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에서 지하철 3호선을 타고..
멀고 먼 길을 달려서 삼송역에서 내렸다.
오늘 가려는 곳은 <원당종마목장>
천천히 길을 따라 걷는데
길도 길 나름이다.
걷기 좋은 길이 있고, 걸으면서 도리어 힘이 든 길도 있다.
적당이 굽이 굽이 돌아가고,
살풋 솟아오른 오르막길.. 주변 풍경은, 겨울이라 생기있게 푸르고
싱그러운 것은 아니었으나 눈맛이 아주 좋았다.
뭣보다, 새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는데
늘 귀에 꽂고 다니는 이어폰을 통해서가 아닌
생생한 라이브(?)여서 모처럼 내 귀도 기분좋았으리라.
길을 잘못 들어서 온 길을 되돌아 가다가
논을 가로질러 가기로 했다.
푹신푹신한 마른짚을 밟으며 걷는 느낌이라니..^^
신발이며 양말을 벗어들고 맨발로 걷고싶은 충동을 느꼈다.
목장 입구서 풍성하게 부풀어오른 민트색 솜사탕을 사들고
달콤한 입맛을 다셔본다.
앗.. 저기 보이는 두 마리의 말.
한 녀석은 부드럽게 우아한 브라운. 또 한 녀석은 짙은 고동색 빛깔이다.
브라운.. 생김새답게 조용하고 부드러운 움직임이다.
그 녀석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을 보자니 신기했다.
막상 가까이에 있는 말을 보니 겁이 나기도 해서 뒷걸음질을 쳤지만,
조심스레 손을 내밀어 쓰다듬어 봤다.
그러고 있는 사이 남매인듯 보이는 두 꼬마아이들은
부지런히 풀을 뜯어 말들에게 먹이느라 정신없다.
목장길 따라 밤길 거닐며 고운님 함께 집에 오는데~
봄이 온 듯 햇살 한줌, 바람 한점
온 몸에 감겨오는 느낌이 따뜻하고 부드럽다.
종마목장으로 들어가는 초입길엔 키 큰 "은사시나무"가 양쪽으로
쭈욱 서있다.
맨 몸으로 서있는 나무들도 아름답지만,
계절이 바뀌면 그 가로수길을 지나는 기쁨이 더욱 클 것같다.
내년 봄쯤.. 파랗게 풀이 돋을때쯤 찾아오면 좋지 않을까..
온 김에 일산호수공원까지 들러보기로 한다.
어두워진 호수 수면위로 자잘한 물결이 바람따라 움직이고,
멀리 반짝이는 조명빛은 물결에 녹아 한층 엷게 반사되었다.
저녁운동을 하는 아저씨 뒤를 따라 숨이 차오르도록 뛰었다.
(코트를 펄럭이면서 뛰는 내 그림자는 수퍼맨 같았다..ㅋㅋ)
걷고, 뛰고.. 두근두근 요동치는 심장박동.
커다랗게 떠오른 달을 본 게 그 때쯤일거다.
우와~
저 달 속엔 쿵덕쿵덕 방아찧는 토끼 두 마리가 있을까//
아니면 예쁘장한 항아 아가씨가 세상 구경을 하느라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을까.
달에는, 해에게는 모자라는 상상력이 있다.
그래서 해보다, 달에 관한 옛얘기가 더 많은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