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금까지 자연해설을 수차례 해오면서 느낀점을 중심으로 해설기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는 것은 느끼는 것의 절반만큼도 중요하지 않다’고 어느 자원활동가님의 글을 보면서 제가 감동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느끼는 것... 결국 자연해설을 하는 기법은 자연해설가와 대상자들이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고 서로 교감해가도록 도와주는 방법이라고 할 수가 있죠.
여러 가지 체험방법들을 연구하고 개발하고 그래서 아는 것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느낌을 받아 굳이 생명은 이렇다 하고 주입식으로 할 필요가 없이 마음속에 잔잔한 감동으로 남는 것.. 음 자연속에 내가 일부이면서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알아가는 것... 결국 자신을 깨달아 가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죠..
그럼 제가 해왔던 해설기법에 대한 자세를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가르치기보다는 서로 나눕시다.
어설픈 지식을 가르치기 보다는 그 자연에 관한 마음으로 느낀 것을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말씀을 드리자면
월출산 도갑사지구 습지내에 물오리나무와 버드나무가 살고 있는데요 사람처럼 물도 먹고 심장도 뛰어요...
정말 그런지 한번 체험해볼까요?
물오리나무와 버드나무를 보며 느끼는 이런 놀라운 점들을 아이들에게 물으면 아이들은 교과서 같은 설명을 들을때와 달리 활발한 관심을 먼저 보입니다.
먼저 질문을 하고 나서 가방속에서 청진기를 꺼내어 아이들에게
‘자 이제부터 여러분의 심장소리를 들어보겠습니다.. 하고 나면 아이들은 매우 신기해하면서 관심을 보입니다.. 어떤 아이들은 소리가 안들려요.. 하지요.. 그럼 그때는 오매 우리중에 귀신이 있나보네.. 하면서 응답을 합니다.. 그리고 나서 물오리나무와 버드나무의 가슴높이에다가 청진기를 갖다대구 물먹는 소리를 듣게 합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신기해 하면서 굳이 나무가 살아있다... 자연이 살아있다 하고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휠씬 효과적인 자연체험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은 어디를 가더라도 나무, 풀을 보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며 꺽지 않고 보호하겠다고 하더군요. 아이들의 그런 모습에 감동 받아 나 역시도 그 물오리나무와 버드나무를 보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함께 느끼게 되는 거구요.
어른들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때는 마음속으로 느끼는 것을 솔직하게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생각이나 감정을 서로 나눔으로써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와 자연에 대한 사랑과 경외심이 전해져 다른 사람들도 감동을 받더군요..
그리고 그런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정서나 감정을 키워나갑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어른들 사이에는 틀림없이 아름다운 신뢰와 우정의 고리가 생깁니다.
둘째, 항상 열린 마음이어야 합니다.
자연해설을 하다보면 꼭 마음대로 안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일명 왕초라고 저는 부릅니다. 뒤에서 장난을 하거나 방해를 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학교마다 지체장애아이들도 반에서 한 두명씩 있더군요...
이런 아이들이 처음에는 참 어렵죠.. 분위기에 쉽게 적응이 안되어 악을 쓰거나 참으로 진땀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야외에 나오면 아이들은 자유분방함을 표현합니다.. 자연도 마찬가지로 아무리 전날 모니터링을 잘해도 다음날 변화무쌍한 것이 자연입니다..
자연해설을 하다보면 정말 난감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의외의 질문을 할때가 제일 그렇습니다.
국립공원 자원활동가들은 대부분 주부이자 어머니인 분들이 많습니다.. 아이들을 낳고 키우고... 아마 애들이 초등학교 정도까지 들어갈 정도로 키우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밤과 낮을 뜬 눈으로 보내야 하는지... 그 생명들을 키우기까지 그 노고를 생각하면... 생명의 귀중함, 소중함을 그 누구보다 잘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내 아이의 생명뿐만 아니라 이땅의 모든 아이들이 모두다 내 자식처럼 소중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것을 직접 체험하고 겪어 보셨으니깐요.
그래서 왕초인 아이라도, 정신지체아이들이라도 모두가 다 소중한 생명들로 나에게는 소중한 자식이지요.. 아니 그렇습니까?
먼저 열린 마음으로 자기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면 야단할 것이 아니라.. 자연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에 민감해져야 합니다. 또한 아이들의 분위기나 감정에도 민감해져야 하구요. 그래야만 아이들이 느끼는 자연에 대한 관심의 싹을 키워 꽃을 피울 수가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의 반응뿐만 아니라 자연에 대한 변화에도 민감해져야 합니다.
자연속에는 무엇인가 가슴 설레는 일, 즐거운 일이 늘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죠..
자연과 아이들의 변화에 언제나 깊은 관심을 기울인다면 진행하는데 별 어려움은 없을 것입니다.
- 지난 여름 그린티켙으로 진행되었던 외국인 자연해설을 하면서 느낀 점-
■ 외국인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연에 대해 굳이 모아놓고 해설 할 필요도 없이 자연스럽게 느끼면서 뒹글면서 즐기더라는 점... 우리네는 자연속에서 노는법까지도 가르쳐야 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
셋째.. 항상 말로 하기보다는 뭔가 실습용으로 준비를 합니다.
자연물로는 멧돼지 털, 새의 깃털, 나뭇잎, 솔방울, 도토리 열매 등등...
기구로는 돋보기, 손거울, 루페, 문구류 등등
자연활동 시작 단계에서는 아이들에게 질문을 하거나 재미있는 물건이나 소리로 흥미를 유발해서 가능한 한 아이들의 관심을 끌도록 합니다. 아이들은 평상시에는 자연과 가깝게 만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찾아내 아이들 스스로 조금씩 관찰해 가도록 이끄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발견한 것을 함께 즐거워 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넷째.. 몸으로 먼저 느끼는 체험이어야 하고 해설은 다음입니다.
자연해설을 하다보면 도룡용 알을 볼 수 있는지, 무당개구리를 만날 수가 있는지,, 멧돼지를 만날 수가 있는지 아이들은 먼저 그것부터 질문을 많이 합니다.
아이들은 자연해설가 한테 이야기를 들었을 때 보다 자신이 직접 볼수 있는 것, 자연과 하나됨을 느꼈을 때 휠씬 깊이 자연을 이해하고 그 세계 속으로 빠른 속도로 빠져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더군요.
소감문을 발표할 때 보면 해설 들었던 이야기는 쉽게 잊어 버릴 수 있지만 자신이 직접 체험한 것은 결코 잊어버리지 않더군요.
그래서 아이들이 동물이나 식물의 이름을 기억해내지 못한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름은 외형적인 분류에 지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내장산 갈참나무는 참나무 중에 어떻구 하는 해설보다는 그 갈참나무와 살고 있는 장수풍뎅이와 버섯, 나비, 벌 등을 보여주면서 그 주변 환경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엮어서 함께 어우러져 살고 있는 갈참나무 식구들을 소개하는 것이 휠씬 아이들에게는 흥미있는 체험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아이들이 자연과 사귀는 법을 몸에 익힘에 따라 자연해설가도 아이들도 서로 모험을 함께 하는 탐험가가 되어야 합니다.
다섯째, 내가 즐거워야 아이들도.. 듣는 사람들도 즐겁다.
이 말은 평소 제가 즐겨 쓰는 말입니다.
전 자연해설을 하거나 자연기획을 할때 항상 이 말을 입에 달고 다닙니다. 그래서 혼자 오져서 행복해서 미칠때가 많더군요...히히
즉 제가 넘 행복하고 즐거우면 그때는 나누어 가지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에게 이런 느낌을 전달하고자 애를 쓰고요.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자연속에서 즐거운 일은 결코 잊지 못하고 그러다보면 다시 자연에 대해서 좀더 알고 싶어지고 자주 자연을 생명을 접하게 하는 기회를 가지더군요..
요즘 저 때문에 풀독 오른 분들이나 아이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그런 붐도 모두다 자연이 주는 즐거움에서 오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자연해설가는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부분이 바로 즐거움은 배움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자연해설을 하고 나서 꼭 체험일지를 써야한다고 하는 부분도 그런 즐거움을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첫댓글 끄덕끄덕...공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많이 갈쳐주세요 풀쑨선생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