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쥐마을에서 리장으로 돌아오니 비가 오고 있었습니다.
비도 오는데 파전이나 부쳐 먹자는 제안에 장을 봐다가 게스트 하우스 처마 밑에서 판을 벌립니다.
파전이 질릴즘 파전은 어느사이 장떡으로 바뀌여 있고 결국엔 저녁은 제가 주방장이 되어
얼큰한 짱뽕 수제비를 해서 모두 같이 맛나게 먹었습니다.
"언니~ 잠깐만!"
"왜 짬뽕맛이 이상해?"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샹그릴라에는 제과점이 없어서 축하를 못해 줬다며
리장 시내에 다녀 온 동생들이 케잌을 사와 이틀이나 지난 제 생일을 축하해 줍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에 둘러 쌓여 생일 축하를 받고는 그만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 이튼날, 아침부터 비가 오락가락 합니다.
자전거 하이킹을 하기위해 수허구청까지 다녀오기로 하고
다들 우비를 챙겨 출발합니다.
리장 시내를 벗어나니 공기에서 부터 시골냄새가 물씬합니다.
마치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하는 착각이 들만큼 모든 풍경들이 마음에 다 들었습니다.
어느 순간 제 영혼이 아주 맑고 따듯해져서 잃어버렸던 콧노래가 절로 나오더군요.
수허구청은 리장고성 보다 먼저 생겨서인지 더욱 고즈넉하니 한가로웠습니다.
돌아올 때 비가 억수같이 왔는데 허름한 내 욕망들도 같이 씻겨 나가길 바라며
힘차게 패달을 돌렸습니다.
그랬더니 갈 때는 1시간 30분 걸리던게 돌아올 때는 채 40분이 안되어 왔습니다.^0^ v
# 리장에서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중국의 스위스라는 따리(大理)에 왔습니다.
따리의 첫 느낌은 아기자기한 노천 카페가 즐비해서 여기 중국 맞아? 였습니다.
런민루(人民路)에 위치한 티베탄로지 게스트 하우스에 여장을 풉니다.
# 이튼날 일행 모두는 창산(苍山) 트레킹을 하기위해 버스를 타고
케이블카를 타러 오른쪽 입구로 갑니다. 창산은 두개의 정문이 있는데요
왼쪽에서는 리프트를 타고 중화사(中和寺)쪽으로 올라가 그쪽에서 출발점을 삼습니다.
히말라야 산맥의 막내쯤에 해당하는 창산은 해발 4,122m로 19개의 봉우리를 가지고 있는데요
케이블카를 타고 갈수도 있고 말을 타고 갈수도 있고 물론, 걸어서 갈수도 있습니다.
허나 케이블카든, 말이든, 빅사이즈 장기판이 있는 청벽계라는 폭포까지만,
그러니까 운유로 초입 까지만 가고 이후 12km는 손수 걸어가야만 합니다.
처음만 오르막이고 나머지 구간은 화강암으로 잘 닦아놔서 힘들지 않게 갈 수 있었습니다.
운유로(雲游路)는 구름이 노닌다는 뜻이라는데 과연 그럴만도 하더라구요.
저 멀리 따리고성과 얼하이호가 한눈에 보이시죠.
# 중화사까지 오면 리프트를 타고 내려갈 수 있습니다.
길이 잘 닦여 있다고는 해도 4시간 이상을 걸었더니 피로가 장난이 아닙니다.
일부는 걸어서 숙소까지 내려가고 저와 비슷한 저질 체력을 가진 몇몇은
리프트를 타고 내려갔습니다.
20분 남짓 내려가는데 바람이 어찌나 살랑~거리던지
하마터면 졸다가 집에도 못오고 곧바로 황천으로 갈뻔 했습니다.
# 따리에서 이틀째 날 천연염색으로 유명한 저우청(周城)을 가기위해 버스를 타려다가
얼하이호(洱海)도 구경할겸 해서 유람선을 타고 가기로 합니다.
면적이 자그마치 249km이고 길이가 40km나 되다보니 호수에 섬이 3개나 있답니다.
그중 두개의 섬에 잠시 머물다 갔습니다.
# 맨먼저 도착한 섬입니다.
섬 전체를 다 도는데 채 10분이 안걸리는 정말 코딱지만한 섬이였습니다.
가뜩이나 비좁은 섬을 얼하이호에서 잡히는 민물 새우를 튀겨 파는 장사꾼들이 다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튀겨 놓은걸 사는게 찜찜하면 살아있는 새우를 즉석에서 튀겨도 줍니다.
10원어치 사서는 배로 돌아와 맥주 안주로 자~알 먹었습니다.
# 이건 뭐 제주도를 가는 것도 아니고 두개의 섬에 잠시 들려 오기는 했지만
장장 4시간여만에 배에서 내려 저우청에 도착했습니다.
하나도 치장하지 않은 거리가 맨얼굴의 시골 아낙처럼 수수합니다.
관광객들은 주로 빵차(소형 미니밴)를 이용하는데 반해 삼륜차는 현지인들이 이용한다는데
오늘 손님 꽝~! 이네요.
# 삐끼 아줌마의 터무니 없는 흥정만 아니였다면
원래 가려고 했던 큰규모의 염색공장 보다
더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었던 가내수공업으로 자란을 만드는 공방 내부입니다.
자란은 창산에서 체취한 반란건이라는 열매를 이용해 만드는데요
6인용 테이블보만한 면포에 문양선을 꿰매는데만도 꼬박 이틀이나 걸린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염색 공정이 다 끝나 판매되는 가격은 비싸야 50원을 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날 우리를 안내한 삐끼아줌마는 식탁보만한 크기의 자란을 무려 180원이나 불렀습니다.
미리 정보를 알고 갔기에 몇번의 흥정 끝에 50원까지 깍아 겨우 한장 샀습니다.
천천히 구석구석 둘러보고 싶었는데 삐끼아줌마의 강매가 두려워
일행들 후다닥 도망치듯 나왔습니다.
# 유람선에서 맥주 서너병으로 입가심만 했던 아쉬움을
기가막힌 꼬치집을 발견했다는 이유로 본격적인 술판이 벌어졌습니다.
마침, 비가 오지 않았더라면 아마 저기 있는 꼬치들은
우리들 뱃속으로 다 들어가 있었지 싶습니다. ^^;
# 떠나기 전 이번 여행의 가장 큰 기대감은
여름에만 할 수 있다는 메리설산 트레킹이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한창 공사중이라 통제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남는 여분의 하루를 어찌 보낼까 하다가
따리에서 한시간여 떨어진 유황온천에서 보내기로 하고 이동합니다.
가는 중에 민족의상을 입고 행사장에 가고있는 바이족(白族) 주민들을 버스 차창을 통해 봅니다.
차창 밖의 풍경에 젖어들 사이도 없이 온천에 도착했습니다.
# 별 기대감 없이 갔던 온천은 그야말로 환상이였습니다.
온천욕은 급작스레 정해진 일이라 미리 수영복을 챙겨가지 않은 관계로다가
80년대 한창 유행하던 꽃무늬 수영복이라도 마다치 않고 30원에 사서 용감하게 입었습니다.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목이 마르면 가끔 맥주도 마셔가면서 밤늦도록 즐기는 온천욕은
음...상상에 맡기겠습니다.
하루를 온천에서 묵고 다시 따리고성으로 돌아왔습니다.
어제부터 시작된 비가 여전히 내리고 있었습니다.
# 하루만 지나면 따리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들어
비가 넋을 놓고 먼산을 바라보는 사이 우산을 들고 게스트 하우스를 나섭니다.
# 그동안 다니지 않던 길로 나오니 맨먼저 돼지머리가 웃으며 절 반기더군요.
전형적인 따리의 식당 전경입니다.
각 식당마다 약간씩의 차이는 있었지만 거의 비슷한 풍경입니다.
벌려 놓은 메뉴판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나름 주문식단제 이기도 하구요.
# 멀리서도 잘 띄이는 노란 열쇠 표지판이 있길래 가까이 가보았습니다.
니 하오~
열쇠공 아저씨 인사를 웃음으로 대신해 주네요. ^^
# 무너진 담벼락을 보면서 한참 얘기를 나누던 두분입니다.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는 모르겠지만 표정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돈 좀 들것지유?'
'암맘~'
# 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입니다.
리어커에 야채나 과일을 싣고 가가호호를 돌며 방문판매를 하는 야채장수 입니다.
거래가 이루어졌군요.
비도 오는데 얼른 다 팔고 집에 가시길 마음속으로 바랬었습니다.
# 고성안을 거닐다 보면 외모가 출중하고 하나같이 늘씬한
외국인과 자주 마주치게 됩니다.
처음엔 어느 나라 사람들일까 궁금했는데
대화하는 걸 들어보니 대부분 러시아 사람들이였습니다.
당연히 무슨 내용인지는 저도 모르지요. ^^;
# 그동안 따리의 달콤했던 기억을 한없이 쓸쓸하게 만들었던 넝마꾼 입니다.
형형할 수 없는 그 눈빛을 차마 감담하기 힘들어 먼저 외면을 했더랬습니다.
집에 돌아와 컴터 바탕화면에 깔아 놓고는 그때의 부끄러움과 매일 마주합니다.
# 따리에는 여행객 중에 장기체류자가 많다고 합니다.
그 이유를 떠나올 때쯤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아쉬움에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더군요.
따리의 숨은 매력을 언젠가는 꼭 다시 보러 오마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고는
게스트 하우스를 나섰습니다.
첫댓글 언니 겨울에 운남한번 더 이번에 아랫쪽으로 태국과 미얀마 근교인 시솽반나로 갈껀데... 한번더 해봐요
마음은 한번 더 가 아니라 열번이라도 가고 싶어..갈수 있도록 열심히 돈 벌어야 하는데..아쟈~!!
사진과 글 너무나 감명...이번 운남여행이 APRIL님 과 함게한 여행이라 신나고 줄거워음...다음에 또 콜..입니다.
저도 태희 오라버니와 함께여서 더욱 즐거운 여행이였어요..우리에게 다음이 있기를 손모아 기도합시다..매일~ ^^
제목대로...진짜 특별하네요.
기회가 된다면..아니 만들어서라도 댕겨오길 바래~ ^^
오늘이 마감인데...이번에는 못갈 것 같네요. 다음에는 갈 수 있겠죠?
가고 싶은 운남...꾹 참고 기다립니다. 좋은 사진과 글, 감사합니다.~~~
골목골목 하루종일 저 깔끔한 돌바닥 길을 걷고 싶어지네요