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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구간 금북정맥 (칠장산~배티재)
일 시 : 2012년 5월 13일 (일) 10:20 ~18:15 (7시간55분)
날 씨 : 맑음 영상 13.9도 ~ 영상 25.3도
구 간 : (칠장사 ~ 칠장산 ~ 칠현산 ~ 덕성산 ~ 무이산 ~ 옥정재 ~ 배티고개(이티고개)
정맥 거리 : 22.2km)).....................(누계 22.2 km)
천지간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찬 신록의 푸르름이 더해가는 봄의 한 가운데서, 금북정맥을 답사하기위해 꼭두새벽
부터 부산을 떨어가며 06시10분 부산 서면에서 출발하는 대정맥클럽 버스에 탑승을 하니 맥을 이어가는 부산에서
나름 알려져 있는 범상한 포스를 느끼는 산꾼님이 다 모인것 같습니다.
회장님께서 반겨주시고, 면식있는 회원님께서 환영해 주시는 수인사를 나누며,금북정맥 첫 출발지 경기도 안성 3정맥
분기점 칠장산을 찾아갑니다.
경기도는 어떤 곳일까? 경상도는 경주와 상주의 앞글자가, 충청도는 충주과 청주, 전라도는 전주와 나주가 합쳐진
명칭이지만……..경기도는 임금님의 논밭이 있다고 해서 경기도(京畿道)인데 여기서 경(京)은 천자가 도읍을 경사
(京師)한, 기(畿)는 천자의 거주지인 왕성을 중심으로 사방 오백리 이내의 땅을 의미합니다.
경기(京畿)'는 경도(京都)와 기전(畿甸)을 합쳐놓은 어휘인데, <기>라는 단어의 뜻이 실은 난해한 쪽이있다.왕경의
경제력을 충당하고 조달해야 하는 후원지역이었기에 그냥 단순하게 수도의 교외 외곽지대를 뜻하는 것이 아니었다.
기전에서 사는 사람들이 경아리(서울내기) 못지않게 <깍쟁이>에다가 약빠른 <짠돌이>가 되는 까닭이 되었다……
안성은 환경지리학으로 살필 때 칠장산-칠현산을 마루금으로 하여 금북정맥-한남정맥이 엇갈리고 북쪽 죽산면 방향의
한강 수계, 남동 방향의 백곡천-미호천-금강 수계, 남서 방향의 진위천-아산천-아산호 수계의 상류지역을 이루고,
곧 삼태기 형상의 지형에 산자수명의 명산과 호수들을 담아내고 있어 알쏭달쏭한 그 풍광이 국토의 멜로디와 리듬이
경쾌하고……
속리산 천황봉에서 연원(淵源)하여 청주 상당산성을 지나쳐 충북 내륙지방을 동서로 가르며 북상하는 산줄기는 안성
칠장산에 이르게 되는데 '한남금북정맥'이라 한다. 이로부터 정맥은 두 가닥으로 갈라진다. 한 줄기는 다시 서북쪽
으로 거슬러 올라 황새울(용인)-바래기산(이천) 등의 한강 이남 지역을 훑어 인천 계양산-김포 문수산에 이르는데
이를 '한남정맥'이라 한다.
남서쪽으로 내리뻗는 산줄기는 칠현산-덕성산-서운산으로 흘러 천안의 성거산과 태조산을 거쳐 공주 차령고개를 넘어
보령 성주산을 지나 태안반도의 안흥에 닿아 서해로 흘러드는데,금강의 서북쪽을 지나는 산줄기로 도상거리 약 266km
에 달하는 긴 산줄기 이를 '금북정맥'이라 한다.
금북정맥이 온전한 금강의 북쪽 울타리가 되려면 산줄기는 백월산에서 남쪽으로 내려와 성대산,월명산을 거쳐 금강의
하구가 되는 서천의 장항포구로 떨어지는 것이 이론상 맞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지만,그것은 산줄기의 흐름상 오서산
과 가야산이 워낙 기세좋게 세력을 따르는 원칙에서 태안반도까지 이어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주마간산 (走馬看山) 식으로 밖에 접할수 없기는 하겠지만, 생소한 이지역을 직접 걸으며 답사하여 공부할수 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다 정맥을 걷는 덕분에 얻는 덤이다.
칠장산(七長山,492m)은 비록 높은산은 아니지만 금강 이북과 한강 이남의 산경(山經)과 수경(水經)을 갈래 짓게한다.
이 일대는 국토문화지리학으로서도 여러 사적과 사연, 민중담론들을 쌓아놓고 있다. 후삼국시대에 궁예의 미륵신앙을
배태시킨 곳이었고 광혜원 백정 출신이었다는 일곱 명의 도적을 개과천선케 하여 일곱 현인이 되게 한 산자락이라는
칠정산(七丁山)이라 부르다가 칠현산(七賢山, 516m)이란 산명을 갖게 됐다는 사연이 그냥 심상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칠장사에서 열반하신 '여인천하' 드라마의 백정 출신의 갓바치스님(병해대사)과 제자인 임꺽정 이야기의 주요무대가
되기도 하는 발원지이며, 그러한 인연으로 임꺽정은 칠장사에서 말타기 등을 배웠고 임꺽정이 타던 말을 ‘칠장마’
라고 불렀다. 천민으로 등용될수 없는 사회제도를 바꾸려 했던 두 사람의 실화 이야기와 스승에게 조성해 바친 속칭
꺽정불'이 전해온다.
특히 ‘꺽정불’은 임꺽정이 스승 병해대사를 위해 만든 불상으로 안성에 처가를 둔 길막봉을 안성관아에서 구출하고
꺽정불 앞에서 ‘칠형제 결의'를 맺는 전후 과정이 소설속에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 불상은 ‘병 있는 사람은
병 낫게 해달라고, 자손 없는 사람은 손보게 해달라고’ 불공을 올리는 사람이 거의 1년 내내 끊이지 않았다고 하며,
별명이 ‘백정부처’였다고 한다.
임꺽정 소설을 쓴 벽초 홍명희(1888~1968)는 누군가? 충북 괴산군 괴산면에서 출생하였으며 이광수, 최남선 등과
함께 당시 조선 3대 천재로 불리웠다.
칠장사 명부전의 벽화가 이채로운데 혜소대사와 7인의 도적, 궁예의 활쏘기, 병해대사와 임꺽정 일행의 그림들을
그려놓고 있어 속세와 탈속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데, 영웅과 호걸은 저리 물러나라 하고 백정 출신 장정들과 현인이
어울려 주인 노릇하는 골짜기라 하니,이 산과 절이야말로 예술도시를 지향하는 안성시의 랜드마크인 것 같습니다.
산행준비하는 동안 대정맥 산님은 어느새 산정으로 향했는지 꼬리가 보이질 않습니다. 칠장사 일주문에서 거부님이
조준하는 카메라렌즈에 포착이 되고, 정짱님도 칠장사의 생기 넘치는 봄날의 풍경을 담아가기 바쁘니, 나 또한 산정
으로 향하는 발길이 황급해졌습니다.(10시20분)
산길로 오르는 가파른 등로의 나무계단 옆으로 도열해 있는 산죽이 사시사철 변하지않는 초록잎으로 때마침 산길을
걷는 나를 보고 고개를 숙이고, 나무마다 목례를 나누는 인사는 산정에 오름의 숨가픔도 잠시 잊게해줍니다.
칠장산을 지나 이웃해 있는 칠현산과 덕성산은 모두 칠장산군에 속하는 산들이다. 칠현산을 향하는 길은 비교적 평탄
하며, 헬기장을 지나 잠시 내려섰다가 오르면 돌탑과 정상석이 서있는 칠현산(516.2m) 정상입니다.(11시08분)
25여분 자잔한 능선같은 봉우리 넘으니 갈림길에는 병무관 3.5km 라는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는곳에서, 덕성산 정상은
정맥길에서 좌측으로 100m 정도 벗어나 있지만 들러봅니다.(11시38분) 덕성산 정상에는 10여명이 쉴수있는 공터에
크다란 소나무가 그늘을 만들고, 그아래는 자그만한 사각 화강암에 검은글씨로 덕성산(519m) 쓰여있으며 정상석 앞으
로는 지나는 길손의 쉼터로 기다란 의자 2개와 마주하고 정상석 뒤로는 오래전 누군가 가 정성스레 쌓은 크다란 돌탑
3개가 산정을 든든히 지키고 있으며, 옆으로는 등산 안내판이 물끄러미 쳐다 보고 있습니다.
백삼오산악회 고문님 외 한분께도 기념사진을 남겨드리며 정맥마루금으로 되돌아 휴식을 취하는 동안, 먼길 떠나는
나그네 마냥 대정맥 산님들의 발걸음은 바쁘기만 합니다.
봄이면 산에서도 가장 바쁜 것들은 길가에 피어난 꽃들입니다. 키 큰 나무들이 잎을 내어 햇살을 차단하기 전에 빨리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야 하니 서성거릴 여유가 없다. 그들에게 있어 봄날은 아주 짧으니 "봄밤의 한시간은 천금의
가치와 같다고 했다. 춘소일각치천금 (春宵一刻値千金) 이라…."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희놈은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너머 사래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남구만(南九萬 1629~1711) 의 옛시조 에도, 달리 나온 말이 아니다. 봄이 되면 해가 일찍 뜨는 만큼 일찍 일어나야
하는 농심의 손길은 바쁘기만 하다는 것을 비유하듯…..
나 또한 발목 부상으로 그동안 산행에 굶주린 탓에 먹이사냥에 나선 이리떼 마냥 산으로 향하는 내마음은 길길이
날뛰는 흥분한 황소뿔 인가…..?
형형색색 꽃들이 만발하여 파란 하늘빛과 어울려 오월의 싱그러움을 연출하고, 봄이 성숙되면서 서서히 초여름의
길목을 열고 있는지…..마루금에 바람이 불지 않으면 더위로 땀이 줄줄흐르면서 점점 체력이 떨어짐을 느끼면서…….
옥정현으로 가는 길은 빨래판 능선과 같이 자그만한 봉우리의 오르내림이 수없이 이어지고….돌탑이 있는 무티고개로
내려섰다가 (12시43분) 저 아래 진천군 광헤원면 사장골 마을의 위 고개라고 해서 사장골정상을 지나 가파른 봉우리
오르면 무이산은 마루금에서 좌측으로 200여m 벗어난 곳이라, 체력을 아껴야 겠기에….정맥길은 남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만디고개(13시29분)로 이어집니다.
오늘은 왠일인지 덥고 그늘이 진 편안한 능선 안부를 걷는데도 불구하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며, 온몸이 땀으로 목욕을
하는 기분이다. 그래서 인가…? 산행내내 검은등 뻐꾸기로 희귀종 여름새 인 홀딱벗고 새가 계속 울어 대는것이 아닌가…..
공부는 하지않고 게으름만 피우다가 세상을 떠난 스님들이 환생하였다는 전설의 새 입니다. 새 이야기에는….풍년이
들려면 솥이 적다고 [솥적다 솥적다] 우는 소쩍새나, [쪽박 바꿔주, 홀딱 자빠져] 하는 두견새나, 보리밭에 [조도령]
하고 운다는 새….등 듣는이의 생각에 따라 달리 들리는듯 싶다.
프랑스의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 (1908년-1992년) 이 있었는데, 그의 스승이었던 폴 듀카스는 제자인 메시앙에게
"새들의 울음소리를 들어라.그들은 거장이다."라고 가르쳤고, 메시앙은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현실의 새소리를 수없이
채보해 그것을 기초로 작곡하는 특이한 방법도 추구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를 가리켜 '새소리 사냥꾼'이라고도 한다.
공부하는 스님들에게 더 열심히 공부해서 이번 생에는 반드시 해탈하라고 목이 터져라 노래한다. "홀딱 벗고" "홀딱
벗고" 모든 상념을 "홀딱 벗고"…홀딱벗고 새가, 없는 번뇌를 만들어 고민하지 말고, 바람따라 구름따라 자연 그대로
홀딱 벗으라고 목청을 돋운다.
오르막 무명봉에 올라서니 기적소리님이 휴식하면서 나에게 피로회복에 최고인 포도를 건네는데…..목마른 갈증과
긴 산행의 피로감을 일순 떨쳐내는 시원한 청량제….이글을 빌어 기적소리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곧이어 고라니봉에(14시05분) 올랐다가 내리막 옥정현 도로와 만나는 곳에 『올곧고 바르게 개척해 나가자』는 의미의
충북 마스코트 고드미와 바르미가 반깁니다.옥정현은 안성시 금광면과 진천군 광혜원의 경계를 이루는 고개로 587번
지방도로가 지나는데, 차량통행은 뜸한 편이다.
깨암목님과 함께 인근주택 마당에 수도꼭지를 틀어 지하수인지…? 시원한 식수를 보충한후, 옥정현 정맥 들머리에는
차령산맥 등산로라 쓴 표지판이 보이며, 임도길 그늘아래는 거부기님과 정짱님이 기다리며 휴식을하고….
옥정재를 출발하여 배티고개 가는 길은 임도옆 숲길을 따라 제법 고도를 높여가면서 409.9봉 정상을 올라서는데…..
오는 도중에 복통으로 느릿한 걸음과 수시로 휴식을 취하며 정짱님과 거부기님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마루금을 이어
가면서 눈물겹도록 미안하고…. 고맙고…..두분께 결초보은(結草報恩)으로 답하고 싶습니다.
갈참나무 잎하나도 제몸을 가장 청정하게 가꾸어어야 할때가 언제인가. 알거늘…….육신이 탈진한 산행의 벼랑끝,
지난2월 눈산행에 뜻하지 않는 발목 부상으로, 3월중순에 기부스를 풀고, 4월에 겨우 걸음을 하다가, 아직도 온전치
못하는 5월에…어제의 호남정맥22km 종주후 오늘 또다시 금북정맥 산행길을 나서는……. 다치기전 지난날 나의 산행
주력에 맹신(盲信)한 당랑거철 (螳螂拒轍) 인가…?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서서 얼마나 더 미혹(迷惑)의 굴골(屈曲)을 헤메야 한단 말이가….나의 어리석음이 굽이굽이
구절양장(九折羊腸이다
송전탑이 있는 무제산 갈림길을 지나고 다시 내려섰다가 오르니 철판이 깔린 호화 헬기장을 만나는데,(16시09분)
470.8봉에 위치한 헬기장은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호화로운 헬기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도중에 장고개와 연안이씨 납골당을 지나 지금은 에머슨CC로 이름이 바뀐 옛 중앙CC 골프장 진입도로 우측 산줄기를
따라 마루금을 힘겹게 이어갑니다. 배티고개까지는 밋밋한 길은 꽤 지루하게 느껴짐을 이어 가는데…..차량소리가 들려
올 즈음 시부지기님이 무거운 막걸리통 을 들고 타는갈증 해소와 원기회복 하라며 배낭까지 받아주시며... 마지막 혼신의
스퍼트(spurt)를 나게 해주신 시부지기님께도 그 고마움 전해드립니다.
가파른 급경사 절개지를 밧줄을 잡고 조심스럽게 내려서니 진천군 백곡면과 안성시 금광면을 경계로 313번 지방도가
지나가는 배티고개 입니다. 고개 아래에 배나무가 많아 배티고개로 불리는 곳인데, 표지판에는 한자표기로 이티재로
이치(梨峙) 라고 씌여져 있습니다.(18시15분) 금북정맥 첫구간! 힘겨웠던 산행을 마칩니다.
한결 푸르름을 더하는 연녹색 나뭇잎위로 뒹구는 햇살이 눈부시는 금북정맥 마루금을 함께했던 대정맥클럽 산우님!
더운 날씨에 수고 많으셨고…… 5월 가정의 달 을 맞이하여 가내 행복이 충만하시고, 앞날에 항상 좋은일 만 가득
하시길 바랍니다.
*** 허브큐 드림 ***
첫댓글 허브큐님의 박식하시고 차윈 높은 좋은 산행기 잘 보고 갑니다.
또 아줌마님 안녕하셔요?
긴 장문의 글 끝까지 읽어주시고 댓글까지 달아주시는 성의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정말로 대단한~드라마같은 산행기~
맛나게묵꼬감니다~ 빨리회복하시어~
예전처럼~~펄펄~~^^***
거부기님! 반갑습니다.
안위를 염려해주시는 덕분에 호전 되어갑니다!
베풀어 주신 호의와 배려에 허브큐는 잊지 않겠습니다!
늘 건안 하시고 행운 가득한 나날 되시길 바랍니다!
잘 연구된 한권의 논문같은 허브큐님의 산행기 잘 보았습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산에서 뵙기를 희망합니다.
즐거운 산행 이어가세요
영화배우님! 참으로 오랬만입니다!
그간 잘지시죠? 여기 카페에 님의 자취가 남아 있어....
거부기님 으로 부터 님의 근황을 종종 물어 봅니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 나날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