 리바운드만 사람들의 뇌리에 남지만, 이승현이 리바운드를 직접 하지 않더라도 팀의 만들어내는 과정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단다.<br /> <br />이런 이승현의 스타일 상 가장 힘든 선수는, 물론 다른 선수들도 막기 힘들지만 문태영이야. 하승진을 상대로도 버티는 것을 증명했고, 김준일도, 김종규도 안타깝지만 이승현과 매치에서 똔똔을 칠 수는 있어도 이길 수는 없어. 문태영은 키도 크고 팔도 긴데다 포스트업도 가능하고 돌파도 가능하며 무엇보다 이승현의 수비영역 밖에서 지치지 않고 4쿼터 내내 미들을 날려 꽂을 수 있는 선수야. 그리고 딱 하나 더 그런 선수가 있어서 털렸지. 그게 누구냐면 타일러 윌커슨. 서서히 팀을 이기게 만든다는 것이 이승현의 장점이라면, 인삼-동부-슼으로 이어지던 3연패의 기간에 오리의 문제점을 봤을테고 이제 다시 해결한 것도 보일테니 결과를 한번 보도록 하자.<br /> <br />팀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는 선수와 직접 투쟁적으로 ‘공’을 확보하는 선수의 결과가 어떨지 한번 지켜보자고. 라이온스도 슬슬 올라온 것 같고 이동준-장재석은 똔똔이니까. 가드진 이현민 - 한호빈 부러워하지 마라. 삼성이랑 도찐개찐이다.<br /> <br />* 대농 결승 2-3차전에서 이승현이 직접 김준일을 1:1로 막기 시작했을 때 김준일이 중후반 어떻게 망가져 가는지 복기하고 오시면 됩니다.<br /> <br />2. 공격<br /> <br />공격의 순도야 이루 말할 수 없이 이승현이 높다는 점은 인정하시고 있는 부분일테고, 김준일의 우위를 내세우는 분들이 하는 말들은 그 공격의 ‘스탯’과 ‘루트’에 있겠지? 물론 스탯상 김준일이 우위에 있다. 그건 갤에서도 내내 하는 이야긴데 첫 번째로 ‘롤’ 차이에 기인하지. 이승현의 롤이 4번이 아니야. 그건 장재석과의 공존 때문인데, 3-4번을 넘나들면서 들어오는 사람에 따라 팀의 모양을 변화시키기 때문이지. 도리어 장재석을 초반에 쓰다가 점수가 뒤지거나 좀처럼 실마리가 풀리지 않으면 1쿼터 5분 경 이승현을 넣는게 최근 오리온스의 경향인데, 그건 4번 포지션에서 장재석이 상대를 어느 정도 이겨내느냐에 기인하지. 장재석이 상대 4번을 이겨내지 못하면 공격 공간이 골밑에서 매우 조밀해지는데, 공격공간이 조밀해진다는 것은 상대 수비 공간이 조밀해진다는 것이고, 이는 상대 수비가 곹밑 수비가 도리어 강화되는 것을 이야기하는 거야. 오리온스 3패가 다 이런 상황에 길렌워터가 사실 상 2:1에 가까운 1:1을 계속 시도하다가 방전되서 자멸한거고. 그럴 때 추일승이 장재석을 빼고 이승현을 넣어. 3번으로? 4번으로? 이승현은 그때부터 상대 4번을 이리저리 끌고다니면서 길렌워터에게 1:1 찬스가 아니라 1:1 공간을 만들어줘. 그 공간을 만들어주는 결정적인 무기가 비교적 정확한 오픈 3점슛이지. 오리온스는 길렌워터가 극강의 공격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몰빵을 해주고 대신 수비에서 안배를 해주는데 그걸 해주는 것도 이승현이야. 지역을 예로 들면 장재석이 있을 때는 탑, 없을 땐 포스트에서 길렌워터 돕기.(지난 장판전 하승진 막기)<br /><!--[if !supportEmptyParas]--> <!--[endif]--><br />이승현의 최대 장점은 슛을 쏠 때 안 쏠때를 정확히 안다는 건데, 오픈 3점도 무작정 쏘지 않아. 오픈3점이 나는 상황에서 오리의 리바운드 상황까지를 보고 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그 외에는 승부처에서 간혹 정말 옵션으로 걸어서 던지는 3점.<br /> <br />이승현은 말했지만 화려하지 않아. 덩크도 거의 안하고 높이와 운동능력을 이용한 공격도 선호하지 않지. 이승현이 골밑에서 선호하는 공격은 자신의 커다란 ‘흉곽’과 신장대비 ‘긴팔’을 이용해 백보드를 최대한 활용하는 공격이야. 우리는 ‘신장’을 주로 생각하고 '윙스펜‘ ’ 스탠딩리치‘ 등의 부가적인 신체 스펙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체의 두께 역시 대단한 신체 스펙이 될 수 있어. 대농시절 고대에 가해지는 풀코트 프레싱을 가드가 아닌 이승현이 견뎌내며 하프코트를 넘어온 것은 안정적 드리블도 있겠지만, 팔을 감아 공을 쳐낼 엄두를 못내는 거대한 흉곽이 가져오는 공간적인 이점도 있기 때문이지.<br /> <br />이런 상체의 스펙은 마찬가지로 골밑 공격에서도 매우 유리한데, 단 몇 센치의 높이나 길이의 차이가 매우 의미 있는 차이를 만들어내는 농구에서 ‘높지는 않지만 닿지는 않는 곳에 있는 손’은 다양한 백보드 스킬을 만들기 때문이야. 초창기의 조니 맥도웰이나 지금의 잭 랜돌프가 자신들이 상대해야하는 ‘비교적 큰 신장의 매치업 상대’에서 투쟁적으로 슛을 날릴 수 있는 건 단 5센치가 더 넓은 어깨와 흉곽이 훨씬 더 큰 ‘실린더’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란다. 실린더랄 것이 거의 없는 김종규나 최준용이 극한의 운동능력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이 거기서 기인하는거지. 그런 의미에서 그 공간은 즉 백보드 활용 기술로 발전하고...우리나라에서 백보드 사용 기술이 제일 출중한 빅맨 둘을 말해볼까? 함지훈과 오세근이야. 둘이 어떤 신체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보고 이승현이랑 비교해보렴.<br /> <br />무슨 이야기냐면 이승현이 대농시절 자기보다 큰 상대를 유린하던 백보드 스킬은 프로에서는 아직 꺼내지도 않았다는 거야. 유재학 호에서 봉인 당하고, 오리에서도 그 역할은 길렌워터가 담당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라운드 중후반이 되어 가르시아랑 짝이 될 때는 분명 그 진가가 나오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몇 번 골밑에서 찍힌 장면들만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은 뭐 그것만 기억하겠지. 진정으로 까고 싶다면 다른 움직임들도 찬찬히 보고 ‘어째서 이승현의 공격은 저리도 멋대가리 없이 쉬워보일까’를 생각해보길 바라.<br /> <br /> <br />3. 결론<br /> <br /> <br />농구 전문가들이나 감독들이 빙구들이 아냐. 니들이 말하는 모든 김준일의 장점을 모두 알면서도 이승현을 1순위로 꼽은 이유들이 있고, 그것에는 니들이 지금 ‘오리온스’ 속의 이승현이라 보기 어려운 부분도 분명히 있다는 거야. 김준일 좋은 선수지. 일취월장한 기량, 출중한 운동능력, 좋은 신체스펙...모두들 좋은 신체스펙과 운동능력에 목을 메고 더 발전가능성을 높게 치는 이유는 그것은 ‘바꿀 수 없는 선천적인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겠지. 기술이며 마인드며 비큐는 분명 나아질 수 있는 것이라는 그런 막연한 믿음 때문일 거야. 그러나 장재석이나 김준일이 대학교 때 운동능력이 일취월장한 경우가 있지만, 실제로 운동능력이 좋아지는 경우는 많이 없듯이, 실제로 후천적으로 보이는 기술이나 마인드나 비큐(공간지각능력) 등이 좋아지는 경우도 미안하지만 많이 없어. 또한 운동능력이 좋아질수록 거기에 의존하게 되는 경우도 많고, 지난 바카의 장재석 인터뷰를 들어서 알겠지만 서장훈이 장재석에게 했던 말, ‘그러게 뛰면 30대초반이면 무릎 작살난다’라고 했던 말을 잘 생각해본다면 김준일 역시 고질적인 햄스트링 무릎 부상을 감안해 지금 막 물이 오른 운동능력을 즐기기 보단 장기적으로 갈 수 있는 기술을 장착해야겠지. 그것이 장착되고 김준일을 사랑하는 농갤러들이 늘 이야기하는 것처럼 기술의 발전이 과연 이루어진다면 그때는 김준일을 이승현에 대도 좋아. 근데 정말 미안한데, 아직은 그게 아냐. 탱킹 없이 6위였던 오리온스와 8위였던 삼성이 지금 현재 놓여있는 처지를 볼 때, 네들의 이승현 거품론과 김준일 대세론은 시기 상조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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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글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어요. 대학시절부터 김준일 선수를 주목하고 있지만 이승현 선수가 한 수 위라는 점은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물론 프로에서 경험이 쌓이다보면 김준일 선수가 이승현 선수를 넘을 그 날이 오리라 믿고는 있지만 당장은 이승현 선수가 앞서 있네요. 김준일 선수가 이승현 선수보다 지고 있는 짐이 큰 만큼 더 큰 성장을 해주길 기대합니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상당히공감하는 내용이네요
저도 이글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어요. 대학시절부터 김준일 선수를 주목하고 있지만 이승현 선수가 한 수 위라는 점은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물론 프로에서 경험이 쌓이다보면 김준일 선수가 이승현 선수를 넘을 그 날이 오리라 믿고는 있지만 당장은 이승현 선수가 앞서 있네요. 김준일 선수가 이승현 선수보다 지고 있는 짐이 큰 만큼 더 큰 성장을 해주길 기대합니다
적어도 경기를 허투루 보신분 같지는 않네요.
덕분에 잘봤습니다.^^
공감합니다. 이제 프로에 막 들어온 신인들이니 계속 지켜보면서 응원해야겠습니다.
이글이 정답.. 이승현이 욕먹는이유는 정말 과도한 이승현신격화하는 빠들때문이라고 생각하네요
반말투야 농갤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그와 별개로 경기 보는 눈이 좋네요
오오 분석이 깔끔하시네요~높지는 않지만 닿을수 없는곳, 표현맛깔나네요
농갤도 괜찮은 글들이 돌아다니는군요.
거기 특성상 반말이 쉽게 용인되어서겠지만.
반말 빼고는 흠잡을때도 없고 굉장히 잘 쓰인 글이네요.
농갤이 반말투 빼고는 오히려 더 좋은글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지요 ㅋ 분위기가 뭔가 자유분방한것도 있어서 서로 의견말하는것도 직설적이면서도 정확한글들도 있구요
한수 배웠네요
흉곽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임.
아 정말 명품 글이네요 ㅎ
깔끔하고 날카로운 글이네요. 잘봤습니다.
상당히 공감되는 글이네요. 이승현과 김준일의 차이는 아직까진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고등학교때보단 대학이 대학보다는 프로에서 더 좁혀진 것 같습니다.
선의의 라이벌리,,,,,두선수 지켜보는 재미가 크겠네요^^....비교는 하되, 굳이 한선수를 깔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농갤에 이런 장문의 글이 잘 안올라오는데 명품글이네요. 작성자가 누군지 알면 좋겠지만 왠지 유동유저중에 누군가 쓴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