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홍차를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는 아무래도 영국. 아침에 일어나서 마시는 breakfast tea부터 시작해서 afternoon tea, high tea 등 하루 4~5잔을 마신다. 이에 비해 미국은 홍차는 그리 많지 않고 대신 커피를 즐긴다. 같은 문화권인데도 이처럼 즐기는 차가 다른 것은 차와 얽힌 미국과 영국의 전쟁때문이다.
차가 원인이 되어 빚어진 두 번의 전쟁.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의 발단이 된 보스턴 차 사건. 그리고, 영국과 중국사이에 아편과 차를 두고 벌어진 아편전쟁. 미국은 이로인해 영국의 식민지에서 벗어나 독립을 선언하게 되고, 중국은 반대로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미국독립의 발단이 된 보스턴 차 사건(1773년).
대체로 산업혁명 이전까지 영국의 일반 서민들은 쉽게 차를 얻을 수가 없었다. 당시 영국의 찻값이 같은 무게의 은값이였다고 하니 대단한 고가품이 아닐 수 없다. 차의 종주국이였던 중국에서도 차는 엄청나게 비싼 만병통치약의 귀한 상품이였다. 삼국지의 유비가 차를 얻어 어머니를 봉양하려다 황건적에 사로잡혀 봉변을 당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 따라서, 차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영국으로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었을 것이다.
당시 영국과 프랑스는 7년전쟁을 치른 후였다. 승리한 영국은 캐나다를 식민지로 삼지만 긴 전쟁으로 국고는 텅텅 비어버렸다. 부족한 재정을 메꾸기 위해 영국은 차에 대해 과세를 결정한다. 당시 동인도회사에 의해 독점거래되던 차에 세금이 더해지니 가격은 상승하고 미국에서는 밀수가 빈번해졌다. 밀수로 인해 타격을 입은 영국은 과세없이 미국에 차를 수출하기로 하고 미국 보스턴항에 차를 가득 실은 배가 도착한다. 그런데, 밀수로 톡톡한 재미를 보던 미국상인들이 반발해 마침내 배에 실려있던 차를 모두 바다에 던져버리고 말았다.
이를 계기로 각처에서 소요가 일어나자 영국은 보스턴항을 봉쇄하게 되고 결국 미국과 영국의 대립이 무력으로 이어져 미국독립전쟁으로 발전된다.
아편전쟁과 차(1939).
당시 영국은 중국으로부터 차와 도자기, 비단 등을 사들였고 중국에는 아편과 목화를 밀수출해서 팔았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아편 중독환자가 급증하여 심각한 문제가 되어 아편의 밀수를 근절하고자 하였다. ‘해가지지 않는 나라’ 영국의 식민지 중 하나였던 인도에서 아편과 목화를 가져다가 중국에 밀수출했던 영국에서 가만히 있지 않았을터.. 결국, 중국과 영국은 아편전쟁을 시작한다. 영국군의 사상자가 520명뿐인데 비해, 중국은 2만여명에 달하고 난징의 함락에 즈음해서 영국의 요구를 모두 수락하고 난징조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이후로 중국은 점차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홍차가 된 배경
녹차는 발효 과정없이 차잎을 그대로 덖거나 쪄서 만든다. 중국사람들이 좋아하는 오룡차는 반발효차로 어느정도만 발효시킨 차. 홍차는 거의 다 발효시켜서 만든 발효차이다. 그래서, 성분은 비슷하나 비타민 C는 없다. 발효과정에서 모두 소실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처음 중국에서 영국으로 수입되는 차는 녹차였다. 그런데, 적도의 뜨거운 태양열을 받아서 찻잎이 저절로 발효되어 유럽에 와서 상자를 열어보니 찻잎이 까맣게 변해있는게 아닌가. 버리기가 아까와서 마셔보니까 훨씬 맛이 있어서 모두 이러한 차를 마시게 되었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찻잎을 따자마자 가열해서 말리기 때문에 이렇게 발효되기는 어려우며 또한 홍차의 발효는 찻잎 자체의 산화효소에 의한 것이므로 이렇게 발효되어 버리면 곰팡이 투성이의 썩은 차가 되어 마실 수가 없을 것이다.
문화의 차이를 생각한다면 발효시키지 않은 그대로의 차를 즐기는 우리나라나 일본과 달리 기름기 많은 중국요리를 먹은 후에 오룡차(반발효차)를 마시면 입안이 개운하듯이 고기를 많이 먹는 유럽인에게도 녹차보다는 발효된 차가 입맛에 더 맞았기 때문이라고 여기는 것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 그래서, 중국은 오룡차를 더 많이 수출하면서 점점 더 발효시켜 홍차를 만들게 된 것 같다.
이처럼 차를 즐기게 된 영국은 마침내 인도의 아삼지방에서 야생차를 발견하게 되어 본격적으로 양질의 홍차를 대량생산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전격적인 식민정책과 더불어 방글라데시, 스리랑카(실론)등으로 점자 홍차 재배지를 확장하게 된다. 한편 네덜란드 또한 인도네시아에 본격적인 차밭을 개발하게 되는데, 이로써 현재의 인도, 스리랑카, 케냐와 함께 세계 4대 홍차 생산국의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영국이 홍차를 가장 즐기는 나라가 되고 인도, 스리랑카, 케냐, 인도네시아가 홍차재배지로 이름을 떨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강대국인 지배자와 식민지로 재배하는 땅과 인력을 대주는 서글픈 역사가 아직도 남아있는 셈이다.
홍차 맛있게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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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덥혀 놓은 티포트에 3g의 찻잎을 먼저 넣고 끊는 물을 붓는다. |
차를 우리는 동안 티포트가 식지 않도록 천같은 것으로 보온을 해주면서 마신다. |
우리는 시간은 찻잎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지만 보통 2~3분 정도면 적당하다. | 홍차Q&A
▶홍차는 왜 팔팔 끓인물에 우려야 하나요?
그렇다. 홍차는 제맛을 내기 위해서는 100도의 높은 물에 끓여야 한다. 홍차의 향미의 주요성분인 폴리페놀류는 물에 뜨거워야 잘 우러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이 식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차주전자를 미리 덥혀놓고 또 찻잎을 넣고 물이 식지 않도록 천으로 주전자를 감싸는 것도 이때문이다.
▶처음에는 어떤 홍차를 사는 것이 좋을까요?
처음엔 일반적인 실론티(오렌지 페코 등)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백화점 등에서 Twinings, Lipton 등 유명상표를 찾아서 작은캔에 들어있는 것부터 구하면 된다. 국산 홍차는 그리 좋지 못하고 가격도 상당히 비싸다.
▶티백은 잎차보다는 싸구려인가요?
티백은 차를 끓이기 쉽고 간편하고 또 대부분 블랜드 된 것이다. 그렇지만, 차를 좋아하고 관심이 있다면 통에 든 차(whole-leaf, loose tea)를 구해보는 것이 좋다. 티백이 값이 싸고 whole-leaf가 비쌀 듯 하지만, 실제 차 한 잔 당 가격을 계산하면 일반적인 티백보다도 싼 경우가 많다. 획일화된 티백값에는 또한 잎차를 가공하고 bag안에 집어넣는 공정으로 가격이 올라감을 감안하면 된다.
▶홍차에 레몬을 넣어 마시면 좋은가요?
홍차에 레몬을 넣으면 빛깔이 연해지고 특유의 떫은 맛도 더 강하게 느껴진다. 때문에 레몬 조각은 오래두지 말고 찻잔에서 빨리 꺼내는 것이 좋다. 홍차에 담그지 않고 레몬을 찻잔 가장자리에 문지르기만 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