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내려앉는 자리마다 새 기운이 피어오르고 있다.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고 작은 새의 날개짓이 바쁜
자연 생명의 리듬이 살아 숨 쉬는, 이제 봄이다.
봄은 설레는 마음으로 길을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이런 계절에『향불』님과 관악산의‘관음사’와‘연불암’순례에 나섰다.
ㅇ 순례일시 : 2016. 3. 6(일)
ㅇ 순례경로 : 관음사-관음봉-관악사지-연주봉-연주암-과천향교
ㅇ 순례인원 : 7인(백우, 비니초, 묘법, 염화, 미소, 정파, 석원)
백우님의 안내에 따라 관음사와 연주암을 순례하면서
산행을 겸한 1석2조의 효과를 누리는 절묘한 방법이다.
어제 내린 비로 오히려 바람결은 부드럽고
햇살은 따뜻하며 공기는 상큼하다.
화창한 주말을 맞아 관악산을 찾은이가 많고
‘시산제’를 지내는 산악회가 많은 듯하다.
나 역시 마음이 맑아지고 발걸음이 가벼운 느낌이다.
관악산은 내가 가장 많이 올랐던
오르고 있는
앞으로도 올라야 할
나에게는 너무 친숙하고 가깝고 다정한 이웃과 같은
오래된 벗과 같은 산이다.
관악산을 날마다 올라도
날마다 똑같은 모습은 아닐텐데
관악산은 언제나 올라도 옛 모습 그대로이다.
그 동안 관악산을 오르면서
관음사나 연주암에 관심을 갖지 못했지만
이번 기회에 두루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다.
사소한 것이라도
보잘 것 없는 것이라도
보이지 않는 것이라도
천천히 살펴보고 관심있게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하여 인생을 좀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기를
따뜻한 가슴으로 삶의 시름을 녹여 내길 바라면서 말이다.
오늘의 순례길은 그런 길이 될 것이다.
< 관악산 관음사 일주문과 전경 >
먼저 관음사에 들어섰다.
고요하다.
대한불교조계종 사찰인 관음사(觀音寺)는 관악산 동북쪽에 위치하였는데
신라 말엽에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창건한 비보사찰(裨補寺刹)로
유서깊은 관음기도도량(觀音祈禱道場)이다.
< 삼성각과 혜가단비도 >
삼성각 벽화(혜가단비도)에 대한 백우님의 설명.
어떤 공부를 어느만큼 어떻게 해야 백우님처럼 될까.
대단하다.
그와의 동행은 지적인 충만함으로 행복하다.
벽화의 한 장면.
법을 구하기 위하여 자신의 손목을 자르는 신광.
달마대사는 그에게
“부처님의 법은 남에게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서 구하는 것”이라는 가르침을 내리고
이후 신광은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내용이다.
신광은 ‘혜가’라는 법명을 받고 달마대사의 대를 이으며
불교계에 위대한 족적을 남기게 된다.
어쩌면 즉심시불(卽心是佛),“마음이 부처”가 아니겠는가.
백우님의 설명을 들으니 관음사의‘즉심시불비’와 매칭이 되는 듯하다.
< 즉심시불(卽心是佛) 비 >
경내를 둘러보고 인증샷도 날리고
연주암을 향하여 서서히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순례 및 산행을 위하여 백우님은 비니초님과 함께 사전답사를 마치고
시(時), 분(分)까지 반영한 완벽한 일정표를 수립하였다.
철저한 준비는 이미 절반의 성공이라고 하지 않던가.
결과적으로 한치의 오차없이 순례 및 산행을 마칠 수 있었으며
그것은 전적으로 백우님의 준비성과 놀라운 열정의 덕분이었다.
지면이나마 감사의 말씀을 다시한번 드린다.
관음사 탐방을 마치고 연주암을 향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산행이다.
관음봉을 지나 일명 낙타봉에서 인증샷을 날리고
여유롭고 허허로운 발걸음으로 관악산의 능선을 밟아간다.
< 서울시 전경과 관음봉의 태극기 >
서울 하늘이 부연하다.
금년들어 첫 황사가 밀려온다고 했다.
그래도 마음은 홀가분하고 발걸음도 가볍다.
황사속에서도 관음봉의 태극기는 바람에 펄럭인다.
바람에 순응하며 펄럭이는 저 국기처럼
세상에 순응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그런데 우리의 욕심은 끝이 없고
짜증을 잘 내며 또 얼마나 어리석은가.
세상일은 뜻대로 되지 아니하고
뭔가를 이루어도 채워지지 않는 욕심은
화가 되어 가슴에 쌓인다.
그 화는 상심을 불러내어 마음의 병을 만들기 마련이다.
마음은 원래 근원이 허허롭게 비어져 있는 것인데
살아가면서 우리는 스스로 쓸데없는 것들로 가득 채운다.
늘 욕심과 집착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이 순례길 위에서 만큼은
모든 것을 내려놓으리라.
이런 순간순간이 모여 삶이 되고 영원이 되겠지.
마당바윗을 조금 지나 작은 공터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난 아무것도 준비를 못했다.
하지만 삼청각에서의 특별 메뉴가 부럽지 않은
산상(山上)의 오찬을 즐겼다.
모두가 『향불』님들의 따뜻한 배려와
함께한다는 마음으로부터 주고받는 ‘울림’있기 때문이다.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이 자리에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점심을 먹고
관악사지를 경유하여 연주봉에 올랐다.
절벽위에 우뚝솟은 연주대는
어느 군주의 비운을 웅변하듯
아슬아슬하게 낭떨어지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대로
지나간 과거를 되씹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기대를 두지 말고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12지간석탑으로 가는 길에
환청처럼 연주대의 풍경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연주암에 도착했다.
대웅전에서 삼배를 마치고
연주암에 대한 백우님의 깊이 있는 설명을 들었다.
관악산 산행시 능선의 한 부분에 불과 했던 연주암이
백우님의 설명으로 새롭게 다가왔다.
도연명의 시구를 인용한 독립운동가이자 전서와 예서에 출중했던
서예가 위창 오세창 선생의 친필 전각을 연주암 요사채에서
백우님의 설명으로 처음 알게 되었다.
도연명은 알다시피 평생동안 술을 즐기고
국화를 사랑했던 육조시대의 대시인이다.
그의 음주(飮酒) 5편에 나오는 한 소절을 위창이 전각을 했는데
어찌하여 여기에 걸렸는지는 모를 일이다.
< "山氣日夕佳"자구, 위창의 전각 >
도연명의 음주 5편을 감상해 본다.
結盧在人境 사람 사는 마을에 초가지붕 올렸어도
而無車馬喧 수레와 말소리 들리지 않네.
問君何能爾 그대에게 묻노니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心遠地自偏 마음이 저절로 먼 땅에 기울었기 때문이라네.
採菊東籬下 동쪽 울타리 아래서 국화꽃 따다가
悠然見南山 아득히 남산을 바라보네.
山氣日夕佳 날 저물어 산 기운 더욱 아름다운데
飛鳥相與還 새들은 사이좋게 돌아가네.
此中有眞意 이 가운데 우주의 참뜻 있으니
欲辨已忘言 잡다한 말들은 다 잊고 말았다오.
연주암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주련의 내용도 음미해보고
인증샷도 남기고...
이렇게 일행은 오늘 일정의 끝자락에 닿았다.
< 계곡 가득한 시원한 물줄기 >
연주암을 출발하여 본격적인 하산이다.
어제 내린 강우로
계곡에 물이 가득하고
우당탕탕 시원하게 소리를 내며 흐른다.
그런 계곡을 따라 내려오니 과천 향교다.
오늘 즐거운 하루였다.
우리는 이렇게 수많은 날들을 살아가지만
우리가 산다는 것은 그 때 그 때 단 하나뿐인 새로운 삶이다.
삶이란 그래서 단 한번의 여행이다.
훗날 다시 돌아와 둘러 볼 수 없는 짧은 시간여행이다.
정말 행복한 삶이란 마음을 비우고
충만한 기쁨이 가득찬 하루하루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오늘처럼 말이다.
자연과 교감하며 깨달음과 위안을 얻기 위한 순례길을
『향불』님과 함께한 오늘
하루를 허비하지 않고 꽉 채운 충만한 느낌과
그리고 그 즐거움을 함께 나누어
더 크게 만들어 준 『향불』님께 감사드리며
오늘을 계기로
우리가 맺은 인연이 앞으로도 더욱 깊어지길 소원해 본다.
* 사진이 올라오면 차용을 할까 했는데......
염화님의 사진은 마우스 금지가 되었고.
사진을 겹들이면 더 좋을듯 하여
백우님의 사진이 다 올라오면 다시한번 재정비 하겠습니다.
첫댓글 향불님과 함께했던 순례길, 즐거웠고 고마웠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
순례길에 만나서거웠고 함께가는 걸음 가벼웠는데 반가운 글과 사진을 보니 그 반가움이 말할 수 없네요.여 관음사로부터 탐방로 연주대 연주암에 이르기까지 유려한 필체로 올려 주셔서 감했습니다. 감사합니다. _()_ _(())_
정월순례후기는 사찰순례글이기에 <회원사진>방에 올릴 글이 아니라 <순례후기>방에 올리셔야 하기에
이동시켰습니다. ^^
순례후기를 한 번에 압
잘 감상했습니다. 혜가단비도, 연주암의 산기일석가에 대해서도 잘 올려 주셨네요. 이 부분에 대하여 올리려면
저는 다음 주나 될 것 같습니다. 순례길에는 시간이 없어 못한 즉심시불에 대해선 제1편에 소개했습니다.
좋은 글
백우님의 지적 탐구심과 열정이 저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 왔습니다.
백우님과 비니초님의 수고로 완벽한 순례길이 되었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완벽한 계획과 명품 해설 그리고 안전한 리딩까지...참 많이 느끼고 배웠습니다.고맙습니다.
시간이 나서 사전에 답사를 다녀오면 그 절의 내력을 알 수 있고 미리 사진도 담아서 시간을 절약할 수도 _()_ _(())_
있어 미리 다녀온 것이 유익했던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제 글 복사 허용되었으니 맘껏 활용하시기 바라며, 순례글 잘 봤습니다.거웠습니다. 기회 될 때 마다 동행하길 합장합니다. _()_
함께한 정월순례
염화님....잔잔한 미소와 소년같은 얼굴, 순수한 사람의 모습입니다. 뵙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무릎이 안 좋으신 것 같은데 관리 잘 하시고 다음에도 뵙기를 희망합니다^^
후기 감사합니다. 좋은 분들과 함께한 산행 넘 넘 좋았습니다....나무묘법연화경()()()
묘법님! 대단하십니다.
불심도 체력도 삶의 긍정적인 에너지도 넘쳐 흐르시더군요.
제가 묘법님을 뵙고 깨달은 바가 많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시작한 금연, 이번에는 꼭 성공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석원님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순례기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_()_
미소님의 반겨주심...넘 고마웠습니다.
관악산을 오르고 사찰을 순례하면서 함께 느끼고 바라보았던 것을 소중하게 간직하겠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다음 기회에도 뵈기를 희망합니다. 수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